<무사시 건도 DVD 표지>
서문
무사시 건도를 빼놓고서는 2006년을 설명할 수 없다.
-니코니코 백과사전
세상을 발전시킨 작품을 명작이라 칭하고
세상을 퇴보시킨 작품을 졸작이라 칭한다면
무사시 건도는 틀림없는 명작이다.
-한 2CH 유저의 말
누군가가 나에게 "가장 저평가된 애니매이션 하나를 선택해주세요." 한다면 나는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무사시 건도"
하고 대답할 것이다.
분명, 기나긴 애니매이션의 역사 속에서 명작은 수없이 많았다. 특히 2006년은 더더욱 그랬다. 우리들에게 인지도가 높은것들만 모아 늘어봐도 스즈미야 하루히, NANA, 오란고교, 은혼, xxxHOLiC, 블랙 라군, Fate/stay night, 제로의 사역마, 데스노트, 가히리 등등등등...... 손가락으로 세려면 팔 넷 달린 외계인이 겨우 가능할 것이다.
오죽하면 2006년을 재패니매이션 제 2의 르네상스라고 불렀을까.(물론 1위는 버블경제 시기다.)
하지만
그래도
그런것들을 모두 감안하더라도,무사시 건도는 너무나도 저평가되었다.
나는 이제부터 여러분들에게 무사시 건도를 소개시켜드리고 싶다.
이 비운의 예술작을.
무사시 건도는 일본인들에게는 국민적인 애니매이션이라고 할 수 있는 루팡 3세의 원작자 몽키 펀치씨가 약 12년동안이나 구상한 대체 역사 시대극 애니매이션으로써 2006년 4월 9일부터 10월 8일까지 BS-i(現 BS-TBS)에서 방영 되었다.
처음 무사시 건도가 방영되었을 당시의 반응을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때의 오타쿠들은 엄청난 컬쳐 쇼크를 받았었고 이는 곧 파장으로 이어졌었기 때문이었다.
안좋은 쪽으로 말이다.
왜냐하면 당시에는 그만한 작품을 이해할 수 있을만큼 충분한 시간이 흐르지 않았기 때문에 무사시 건도에 숨은 진정한 의미를 조금도 이해할 수 없었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인체를 새롭게 재해석한 입체파등의 새로운 예술 사조를 거침없이 깎아내린 히틀러처럼 사람들은 자신들이 이해할 수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사시 건도를 안좋은쪽으로 왜곡하고 부각하여 조롱거리로 만들었었다.
사실, 무사시 건도는 지금봐도 매우 현대적인 애니이기에 당시의 반응은 어쩌면 오히려 자연스러웠던 것일지도 모른다.
심지어, 아직까지도 일본 애니매이션계가 무사시 건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무사시 건도가 보여준 그 참신한 설정과 도전정신을 다시금 보여준 작품은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자, 지루한 서론은 이쯤에서 그만두고 슬슬 시작해보자.
무사시 건도가 다른 애니매이션과 차별화되는 요소는 크게 세가지가 있다.
1. 설정
2. 액션
3. 작화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 세가지야말로 무사시 건도가 다른 이들에게 비판받고 비난받았던 이유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무사시 건도의 팬들은 이 세가지야 말로 무사시 건도가 무사시 건도인 이유이며 만약 무사시 건도가 이 세가지에서 다른 애니매이션과 비슷했더라면 무사시 건도가 아니었을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만큼
이 문제는 결국 무엇이 과연 옳은가의 문제가 아니라 호불호의 문제인 것이다.
그럼 이제부터 무사시 건도에 대한 오해, 그리고 어째서 무사시 건도가 명작인지에 대해 이 세가지를 중심으로 설명하도록 하겠다.
설정
무사시 건도를 설정가지고 비웃는 놈은 십중팔구 무사시 건도를 끝까지 보지도 않은 자다.
무사시 건도에 막 입문한 사람은 지금은 분명 "에도 시기일진데 어찌하여 리볼버나 라이플이나 자이로젯 같은 오버 테크놀러지를 당연하다는듯이 사용하고 있는거지?" 하고 황당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에 대한 대답은(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지만) 무사시 건도는 약간의 시공 조작이 작중에 등장하며 또한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하면 될 듯 하다.(100년전에 죽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살아있는 애니다.)
무사시건도는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승리한(원래는 도쿠가와 이에이스가 승리자였다.) 대체 역사물이다. 그리고 본래 이도류로 유명한 검사인 미야모토 무사시가 아니라 성털이범인 미야모토 무사시를 그리고 있기도 하다.
무사시 건도의 스토리 또한 본래 달의 공주의 딸이었던 카구야를 무사시와 그의 동료 낭인이 우연히 성을 털다가(...)마물들의 지배자 야샤에게서 구한 사건에서 시작한다.(연표로 보자면 1605년이다.) 그 후에 무사시는 일본에서 마물을 몰아내기 위한 모험을 시작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어째서 20년 전부터 역사가 지금과는 뒤바뀌게 되었는지에 대한 추적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결말은...... 어쩌면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의외의 일면을 볼 수 있을지도?
세간의 인식과는 달리 오히려 무사시 건도의 설정의 완성도는 다른 애니매이션보다 높은 편이다. 몽키 펀치가 12년동안 구상했다는 말이 거짓이 아닐 정도로 설정 충돌이나 맥거핀도 거의 없다! 세간의 인식과는 달리 나름대로 탄탄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고있다.
작품은 듣거나 읽는것이 아니라 직접 봐야한다는 내 지론으로 인해 여러분께 자세한 내용를 설명해 드릴 수는 없지만
역사를 변화시키려 하는 이와 역사를 되찾으려 하는 이들 간의 싸움.
으로 무사시 건도의 스토리를 요약할 수 있다.
액션
액션를 새롭게 정의하다.
앞으로의 액션 애니매이션이 걸어가야할 길을 제시하다.
무사시 건도의 장르는 물론 액션이지만, 다른 애니매이션과는 달리 무사시 건도가 추구하는 액션은 정靜적인 액션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왜냐하면 제작자가 표현하려고 했던것을 그대로 느껴야 제대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사시 건도는 결코 화려한 액션과 셰이더 떡칠, 부드러운 움직임 등이 특징인 애니매이션이 아니다. 오히려 80년애 애니쪽의 느리고 둔중한 그러나 무게감 있는 애니매이션쪽에 가깝다. 2000년대 애니에 이러한 시도는 매우 새로운 것으로써 지금까지 액션이란 움직이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우리들에게 무사시 건도 특유의 액션 장면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게 된다. 사물의 움직임을 극단적으로 느리게 표현함은 감독의 원숙한 노련미까지 풍기기까지 한다.
그렇다. 무사시 건도의 제작자들은 지금껏 널려있던 액션 만화의 클리셰와 편견을 하나 하나 거침없이 부숴버렸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보여주었다. 차세대의 액션 애니매이션이 보여주어야 하는것이 과연 무엇인가를.
알아보기도 힘든 3D그래픽과 배우들의 과장된 헛소리가 섞인 애니매이션들에게 무사시 건도는 진정한 애니매이션이 무엇인가를 역설적이고 반어적으로써 표현해낸 것이다.
우리는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과장되고 모에화된 눈깔괴물들이 벌이는 액션 씬과 약간 투박해도 정겨운 마치 우리나라의 민속화를 보는 것 같은 무사시 건도의 액션 씬. 어느쪽이 친숙하면서도 새로운 것일까?
여러분이 판단해보시기 바란다.
작화
언제나 새로운 시도는 매도받는 법이다. 그러나 영웅은 새로운 시도에서 태어난다.
무사시 건도의 작화는 단어 그대로 환상적이었다.
무사시 건도는 기존의 애니매이션과는 차원이 다른 작화를 보여주는데 작중에서 가장 호불호가 갈리는 요소다.
하지만 으리를 가지고 참고 보면 무사시 건도가 가진 예술성이 얼마나 뛰어난지에 대해 알 수 있을 것이다.
무사시 건도의 작화는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다.
같은 장면, 같은 인물, 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모두 다른 표현.
무사시 건도에 작붕은 존재하지 않는다. 무사시 건도에 뱅크씬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결국에 모두 '다르게 표현된 같은 장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무사시 건도는 작화를 초월했다. 비슷한 퀄리티를 계속해서 유지하는 것이 작화의 기본이었던 시절에 전혀 다른 퀄리티의 작화를 1초도 유지하지 않는 무사시 건도는 마치 시대의 반항아였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무사시 건도를 깎아내렸지만 소수의 팬들은 무사시 건도가 가진 진면목을 알아보았던 것이다.
무사시 건도의 작화는 예술적이기까지 하다.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과 그림은 '이 세상에 동일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는 철학적인 깨달음을 준다. 게다가 통일되지 않은 그림체는 후기 인상파와 입체파를 연상시킨다.
또다시 무사시 건도와 같은 작화의 작품이 등장할 수 있을까?
아니, 그럴 수 없을것이다.
무사시 건도의 작화야 말로 정해지지 않은 불확정설의 원리의 산 증인이니까.
하지만 나는 언제나 기대한다.
제 2의 무사시 건도를 보기를......
마치며
액션이 뭔지 알려면 무사시 건도부터 봐라.
-한 디씨인의 말
무사시 건도는 분명 지금까지 당신이 겪어왔던 애니매이션들과는 전혀 다를 것이다.
이제까지는 관객이 애니매이션을 평했다면 무사시 건도는 사상 최초로 관객의 삶에 대한 경험 수준과 이해력을 평가하는 애니매이션이 된 것이다.
만약 당신이 진정한 지존이라면 이 애니매이션을 보고 난 뒤 기쁨을 느낄 것이고 고수라면 슬픔을 느끼게 될 것이다. 중수라면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애니를 다시 보고 싶어지겠지. 하수라면 아예 이 애니를 보지도 않을 것이다.
과연 당신은 어느쪽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