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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1191001
    작성자 : 비키라짐보
    추천 : 30
    조회수 : 2888
    IP : 211.253.***.34
    댓글 : 23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6/01/21 14:43:26
    원글작성시간 : 2016/01/21 08:34:32
    http://todayhumor.com/?humorbest_1191001 모바일
    [븅신사바] 공포소설 - 무취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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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취(無臭)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1.

    녀는 그리 까탈스러운 사람은 아니었지만, 심한 강박증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그녀가 강박증을 소유하고 있다고 해서 특별하다거나 괴상한 것에 몰두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그녀는 단지 또래의 다른 여자아이들 보다 냄새에 조금 민감할 뿐이다.

    그녀가 냄새와 관련된 영화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를 보며 감동에 겨워 눈물을 펑펑 흘린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물론 그 영화를 보고 감명을 받은 사람은 그녀 말고도 많다.

    유명한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이었고, 상당히 잘 만든 영화였으니까...

    문제는 그저 강박증을 해결하기 위한 그녀만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문제 해결 방식에 있었다.

     

    2.

    행히 그녀는 아름다웠다. 그냥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눈부시게 하얀 살결, 호수처럼 맑고 큰 눈, 그리고 흑요석을 박아 넣은듯한 빛나는 검은 눈동자까지

    아름다운 그녀에겐 당연히 대쉬하는 남자가 많았다.

    남자 A는 그 중 단연 돋보이는 남자였다.

    금융권 스카우트 전쟁의 핵심이 된 전문 외환딜러이자 고액 연봉자!

    하지만 사실 그녀의 눈을 사로잡은 건 그녀보다도 무려 30cm나 더 큰 그의 훤칠한 키였다.

    187... 어디 키 뿐이랴! 얼굴까지 조막만한 8등신 비율의 소유자였다.

    소위 말하는 옷 빨이 끝내줬다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물론 문제는 있었다.

    그에겐 지독한 무좀이 있었다. 한때 모델을 지망했던 A, 지독한 워킹연습은 그에게 악성 무좀을 남겼다.

    그리고 그의 무좀은 심각한 발 냄새를 동반했다.

    사귄지 일주일, 첫 거사는 그녀의 집에서 이루어졌다. 그는 금융권에서 일하는 남자답게 빈틈없는 공략으로 그녀의 성감대를 자극했다. 하지만 결국 거사는 절정엔 이르지 못한 채 실패로 끝난다. 체위를 바꾸던 도중 우연히 그의 발이 그녀의 코 30cm이내에 접근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한 겨울의 얼어붙은 호수처럼 싸늘히 식어버렸다.

    그녀는 실망감에 입을 닫았고, A는 뭐가 문제인지 몰라 전전긍긍했지만 [여자들의 속내는 알 수가 없어! 내가 뭘 잘 못 한 걸까? 내일쯤 기분이 풀리면 말해 주려나?]와 같은 긍정적인 생각으로 그녀의 방에 남았다.

    하지만 그것은 중대한 실수였다.

    다음 날 아침 침대 위에 꽁꽁 묶인 A가 본 것은 커다란 톱을 들고 나타난 그녀였다.

    그녀는 A에게 [난 자기가 좀 더 완벽해졌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며, 흥부가 박을 켜듯 A의 발목 위로 맹렬히 톱질을 하기 시작했다.

    이제 곧 자신의 강박증을 해소하고, 완벽한 새 남자친구를 만들어 낼 것이란 기대 탓일까? 그녀는 [슬금 슬금 톱질하세~ 슬금 슬금 톱질하세~]와 같은 판소리 흥부가속의 한 구절을 따라 부르며, 신명나게 톱질을 계속했다.

    비로소 완벽해진 그 남자 A...

    하지만 문제는 발목에서 너무 윗부분을 잘라내는 바람에 그의 키가 많이 줄어 버렸다는 거였다.

    따라서 그는 더 이상 훤칠하지 않았고,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8등신의 끝내주는 비율도 잃어버리고 만다.

    그녀가 A에게 완전히 흥미를 잃어버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

     

    행인 것은 A가 발목을 잃고 난 후 갑작스레 쿨쿨 잠이 들어 버렸기 때문에, 그녀에게 어떠한 이별 통보도 듣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그녀도 일방적인 이별 통보에 마음 아파할 A를 배려해 잠든 그를 애써 깨우진 않았다.

    물론 그녀는 깊은 잠에 빠진 A가 방해받지 않도록 뒷마당을 깊이 파는 수고로움을 잊지 않았다

     

     

    2.

    A이후 그녀에게 접근한 남자는 B였다. B의 직업은 교사로 연봉이 높진 않았지만 그 누구보다도 안정적인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남자였다. 하지만 B가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안정적인 직업 때문만은 아니었다. B의 외모는 평범했지만 학원가의 열렬한 구애를 받던 전직 EBS강사답게 언변이 무척 좋았다. 소위 말하는 뻐꾸기를 제대로 날릴 줄 아는 남자였다. B는 자신이 아는 가장 달콤한 말들로 그녀를 유혹했다. B가 그녀에게 날린 솜사탕처럼 달짝지근한 말들은 얼었던 그녀의 마음을 녹였고, 그녀는 뜨거운 아스팔트 위의 사탕처럼 녹아버렸다. 둘의 사이가 급속도로 진전 된 건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의 집 앞, [라면 먹고 갈래요?]란 한 마디는 B를 맹렬한 한 마리의 짐승으로 바꾸기에 충분했다. 수줍게 떠는 그녀의 옷을 찢겨내듯 벗기고, 거칠게 포효하며 침대위로 집어 던진 B, 그리고 이어진 달콤한 사랑의 밀어들 또 키스... 모든게 완벽해 보였다.

    하지만 그에게도 문제는 있었다.

    그 치명적인 문제가 아스팔트 위의 솜사탕마냥 녹았던 그녀를 다시 얼려버렸다.

    B에겐 구취가 있었다.

    평소엔 양치를 열심히 한 덕분에 잘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가 저녁 데이트 후 뜨거운 입김과 함께 그 민낯을 드러낸 것이다.

    남자들은 착각의 동물이란 말이 있다. B도 그랬다. B는 갑자기 식어버린 그녀를 보며, 뭐가 문제인지 몰라 전전긍긍했지만, [여자들의 속내는 알 수가 없어! 내가 뭘 잘 못 한 걸까? 내일쯤 기분이 풀리면 말해 주려나?]와 같은 긍정적인 생각으로 그녀의 방에 남았다.

    물론 그것은 중대한 실수였고, 결과는 A와 같았다.

    다음 날 아침 침대에 꽁꽁 묶인 B는 커다란 톱을 든 그녀와 마주했다. [에이 자기 장난 치지마!]라며 애교를 부린 B, 하지만 그건 오히려 휘발유에 불을 붙인 꼴이었다. 이른 아침, 밤새 쌓인 입안의 구취가 그녀의 강박증을 더 폭발시켰으니까 말이다.

    그녀는 B에게 [난 자기도 완벽해졌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며, 버둥거리는 B의 얼굴을 밟고 그의 입을 맹렬한 톱질로 썰어 버리기 시작했다.

    이제 곧 자신의 강박증을 해소하고, 완벽한 새 남자친구를 만들어 낼 것이란 기대 탓이었을까? 그녀는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그저 바라보면~]과 같은 CM송의 한 구절을 따라 부르며, 신명나게 톱질 했다.

    그녀로 인해 비로소 완벽해진 그 남자 B...

    하지만 입 윗부분이 잘린 그는 더 이상 어떠한 달콤한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가 B에게서도 흥미를 잃어버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

    기한 것은 B도 입 윗부분을 잘리고 난 뒤 갑작스레 쿨쿨 잠이 들어 버렸단 사실이다. 물론 그녀는 이번에도 일방적인 이별 통보에 마음 아파할 B를 배려했다. 깊은 잠에 빠진 B, 그녀는 그의 숙면을 돕기 위해 B의 얼굴 위에 흙을 덮어주는 자상함을 발휘했다.

    ! B는 공무원(교사)답게 그 뼈도 철 밥통 마냥 질겼다. 입에서부터 뒤통수까지... 그의 단단한 머리뼈를 잘라내느라 한참을 고생한 그녀는 3개월 무이자 할부로 전기톱을 구입하는 준비성도 보여주었다.

     

     

    3.

    번째로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운동선수 출신의 매력남 C였다.

    C는 운동선수답게 강인한 체력과 저돌적인 매력으로 그녀를 사로잡았다. 그는 소위 말하는 몸 짱이었다. 울룩불룩한 근육은 그의 자랑거리였지만, 그녀가 단순히 그의 몸만을 사랑한 것은 아니었다. C는 피 끓는 남자답게 스킨십에도 능했다. 소위 말하는 선수였다. 작은 움직임, 손짓 하나하나가 다 자연스러웠다. C의 손끝은 마술사와도 같았고 동에 번적 서에 번쩍 그녀의 성감대를 누비며 사랑을 퍼부었다.

    물론 그에게도 문제는 있었다.

    그녀에게 잘 보이기 위해 화장실에서 몰래 푸시업(팔굽혀펴기)을 한 것이 화근이었다. 순간적인 근육의 펌핑을 위해 과도하게 혹사당한 근육은 그 반대급부로 겨드랑이를 통해 많은 양의 땀을 배출했다.

    격렬한 운동, 체온의 상승, 그리고 땀을 통한 체온의 조절, 모두 지극히 정상적인 신체의 대사활동이었다.

    다만 그의 커다란 근육이 좀 더 많은 땀을 내뿜었고, 덥수룩한 C의 겨드랑이 털이 그 땀을 한껏 머금어 퀴퀴한 암내를 뿜어낸 것이 문제였다.

    그녀가 다시금 차갑게 얼어버린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하지만 건강한 신체엔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C도 그랬다. C 역시 갑자기 식어버린 그녀를 보며, 뭐가 문제인지 몰라 전전긍긍했지만 [여자들의 속내는 알 수가 없어! 내가 뭘 잘 못 한 걸까? 내일쯤 기분이 풀리면 말해 주려나?]와 같은 긍정적인 생각으로 그녀의 방에 남았다.

    하지만 그건 중대한 실수였고, 결과는 앞 선 선배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침대에 꽁꽁 묶인 C는 커다란 신상 전기톱을 든 그녀와 마주했다. [에이 자기 장난 치지마!]라며 몸을 뒤척거린 C, 하지만 그 행동이 더 큰 문제였다. 묶인 줄을 풀기 위해 팽창된 근육과 그러한 근육이 움직이며 생성된 젖산은 체온을 낮추기 위해 더 격렬히 땀을 배출했고, 그것은 그녀를 도발하는데 충분했다.

    그녀는 C에게 [난 자기도 완벽해졌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며, 그의 양 어깨 위에 전기톱을 가져다 댔다.

    위잉~ 위잉! 톱은 C의 살을 파고들었고, 금세 하얀 뼈가 그녀의 전기톱에 갈려 나갔다.

    이제 곧 자신의 강박증을 해소하고, 완벽한 새 남자친구를 만들어 낼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을까? 그녀는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 너도나도 일어나...]와 같은 새마을 운동 캠페인 송의 한 구절을 따라 부르며, 신명나게 C의 반대쪽 어깨도 잘라냈다.

    그녀로 인해 비로소 완벽해진 그 남자 C...

    하지만 양 어깨가 잘려나간 C는 더 이상 스킨십의 귀재가 아니었다.

    그는 스킨십에 흥미를 잃은 듯 잠만 잤고, 더 이상 그녀를 따듯하게 안아 주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그녀가 흥미를 잃어버린 것은 역시 당연한 일이었다.

     

    **

     

    기한 것은 양 어깨가 잘린 C도 갑작스레 쿨쿨 잠이 들어 버렸단 사실이었다. 그녀는 이번에도 이별을 통보할 절호의 기회를 놓쳐버렸고, 그 덕에 C는 깊이 잠든 채 영원히 그녀의 완벽한 연인으로 남을 수 있었다.

    ! C는 울룩불룩한 근육을 지닌 몸 짱답게 피를 많이 흘렸다. 그녀는 다음 남자친구를 위해 투데이 핫 딜 파격 특가로 39,990원 짜리 방수 침대커버를 사는 준비성을 보여주었다.

     

     

    4.

    후에도 그녀의 연애사는 다사다난했지만, 딱히 그녀를 만족시켰던 남자는 많지 않았다.

    완벽해진 옛 연인 A를 닮았던 D는 변비가 있었고, 예기치 않은 가스의 분출로 그녀를 실망시켰다.

    물론 D의 골반은 상당히 단단했지만, 전기톱을 구입한 그녀의 선견지명이 빛을 발했다.

    파격 특가로 구입한 침대보 역시 세탁의 수고로움을 덜어주는데 큰 몫을 했다.

    ! 골반아래가 잘려나간 DA와 마찬가지로 훤칠한 키를 잃어버렸고, 이내 깊은 잠에 빠져 그녀를 실망시켰음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또 완벽해진 옛 연인 B를 닮았던 E, 소화불량으로 데이트 도중 트림을 해버리는 실례를 하지 않았다면, 조금은 결과가 달랐을까?

    완벽해진 옛 연인 C를 닮았던 F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머리에선 왜 퀴퀴한 냄새가 났던 걸까?

    그렇게 그녀를 사랑했던 남자들은 하나같이 문제점을 안고 있었고, 또 그녀로 인해 완벽해졌지만, 그 순간 그녀와의 관계 역시 끝이 났다.

     

    그렇게 그녀는 다시는 사랑을 하지 못 할 거라고 믿으며 심한 자괴감에 빠져 있었다.

    물론 그녀의 좁아터진 뒷마당이 이미 포화상태가 되어 더 이상 그 어떤 남자친구도 묻어줄 수 없다는 사실 역시 심각한 장애요소였다.

    그녀는 결국 뒷마당의 피 냄새를 맡고 찾아든 집 없는 개와 고양이를 키우는 것으로 외로움을 달래보려 했지만, 동물들은 사람보다 더 빨리 그녀를 실망시켰다.

    안타까운 사실은 동물의 후각과 본능적 직감이란 인간이 감히 따를 수 없을 만큼 놀라워서, 이후 그녀의 집 주변엔 단 한 마리의 개도 고양이도 서성이는 일이 없었다.

     

    그렇게 그녀는 완벽히 고립됐다.

    수많은 군중들 중 그녀는 격리된 단 하나의 개체, 끝없이 외롭도록 설계된 안타까운 신의 피조물이었다.

    고독은 그녀를 고통스럽게 했다.

    그녀는 통곡하고 절망하며 한 때는 자신의 생을 놓아버릴까 결심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음을 비우고 생의 모든 것을 포기하려 하던 바로 그때!

     

    너무도 완벽한...

    그녀를 위한, 그녀에 의한, 그녀만의 연인이 나타났다.

     

    [X였다.]

     

    X, 그는 잘생긴 남자는 아니었다.

    X, 그는 훤칠한 키를 소유한 모델 같은 남자도 아니었다.

    X, 그에겐 고소득의 직장도 없었다.

    X, 그는 과묵했고,

    X, 그는 스킨십에 능수능란한 선수도 아니었다.

     

    그러한 모든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X에겐 단 한 가지 누구에게도 없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어떤 알 수 없는 끌림이었다.

    X는 마치 그녀를 위해 태어난 남자 같았다. 취미, 행동, 습관 그 모든 것이 그녀와 잘 맞았다.

    그리고 더없이 완벽한 마지막 한 가지!

    그에겐 그 어떤 냄새도 존재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것이 그녀로 하여금 그를 사랑하게 만들었는지도 몰랐다.

    그야말로 완전(完全)한 무취(無臭)의 존재가 선사하는 무상(無上)의 매력(魅力)!

    아니 그것은 차라리 마성(魔性)이었다.

    그녀는 순식간에 그에게 빠져 들었다.

    그는 그녀가 꿈에도 그리던 상상속의 대상이었고, 실존하는 꿈속의 존재였다.

    재밌는 사실은 그녀의 완벽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X가 그녀에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X에게 더 열광했다. 사실 그녀는 자신의 사랑이 열렬한 신봉자가 아니어도 좋았다.

    단지 그녀가 가진 냄새에 대한 강박증을 완전히 날려줄 존재, 상대가 깊은 잠에 빠져들지 모른다는 불안감 없이 영원토록 함께 할 수 있는! 그녀의 외로움을 끝장내줄 남자!

    그런 면에서 X는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그녀를 위한 완벽한 남자였다.

    허나 그녀가 X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녀가 한 발 다가가면, 그는 한 발 물러섰다. 그는 그녀에게서 무언가 불편함을 느끼는 듯 보였다. 그녀를 경계했고, 그녀가 그의 곁에 가까이 자리 잡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녀는 더 열렬히 그에게 사랑을 구애했다. 그리고 진심은 통한다고 했던가? 그녀가 이전의 남자들에게 그러했던 것처럼 X란 이름의 단단한 성()은 결국 그녀의 열렬한 구애에 함락되고 만다.

     

     

    5.

    화와 같이 뜨거운 밤!

    모든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벗어버린 몸과 몸의 농밀한 대화!

    그녀는 환희에 젖었고, 더없는 행복을 느끼며 진실로 완전한 한 사람의 여자가 되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 이번에도 역시 문제는 발생했다.

    그러나 그것은 여태까지완 조금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X는 그야말로 완벽했고, 그에게선 그 어떤 문제점도 발견 할 수 없었다.

    문제는 반대로 그녀 자신에게 있었다. 언젠가부터 알 수 없는 묘한 위화감이 그녀를 사로잡았다. 그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거북함이었다.

    그녀는 밤을 새워 고민했다. [이 완전한 행복을 잃어버릴까 두려운 걸까?] [그래서 이렇게 불안해하는 거야?] [그래서 이런 묘한 불편함이 느껴지는 거야?] 그녀는 자신을 향해 묻고 또 물었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명확한 해답은 없었다.

    그녀는 다시 고통스러워졌다. 무얼까? 이제야 드디어 꿈에 그리던 완벽한 남자를 만났는데, 무엇이 그녀를 괴롭히는 걸까?

    그녀는 결국 참지 못하고, 자신의 고민을 연인인 X에게 털어놓았다.

    최초의 연인 A를 만난 것부터, BC, 그리고 D를 지나 X를 만나기 전까지 거쳐 왔던 모든 남성 편력들을!

    그녀는 하나도 숨김없이 낱낱이 X에게 털어 놓았다. 어쩌면 그것은 그녀가 진실로 사랑하는 X에 대한 예의일지도 몰랐다. 그녀는 X에게라면 아무것도 숨기고 싶지 않았다.

    뒷마당에 묻힌 옛 연인들은 물론 개와 고양이의 진실까지도...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를 들은 X는 괴로워했다. 그녀가 A의 발목을 잘라내고, B의 입 윗부분을 두 동강 냈으며, C의 양 어깨에 전기톱을 박아 넣었다는 사실에 고통스러워하는 듯 했다.

    진실로 누군가 작은 허물까지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랑은 없었던 것일까?

    다음 날 아침 눈을 뜬 그녀는 X가 사라졌음을 깨달았다.

    파격특가 39,990원에 구입한 방수 침대커버엔 아직도 그의 온기가 남아 있는데, 그는 없었다.

    완벽했던 최고의 사랑 X가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녀가 마지막까지 쥐고 있던 생의 마지막 미련까지 사라지게 했다.

    그녀는 X가 없는 세상은 더 이상 살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답게, 완벽히 그녀다운 최후를 맞이하겠노라고 마음먹었다.

    그녀는 곧바로 인터넷을 통해 액체형 냄새 탈취제 수백 개를 구입했다.

    배송은 로켓처럼 빨랐고, 택배기사는 친절했다.

    스프레이 형 냄새 탈취제를 모두 열어 욕조를 채우는 일은 매우 번거로웠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아름다운 마지막을 위해 그 많은 수고로움을 이겨냈다.

    이윽고 욕조가 액체 형 탈취제로 가득 차자, 그녀는 드디어 생의 마지막을 위한 목욕을 시작했다. 하얀 피부가 온통 액체 형 냄새 탈취제 속에 잠겼다. 매혹적인 붉은 입술도 탈취제를 머금었다. 그리고 그렇게 비로소 몸의 전부를 정갈히 했다고 생각한 순간, 그녀는 날카로운 칼을 꺼내 자신의 손목을 가차 없이 그어버렸다.

    흔한 주저흔(자살 시도자가 고통이나 다른 이유로 주저하여 생기는 상처) 하나 없는 동맥의 절단!

    피가 솟구쳐 오르고, 점차 온 몸이 나른해져갔다.

    그녀의 아름다운 최후였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누군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그것은 놀랍게도 이별의 말 한 마디 없이 무정하게 떠나갔던 X였다.

    X는 자살을 기도한 그녀를 보곤 크게 놀라며, 즉시 그녀를 욕조에서 빼냈고, 따듯하게 끌어안았다.

    그녀는 기뻤다. 그녀의 유일무이한 사랑 X가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일까? 그녀는 잠시 정신을 잃고 말았다.

     

     

    6.

    마나 오랫동안 기절해 있었을까? 그녀는 강렬한 불빛이 자신을 비추고 있음을 느끼며 서서히 눈을 떴다.

    눈을 떴을 때의 그녀는 놀랍게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벌거숭이였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입고 있던 옷가지가 벗겨진 것은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그녀의 시선은 오직 하나, 그녀가 사랑하는 X를 찾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또 다시 그를 잃는다는 건, 그녀에게 있어 지옥과도 같은 형벌이었다.

    미친 듯이 흔들리던 그녀의 시선, 갈 곳을 찾지 못해 해매이던 그녀의 시선이, 그리고 불안한 마음이!

    강렬한 불빛 속 어느 한 점에 멈춰 섰다.

    X였다.

    X가 있는 곳, 그곳이야말로 그녀에게 평온이요. 만족이요. 최후의 안식처였다.

    X가 말했다.

     

    당신을 사랑해!”

    나두요!”

    하지만 난 자기도 완벽해졌으면 좋겠어!”

     

    그녀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말이었다. 그녀가 옛 연인이었던 A, B, C, D 그 모두에게 했던 말이 바로 그 말이었다. 그녀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무엇일까? 무엇이 X로 하여금 그녀를 불완전한 존재로 인식케 한 것일까? 그녀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하지만 역시 답은 쉬이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물었다.

     

    왜죠? 왜 제가 당신에게 완벽하지 못한가요?”

     

    그러자 X가 대답했다.

     

    당신에겐 불쾌한 냄새가 나...”

     

    X의 말에 그녀는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두드려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냄새가... ... 나한테 냄새가!!!”

    그래 아주 지독한 악취!”

    ... 그럴리가! 말도 안돼! ! 나한테서 냄새가 난다구!! 어떻게 그런 일이!”

     

    그녀는 견딜 수 없는 당혹감에 몸서리쳤다.

    이제껏 그녀는 자신의 몸에서 어떠한 냄새도 발견한 적이 없었다. X만큼이나 그녀도 완벽한 무취(無臭)의 존재였다. 그런데 그런 그녀에게서 냄새가 난다고? 그녀는 X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거짓말! ... ! 아무 냄새도 없어! 정말이야! 맡아봐! 난 정말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다구!”

     

    그녀의 악에 바친 절규, 그러나 X는 더없이 냉혹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로 다가와 속삭였다.

     

    네 몸에선... 고약한 시체 썩는 냄새가 배어 나와!”

     

    숨이 막힐 것 같은 충격이 그녀를 엄습했다.

    그녀의 심한 강박증이 AB, C, D, 그리고 그 이후의 수많은 남자들을 완벽한 존재로 바꿨다. 하지만 그 사이 그들이 내뿜은 시취(尸臭)가 그녀를 구역질나는 색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서서히, 그녀조차도 인지할 수 없을 만큼 옅고 옅은 색으로... 그들은 그녀를 덧칠 해 온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을 깨달은 지금!

    그녀는 이미 완전히 물들어 있었다.

     

    [고약한 시취(尸臭)를 내뿜는 토악질 나는 더러운 색으로...]

     

    왜 그녀는 타인의 냄새엔 그리도 엄격했으면서, 자신에게 배어든 그 지독한 시취(尸臭)는 알아차리지 못 한 걸까?

    잊었던 삶의 오랜 진리가 그녀를 옥죄어 온다.

     

    꺄아아아악!”

     

    [! ! !] 그 실체를 드러낸 공포, 그녀가 가진 심각한 강박증이 그녀의 심장을 요동치듯 두드린다.

     

    내가... 내가!! 내 몸에서 시! 시체 썩는 냄새가! 그런 더럽고 토악질 나는 냄새가! 으아악!”

     

    그제야 그녀는 깨달았다.

    X를 알고, 그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도중에도 끊임없이 그녀를 괴롭혔던 그 알 수 없는 위화감의 실체!

    완전한 존재인 X가 아닌 그녀 스스로에게서 발현된 야릇한 불편함의 정체가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순식간에 그녀로 하여금 자기 자신마저 혐오하게 만들어버린 충격적인 진실!

    하지만 그녀가 진실을 깨닫자마자, 알 수 없는 무딘 감각이 그녀의 몸뚱이를 짓눌렀다. 도대체 어찌된 일일까? 손도 발도 무엇도 그녀의 신체 중 그 어느 한 부위도 그녀의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의식은 있으나 아무리 노력해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살면서 이제껏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기이할 정도의 무기력함!

    X가 입을 열었다.

     

    자기가 잠든 사이, 마취제를 조금 주사 했어, 내가 말했잖아! 난 자기도 완벽해졌으면 좋겠다고!”

     

    어느 샌가 X의 손엔 날이 잘 선 외과 수술용 메스가 쥐어져 있었다. 그는 그 메스에 미리 준비한 소독용 알코올을 살짝 묻힌 후, 하얗고 탐스러운 그녀의 가슴팍에 가져다 댔다. 하얀 살결과 은빛의 메스가 만나 묘한 대비를 이뤘다. 그리곤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종잇장처럼 투명한 그녀의 피부 속으로 메스가 파고든다.

    뭉클! 그리고 주르륵, 그녀의 탐스러운 가슴위로 붉은 피가 멍울져 맺혔다. 하지만 메스는 멈춤이 없다. 그녀의 젖꼭지를 중심으로 나풀나풀 춤을 추듯 돌았다. 빙그르르 돌며 시취어린 살결을 거침없이 도려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말끔한 분홍색을 자랑하던 그녀의 유두가 징그러운 모습으로 바닥에 떨어졌다.

     

    이렇게 아름다운 외모에도 불구하고, 내가 처음부터 당신을 멀리 했던 건, 오직... 그 참을 수 없이 역겨운 시취 때문이었어! 그래서 당신을 밀어냈지! 하지만 난 곧 깨달았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이 당신에게로 이끌리고 있다는 걸! 나도 처음엔 그 이유를 몰랐어! 하지만 그날 밤! 당신이 고통스러워하며 꺼내놓은 참회의 기억들이 나를 납득시켰지! 그래 그랬던 거야! 당신과 난 너무 닮았어, 그래서 끌렸던 거야! 우린 마치 서로를 잃어버린 반쪽과도 같았어! 우린 애초에 하나였을 거야! 그래서 혼자서는 불완전했던 거지! 이것은 운명! 드디어 난 당신을 만났어, 하지만 당신은 이미 지독한 시취에 사로잡혀 자신의 정체성마저 잃고 있었지! 난 그걸 참을 수가 없었어! 그래서 달려 나갔어! 당신의 피부! 그 살가죽 곳곳에 아로새겨진 구역질나는 냄새를 없애버릴 방법을 찾기 위해! 그리고 난 지금 그 방법을 찾아서 당신에게 돌아왔어! 무슨 말인지 알아? 이제 자기는 보다 완벽해 질 거야! 더 이상 토악질 나는 시취 속에 파묻혀 저주받은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돼! 사랑해...”

     

    X는 떨고 있었다. 허나 그것은 두려움이 만들어낸 떨림이 아니었다. 기쁨과 환희! 들끓는 황홀경에 빠진 한 남자의 벅찬 심장소리였다.

    그녀의 마지막 남자 X, 사실은 그도 그녀와 마찬가지로 심각한 강박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냄새]

     

    그것도 그녀와 똑같은...

    그리고 그 순간! 그녀도 완전히 깨달았다.

    왜 그녀가 X에게 강한 끌림을 느꼈는지, 또 왜 그녀가 X를 운명처럼 사랑할 수밖에 없었는지...

    X의 애끓는 사랑 고백 앞에 그녀도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을 터트렸다.

     

    왜 이제야 그런 말을!! ! ! !!! 난 내가 싫어서 떠난 줄 알고 얼마나 슬퍼했는데! 이제 그럼... 우린 영원히 헤어지지 않는 거야?”

    ... 영원히... 나도 당신도 완전해지는 그 순간... 우린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하나가 되는 거야!”

     

    X가 속삭였다. 이제껏 그녀가 만나온 그 어떤 남자가 했던 말보다 달콤한 사랑의 고백이었다.

    그녀는 미소 지었다. 그리고 말했다.

     

    날 완전한 당신의 여자로 만들어줘! 빨리!”

    그래! 이제 당신은 비로소 진짜 완전한 여자가 되는 거야!”

     

    X의 손이 분주히 움직였다. 단 한순간 단 1초라도 빨리 그녀를 지독한 시취로부터 해방시키겠다는 그의 일념이 담긴 몸부림이었다.

    사각사각!, 쓰걱쓰걱!, 쓰컹쓰컹! 베어지고, 뜯기고, 또 잘라졌다.

    핏물이 쏟아지고, 하얀 뼈가 드러나도 상관없었다. 그녀는 기쁨에 울고, X는 행복에 웃었다.

    피부가 너무 얇아 차마 발라낼 수 없는 귀는 싹둑 잘라냈다. 손이 많이 가는 손가락과 발가락도 마찬가지였다.

    가슴 아래쪽과 엉덩이 살을 베어냈을 땐, 유분과 함께 하얀 지방덩어리가 흘러 내렸다.

    얼마나 메스를 휘둘렀을까? 쏟아져 내린 핏물만큼 많은 살들이 그녀에게서 떨어져 나갔다.

    이제 남은 것은 오직 하나,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뿐이었다.

    X는 속삭였다.

     

    이제 구역질나던 얼굴을 찢어줄게!”

    다 벗겨내! 그리고 당신에게 걸 맞는 그런 여자로 만들어줘!”

    사랑해!”

    나도 사랑해! X!”

     

    X의 손이 떨려왔다. 마지막 완성의 순간이다. 그의 손에 들린 메스가 그녀의 목 뒷부분 마지막 남은 살결사이를 푹 하고 비집고 들어간다. 칼끝을 집어넣어 좌우로 벌리며 뜯어내니 붉은색의 안면 근육과 함께 하얀 턱뼈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느새 X의 칼질엔 요령이 붙었다. 그는 토악질 나는 피부끝자락을 손으로 쥔 채 피부와 근육 사이에 위치한 어느 한 점을 살살 달래가며 도려낸다. 그 모습이 마치 살아있는 활어의 회를 뜨는 것처럼 날렵하다. 어디서 배워오기라도 한 걸까? 슬금슬금 나아가던 메스는 광대뼈에 달라붙은 살들을 껍질과 함께 발라낸다.

     

    코는 어쩌지? 벗겨내기가 까다로워

    잘라버려!”

     

    그녀는 쿨 하다. X의 메스질도 신명난다. 단단하고 성긴 뼈는 톱으로 잘라냈다. 콧구멍이 좀 넓어졌지만 구역질나는 피부가 벗겨지자 X는 그 모습이 더 사랑스럽다는 듯 웃었다.

     

    거의 다 됐어!”

    키스해줘

     

    X의 혀가 피에 절은 그녀의 입안으로 들어간다. 입술은 이미 절제한지 오래라 형태조차 남아 있지 않다.

    X는 짧은 입맞춤을 끝낸 후 그녀에게 말했다.

     

    다 끝나면 그 혀도 잘라내자! 미약하지만 거기도 시취가 남아있어

    ! 당신이 원한다면!”

     

    X의 메스가 한층 더 분주해졌다. 코를 지나 눈 밑의 다크 서클을 잘라낸다. 사실 그건 그녀도 전부터 불만이었던 부위다. 슥삭쓱싹! 마지막 남은 이마는 외려 쉬웠다. 칼집을 내고 쭈욱 잡아당기니 남은 건 모발과 유착된 머리가죽 뿐이었다. 하지만 이미 전신의 피부를 모두 도려낸 X에게, 두피는 대학생이 받아든 초등학교 도덕문제에 불과했다.

    날랜 손이 마지막으로 남은 흑발의 두피를 뜯어낸다. 마치 막 배송된 택배박스의 포장을 뜯는 듯 한 흥분이 X와 그녀를 사로잡는다.

     

    볼래? 이제 완벽해 졌어!”

     

    X가 그녀에게 거울을 내밀었다. 거울 속 얼굴엔 선홍색의 안면 근육과 혈관의 움직임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문득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던 그녀의 안구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기뻐... 이제 완벽해졌네?”

    그래! 이제 더 이상 자기에겐 그 어떤 냄새도 남아있지 않을 거야!”

    행복해! 그리고 사랑해!”

    나도...”

     

    두 사람은 격렬한 포옹, 그리고 입을 맞췄다.

    물론 X는 키스가 끝나자마자 그녀의 혀마저 잘라버렸다.

    X로 인해 비로소 완벽해진 그녀!

    이젠 더 이상 어떤 말도 할 수 없게 되었지만 그녀는 행복했다.

    X는 너무도 완벽한 그녀만의 남자였고, 그녀 역시 완벽한 그의 여자가 됐다.

    그녀는 행복한 상상에 젖었다.

    장밋빛 미래...

    그녀는 그것을 확신했다.

     

     

    7.

    론 문제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시취는 사라졌지만 신체의 모든 피부를 잃어버린 그녀는 더 이상 아름답지 못했다.

    남자인 X가 그녀에게 흥미를 잃어버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

     

    X는 한때나마 사랑했던 옛 연인이 외롭지 않도록, 그녀를 그녀의 집 뒷마당에 묻어주는 수고로움은 잊지 않았다.

    * X의 수고로움을 AB, C, D, E, F등 다수의 사람들이 좋아합니다.

     

    ****

     

     

    8.

    X, 외로운 남자...

    아직도 그는 진정으로 완벽한 그만의 여자를 찾아 헤맨다.

    가슴 아픈 옛사랑을 뒷마당에 묻은 상처받은 남자 X

    지금 주위를 돌아보라, 고독한 눈빛에 갸름한 얼굴, 그리고 무언가 깊은 상처를 가진 남자가 당신의 곁에 있진 않나?

    꼭 남자가 아니라도 좋다. X에겐 X와 취향까지 쏙 빼닮은 쌍둥이 여동생 Y가 있다.

    모르는 남자, 모르는 여자와의 소개팅! 혹은 갑작스레 접근하는 이성을 보면 반드시 의심하라.

    그는 X일수도, 또는 Y일수도 있다.

    첫 만남부터 방귀를 뀌고, 트림을 하며, 또한 암내를 풍겨라

    더 이상 그것은 창피하거나 무례한 일이 아니다.

    초면에 서로의 악취를 교환하며 안전한 사랑을 답보하라!

     

    본 소설은 당신의 안전한 사랑을 돕고 심각한 강박증으로부터 보호하고자하는 솔로부대의 협찬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당신의, 당신에 의한, 당신만을 위한, 그 곳! 오유 범 솔로부대 연합)

     

    무취(無臭)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

     

    글쓴이의 변()

     

    제목과 내용을 보시며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또는 어어! 이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느낌인데?”같은 생각을 하셨다면 맞습니다. 제 의도가 그러했고, 유명 소설이자 영화 향수를 모티브로 쓴 글입니다.

    (단순 소재 차용을 통한 변주, 비틀기는 표절이나 모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오래 전, 파크리트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의 제 생각도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쥐스킨트의 소설은 아시다시피 향기에 미친 한 남자가 이 세상 가장 매혹적인 향기를 소유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룬 글입니다. 저는 반대로 글을 통해 향기가 아닌 악취에 미친 한 여자를 다뤄보고 싶었습니다. 인간이 내뿜는 수많은 악취, 그것들을 증오하는 한 여자, 그리고 그녀가 만난 수많은 남자들...

    물론 쥐스킨트의 소설 속 그루누이가 그러했듯, 소설 속 그녀도 자신이 바라던 완벽한 무취(無臭)의 남자 X를 만납니다.

    그리고 그루누이가 절정의 순간으로 소멸했듯, 그녀 역시 완벽한 절정의 순간 파멸합니다.

    하지만 글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완전히 다릅니다.

    연애는 위험하다. 이 세상 완전한 사랑은 없다. 탈영자여 돌아오라, 징어를 위한 나라는 없다.

    네 맞습니다. 그냥 좀 미친 이야기를 하나 써보고 싶었습니다. 그 뿐입니다.

    이 길고 거북스러운 글을 끝까지 읽으실 분이 과연 몇이나 될 지도 모르겠고, 몇 분이나 이런 미친 얘기를 좋아해 주실 진 모르겠지만, 뭐 가끔은 이런 글도 괜찮지 않나요?(그래도 너무 냉정한 평가는 멘탈이...ㅠㅠ)

    감사합니다.

     

    [우리는 세월호를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소녀상을 지킬 것입니다.]

    [꿈과 공포가 넘치는 공포게시판으로 오세요.]

    출처
    비키라짐보의 꼬릿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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