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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1030057
    작성자 : 비키라짐보
    추천 : 98
    조회수 : 7248
    IP : 207.244.***.3
    댓글 : 14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5/03/10 17:58:16
    원글작성시간 : 2015/03/10 16:59:01
    http://todayhumor.com/?humorbest_1030057 모바일
    [짧은단편] 천국(天國)의 문(門)
    천국의문3.jpg


    [에헴! 에헴... 에헴 에헴!]


    느닷없이 들려온 정체 불명의 목소리에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걸음을 멈추었다.
    걸음뿐만 아니라 하던 일마저 모두 멈추었다.
    시선은 각자 다른 곳을 보았지만, 그들 모두의 청각은 오직 한 가지 소리에 집중해 있었다.
    방송...
    그것은 지금까지 그들이 알던 것과는 조금 다른 형태의 방송이었다.
    모두의 귀에 들리고, 모두의 마음속에 울리는 동일한 내용의 말이 전해진 것이다.


    [알려드립니다. 지옥의 과수용 상태로 인해 한시적으로 00년 00월 00일 00시까지 천국의 A구역을 선착순 개방함을 알려드립니다. 이는 천국의 최대 수용인원이 가득 찰 때까지 진행되며, 수용인원 마감시 사전 고지 없이 중단됩니다. 단 자살을 하신 분은 해당이 안된다는 점을 숙지하시어 개개인의 천국 이용에 불편이 없으시기 바랍니다. 또한 저희는 분명히 사전고지 해 드렸으므로, 이후의 불이익에 대해서는 개인이 감내하셔야 한다는 사실 역시 알려드립니다.]


    그것은 믿기 어려울 만큼 놀라운 통보였다.
    혹자는 그것이 악마의 간교한 계책이라 했고, 또 어떤 이는 우리 인류에 대한 신의 자비라고 했다. TV, 라디오, 심지어는 길거리에서의 토론까지 모든 이들이 우왕좌왕하며 그 말의 진위 여부를 가지고 떠들어 댔다.


    [다시 한 번 알려드립니다. 이것은 천국 관리사무소의 공식 결정입니다. 종래에는 지옥의 과수용 상태에 따라 죽은 이들을 좀비의 형태로 다시 지상에 내려 보내려 하였지만, 이는 매우 비윤리적이며, 혹독한 공황상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책임의식에서 결정된 사안으로, 믿으셔도 좋습니다. 진실 유무에 대한 별도의 증거 제시 여부는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나, 더 이상의 의미 없고, 소모적인 논쟁을 종식시키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적극 수렴하여, 지난 안내 이후 사망하신 435,211분에 대해 한시적으로 오늘 자정까지 가족 친지에 한해 대화를 허락하였으니, 이점 숙지하시어 이용에 불편이 없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다시 한 번 모두의 귀로... 머리로 들려온 누군가의 목소리... 
    사람들은 다시 한 번 반신반의 했지만, 곧 이어 그 목소리가 말한대로 놀라운 일들이 벌어졌다. 
    죽은 이들... 그들의 목소리가 그들의 가족 또는 친지에게 전해진 것이다.


    “엄마 나야... 여기 정말로 천국인 것 같아. 모든게 깨끗하고 너무 좋아”
    “아들아 나다. 그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어. 너에게 지금 내가 보는 것을 보여주지 못해 애석할 정도다.”


    환희와 기쁨에 찬 목소리들... 
    여전히 의혹의 눈초리는 사라지지 않았으나, 점차로 사람들은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기 시작했다. 대화를 나누어 보니 그들은 정말로 최근에 죽은 그들의 가족 또는 친지였고, 의심으로 가득찬 이들의 질문도 완벽하게 대답했다. 
    도저히 더는 의심할 수 없는 100%의 진실...
    심지어 교황조차 그것은 진실이었노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후 놀라운 일들이 벌어졌다. 
    가장 악질적이고 반인륜적인 행태였던 살인이라는 범죄가 더 이상 범죄가 아니게 된 것이다.
    모 코미디언은 올 겨울 산타 대신 ‘연쇄 살인마’가 집에 찾아왔으면 좋겠다는 개그로 인터넷 상에서 엄청난 인기를 모았고, 느닷없이 길에 나타나 사람들에게 총질을 해댄 해리슨이란 정신이상자는 마치 성자와도 같은 취급을 받았다.
    인터넷에선 연일, 효과적으로 가족을 죽이는 법에 대한 안내서가 게시되었고,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아내와 자식까지 모두 죽여 천국에 보낸 후 홀로 남은 기러기 아빠의 자신에 대한 살인 요청 글이 사람들의 추천을 받았다.(물론 그는 한 마음 착한 인터넷 독지가에 의해 살해 당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못 들었어? 지옥이 가득 차서 천국이 한시 개방된 거라잖아! 빨리 죽어야 해! 가득차서 못 들어가기 전에!”


    사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조급해졌다. 
    죽어야 했다. 하지만 자살은 안 된다. 처음엔 인터넷을 통해 동시에 서로를 찔러 죽이면 간단하다며 함께 죽을 사람을 모집하는 글도 올라오곤 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사람들이 워낙 많이 죽어버리다 보니, 인터넷이고, 통신이고, 전화고 간에 모든 것이 순식간에 끊겨버리거나 사용 불능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미리 준비하지 못한 수백만의 사람들이 아직 죽지 못한 채, 가득 쌓여 있는 시체들 속에서 자신을 죽여줄 누군가를 찾아 헤메기 시작했다. 

    천국의문4.jpg

    “죽여 주세요! 죽여주세요! 거기 누구 저 죽여주실 분 없어요?”
    “천국에 계신 어머니를 뵈러 가야합니다.”
    “제 딸이 천국에 있어요. 저 좀 죽여주실 분 없어요?”


    하지만 인터넷도, 통신도, 도로도 마비된 시체 투성이의 땅에서 그들이 자신을 죽여줄 누군가를 만난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다행히 누군가를 만나 서로를 죽여주며 행복한 결말을 맞는 경우도 있었지만, 때론 누군가의 지독한 악취미이자 장난으로 인해 자신은 죽고, 남은 죽이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모든 건 다 지도자들이 멍청해서 생긴 비극이야. 생각해봐! 지들 죽을 생각만 하지 말고, 핵무기를 미친 듯이 투하해서 지구를 박살내 버렸다면, 이 고생 안하고 다 같이 한꺼번에 죽을 수 있었잖아! 안 그래? 여튼 정치인이란 새끼들은... 내가 모르긴 몰라도 그 놈들은 그 상황에서도 천국을 선점해 보겠다고... 제일 먼저 죽었을 놈들이야!!”

    천국의문2.jpg

    여기 한 남자와 그의 어린 아들과 딸이 있다.
    놀랍게도... 그들은 현재 이 지구상에 유일하게 남은 인간이다.
    어린 아들은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버지! 우리는 왜 안 죽어요? 다들 천국으로 갔잖아요! 천국 엄청 좋대요! 친구들도 다 거기에 갔어요! 우리도 빨리 죽어요! 네? 빨리 죽어요!”
    “닥쳐 이 멍청한놈아!”


    아버지는 아들에게 버럭 소리를 지른다. 서슬 퍼런 아버지의 일갈에 아들은 놀라 엉엉 울고, 그 모습에 놀란 딸 역시 함께 엉엉 운다. 그러자 그저서야 소리를 지른 것이 못내 미안했던지 아버지는 아들과 딸을 부둥켜 안은 채 말했다.


    “생각해봐라. 제 아무리 천국이래도, 이 놈 저놈 할 거 없이 다 몰려들어 살면, 그게 정말 천국이겠냐? 어디에 사느냐보단 누가 사느냐가 중요한 거야! 울지 말어”


    인류 최후의 인간중 하나이자 또 다른 현생 인류의 시초가 된
    아버지 존 스미스 여호아가 아들 아담과 딸 이브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글쓴이의 말...
    뻔한 소재라 반전의 즐거움은 적겠지만, 
    이런 장르 좋아하시는 분들은 여기서도 꿀재미를 찾아 핥으실듯.
    아님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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