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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1172907
    작성자 : 비키라짐보
    추천 : 69
    조회수 : 8166
    IP : 125.180.***.66
    댓글 : 34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5/12/22 21:35:46
    원글작성시간 : 2015/12/22 17:11:54
    http://todayhumor.com/?humorbest_1172907 모바일
    [단편] '합법살인 : origin of doomsday'
    옵션
    • 창작글
    합법살인 표지.jpg
    등장인물700.jpg

    ※ 위 등장인물은 극의 이해를 돕기 위한 가상캐스팅으로 실제와 무관합니다.

    ※ 본글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및 단체등은 창작의 산물로 허구임을 밝힙니다.

    ※ 극의 설정상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욕설 등의 어휘가 포함될 수 있으니 주의바랍니다.

    합법살인 : origin of doomsday

    -1.
    외국계 거대 제약회사의 존경받는 수석 연구원
    수억에 달하는 억대 연봉
    교외에 위치한 크고 넓은 집
    수억을 호가하는 근사한 럭셔리 자동차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스러운 딸
     
    나는 이 글을 시작하기 전, 당신에게 먼저 묻고 싶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잃게 되더라도 지키고 싶은 단 한 가지가 있다면...
    당신은 저것들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정답은 없다.
    누구나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각기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왔다.
    그렇기에 누군가에게 어떤 한 가지의 답을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그 질문의 화살이 나에게로 향한다면, 난 수천 수 만 번의 선택이 반복되더라도 오직 단 한가지만을 선택 할 것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스러운 나의 딸... 에밀리... 아니 정유정]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생명을 잉태한 그 순간부터 영원히 같은 선택을 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다.
    DNA 말단 염기서열 그 깊은 곳까지...
    창조주의 설계는 그리하여 인간이 번성하리라 하셨고, 나는 마지막 고백을 남기는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그것이야말로 가장 합리적인 번식의 역사이며, 또한 종의 축복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모성은 축복이며, 동시에 빠져나갈 수 없는 극한의 지옥이었다.
     
     
     
    0.
     
    한 남자가 거친 사막의 모래바람을 뚫고 차를 달려 나간다.
    낡은 나침반 하나와 헤진 지도 하나가 실려 있지만, 그는 지도가 아닌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황량한 애틀랜타의 모래사막 위에서도 그는 그 건조한 풍경을 눈에 담으려 애썼다.
    마치 누군가에게 들려 줄 이야기가 있는 사람처럼...
     
     
     
    1.
    나는 엄마다.
    아니 엄마였다.
    그리고 지금 나는 하나의 살인을 계획하고, 현실화하기 위해 이곳에 서 있다.
    물론 미리 밝혀두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난, 절대 살인을 하지 않을 것이다. 내 안에서 끓어오르는 분노와 저주, 그리고 씻을 수 없는 복수의 감정은 그들을 죽이라 하지만, 난 내 두 손으로 살인을 저지르진 않을 것이다. 그것은 내가 그들을 용서하기 때문도 아니요. 그들이 두렵기 때문도 아니다. 단지 [더러운 바퀴벌레를 잡는데 내 손을 더럽힐 필요는 없다.]라는 단순한 경험적 체득과 더불어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버릴 때의 상실감을 똑같이 되갚아주고 싶다.]라는 저열한 복수심이 바로 그 근원에 있었다.
     
     
    ... 뭐야!! 대체 이게 어떻게 된거야!”
     
     
    그 녀석의 아비가 먼저 일어나 버둥거린다.
    마취제의 일종인 미다졸람은 극소량을 투입할 경우 수면성분을 가진다. 투약된 양은 더 많았지만 투약 시간이 이른 아비 김후성 쪽이 먼저 정신을 차린 모양이었다.
    김후성, 국회의원, 대한민국 유력정당의 대표... 당의 차기 대권주자 1순위
    마약상습복용 또는 미성년자 강간 사건처럼 굵직한 사회이슈도 아무렇지 않게 덮어버릴 수 있는 이 시대 권력의 핵심! 거기에 185센티미터의 키에 100kg에 육박하는 체중을 가진 거구, 허나 손발이 묶인 상태의 그는 나에겐 그저 실험용 모르모트에 불과했다.
    버둥거림을 시작한 그를 바라보며 나는 조용히 상자를 열었다. 취급주의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새겨진 냉동박스에는 지난 십여년간 쏟아 부은 나의 청춘이 담겨져 있었다.
    긴 세월을 녹여내 만든 다섯 개의 앰플...
    그것들은 나에게 사회적 성공과 지위 그리고 막대한 돈을 안겨주었지만, 이미 그것들과 비교할 수 없는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나에게... 그것들은 더 이상 어떤 의미도 될 수 없었다.
    먼저 C형 앰플 하나를 꺼냈다. 나의 핏기 없는 정맥 속으로 푸른색의 앰플이 스며든다. 심장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뛰기 시작했다. 이것의 독성은 너무도 강력해서 48시간 이내에 해독하지 않으면 간이 파열된다. 수백마리의 모로모트를 토대로 실험한 장본인으로서 그 위험도를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것을 알면서도 난 마지막 한 방울의 앰플까지 혈관 속에 쑤셔 넣었다.
    심장의 거친 박동이 잦아들 무렵, 호흡을 가다듬은 난 A형 앰플을 꺼냈다.
    A, B, C, 이렇게 세 종류의 앰플 중 유일하게 완성된 녀석이다.
    혈액을 통해 수 초 만에 감염체의 세포에 증착하며, 수 분 안에 감염체의 대뇌를 잠식하고, 십 여분 안에 피 감염체의 모든 세포로 확산되는 나의 저주받은 피조물...
    미 육군이 내 실험의 대체제로 개발 중인 탄저균이나 변종 페스트처럼 저열한 생물학적 무기와는 격이 다른 파괴의 산물... 종말의 대리인...
     
     
    당신 누구야! ! 내가 누군 줄 알고! 당장 이거 못 풀어!! 야 이 미친년아!”
     
     
    나는 나를 향해 고함을 내지르는 그를 무시하고 묶여 있는 그의 팔뚝에 A형 앰플을 주입했다.
     
     
    그 손 치우지 못해? 내 팔에다 뭘 놓는 거야? 너 누구야! 혹시 야당? 아니지 그건 아니고... 북에서 내려왔나? 간첩? 시팔! 오호라... 그래 알았어! 내가 모를 줄 알고? 국정원이지? 국정원! 이 대통령의 개새끼들... 니들이 감히 내가 누군 줄 알고!! 당장 이거 못 풀어? 당장 전화 넣어! 내가 각하를 만나서 분명히 따질 거야! ... 이 눔들!”
     
     
    허탈한 한숨이 토해 졌다.
    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그 인간의 아비가 고성을 질러댔기 때문이었다. 아직은 권력자의 거드름이 묻어 있는 격한 음성... 하지만 그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의 너저분한 주둥이는 곧 절망과 입맞출 것이다.
     
     
    마약에 취한 당신 아들이 더럽힌 에밀리... 아니 한국이름 정유정을 기억합니까?”
    에밀? ... ...유정이?”
     
     
    감염체간의 일차적 전이가 아닌 주사를 통한 방식이어서인지 앰플의 반응은 실험실에서 보다는 더뎠다. 인간과 실험용 쥐, 실험용 원숭이와의 차이일까? 아니면 그의 체중이 일반적 표본 샘플보다 크기 때문일까? 처절한 순간에도 빌어먹을 호기심은 발현되어 나를 고통스럽게 한다.
     
     
    오호라! 기억난다. 돈푼깨나 쥐어 줄랬더니, 싫다고 건물에서 뛰어내렸다는 그 년?”
    내가 그 애의 엄맙니다.”
    원하는 게 뭐야!”
    내가 원하는 건 하납니다. 내 딸이 온전히 내 품으로 돌아오는 것. 하지만 그건 이미 당신의 능력 밖이죠.”
    미친년! 딸년이나 애미나 둘 다 미쳤구만! 그래서 어쩌자는 거야! 날 죽일 건가? 복수라도 하겠다는 거야? 계집년 가랑이 벌린 일이 뭐 그리 대수라고!!”
    구역질이 나네요. 복수는 합니다. 하지만 당신은 죽이지 않을 겁니다. 죽는 건 바로 당신의 등 뒤에 앉아 있는 당신의 아들입니다.”
    ! 뭐야!! ... 성균이도 여기 있어?”
     
     
    그제서야 자신이 묶인 의자 뒤 존재를 깨달은 김후성은 몸을 돌리려 애썼고, 나는 그의 바람대로 그가 묶인 의자를 돌려 그가 자신의 아들을 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
     
     
    “성균! 성균! 이놈아!!”
     
     
    아들의 이름을 부르는 김후성의 고함소리가 닫힌 공간 안을 가득 메웠다. 그 덕인지 미다졸람에 취해있던 아들 김성균의 고개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완전히 마취에서 깨어나는 데에는 아직도 약간의 시간이 더 필요한 듯 보였다.
     
     
    부모로서... 자식을 잃는 슬픔이 얼마나 큰지... 당신에게 알려 줄 겁니다. 그것도 당신의 손으로 직접...”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김후성의 매서운 시선이 나를 향했다. 거기엔 이글거리는 분노가 담겨져 있었다.
     
     
    천박한 년! 감히... 니 년이 우리 부자를!! ... 오비서! 양기사!!! 다들 어디 갔어!”
    당신 포함 남자 넷... 꽤 힘든 일이었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더군요. 총기 소지가 허용되지 않는 이 나라에서 마취총은 꽤나 유용한 도구였습니다. 당신들과 달리 투여량이 많아 내일 아침까지는 다들 깨어나지 못 할 겁니다.”
    젠장! 젠장! 쓸모없는 것들! 이봐 이러지마... 우리 애가 당신 딸을 죽인 것도 아니잖아! 그냥 어차피 결혼하면 다 할 거 미리 한 거야! 그것뿐이야! 당신 딸이 자살한 건 안됐지만, 그까짓 거 조금 했다고 다 죽나? 우리애가 한 건 강간이지 살인이 아니야! 자살한 건 댁에 딸 선택인데, 그걸 온전히 다 우리 책임으로 돌리면 어떡해해!”
    이봐 김후성씨 닥치고 잘 들어! 마약 상습 투약자인 당신 아들이 늦은 밤 학원이 끝나 귀가하던 16살짜리 여자 아이를 납치했어!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고급 외제 승용차에 태워서 말이야! 그리곤... 그리곤... 그리곤 흑흑... 그 어린 것에게... 우리... 우리 유정이한테... 흑흑흑... 얼굴이 만신창이가 됐어, 이가 세 개나 부러지고, 차 문에 끼어 손가락 마디... 하나가... 흑흑... 그런데도 불구하고 당신은 화간(和姦)이라고 주장했어! 그러자 당신이 소유한 언론들도 너나 할 거 없이 우리 유정이를 세상 가장 천박한 여자로 만들었지, 그래 그 아이는 겨우 16살이었어! 16살이었다구! 당신이 소유한 신문 지면상에 얼굴이 다 까발려진 채로 살아가기엔 아직 너무도 어린... 16!!!”
     
     
    분노로 가득 찬 나의 오열에 그는 약간 당황한 듯 보였지만 이내 평온을 되찾고 뱀처럼 차가운 혀를 놀리기 시작했다.
     
     
    사과할게 사과... 미안해! 내가... 내가 잘! 잘 몰랐어! 오비서가 나한테 부정확한 사실을 알려줬어! 진짜야 정말이라구! 당신 남편! 그래 그 친구 무고죄에 명예훼손으로 집어넣은 것도 전부 오비서가 한 일이야! 과잉충성! 들어봤지? 그거라구! 나 누군지 알잖아! 여당당수! 나 대통령 나갈 사람이야! 그런 내가 그런 사소한 일을 어떻게 다 알겠어! 난 보.. 보고도 받질 못했어! 지금 북에 있는 빠... 빨갱이들하고 야당 좌파 놈들하고 작당이 돼서... ... 내가 나라 걱정하느라 그런데 신경 쓸 시간이 없어 진짜야 믿어줘! 경제 살리랴 일자리 만들랴 정신이 없다구 정신이!”
    변명은 그걸로 끝났습니까?”
    히익 지... 진짜야 지... 진짜라구!”
    보고 받지도, 알지도 못했다는 사람이 아주 줄줄 잘 외우고 있네요. 안타깝지만 아까 주사한 그 앰플은 현재로선 치료가 불가능한 바이러스 제재입니다.”
    으허어! ... 풀어만 줘! 서울대병원 원장이 내가 잘 아는 사람이야! 치료는 내가 알아서 할께! 안되면 외국에 나가든지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나랑 내 아들부터 좀 풀어줘! ?”
     
     
    모르는 척 잡아떼던 김후성은 순식간에 그 비열한 낯색을 비굴한 잿빛으로 바꾸어 사정하기 시작했다. 가만 놔두면 금방이라도 굵은 눈물방울이라도 뚝뚝 떨어뜨릴 기세였다.
    하지만 세상엔 이미 일은 돌이킬 수 없는 일이란 것이 있다.
     
     
    착각하나본데... 해외 4개국에 보내진 탄저균이나 변형 페스트균은 이 아이에 비하면 어린애 장난이야. 그래서 아무렇지도 않게 여러 곳에 보내지지, 그것도 겨우 페덱스 국제 배송으로 말이야. 하지만 이건 달라... 탑 시크릿이지. 치료 또는 보완제재가 개발 될 때까지 절대 개봉 금지, 적국은 물론 아군까지 모두 쓸어버릴 수 있는 최악의 생화학 병기, 그 극도의 위험성 때문에 미국 내에선 연구 자체가 금지됐어. 이 먼 동양의 분단국가에서... 그것도 다국적 제약회사라는 가짜 간판을 달고 나서야 비로소 잉태 될 수 있었지! 배덕의 씨앗... 멸망의 시금석! 어때? 이제 조금 감이 와?”
    미친년! 정신 나간 년! 개소리 작작해! 나나 내 아들이나 털 끝 하나만 건드려봐! 니 년 목숨은 그걸로 끝이야! 최 비서! 그래 최 비서 놈이 곧 올 거야! 당 산하 사이버 공작단 운영 문제로 보고 받을 게 있어! 흐흐흐 인터넷 댓글 다는 놈들이 이렇게 나를 살리는 구나! 흐흐흐하하하!”
     
     
    최비서란 사람을 언급하며 그제서야 김후성은 안도한 듯 마치 카멜레온이 색을 바꾸듯 낯빛을 바꾼다. 그 기름진 면상 곳곳에 회심의 미소가 띄워졌다. 나의 구구절절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그는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듯 했다.
    그즈음 김후성의 아들 김성균이 정신을 차렸다.
     
     
    아빠... 아빠 이게 뭐예요?”
    성균아! 정신이 좀 드냐!”
    네 아빠... 머리가 좀 어지럽긴 한데 이제 좀 정신이 들어요. 근데 저 왜 묶여 있는 거예요?”
    저 년이다! 저 미친년이 우리를 묶었어! 정유정이! 니가 건드린 그 창녀 같은 년의 에미란다!”
    시팔! 미친년! 이거 풀어! 이거 당장 풀라고! 오비서! 오비서 경찰 불러!”
    최비서 이 새끼야 아직도 안 왔냐!!”
     
     
    김성균이 눈을 뜨자 방안은 온통 그들 부자의 고함소리로 가득 찼다.
    그리고...
     
     
    아빠! 아빠!”
    ?”
    아빠! ... 왜 아빠 목이 그... 그래요?”
    ... 내가? 으으윽... 쿨럭!”
     
     
    기침과 함께 김후성의 입 안에서 피가 솟구쳤다. 그의 목은 어느새 기하학적인 형태로 꺽여가고 있었고, 두 팔과 다리 역시 격렬한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야 이 미친년아 우리 아버지를 어떻게 한거야!”
     
     
    아들 김성균이 분노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기뻤다.]
     
     
    앰플 A의 효능이 늦었지만 이제와 발현되고 있었다. 그리고 내 딸을 무참히 망가뜨린 쓰레기만도 못한 놈이 나로 인해 분노하고 있음에 약간의 흥분감이 느껴졌다. 나는 약간의 흥분증세로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며 묶여 있는 김성균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잘 봐... 네 아버지가 어떻게 변하는지... 네 아버지에게 약을 투여했어. 끔찍한 약이지... 그건 사람을 사람이 아니게 만들어! 머리, 심장, 팔과 다리, 그리고 몸속의 세포 하나하나까지... 자신이 과거에 인간이었다는 자각 따윈 어디에도 남지 않을 걸? 남는 것은 오직 지독한 식욕과 공격본능뿐인 괴물이 되지! 너희 부자는 이미 괴물이지만...”
     
     
    크웨에엑!!! 크라락!”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김후성의 몸이 무서울 정도로 뒤틀리기 시작했다. 정상적인 세포가 변종세포로 변이해 가는 과정이었다. 변이는 바이러스가 정상세포를 파괴하는 과정이다. 파괴된 세포들의 소실로 인해 연계된 온 몸의 신경 하나하나가 불에 타는 듯 한 고통을 유발한다. 아울러 골수에까지 스며든 바이러스는 뼈의 마디마디를 으깨어 다시 맞추는 듯 한 극한의 통증을 감염체에게 선물한다. 연구 리포트엔 대뇌를 장악한 바이러스의 주균(主菌)이 피 감염체의 뇌막피질을 통제하면서부터 피 감염체의 의식이 완전히 상실되는 것 같다고 적었지만, 사실 변이의 극심한 고통은 이미 변이 그 순간부터 피 감염체의 정신을 완전히 파괴해 버린다.
    그만큼 변이는 실험용 동물에게나 사람에게나 극한의 고통을 선사하는 죽음의 의식에 다름없었다.
     
     
    아빠! 아빠!”
     
     
    극렬한 통증에 고통스러워하던 김후성의 몸이 기절한 듯 축 늘어지자 아들 김성균은 한층 더 열심히 그를 불러본다.
    변이가 완료된 그는 더 이상 자신의 아들인 김성균을 인지하지도, 기억하지도 못 할 테지만 그것을 알 리 없는 김성균은 한층 더 격앙된 목소리로 고함쳤다.
     
     
    아빠!!! 이 미친년 우리 아버지를 어떻게 한 거야! 이 개 같은 년! 이거 당장 풀지 못해? ? 아버지!”
    걱정 마 이젠 풀어 줄 거야. 너도 네 아버지도... C형 앰플은 감염체가 투약자를 인지하는 걸 방해하지, 일종의 한정적 스탤스 효과랄까? 그래서 이제 그는 나를 볼 수 없어! 네가 잠들어 있을 때 난 그걸 맞았어. 하지만 넌 조금 다를 거야! 무슨 말인지 알아? 진짜 큰일은 지금부터라는 뜻이야. 네가 이 말을 이해할 수 있을 진 모르겠지만...”
    무슨 개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당장 이거 풀지 못해!!”
     
     
    김성균이 악다구니를 질러댔다. 그는 전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 했고, 내 말에도 그다지 귀를 기울이지 않는 듯 했다. 난 개의치 않았다. 분명히 난... 그에게 상황을 설명했고, 그것은 미리 설치해 둔 소형 카메라에 고스란히 녹화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성균의 악다구니는 계속 됐기에, 난 소지하고 있던 칼로 그의 아비 김후성을 묶은 줄을 잘라냈다. 단단하던 줄은 매듭이 잘라지자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고, 좁은 공간 안에 김후성을 속박하는 것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알아! 이해하기 힘들다는 걸... 이걸 직접 만든 나도 도무지 믿을 수 없었으니까! 그래 어쩌면 그래서 벌을 받았는지도 몰라. 이 세상에 존재해선 안 될 저주받은 사생아(私生兒)... 그걸 잉태한 죄로... 내 딸이... 에밀리... 우리 유정이가 너희 같이 더러운... 더러운 짐승에게 내 대신 벌을 받았지, 그 불쌍한 것은 내 대신 죄를 짊어지고... 먼 곳으로 떠났어! 당장은 아니지만 미완성의 C형 앰플 덕에 나도 곧 벌을 받겠지! 하지만! 그 전에! 그 전에 니들 부자는 내... 내가... 신을 대신해서 심판해!”
    미친년! 야 이 미친년아! 아버지를 죽여 놓고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야! 미쳐도 곱게 미쳐! 이 미친년아!”
    미쳤다구? 잘 봐! 죽지 않았어! 니 잘난 애비 김후성이... 권력의 개, 언론과 미디어를 장악한 친일파 앞잡이! 그 바퀴벌레 같은 인간이 죽긴 왜 죽어! 자 봐 손가락을 떨고 있지? 변이된 신경세포가 뇌와 연결되는 현상이야! 죽다니! 정 반대지! 그는 영원히 살 거야! 영원히!! 하지만 그 끝에 천국은 없어! 영원한 지옥속에 빠질 뿐! 잘 살아봐... 이 거지같은 세상... 씻을 수 없는 그 형벌의 나날들 속에서!”
     
     
    나의 피맺힌 절규가 울려퍼지자 아들 김성균은 흠칫 놀란 표정이었다. 하지만 의자에 기댄 김후성의 몸이 조금씩 반응하자 제 아비를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실험실에서와는 다른 용량과 환경 탓에 조금은 느린 발현이었지만, 그는 분명히 깨어나고 있었고, 김성균의 표정엔 안도감이 베어들었다.
     
     
    잘 살아! 지옥 속에서... 차라리 죽게 해달라고 울부짖게 될 테지만...”
     
     
    난 마지막 순간을 보다 확실히 음미하고자 칼을 들어 아들 김성균을 묶고 있는 매듭을 잘라냈다. 그러자 단단했던 매듭이 스르륵 바닥에 떨어지고, 자신을 향한 속박이 사라졌음을 깨달은 김성균의 몸이 나를 향해 활처럼 튀어 올랐다.
     
     
    이 시팔년!”
    허억!”
    죽어! 죽어! 이 개 같은 년아!! 죽으라고!!”
     
     
    30대 초반, 제 아버지를 닮아 큰 키에 건장한 체구를 가진 그의 주먹이 득달같이 날아왔다. 복부와 안면을 차례로 내지른 그의 주먹에 내 몸은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허나 악에 받친 그의 몸뚱이는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용인치 않고 그대로 올라타 연신 주먹을 퍼부었다.
    이가 부러지고, 함몰된 듯 광대뼈가 욱신거렸다. 얻어맞으며 생긴 출혈로 인해 코와 입에 핏물이 들어차 숨을 쉬기조차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 김성균의 폭력은 연신 내 연약한 몸뚱이 위로 쏟아졌다.
    하지만 뭐 어떠랴? 이미 나 역시 이 비루한 몸뚱이엔 더 이상 미련이 없었다. 미련이 사라지자 통증과 고통 역시 하찮은 감각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건장한 체구의 사내에게 묵직한 주먹을 얻어맞으면서도 입가엔 미소가 지어졌다. 미친 걸까? 아니다 난 정상이다. 미친 인간들의 세상에서 미치지 않고 살아갈 방법은 없다. 그들과 같아짐으로서 난 이 세상에 남아 있던 마지막 미련을 버렸다. 아니 한 줌 재가 된 딸을 강물에 흘려보내던 그 날... 난 이미 모든 것을 잃었다.
    남은 것은 오직...
    원죄(原罪)를 씻고, 부디 그곳에서나마 먼저 간 딸을 만나고자하는 나의 헛된 소망(所望)...
    그런 부질없는 소망에 기댄 날 내버려둔 채 김성균이 몸을 일으킨다. 내가 토해낸 핏물로 인해 그의 몰골 역시 괴물처럼 변해 있었다. 아니 그는 이미 괴물이었지만...
     
     
    미친년... 웃어? 웃음이 나와? 그런 천한 계집애 하나 건드린 걸로 날 어찌해볼 생각이었어? 그래... 그러고 보니 니 년 딸도 똑같았지... 차에 태워준다는데도 재수 없게 웃으며 거절하더라? 용돈을 주겠다고 하니까 뭐? 저 그런 애 아니예요? 아직도 그 눈 빛 기억이 나! 벌레를 보는 듯 한 눈빛이었어... 내가 그거에 돌아버렸지! 차에 태우니까 울면서 보내달라더라? 시팔! 근데 어쩌겠어? 그 와중에 치마가 걷어져서 뽀얀 속살이 보이는데... 크크크 찢어버렸지!”
    ... 그만... 그만해!”
    울면서 팔을 물더라? 개 같은 년... 에미나 딸년이나... 크크크 내가 두들겨 팬 면상은 아마 봤을 거야? 그치? 몇 대 때리니까 잠잠해져서 그 뒤는 꽤 쉬웠지, 속옷도 찢어내고, 버둥거리길래 배를 몇 대 더 때리고... 가랑이를 벌려 놓으니 뭐 별거 없두만... 룸싸롱 술 따르는 년이나, 도도한 척 까부는 년이나... 너무 시시했지, 차라리 몸파는 년들이 더 나았어, 시체처럼 축 늘어져서는 쳐 울기만 하고... 크크크
    유정아... 유정아...”
    애초에 니네가 실수한 거야. 사람이면 다 같은 사람인 줄 알아? 아 너네도 잘 산다고 했지? 그럼 뭐해? 돈 좀 있다고 다 우리처럼 되는 거 아니야... , 권력, 인맥... 삼박자가 맞아야지! 우린 너네 같은 천한 것들과 종자부터가 달라! 알아? 씨가 다르다고! 원래부터 그렇게 정해져 있어! 니넨 일하고 벌고, 감사해하고, 우리는 누리고 가지고 또 빼앗아! 넌 지금 큰 실수한 거야! 임시로 구속된 니 남편도 곧 같은 죄로 엮여서 감옥살이 좀 하게 될 거야! 신문엔 한 줄도 안 나올 거고, 법은 항상 우리 편이지! 알겠어? 이 천 한 것아!!!”
     
     
    고함과 함께 김성균의 발이 복부를 강타했다. 숨이 끊어질 것 같은 통증과 함께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웃음이 나왔다. 그래서 웃었다.
    자신이 알던 세상이, 그 전부가 뒤바뀌어 버릴 코미디 같은 세상에서 어리둥절해 있을 그가 우스웠다.
     
     
    [얼마나 하찮은가?]
     
     
    돈과 권력 그리고 인맥... 아니 그보다 더한 것도 무()로 돌아간 공허(空虛)의 공간에 갇힌...
    무기력한 피조물의 결코 끝나지 않을 영.....
    김성균에게 걷어차인 복부와 안면이 욱신거린다. 하지만 킥킥대는 웃음은 멈출 줄을 몰랐다.
    죄 없이 죽어간 딸의 복수...
    15! 장장 15년 연구의 결과물...
    그리고 그것이 바로 지금... 눈을 뜨려 하고 있었다.
     
     
    아빠! 아버지!!! 괜찮아요? 눈 좀 떠봐요! ? 이 시발 개 같은 년! 넌 오늘 우리 아버지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그땐 진짜 죽을 줄 알아! 아버지! 정신 좀 차려 봐요! ?”
     
     
    히히히 히히히히
    미친년! 웃음이 나와? 에라이 이 미친년아 카악 툇!”
     
     
    김성균이 뱉은 침이 내 뺨에 떨어졌다.
    하지만 난 더 크게 웃었다.
    드디어... 드디어...
    김후성이 완전히 눈을 떴기 때문이었다.
     
     
    아버지! 정신이 들어요? ? 근데... ... 눈이 왜! 왜이래? ? 눈동자가 희뿌옇게... 아버지 저 알아보시겠어요? ?”
    크르륵... 크르르륵
     
     
    극저음의 그르륵거리는 소리가 어두운 공간을 적시운다. 동물실험을 통해 익히 들어왔던 난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인지하지 못하는 것은 오직 하나 무능력한 인간들뿐이다. 커다란 맹수부터 조그마한 실험용 쥐까지... 동물들은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다가 올 위험요소를 인지한다. 그리고 바로 지금! 그 무능력한 인간 하나가 한 마리의 불나방이 되어 최초의 순종 감염체를 감싸 안는다.
    초점을 잃고 하얗게 변색된 동공, 나무껍질처럼 거칠게 변한 피부, 극저음의 위험신호...
    진화와 종의 성숙, 그 어디에도 자신의 위험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개체가 종을 보존한 사례는 없었다.
    이것은 욕망을 위해 스스로를 파괴할지도 모를 괴물을 만들어내고자 했던, 그리고 그것을 컨트롤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던 인간의 오만함이 낳은 저주의 산물...
    자학의 사생아...
    그래... 그것이 입을 열었다.
     
     
    크르르르 크아아왕!”
    아앗!!! ! 아버지! 크앗... ! ! 왜이래요! 아버지!!”
     
     
    김성균의 비명이 공간 안에 울려 퍼졌다.
    난폭한 맹수로 화한 김후성은 육중한 몸으로 제 아들을 깔아뭉갠 채 야수의 이빨을 번뜩거렸다.
     
     
    아악!!!”
     
     
    또 한 번 김성균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지고, 허공위로 핏물이 튀어 오른다. 제 아들의 귀가 뜯겨나가 바닥에 나뒹굴어도, 그의 정신을 지배하는 건 부정(父情)이 아닌 오직 식욕(食慾)뿐이다. 뜨끈한 피가 흐르는 목덜미의 대동맥, 괴물이 된 아버지는 제 자식의 피를 통해 금지된 최초의 만찬을 즐기려 한다.
     
     
    흐흐... 흐흐흐흣... 히히히히힛!”
     
     
    나는 미칠 것 같았다. 자꾸만 웃음이 터져 나오려고 해서 아예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래도 불구하고 웃음 터져 나왔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광경을 보며 기뻐서, 너무 좋아서 미칠 것 같은 나는 이미 사람이 아니었다.
    저주를 잉태한 괴물...
    그게 나였다.
     
     
    아아악!!! 카압!! 끄아악!!!”
     
     
    김성균의 처절한 비명소리와 함께 피와 살점이 튄다. 허나 무엇이 그를 만족시킬까? 기어이 제 아들의 살점을 뜯고서도 아비는 만족을 몰랐다. [뿌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과자부스러기처럼 김성균의 쇄골이 부러진다. ‘Wonderful!’, ‘so great!’을 연호하던 잭 캐머론 국장의 환호가 떠올랐다. 하지만 국장은 자신이 본 것이 겨우 실험용 원숭이들의 재롱에 불과 했다는 사실을 알까? 살아 움직이는 인간의 피와 살이 튀는 지금 이 순간... 이 광경을 그가 본다면 과연 그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때도 과연 같은 환호를 내지를 수 있을까? 허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아주 빠른 시간 내에 그는 현실에서 나의 궁금증에 직면할 것이다.
    그것도 매우 처절하고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그는 과연 이 모습을 보고도 웃을 수 있을지...]
     
     
    하악... 하악... 쿨럭...”
     
     
    이미 목이 뜯긴 아들은 미약한 비명 한 번 질러보지 못하고 휑한 바람소리와 함께 핏물만을 뱉어내고, 아비의 잔혹한 식도락(食道樂)은 아들의 어깨뼈를 끊어내고 나서야 비로소 멈추었다. 허나 그것은 끝이 아니다. 당장의 목마름만을 채워낸 일시적인 해갈이다. 희뿌연 눈동자가 주위를 돌아본다. 거친 호흡이 새로운 먹이를 갈구한다. 영원히 존속하기 위해 존재는 필연적으로 에너지를 찾는다. 설혹 그것이 무의미한 일이라 할지라도 본능은 끊임없이 생()의 프로세스를 연주한다.
     
     
    [터벅, 터벅...]
     
     
    발걸음 소리가 가까이 다가왔다. 눈가에 튀어 오른 핏물을 닦아내니 거칠게 퇴화된 발등이 보였다. 김후성의 육중한 몸뚱이가 내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온기라곤 조금도 남아있지 않은 숨결이 죽음을 뱉어낸다.
    ! 하고 한 방울이 떨어졌다.
    눈물일까? 하고 바라보지만 과한 욕심이다. 제 아들로 급히 허기를 채웠음에도 아비는 공허(空虛)를 느낀다. 입가에 묻은 핏물이 또 한 방울 뚝 하고 떨어진다. 한 줄기의 옅은 부정(父情)조차 먹어 삼킨 아비규환(阿鼻叫喚)의 육체다.
     
     
    [터벅 터벅...]
     
     
    발걸음이 돌아간다. 미완성의 C형 앰플이 기대대로 효과를 발휘해 주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시간이 주어졌다면 C형 앰플을 좀 더 안정화 시킬 수 있었을 텐데...
    딱 하나... 사실 딱 한 개의 C형 실험용 앰플이 만족할만한 안정성을 보여주었지만, 그것을 맞기엔 나의 죄가 너무도 크다. ()을 짊어진 자에게 생()은 사치다. 그것을 알기에 난 천천히 몸을 일으켜 바닥에 엎어진 냉장박스를 향해 기어갔다.
     
     
    [딸깍!]
     
     
    경쾌한 소리와 함께 오직 단 하나뿐인 미완성의 B형 앰플이 깨어지며 주사기에 담긴다.
    이것의 불완전성을 극복하고자 나온 대안이 스탤스 모드의 C형 앰플이었다.
     
     
    [B형 앰플의 안정성 확보시까지 모든 샘플의 공개 및 이동 금지, 최후의 최후까지 B형 앰플의 안정화 작업에 성공하지 못 할 경우 모든 실험 및 연구 자료의 완전한 폐기]
     
     
    그래 그것이 그들이 가진 마지막 인간미였다. 그래봐야 결국 통제 할 수 없다면 없애버린다는 편협한 사고의 발로에 그치지 않을 테지만, 그들은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나는 기억한다. 과거 15년 전 내가 신입연구원으로 발을 들였을 때, 폐기했던 에볼라 바이러스가 변종실험체의 형태로 아프리카에서 다시금 얼굴을 내밀었던 사실을...
    그들의 진실과 나의 진실은 항상 일치하지 않았다.
    이것 또한 그럴 것이다.
     
     
    [터걱! 터걱!]
     
     
    김후성이 피로 물든 제 몸뚱이를 벽에 부대낀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갈 정도의 지성조차 앗아버린 식욕(食慾)의 본능에 나조차도 두렵다. 벽에 연신 얼굴을 들이 받는 그의 허벅지에 간신히 주사바늘이 들어간다.
    미완의 B...
    이것으론 바이러스를 사멸시키지 못한다. 다만 억제할 뿐, 치료는 불가능하다. 허나 이것으로 그는 잠시나마 온전한 정신을 찾고 자신의 마지막 성찬(盛饌)을 바라볼 것이다.
    아들 김성균의 하얗게 튀어나온 뼛조각이 물들인 붉은 피와 어울려 묘한 대비를 이뤘다. 끔찍한 쓰레기도 제 새끼는 안타까울까? 그 생살을 뜯고 귀를 찢어낸 장본인이 바로 자신이라는 걸 알았을 때의 표정은 어떠할까?
    하지만 이것만으론 안됐다. 인간이길 거부한 그들에겐 보다 짐승 같은 처우가 필요했다. 나는 약효가 발휘되자 곧장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린 김후성에게 아직 남아있던 C형 앰플을 마저 주사한다.
    고립, 나는 그것을 그에게 선물할 생각이었다.
    파괴된 이 세상 속에 영원히 갇히고, 누구도 그를 볼 수 없는 완전한 고립...
    억제제인 B형 앰플이 혈액 내에서 소진되어 그 저주받은 본능이 눈을 뜰 때!
    비로소 그는 텅 빈 세상 속에 갇힌 자신을 볼 것이다.
    자신의 아들조차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공허(空虛)...
    그렇게 나는 바닥을 기어 마지막 남은 C형 앰플마저 그의 아들 김성균에게 주사했다.
     
     
    [끝났다...]
     
     
    나의 합법살인(合法殺人)이 완성 됐다.
    나는 누구도 죽이지 않았고, 내 손엔 그들 부자의 더러운 피 한 방울 묻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떠오르는 건 오직 단 두 사람 뿐이었다.
    사랑스러운 내 딸...
    그리고...
    죄없는...
    나의...
     
     
    [!]
     
     
    김 의원님 괜찮으십니까? 김 의원님! 거기 경찰이지? 나 김후성 의원님 보좌관 최 비서라고 하는데! 여기 왠 괴한이 침입해서 그래! 이 새끼들아 당장 튀어와! 당장! ? 주소가 어디냐고? 이 새끼야 김후성 의원님 몰라? 뉴스도 안보냐 이 새끼야? 너 이름이 뭐야! 관등성명 대라고 새끼야! 검색을 하든 뭘 하든 느이 경찰서장 새끼 대동해서 튀어오라고! 119 부르고!”
     
     
    정신이 아득해져갔다. 과다출혈과 간경화로 인한 병변증세다.
    실험용 동물들도 그렇게 죽어갔지...
    그 아이들... 그 아이들은 천국에 갔을까?
    천국은 아니라도 좋아...
    단 한번만이라도 보고 싶다.
    유정이 그 밝은 웃음을...
     
     
     
    [긴급뉴스입니다. 야당 대표인 유력 정치인 김후성 의원의 집에 괴한이 침입했다고 합니다. 여당은 이것을 야당 또는 용공세력의 테러로 규정하고 당 차원의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행히 현재 김 의원은 의식을 되찾은 상태이나 본인의 강력한 요청으로 항공편을 통해 긴급히 미국 볼티모어로 향했습니다. 보좌관에 의하면 평소 친분이 있던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질병의학 권위자를 통해 치료를 받게 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검찰은 김 의원의 집에 침입한 것으로 밝혀진 외국계 제약회사의 연구원인 여성 윤 모씨를 긴급 체포했으나, 현재 혼수상태로 서울대 병원에 후송되어 치료중입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윤 모씨는 지난 10월 김후성의원의 아들인 김성균씨의 데이트폭력 사건에 연루되었던 정 양의 어머니로 알려져 있으나 검찰은 정치적인 사주가 있었을지도 모른다며 단순 원한관계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김후성 의원 피습사건 소식입니다. 현재 김후성 의원은 미국 존스 홉킨스대학으로 긴급 후송되었으나, 아들인 김성균씨는 최초 발견시의 상태가 위중하여 장시간의 비행이 어려울것으로 보여 서울 삼산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 중에 있습니다. 과다출혈로 인한 혼수상태이지만 생명엔 지장이 없을 것 같다고 의료진은 밝혔습니다.]
     
    [오늘 오후 야당 대변인측은 개인의 원한 문제를 정치테러로 부풀리는 여당의 정치 공세는 문제가 있다며, 검찰이 당장 불필요한 정치수사를 중단하라고 촉구하였습니다.]
     
    [정의언론실현협회는 공식 성명서를 내고, 지난 10월 있었던 김후성의원의 아들 김성균씨의 데이트 폭력 사건이 단순한 데이트폭력이 아닌 잔혹한 강간사건이며, 피해자인 정양이 사고 당시 16세였던 것을 이유로 철저한 재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하지만 검찰 측은 일정수준의 폭력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별다른 저항 없이 차량이 동승한 점과 블랙박스 녹화본 상의 음성발췌분에서 별다른 거부의사를 찾지 못했다며 사실 무근임을 밝혔습니다.]
     
    [검찰은 이번 김후성 의원 피습사건을 정치적 테러로 규정하고, 현재 명예훼손죄로 구속 중인 범인 윤 모씨의 남편 정선우씨를 검찰로 소환하여 범행 가담 여부와 지난 11월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딸 정유정씨의 사건을 재조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외국에서 태어난 딸 정양은 평소 품행이 방정하지 못해 부모와 잦은 다툼이 있었으며, 정양이 자살한 당일 부모인 윤모씨 부부가 같은 장소에 머물러 있었음을 근거로 자살방조죄를 추가로 조사 중이라고 합니다.]
     
    [바른 어버이 모임은 오늘 오후 집회를 통해, 검찰조사중인 윤씨의 남편 정씨에게 오물을 투척하였습니다. 문란한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킨 죽은 정양과 정치테러로 인해 민주주의가 후퇴된다는 피켓을 들고 나왔습니다.]
     
    [광견병, 다들 들어는 보셨을 겁니다. 이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병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어젯밤 서울 삼산병원의 의료진 일부에서 해당 바이러스가 발견되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현장에 최기현 기자가 나가 있습니다. 최기자?]
     
    [YTM 최기호입니다. , 또는 너구리등의 야생동물에게서나 볼 수 있는 광견병, 어제 오후 심한 발열과 경련 증세를 일으킨 서울 삼산 병원의 일부 의료진 다수에게서 광견병과 유사한 바이러스가 검출되었습니다. 우리의 바이러스 검역 체계에 심각한 구멍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과 함께 의료의 최 일선에 위치한 의료진들이 위험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성찰이 제기됐습니다.]
     
    [광견병 바이러스하고는 조금 다릅니다. 인수공통전염병으로 중추신경계에 발생하는 감염증이 광견병인데, 이것은 뇌의 상당부분까지 침투하고, 기존의 항생제가 듣지 않는 등 보다 변이된 형태의 변종 바이러스라고 판별되므로 이것을 신종 광견병으로 단정 짓지 말고, 정부 단위의 학술조사를 통해 정확한 발생 추이와 감염 경로를 찾아내는 것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정부는 오늘 오전 성명서를 내어 일부 학자들을 통해 제기된 변종 바이러스 창궐에 대한 우려가 우리 사회를 흔들고자 하는 좌익 용공세력의 날조에 불과하며, 단순 광견병을 부풀려 사스나 메르스와 같은 국가 비상사태로 몰아가려는 무분별한 작태를 엄히 처벌하겠다고 발표 하였습니다.]
     
    [경찰은 오늘 오후 SNS와 블로그 등을 통해 신종 광견병에 대한 헛소문을 퍼트린 죄로 유명 블로거 ㅇㅇㅇ씨와 인기 사회자 김주동씨를 소환하였습니다. 지난해 법 개정을 통해 사회에 물의를 일으킬 수 있는 선동 자료의 게시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되었는데요. 그 첫 번째 사례가 될지 정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부풀려진 괴담으로만 알려졌던 신종 광견병이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다는 출처불명의 소문...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오늘 최초로 그러한 괴담을 인터넷에 유포한 범인이 검거되었습니다. 범인은 서울삼산병원에 근무하던 의료진으로 밝혀져 더 충격을 주고 있는데요. 피습 당했던 김후성 의원의 아들 김성균씨가 달려들어 간호사 세 명과 의사 두 명을 문 것이 그 시작이다라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땅콩회항 사건 이후 잠잠해 진 것으로 알려졌던 갑질 사건이 다시 한 번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승무원 박씨는 피습사건으로 인해 미국 볼티모어로 향하던 김후성 의원이 발작을 일으키며 일부 승무원과 승객들을 무는 사태가 발생했고, 이에 따라 미 항공법에 의거 처벌하여야 하나 김 의원의 보좌관인 최씨에 의해 저지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보좌관 최문수씨는 근거 없는 주장이라 일축했습니다. 자세한 상황을 알기 위해 연락을 취해 봤지만 현재 보좌관 최문수씨도 갑작스런 고열에 시달리며 중환자실에 입원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글로벌 시대, 신종 광견병 괴담이 미국 트위터에서도 화재입니다. 볼티모어를 기점으로 퍼지기 시작한 신종 광견병에 대한 미국 내 괴담은 한국에서처럼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국내와 달리 SNS등을 통제할 수단이 없는 미국으로서는 정체모를 괴담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고 하는데요. 어서 빨리 근거 없는 괴담이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야당 대표는 오늘 오전 성명서를 내고 정부는 신종 광견병에 대한 실체를 인정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정부의 사전대응 미비로 인해 바이러스의 경로를 추적하는데 실패 했고, 관련 내용에 대한 대통령 보고가 너무 늦었다는 주장이 제기 되었습니다.]
     
    [변종 광견병이 실제하고, 그 위험성이 심각하다는 보건복지부의 비밀 보고서가 폭로된 것으로 알려져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그러한 문건이 작성된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야당은 신빙성 있는 문건이며, 실제 보건복지부내에 비상 대응팀이 꾸려져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야당의원 일부가 보건복지부 소유의 건물 앞에서 관련 비상대응팀으로 추정되는 보건복지부 직원 일부와 대치하였으나, 문을 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당은 이것이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야당의 감금행위에 다름없다며, 농성을 풀고 민생에 집중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유출된 변종 광견병 문건, 시급히 보고됐어야 할 이 문건이 장장 18시간 동안이나 방치 된 채 보고 되지 못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일본의 유력 언론에 의하면 보고를 받았어야 할 대통령이 자리를 비운 것이 주요 원인이며, 그 배경에는 과거 대통령의 연인으로 알려진 장모씨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청와대는 즉각 성명서를 내고 사라진 18시간은 허위이며 해당 언론을 검찰을 통해 조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은 오늘 핫라인을 통해 김후성 의원 피습사건의 주범인 윤모씨와 그 남편 정씨의 신병을 인계해줄 것을 공식 요청했습니다. 정부는 한때 미국 국적자이긴 하나 현재 한국 국적을 취득했고, 중범죄로 인해 조사중인 범인을 인계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또한 주범 윤모씨는 매우 위급한 상태로 극심한 출혈과 간 파열로 혼수상태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늘 서울대병원 측은 김후성 의원 피습사건의 주범 윤모씨가 사망했음을 알렸습니다. 정부는 사망자의 경우 연고자의 의사에 따라 미국에 신병을 인도할 수도 있다고 밝혔으나, 명예훼손죄로 구속수감중인 남편 정씨의 신병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변형 광견병에 김치와 된장이 효과가 있다는 발표에 김치 소비량이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단순한 발효음식의 섭취로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정부가 인천과 김포공항을 폭파하고, 이미 전용기를 통해 유럽의 모처로 도피할 계획이라는 근거 없는 낭설이 SNS를 타고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라는 익명의 유저를 통해 퍼진 이 소문에 따르면 [2의 이승만 한강다리 폭파] [국민들 놔두고 나랏님은 유럽에]라는 풍자 글과 함께 청와대의 해외도피 세부계획으로 알려진 모종의 문서를 공유중이라고 합니다.]
     
    [빠르게 퍼진 변종 광견병 괴담이 유럽과 호주 그리고 아프리카에까지 나타났습니다.]
     
    [중국 당국의 한 고위 공직자가 변종광견병이 중국에 상륙했다며, 전 인민의 위기가 도래했다는 발언을 한 이유로 총살 됐다고 알려졌습니다.]
     
     
     
     
    심판의 날 이후...
     
    정신이 좀 듭니까?”
    ... 여긴...”
    안전합니다. 여긴 안전합니다.”
    여긴 어디죠?”
    워싱턴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안전한 곳이죠. 당신이 바로 미스터 정, 선우 정입니까?”
    네 맞습니다.”
    저는 필 거스윈, 그냥 필이라고 불러요. 저는 미세스 윤과 함께 일했던 연구원입니다.”
    사진을 본 적 있어요. 아내의 책상위에 있던 단체 사진 속에 있었죠.”
    맞습니다. 20명의 연구원이 찍은 단체사진이었을 겁니다. 이젠 저 하나 밖에 남지 않았지만...”
    제가 어떻게 여기 온 거죠?”
    한국은 이제 완전한 무정부 상태입니다. 보트 피플로 떠난 감염자들이 일본과 중국으로 속속 빠져나간 통에 동아시아는 완전한 지옥이 되어 버렸죠. 아이러니한 건... 국경을 마주하고 있지만 완전히 고립되어 있었던 북한만이 동아시아의 유일한 바이러스 청정국가가 되었다는 사실 뿐... 우습죠? 가장 지옥 같던 그 위험한 나라가 가장 안전한 해방지라니? 하지만 오래 버티진 못 할 겁니다. 중국쪽으로의 국경은 그다지 촘촘하지 못하니까... 최정예 네이비 씰 3개 중대가 박살났습니다.”
    ?”
    바로 당신 미스터 정을 데려오기 위해 미군의 최정예 특수전 부대 3개 중대가 몰살 당했다구요.”
    ... 그런...”
    제가 요청했습니다. 미세스 윤이 어딘가에 남겨두었을지 모를 실험용 앰플과 연구기록... 있다면 그 행방을 알 만한 사람은 오직 미스터 정 뿐이라고.”
    만약... 저도 모른다면요?”
    심판을 받겠죠. 창조해선 안 될 괴물을 만든 건 바로 우리니까. 그냥 그런 겁니다. 벌을 받는 거... 어쩌면 당연한 거죠. 무슨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호들갑 떠는 인간들도 있지만, 그건 그거대로 별일 아니예요. 지구가 멸망한다고 떠들어 대지만, 지구와 인간은 동일한 무게를 가진 단어가 아닙니다. 인간이 없어도 무언가 다른 개체가 지구에서 살아가겠죠. 그것도 잘... 사실 전 미세스 윤을 지지합니다. 지구는 더 아름다워지겠죠? 인간이 아닌 다른 종()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바이러스의 구조를 제한시킨 건 어쩌면 미세스 윤의 마지막 의지일지도... 애꿎은 원숭이와 침팬지는 좀 죽겠지만... 혹시 또 압니까? 수억년이 지나면 우리가 식욕이 아닌 지성을 다시 가지게 되는 날이 올지도... 하하하
     
     
    워싱턴 지하 800m, 대통령 직속의 긴급 바이러스 대응팀의 수석 연구원이 된 필 거스윈의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날... 그리고 그 10일 전...
     
    팔 좀 줘봐!”
    ? 팔은 왜?”
    당신 전부터 내가 뭘 연구하냐고 물어봤었지?”
    그래... 그랬었지. 그런데 절대 가르쳐 줄 수 없다며?”
    ... 그랬지. 그랬었었지... 헌데 이제 다 소용없게 됐어!”
    그래 그럼 좀 묻자 당신이 요즘 밤까지 새가며 연구하는 게 뭐야?”
    ... 제일 최근 어젯밤까지 열심히 연구한 건... 놀라지마 투명인간이 되는 약이야
    투명인간?”
    그래 투명인간
    이야 신기한데? 그거 정말이야? 하하핫
    정말이지 않고, 자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 양산화 하기 힘든 약이라서 안정된 건 겨우 하나야. 당신에게 줄게.”
    ! ! 왜이래! 진짜 주사 놓는거야?”
    가만히 있으래두! 내 마지막 선물이니까
    자긴 재밌는 구석이 있어. 영양주사라도 놓는 거야? 아니면 정말로 나 투명인간이 되는 거?”
    내 말 안 믿네... 자기는 투명인간이 될 거야. 그 눈안에 많은 걸 담아줘. 나도 죽은 우리 유정이도... 그리고 유정이와 내가 보지 못한 넓은 세상을 많이 담아줘 그리고 그담에 시간이 많이 지나서 흑흑... 우리 유정이를 만나면 자기가 대신 얘기해줘 흑흑... ... 니가.. 흑흑 보지 못한 더 넓은 세상을... 흑흑 대신 보고 왔다고 응?”
    이 사람이 왜 그래... 정말! 내일 당장 죽기라도 할 사람처럼...”
    애틀랜타에 있어. 마지막 방주가... 미완성의 것이지만... 아직은 겨우 뼈대뿐이지만, 모르지... 누군가 살을 채우고 물에 띄운다면, 그것이 마지막 방주가 되어줄지도...”
    그게 무슨 말이야?”
    사랑해... 당신 그리고 우리 유정이... 영원히... 내 말 잊지마
    도대체 무슨 소리야 그게?”
     
    잠시만요. 정선우씨 되시죠? 경찰입니다. 김후성 의원님 명예훼손죄로 긴급 체포합니다.”
    무슨 소리요? 누가 누구의 명예를 훼손했답디까? 난 사실 그대로를!”
    사실 그대로든 거짓말이든 상대의 명예를 실추시키면 명예 훼손죄로 체포됩니다. 당신은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고...”
    여보!!”
    여보!!”
    여보 잊지마!”
     
     
     
    그날 그리고 그 한 달 전...
     
    ! 일처리를 그 따위로 밖에 못해?”
    ... 죄송합니다.”
    댓글 관리하고, 여론 확인하란말이야!”
    ... ...”
    계집애 하나 건드린 일 가지고 내 정치인생에 흠집이라도 나면 니들이 책임 질거야? ㅇㅇ일보 이국장한테 전화해! 내가 밥 한번 먹자한다고, ㅇㅇ일보 염국장도 부르고, 부를 수 있는 유력 언론 편집국장들은 다 전화 넣어!”
    한나라 일보나 야당성향 언론은 어떻게 할까요?”
    그까짓 놈들 보는 사람이나 있어? 흐흐흐 서울검찰청에 박 검사도 따로 불러. 사사건건 따지는 그 애비놈 집어 넣을 방도 좀 마련해 보라고! 털어! 털면 뭐든 집어넣을 구석이 있어! 강간이니 뭐니 남부끄러운 얘기 말고 다른 걸로 헤드라인 좀 건드려 보고
    데이트 폭력 어떻습니까? 한결 부드러워 보이고 강간 폭행치사보다는 좀 나아 보이지 않습니까?”
    그래 좀 낫네... 미성년자니 16살이니 이런건 못 나오게 손 좀 잘 써! 그냥 애들끼리 치고 받은거야! 알지?”
    ... 잘 알고 있습니다.”
    흐흐흐 대한민국에... 이 나라에... 안 되는 게 어디 있어? 다 되지... 최비서 너는 댓글대응팀 관리상황 좀 보고하고 바야흐로 이제 인터넷을 잘 관리해야 돼! 망할 놈들... 뭣도 모르는 것들이 정치가 어쩌고 민주화가 어쩌고... 으이구... 언제 한 번 제대로 굶어 봐야... ! 민주화가 밥 먹여 주는 게 아니구나... 할 텐데! 가당찮은 것들 누구 덕에 지들이 이렇게 좋은 밥 먹고 사는데 말이야!”
    맞습니다. 의원님!”
    그래봐야 입만 살은 것들이 나불대는 꼬라지 보라고! 실 컷 떠들다가 선거 날 오면 산이고 들이고 놀러가기 바쁜 잉여인간들... 흐흐흐 내 이번 지지율 얼마나 나왔어?”
    조금 하락해서 30%정도 나왔습니다.”
    망할 그 애비놈이 인터넷에서 떠든 통에 강간범 애비니 뭐니 하는 통에 피 같은 지지율 3%포인트나 떨어 졌네 어이구! 그나마 들 떨어진 야당 노무 새끼들이 혁신이니 뭐니 하면서 이전투구(泥田鬪狗)하는 덕에 큰 문제는 없겠다만... ... 그나저나 개표기 조작! 잘 준비하고 있지?”



    ※ 다시 한번 고지합니다. 극의 내용, 등장인물, 언급단체, 시설등은 허구이며 창작의 산물입니다.

    ※ 전문 작가가 아닌관계로 완벽한 오탈자 확인이 어렵습니다. 약간의 오타는 너그러히 이해해주시리라 믿습니다.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을 쓰는데에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소요됩니다. 부디 재미있으셨길 바라며
       괜찮으셨다면 댓글 하나 정도 달아주셔도 됩니다. 감사합니다.

    ※ 꼬릿말을 참조하시면 저의 다른 글들도 읽어 보실 수 있습니다.




    출처
    비키라짐보의 꼬릿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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