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 소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지만 좀처럼 손이 닿지 않습니다.
그러다 벨소리가 울립니다.
전직 영화배우 출신이자, 모델일을 하던 주영(이종혁)에게 전 매니저의 돈 갚으라는 독촉전화가 걸려옵니다.
그런 주영을 지탱해주고 있는 샅바는 아슬아슬하게 버티다 못내 찢어집니다.
꽃을 달고 다니는 처자 연희(전소민)가 지나가다 그런 주영을 발견합니다.
주영은 살려달라고 외치지만 그녀는 멀뚱멀뚱 바라보고만 있습니다.
그 처자의 동생 차봉희(이세영)는 언니를 데리러 왔다가 살려달라는 주영(이종혁)의 외침에 구해주려고 마음을 먹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힘이 천하장사 수준입니다. 성인남자를 거뜬히 던져버리는 괴력.
고마움의 표시로 토스트를 사줍니다.
계산을 하려는데
주영 : 에그 샌드위치는 왜 계란 샌드위치보다 비싸요?
토스트가게 아줌마 : 미제잖아
연희는 어둠을 무서워 합니다.
연희 : 언니 업어줘, 무서워.
봉희 : 내가 왜 언니야, 네가 언니지. 업어 언니.
봉희는 이 집의 가장입니다.
토스트를 먹다가 수첩을 놓고 갔네요. 주영이 보게 됩니다.
그 수첩에는 <죽기전에 준비해야할 것들>이 적혀있습니다. 어린나이에 무언가 사연이 많은 듯 합니다.
너 모델일도 요요때문에 짤렸다며?
전직 한라장사 출신인 주영에게 여자씨름단 감독을 제안합니다.
돈이 급한 주영은 수락하고 '영덕 우먼스 씨름단' 멤버들을 만나게 됩니다. 토스트 아줌마도 계시네요.
하지만 실력이 시원치않습니다.
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봉희네에 쌀이 다 떨어졌습니다.
아버지의 잦은 가출로 봉희는 학업과 생계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넌 좋겠다. 맨날 좋은 옷만 입구'
언니 연희는 교복을 입고 학교를 다니는 봉희를 부러워합니다.
'그런거 아니야'
'뭐가 아니야, 지는 좋은 옷만 입구, 학교도 가고, 학교 가서 다른 애들이랑 놀고, 학교 가서 밥도 먹고'
'학생 안에 있는거 모를 줄 아나, 문 못 여나'
주영은 시원찮은 씨름단에 자신을 구해줬을 때 어마어마한 힘을 보여준 봉희를 영입하러 그녀의 집으로 가고 있습니다.
봉희는 방세를 계속 못내고 있습니다. 그런 봉희에게 아주머니는 도망간 아버지 잡아서 돈을 갚으라고 독촉합니다.
주영이 마침 도착합니다.
'아직 애잖아요, 그만하세요'
집주인 아주머니의 신고로 경찰서에 와있는 주영과 봉희.
합의를 보기 위해 주영은 자신의 오토바이를 팔고 봉희네 월세를 (억지로) 내줍니다.
그녀에게 씨름을 해보라고 제안을 하네요.
봉희는 사는 게 괴롭습니다.
이제 겨우 중학생인 소녀가 세상을 살아가기에 그리 쉽지 않습니다.
'마녀를 만난 아이들, 어? 마지막 장이 없어'
헨젤과 그레텔의 결말이 궁금한 연희는 봉희에게 물어봅니다
'얘네 나중에 행복하게 살지?'
'죽으면 어떻게 되는데?'
'편해, 편한거야.'
돈...돈...돈..
봉희는 서울에서 이 곳으로 전학을 왔습니다. 반장은 급식비를 내라고 재촉을 하네요.
애써 말을 돌려서 얘기합니다.
'여기 맛 없어, 후져'
'뭐라카노 이 가시나가'
반장이 봉희에게 손찌검을 하려고 하자
'나 1년 꿇었어, 조용하게 살고 싶은데 너도 시끄럽게 살기 싫지?'
단숨에 제압해버립니다.
봉희는 수업 중간중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빵으로 매번 끼니를 때우는 봉희, 주영이 건네준 씨름대회 포스터를 보고 있네요.
'이 돈 진짜 줘요?'
전국여자 씨름대회, 상금 2천만원.
결국 씨름을 시작합니다.
자신보다 훨씬 체중이 나가는 상대방을 손쉽게 제압해버립니다. 소녀장사답네요.
씨름을 시작하게 되면 아르바이트를 못하니 조건으로 매달 10만원에 매일 계란토스트 하나씩 사달라고 봉희는 제안합니다.
그럴 수 없다는 주영의 말에 봉희는 가려던 찰나,
5만원, 그리고 에그 샌드위치.
'너 에그가 계란보다 600원 비싸다. 알지? 이게 나의 최선이다.'
결국 수락합니다.
정식적으로 시작하는 '영덕우먼스 씨름단'
봉희는 여전히 빵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습니다.
'그게 밥이야? 내가 밥 사줄까?'
싫어요. 얻어먹으면 고맙다고 해야되잖아요. 별로 고맙지도 않은데.
대회에서 상금을 타면 뭐할거냐 묻는 주영,
'죽을거야? 죽는다며, 수첩에 그렇게 써있더라.'
상금 2천만원 타면 펑펑 쓰면서 살아야지 죽긴 왜죽냐는 주영의 말에
'돈 2천가지고 뭐해요. 죽기도 빠듯한데, 아저씨는 더 살면 뭐가 바뀔 거 같아요?'
봉희의 수첩을 보고 있는 주영.
장례식장 대여, 빈소 사용료, 접객실 사용료...
수의 50, 납골당 300..
어린 중학생의 수첩 내용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암담합니다.
사는데도 돈이 그리 많이 드는데, 요즘 세상에는 죽어도 돈이 많이 드네요.
남자 씨름단이 찾아와서 괜히 여자 씨름단에게 시비를 거네요. 특별출연한 김도현군도 보이네요.
빵을 조금씩 뜯어서 길에다 떨어뜨리는 연희, 왜 그러냐는 봉희의 질문에
'혹시 모르잖아, 아빠가 길 잃어버린 것인지도 모르잖아'
'바보야, 길 잃어버린 건 아빠가 아니고 너랑 나야.'
중학생이라고 하기엔 너무 일찍 커버린 봉희.
남자씨름단과 씨름장 사용을 가지고 감독끼리 씨름을 맞붙습니다. 뒤집기로 여자씨름단의 승.
주영은 8강에서 7명이 식중독걸린 바람에 부전승으로 한라장사을 거머쥐었지만 역시 한라장사긴 한라장사네요.
그런 주영을 보고 감탄하는 봉희
책상 밑에 음식이 들어있네요.
봉희의 사정을 잘 알기에 반장이 가져다놓았습니다. 그때 일이 미안하기도 하고.
그걸 발견한 봉희.
봉희는 이런 친절이 불편합니다. 아까 위에서 얘기했던 대사가 떠오르네요.
'별로 고맙지도 않은데 고맙다고 해야하잖아'
그녀는 누군가의 도움이 고맙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 누군가의 도움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는지 모르고,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채 빚으로 여기며, 길을 잃어버린 채 방황하고 있습니다. 한창 사랑받을 나이에.
또 빵을 먹고 있는 봉희, 저만 이런 장면들이 이렇게 슬픈걸까요?
봉희는 주영에게 뒤집기 기술을 알려달라고하네요.
늦은 밤에 일대일 코치를 해 주네요.
뿐만 아니라 주영은 봉희의 언니 연희도 돌봐주네요.
그때 강가에 떨어뜨린 전화기가 고장나서 연락을 받지 않자 돈을 빌려줬던 전 매니저가 찾아왔네요.
돈 갚으라고 재촉합니다.
그런 그들의 이야기를 엿듣는 봉희.
주영이 씨름단 감독한게 상금 2천만원때문이라는 걸 알아채버렸습니다.
'2천만원때문에 내가 필요했어요? 내가 상금타면 그걸로 빚 갚으려고?'
다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는 봉희.
그런 봉희를 설득하러 온 주영,
'내일 모레가 시합인데 아깝지도 않니?'
그러다 전화가 한 통 걸려옵니다.
그 전화는 봉희의 언니, 연희의 사고소식이었네요.
난간에서 떨어져 크게 다쳤습니다.
사고 이유와 조치 상황들을 설명해주는 의사,
봉희를 보더니 '어른 안계시니?'
극중에서 어른들이 무심코 던진 대사 하나하나가 봉희에겐 상처로 다가옵니다.
봉희가 학교 다니는 것을 부러워했던 연희는 그녀의 교복을 입고 있네요.
펑펑우는 봉희
죽기로 사는놈하고 살기로 사는놈하고 누가 이기겠나?
먼저 지치는 놈이 지는거다.
씨름단 맏언니(?) 할머니가 몇 푼 안되지만 병원비에 보태쓰라고 돈을 건네주네요.
'고마워요'
봉희가 처음으로 고맙다는 말을 합니다.
봉희는 세상을 향해서 마음을 조금씩 열어가네요.
저번에 죽으면 편하다는 봉희의 말에 바보처럼 직접 행동에 옮겨버린 연희.
'안 편해, 죽으면 안 편해. 바보야'
시합 당일.
남자씨름단이 응원왔습니다.
다들 봉희를 기다립니다.
봉희 상대.
2년 연속 패한적이 없는 천하장사 출신,
해설자들은 대진운이 안 좋다고 말하네요.
하지만 봉희는 나타나지 않네요. 기권을 외치려던 찰나.
봉희가 등장합니다.
언니의 병원비 때문도 아니고, 주영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온 것은 아닙니다.
봉희는 이제 살아야하는 이유를 찾았기에 살기 위해 이 곳에 왔습니다.
체급조차도 상대가 안될거라는 해설진의 예상을 깨고 고군분투합니다.
모두들 봉희가 이기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 순간 관객석에서 '차봉희, 차봉희' 소리가 울려퍼집니다.
모두들 봉희를 응원합니다.
'저도 살 수 있을까요?'
그 순간 주영에게 배운 뒤집기 기술을 사용합니다.
P.S
참 느끼는 게 많았던 단막극이었습니다. 아역때부터 연기를 시작해서 이제 어엿 성인연기자가 된 이세영.
며칠 전에 봤던 인터뷰 글에서 자신은 아직 주연급이 아니다. 좀 더 연기 경험을 쌓겠다라고 말했습니다.
1부작으로 끝나는 이 단막극을 촬영하기 위해 3개월 이상을 씨름연습을 하고, 체중을 늘렸다고 합니다.
어쩌면 가장 이쁠 스무살 언저리의 나이대에서 예쁘게 보이는 역할을 하고 싶기도 할텐데, 묵묵히 단막극도 찍으면서 차츰 연기 폭을 넓히고 있네요.
이 단막극의 하이라이트였던 마지막 씨름씬에서 눈물이 핑 돌정도로 참 짠했습니다.
15살, 뛰어놀기 바쁜 나이에 죽으면 들어가는 돈을 하나씩 계산하고 있는 봉희.
그나마 살아야 할 이유인 언니때문에 세상을 치열하게 살아가지만 여전히 세상은 버겁기만 합니다.
때로는 너무 당연해서 고마움을 못느끼는 존재들이 참 많습니다.
공기도 그렇고, 지금 이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자체도 그렇고. 우리에게 너무 당연하다고 느껴지는 것들이
봉희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버거운 존재들입니다.
그런 봉희에게 도움을 주는 주변 사람들. 그리고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봉희.
엔딩컷의 뒤집기 한판은 단순 씨름경기에서의 승리뿐만 아니라 앞으로 펼쳐지는 봉희 인생의 변화를 뜻하고 있는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