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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istory_14911
    작성자 : 한솥매니아
    추천 : 23
    조회수 : 2352
    IP : 147.46.***.61
    댓글 : 33개
    등록시간 : 2014/03/21 12:33:18
    http://todayhumor.com/?history_14911 모바일
    근대 유럽 해군의 역사
    18세기의 보병/기병/포병에 대한 얘기가 다 나왔습니다. 이제 해군에 대한 얘기로 마무리를 지어볼까 합니다.



    유럽의 역사, 특히 그들의 팽창과 패권에 대해 이해하고자 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그들의 해군입니다. 세계지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유럽은 지형적으로 바다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집니다. 특히 지중해라는 일종의 내해(內海)를 가짐으로써 유럽인들은 일찍부터 바다-육지-바다를 오가는 상호작용에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북해와 도버 해협을 가로지르던 바이킹들은 말할 것도 없겠죠. 이러한 이들의 인식과 기술이 머나먼 대양을 향했을 때 비로소 그들은 세계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변모할 준비를 갖췄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18세기의 해군에 대해 얘기하기 위해선 일단 그 이전, 15~16세기 해군에 대한 얘기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이 당시 유럽의 '바다'란 곧 지중해를 의미했습니다. 세계의 변방이었던 유럽인들에게 있어 온갖 귀하고 사치스러운 것들은 죄다 동쪽으로부터 오는 것이었고, 아시아로부터 건너오는 이 물건들이 유럽으로 운송되기 위해서는 지중해를 건너는 것이 필수적이었습니다. 특히 십자군 전쟁과 아랍권의 분열로 인해 무주공산이 된 서아시아는 이러한 물류가 오고 가기에 최적의 조건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중해는 위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내해, 즉 대륙에 둘러싸인 바다입니다. 이런 지형에서는 파도나 풍랑이 그리 거세지는 않지만, 대륙에서 형성된 기단의 영향으로 바람이 매우 변덕스럽습니다. 스크류가 발명되기 전까지 모든 배는 돛으로 바람을 받아 움직여야만 했는데, 지중해처럼 바람이 이랬다 저랬다 하는 곳에서는 자칫 역풍을 만나면 일이 크게 꼬일 수 있었죠. 이러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만들어져 지중해를 지배했던 선박이 바로 갤리선입니다.

    005-D.jpg

    위 사진은 15~16세기를 주름잡았던 갤리선의 전형적인 형태를 보여줍니다. 돛은 삼각돛(혹은 라틴 돛이라고도 합니다)을 달았는데, 이 형태의 돛은 사각돛에 비해 출력이 낮지만 역풍에도 그럭저럭 의도된 방향을 향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순간적인 무풍 상태에 대응하기 위해 돛을 보조하는 노를 설치했습니다. 삼각돛은 그 특성상 출력이 낮았기 때문에, 선체의 크기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거기다가 노잡이들까지 태워야 하니, 이 시기의 배들은 그리 많은 짐이나 화포를 실을 수가 없었죠. 그리고 내해에서의 기동력을 살리기 위해 최대한 배의 폭을 얇게 하였으며, 높이도 낮았습니다. 이런 식의 배가 전투에 임할 때는 주로 배에서 화살을 쏘거나, 배를 댄 후 전투원들이 타고 올라가거나, 적선의 옆면을 들이박는 식의 전법을 사용했습니다. 사실 이런 전법은 꼭 갤리선만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라서, 이후의 시대에도 보조적으로나마 계속 사용됩니다.

    이러한 갤리선 천하를 끝장낸 사건이 바로 오스만 투르크의 발흥입니다. 분열되었던 서아시아를 통일하고 기독교 세계와 적대하는 단일 제국의 성립은, 이 항로를 통한 유럽의 무역이 끝장난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지중해 항로를 상실한 유럽은 새로운 항로를 찾기 시작했고, 이것이 우리 모두가 익히 아는 대항해시대의 시작입니다.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게 되면서 유럽인들은 지금까지와 다른 바다, 대서양을 만나게 됩니다. 이 엄청난 크기의 대양은 지중해와 완전히 다른 환경을 가지고 있었는데, 바람은 일정하지만 풍랑과 파고가 굉장히 거셌습니다. 결국 이들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주력인 갤리선이 아니라 보조적인 역할을 하던 범선을 발전시키게 되는데, 이 발전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군사적 장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하나는 범선이 갤리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형화가 쉽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선측에 화포를 배치함으로써 화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위에서 말한대로 갤리선은 삼각돛의 출력 문제도 있고, 유사시 인력으로 노를 저어야 할 것을 감안해야 하는 문제도 있고 해서 대형화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로 실용화가 불가능하다고 해도, 배는 일단 무조건 클 수록 전투력이 강해진다는 것은 고대부터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리스의 삼단노선을 압도한 것이 카르타고의 오단노선이었음만 생각해 봐도 쉽습니다. 배가 크다는 것은 곧 높다는 것이고, 전투원이 많이 탑승한다는 것입니다. 높이와 쪽수가 전투에서 얼마나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 아시리라 봅니다. 또한 갤리선은 선측에 노가 나와야 하기 때문에, 화포가 발전한 이후에도 화포를 별로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기껏해야 선두와 선미 쪽에 수 개를 배치하는 것에 그쳤죠. 하지만 범선엔 노가 필요없기 때문에 선측의 많은 공간을 전부 화포로 채울 수 있습니다. 게다가 노잡이가 필요없기 때문에 필요 승무원 수가 적고 그만큼의 무게를 화포로 채울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앞서 언급했던 대형화까지 합쳐지면? 전투력에선 상대가 안 되는 거죠.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선의 최대 단점인 범용성이 자동으로 해결되진 않습니다. 대항해시대 초반을 책임졌던 대표적인 형태인 캐러벨을 보시면 여전히 삼각돛을 사용하며, 그 크기도 갤리선에 비해 그렇게까지 크진 않습니다. 때문에 여전히 이 시기까지 군함의 주력은 갤리선이었죠. 하지만 복합돛의 발명과 함께 바다의 법칙은 일대 격변을 맞습니다. 사각돛의 출력과 삼각돛의 유연함을 동시에 취할 수 있다면, 대체 노가 왜 필요하겠습니까?

    6d4016720e168116796e5d4ce22ed4fe_eTaD366FplFaNhpjFh.jpg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타고 등장한 것이 바로 갤리온입니다. 갤리온은 복합돛을 적용한 완전 범선으로, 이전 시대의 캐러벨이나 카락과 비교했을 때 엄청나게 대형화되었습니다. 또한 제식 군함으로 채용되기에 충분한 성능을 갖춤으로써, 모험/상업용 2단 갤리온에 갑판을 하나 추가한 3단 갤리온이 본격적으로 해군의 스탠다드가 되기 시작합니다. 갤리온은 다수의 함포를 장착함으로써 해전의 문법을 사격전/백병전에서 함포전으로 바꾸었습니다.

    갤리온의 등장은 단순히 하나의 새로운 함선 형태가 나왔음에 그치지 않습니다. 갤리온의 등장을 통해 유럽 각국이 인식하는 해군의 표준 형태가 규정되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레판토 해전의 전훈은 결국 당대 해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배를 더 크게, 함포를 더 많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인식을 낳았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유럽은 빠른 속도로 함선의 대형화를 성취해 나가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왜 굳이 당대인들은 함포를 '많이' 싣는 것에 그렇게 집착한 것이었을까요? 그냥 '강한' 함포로 한 방에 적을 격침시키는 게 더 효율적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뭐 다들 예상하시겠지만, 당시의 대포 기술은 그럴 수 없는 입장이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대포 그 자체보다는 포탄에 문제가 있죠. 저번에 포병 얘기를 하면서도 언급했듯이, 당시 대포에 사용되는 포탄은 그냥 쇳덩어리입니다. 산탄이나 포도탄 같은 종류가 있기는 했습니다만 이것들도 결국 안에 든 것들은 다 쇳덩어리죠. 고속으로 사출된 쇳덩어리는 인체엔 엄청난 피해를 입힐 수 있습니다만, 겹겹이 튼튼하게 만들어진 목제 구조물에는 생각보다 그리 큰 피해를 입히지 못합니다. 몇 발 쏴봤자 배의 외벽이 좀 손상되고 구멍이 몇 개 뚫리는 정도에 불과하죠. 때문에 이 피해를 누적시켜 최종적으로 적함을 격침까지 몰고 가기 위해선 최대한 많은 대포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갤리온이 갑판을 하나 더 올림으로써 함포를 실을 공간을 확보하는 선례를 보여주자, 유럽의 군함은 무조건 단을 높게 쌓아올리는 형태로 발전하기 시작합니다. 물론 전체 면적에 비해 높이가 너무 높으면 전복의 위험이 가중되니 크기도 함께 커졌죠. 그리고 화력의 대부분이 선측에 집중되어 있다 보니, 최대한 배를 일렬로 세워 기동해야 했습니다. 바로 이러한 전술적 특징에 의해 당대의 군함은 전열함(Ship of the line)이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caracciolo3.jpg

    위의 갤리온 사진과 이 전열함 사진(넬슨 제독의 기함이었던 HMS 빅토리)을 비교해 보세요. 돛이 얼마나 늘어났는지 알 수 있죠?

    영국 해군은 군함을 1급~6급으로 구분했는데, 이 중 60문 이상의 포로 무장한 3~4급 이상의 함선을 전열함이라고 불렀습니다. 대체로 전열함의 주력은 2~3층 갑판을 가지고 70~80문의 대포를 장비하고 있는 3급 전열함들이었습니다. 사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층수를 늘리는 것에 착안했기에 4층 이상의 전열함도 있기는 있었지만(그리고 절륜한 위력을 보였지만), 비싸서 실전에선 잘 쓰이지 않았습니다.

    전열함이라는 개념이 탄생하면서 18세기 해전의 문법이 완성됩니다. 이 시기 해군의 강함은 보유한 전열함의 대수와 총 톤수였으며, 각 나라를 대표한 1~2급 전열함은 말 그대로 국가의 위신이자 자존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해군 지휘관들은 어떻게 하면 아군 함대의 피해를 최소화 하면서 적군 함대의 피해를 극대화할 것인지에 대해 연구하였는데, 그 결과물이 바로 T자형 교전 이론(임의의 명칭)입니다. 당시 모든 함대는 이동할 때 기함을 선두로 하여 1열 종대를 이루고 움직이는데, 아군 함대가 이루는 선을 T자의 위쪽 가로 줄로 하고 적군 함대가 이루는 선을 T자의 아래쪽 세로 줄로 할 경우 전투력의 차가 극대화된다는 아이디어였죠. 이를 통해 당대 해전이란 바로 이 이상적인 형태에 누가 더 가깝게 가는가, 누가 더 효율적으로 가는가의 경쟁이 됩니다.

    물론 오해하면 안 되는 것이, 저 교전의 이상은 말 그대로 이상일 뿐입니다. 실제로 저런 식의 교전 구조를 만듬으로써 승리를 가져간 해전은 18세기 역사 내내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아요. 무전기도 없던 시절에 깃발만 갖고 전 함대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는 것은 엠파이어: 토탈 워에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그리고 배라는 것은 어쨌든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저런 형태가 만들어진다 해도 어차피 금방 깨어집니다. 사실 전열함 전투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트라팔가 해전만 봐도, 오히려 영국 해군이 저 T자의 세로 줄에 위치하는 형태를 이루었음에도 영국이 승리하는 결과가 나옵니다.

    606px-Trafalgar_1200hr.svg.png

    전열함의 시대는 유럽 국가들에게 또 다른 효과를 부여하기도 했습니다. 그것은 전열함이라는 물건이 당시 기준으로 정말정말정말정말 비싸며 유지비도 더럽게 많이 처먹는, 말 그대로 돈 먹는 하마였다는 것에서 기인합니다. 현대의 무기 체계도 어느 정도 그렇긴 하지만, 해군력이 보통 국력의 상징일 수밖에 없는 것은 바로 이것이 비싸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유럽 각국은 국내의 세수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었고, 이것은 당시 마침 급성장하던 상업과 초기 공업을 열심히 밀어줄 유인을 제공했습니다. 위풍당당한 전열함의 호위를 받는 대형 상선들이 아프리카, 아메리카, 동아시아를 자유롭게 오가며 막대한 물자를 실어 나르고, 여기서 발생한 세수가 전열함을 유지/건조하며, 이렇게 만들어진 전열함들이 다시 상선을 호위하는 일종의 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상승 나선의 끝에 바로 제국주의가 있었습니다.

    해전 그 자체만으로 봐도 전열함의 정신 나간 가격은 의외의 효과를 초래했는데, 그것은 바로 해전 그 자체의 빈도가 줄어들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나폴레옹 전쟁이 끝나고 빈 체제가 성립되면서 유럽에 상당한 기간 동안 주요국 사이의 전쟁이 벌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더 주요한 원인입니다만, 전열함은 너무나도 강력한 만큼 너무나도 귀중했기 때문에 웬만해선 꺼내고 싶지 않아지는 카드였습니다. 특히 18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1급 전열함들의 경우 실전엔 단 한 번 나가보지도 못하고 항구에서 썩다가 퇴역한 경우도 많습니다. 강력한 전함을 만들어 놓긴 했는데 이게 너무 귀중하다 보니 혹여나 상실이라도 하면 나라 전체가 휘청일 레벨에 다다른 것이죠. 때문에 실제 전열함 시대의 해전에서도 3급 전열함이 거의 최고 수준이고 나머지는 프리깃 같은 소형함으로 채우는 경우도 비일비재했습니다. 104문의 대포를 탑재하고 3천 톤이 넘는 배수량을 가진 1급 전열함인 HMS 빅토리가 트라팔가에서 선두에 섰던 것은 정말 이례적인 경우였죠.

    참고로 전열함의 발전과 더불어 화포도 일정 정도 발전을 하는데, 보통 가장 중요한 것은 화포의 경량화와 반동 제어였습니다. 경량화를 위해 야금술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었고, 반동 제어를 위해 반동을 흡수해 줄 기계적 구조의 개발이 이루어졌죠. 특히 반동 제어 기술의 경우 육군의 포병보다 해군의 함포가 훨씬 많이 기여했다고 볼 수 있는데(경량화야 육군도 바라마지 않는 것이었죠), 왜냐면 육군의 포병은 그냥 땅에 박아버리면 대지가 알아서 반동을 흡수해 주지만 배는 그렇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Karronade_140mm.jpg


    이 전열함 시대 끝물에 이르러 나온 혁신적인 함포로 유명한 것이 카로네이드 포입니다. 이 포는 기존의 함포와 달리 포신이 짧은데, 이는 일부러 포탄의 사출 속도를 늦추는 효과를 가집니다. F=ma인데 왜 일부러 탄속을 느리게 하느냐? 그것은 빠르게 사출된 포탄은 함선 목조의 저항을 무시하고 깔끔하게 선체를 관통하는 데 비해, 상대적으로 느린 카로네이드 포탄은 목조의 저항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그 반작용으로 목조를 짓뭉개기 때문입니다. 이 포가 개발되면서 해전에서의 화력은 극대화되었는데, 사정거리가 워낙 짧았기 때문에 둔중한 전열함보단 재빠른 프리깃에 주로 배치되었습니다. 싸고 작고 재빠른 프리깃이 카로네이드로 치고 빠지면서 전열함의 떡장갑을 짓뭉개 놓을 수 있다는 압박감은, 위에서 얘기했던 대형 전열함의 유명무실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겠죠.

    전열함의 시대는 스크류 엔진이 개발되어 군함의 표준이 전부 동력함으로 바뀌게 되는 19세기 말~20세기 초에 이르러 저뭅니다. 종종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전열함의 시대가 동력함의 시대로 전환되는 시점과 목조함의 시대가 철갑함의 시대로 전환되는 시점은 완전히 일치하지 않습니다. 19세기 초중반에 이르면 전열함 역시 목조 위에 철갑을 덧대기 시작하거든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일본의 흑선내항이나 우리나라의 신미양요에 등장했던 배들도 전부 철갑 범선입니다.

    다만 실질적인 의미에서 전열함이 만든 해전의 법칙이 무너지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배의 형태와 동력이 달라졌을 뿐 여전히 해전의 법칙은 '더 큰 배에 더 강력한 함포를 더 많이'에서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이런 거함거포주의에 입각해 20세기 초 열강들은 앞다투어 거대한 전함들을 건조했고, 각국의 가장 강력한 전함이 그 나라의 자존심인 것 역시 변함이 없었습니다. 비스마르크! 드레드노트! 기동할 때 일렬로 기동하여 적의 후방이나 전방을 우리 측방에 맞춘다는 전술 개념도 그대로였습니다. 제 1차 세계대전 때까지만 해도 이러한 '바다 위의 성채'들이 벌이는 결전이 바다의 왕좌를 결정했던 것입니다. 전열함이 만들어낸 법칙은 그렇게 200년의 시간을 지배했습니다.

    전열함의 모든 것을 완전히 과거의 고물로 만든 결정적인 요인은 바로 항공기의 발전이었습니다. 이제 느려터진 전함들은 하늘에서 번개같이 나타나는 뇌격기들에게 속절없이 폭격당하며 침몰하게 되었고, 전함에서 발사되는 대구경의 함포는 비행기를 맞추기엔 너무 느렸습니다. 해군의 주력은 점차 적절한 대공능력을 갖춘 구축함으로 전환되게 되었으며, 과거 전함이 갖고 있던 결전병기로서의 속성은 이제 수많은 함재기를 낀 항공모함이 맡게 되었습니다. 자체 공격능력이 없고 공격수단이랄 수 있는 함재기의 기동이 자유로운 항공모함의 특성상, 해군의 기동 진형 역시 과거의 일렬 진형에서 항공모함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는 함대원형진으로 전환되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전열함의 유산은 이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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