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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933790
    작성자 : 비키라짐보
    추천 : 78
    조회수 : 6782
    IP : 211.253.***.18
    댓글 : 18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4/08/18 19:29:31
    원글작성시간 : 2014/08/18 17:28:24
    http://todayhumor.com/?humorbest_933790 모바일
    '그게 나에 인생이었다.'
     

    "미안했다. 그동안 나때문에 많이 힘들었지? 아... 솔이가 보고싶네..."

    그 순간 문득 떠오른것은 형의 마지막 말이었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주저할 수 없었다.
     
     
    "저도 하나 부탁드립니다. 형만큼 아주 긴걸로요"
     
     
     
    유년시절 형은 늘 내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겨우 두살위의 형이었지만, 형은 늘 나를 괴롭게했다.
     
    또래의 아이들이라면 형에게 괴롭힘을 당하기도 하는것이 흔한일이었지만
     
    내 형은 다른 형들과는 달랐다.
     
    나를 가지고 장난을 치거나, 때리고 물건을 뺏는등의 괴롭힘이 아니었다.
     
    "오늘까지 교과서 80페이지부터 120페이지까지 읽고 정리해놔 나가서 놀다가 걸리면 각오해"
     
    형은 나에게 공부를 강요했다. 자기 공부가 아닌 내 공부를 강요하는것이 흡사 형이 아닌
     
    엄마나 학교 선생님을 연상케 할 정도였다.
     
    행여 친구들의 꾀임(?)에 빠져 놀다가 들어오는 날이면 나는 엄마나 아빠의 불호령보다 더
     
    완고하고 강력한 형의 체벌을 감당해야했다.
     
    부모님도 당신들이 해야 할 일을 대신해주는 형의 모습에 대견해하며 되려 나태한 나를 꾸짖을뿐
     
    내 편은 누구도 없었다.
     
    물론 그 덕분에 나는 늘 반에서 1등을 도맡아했고, 중학교 고등학교를 지날때까지 좋은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다.
     
    형 역시 나만큼은 아니어도 제법 성적이 좋은 편이었는데, 집안 형편때문에 고3때 취업반에 들어가
     
    취직해 돈을 벌겠다는 폭탄선언으로 부모님을 놀래키고는 이내 그 특유의 추진력으로
     
    변두리의 공장에 취직을 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공부가 하기 싫어졌다는 것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 대한 독재(?)는 여전하여
     
    나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꽤나 알려진 모범생으로 좋은 대학까지 입학 할 수 있었다.
     
    내가 고3이 되던 1998년은 갑작스레 터진IMF로 경제가 휘청이고, 수많은 회사들이 문을 닫았으며,
     
    심지어 아버지마져 하시던 일이 잘 안돼 집안사정이 형편없이 주저앉았지만,
     
    우리집 만큼은 큰 액수는 아니지만 형이 벌어오는 돈으로 근근히 생활은 될 정도였고,
     
    형 덕분에 풍족하진 않지만 나 역시 큰 걱정없이 대학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다.
     
    그리고 몇 년 지나지 않아 군에서 제대한 나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제법 그럴듯한 증권사에 취직했고,
     
    십수년을 따라다니던 형의 압제와 공부에 대한 강요는 함께 사라졌다.
     
    사실 대학을 졸업할때까지 형에게 꼼짝 못하는 동생이라는 것 자체도 흔한 일은 아니었으니
     
    나도 이제 형이 나에게 더 이상 간섭하지 않음에 만족했다.
     
    이후 나는 펀드매니져로서 억대는 아니지만 수천만원의 연봉을 받으며 나름 성공적인 삶을 영위해가고 있었다.
     
    대출은 조금 있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아파트에 예쁜 아내...
     
    누가봐도 제법 괜찮은 삶이라고 자평한다.
     
    형과 부모님은 예전에 살던 허름한 집에서 아직 살고 있어, 죄송한 마음이 들긴하지만
     
    형이 부모님을 모시겠다고 했고, 지금 집을 구입할때 장인어른이 얼마간의 돈을 지원해주셨고
     
    결정적으로 아내가 시부모님과 함께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리고 몇년의 노력끝에 귀여운 딸까지 태어나자 나의 행복은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딸이 태어나던 날 신생아실에 누워있는 내 딸을 보기 위해 찾아온 형은 몹시 진지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이름은? 이름은 뭘로 지을꺼야?"
     
    "아 아직 생각 안해봤는데? 지민이? 수지? 와이프가 그 이름 어떠냐고 하던데?"
     
    "솔이 솔이라고 지어"
     
    "솔이? 뭐야 그건... 별루다"
     
    "뭐???"
     

     
    느닷없이 내 멱살을 잡은 형... 형의 눈에는 모처럼 분노가 서려있었다.
     
    어린시절 공부하기 싫어 친구집에 도망쳤다가 다음날 나를 찾아내 집으로 끌고 오던 날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강한 페이소스가 느껴졌다.
     

     
    "소... 솔이라고 지어줘... 이솔 콜록콜록"
     
    "아...그...그게... 장모님이랑 와이프가 작명소에 가서... 좋은걸로"
     
    "하아..."
     

     
    형은 크게 한숨을 내쉬더니, 온다간다 말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후에 엄마에게 들으니, 최근에 형이 사귀던 여자와도 헤어지고, 회사에도 문제가 생겨서
     
    몹시 힘들어 했다고 했다. 나는 아마도 이러저러한 외적 문제가 겹쳐 형이 내게 그런 강압스런 태도를
     
    보였겠거니 하며, 이해하려했다.
     
    혹시나 하는 생각이지만 그 솔이라는 이름이 어쩌면 형이 전에 사귀다 헤어진 여자친구일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형의 헤어진 전 여자친구 이름을 내 딸의 이름으로 부르는건 찝찝하기 이를데 없었고
     
    결국 아이는 장모님과 아내의 강력한 권유로 지민이로 결정되었다.
     

     
    하지만 아이가 커가면서 내 딸 지민이를 보러오는 형의 모습은 다소 이상하기 짝이없었다.
     
    한참동안 멍하니 지민이를 바라보는 형, 무언가를 추억하는듯한 형의 표정이 내겐 낯설었다.
     

     
    "솔아 솔아 이쁘기도하지..."
     

     
    형은 내 딸 지민이를 한번도 지민이라고 부른적이 없었다. 형은 그냥 늘 솔이라고 불렀다.
     
    식구들 모두 형에게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형은 알았다는 대답 후에도 변함없이
     
    지민이를 솔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워낙에 지민이를 이뻐했던 형이었기에 그저 조카를 너무 좋아하는 조금 독특한 삼촌정도로
     
    이해하려 애쓸 뿐 별다른 노력을 해본 적은 없었다.
     
    아내는 다소 불편해 하긴 했지만, 옷이며 장난감이며 늘 뭔가를 바리바리 싸들고 오는 형이었기에,
     
    나에게는 불만을 늘어놓아도, 형이나 부모님에겐 따로 내색하지 않았다.
     
    그 즈음 형은 알콜중독 판정을 받았다.
     
    겉으로 드러난 원인은 회사에서 퇴직처리된 것과 여자문제였지만
     
    실제로는 고3때 입사한 첫 직장이 원인이었다. 형은 고무가루를 압착하여 제품을 만드는 공장에 다녔는데,
     
    그 회사는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부족한 형에게 꽤 괜찮은 급여를 주었는데,
     
    어린 나로서는 그저 일이 힘들어서 그런가보다 했지만, 사실은 일하면서 그 고무가루를 흡입하다보니
     
    마스크를 써도 몇년만에 진폐증같은 폐질환을 얻어나오기 일쑤였기에 회사에서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급여를 조금 더 주었던 모양이다.
     
    형은 늘 기침을 달고 살았고, 툭하면 노오란 가래를 바닥에 뱉어댔다.
     
    꾀제제한 옷에 늘 어딘가 아픈 사람처럼 기침을 해대고, 변두리 공장에 다니며 나이든 부모를 봉양하는
     
    형에게 여자가 생길리 없었고, 생긴다해도 곧 차이기 일쑤였다.
     
    물론 회사에서도 폐가 좋지 않아 힘든일을 못하고 기침만 연신 해대는 폐병장이 직원을 반기는 곳은 없었다.
     
    형은 근근히 입에 풀칠이나 할 정도밖에 되지 않는 산재보험 공단의 보조금으로 겨우겨우 살아갔다.
     
    어머니는 형을 어떻게든 결혼시키고자 동남아쪽 여자와 국제결혼등을 알아보러 다녔지만
     
    그것도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드는 모양이었다.
     
    마음같아서는 내가 몇 천만원정도 드리고 싶었지만, 형 결혼 문제까지 왜 내 돈을 써야하냐며
     
    눈에 쌍심지를 켜고 반대하는 아내 때문에 이제나 저제나 눈치만 보고 있던 참이었다.
     
    하지만 결국 그 망설임은 후회로 남고 말았다.
     
    늦은 밤 몇 달만에 걸려온 형의 전화... 나는 그것이 형의 마지막일꺼라곤 생각지 못했다.
     

     
    "미안했다. 그동안 나때문에 많이 힘들었지? 아... 솔이가 보고싶네..."
     
    "아 형... 이 밤중에 뭔소리야... "
     
    "미안해...미안해... 너 행복하지? 그치?"
     
    "왠 쌩뚱맞은 소리야! 형 또 술마셨지? 술 좀 작작 먹으라니까 엄마가 얼마나 걱정하는줄 알어?"
     
    "술... 안마셨어 쿨럭쿨럭... 하하하 나 지금 기분이 좋아 행복해야 된다. 알지? 넌 집도 있고, 차도 있고
     
     예쁜 아내도있고, 예쁜 딸도 있어 직장도 좋은데 다니고... 넌 성공한거야 그치?"
     
    "아 진짜 뭔소리하는거야!"
     
    "행복해라 행복해야돼! 솔아 금방 갈께!!"
     
     
     
    얼마 뒤 형은 싸늘한 시체로 돌아오고 말았다. 교통사고였다.
     
    그러나 경찰서와 병원을 오가며 알게된 사실은 그것이 우연한 사고가 아닌 자살이라는 것이었다.
     
    사고차량의 블랙박스에는 느닷없이 뛰어들어오는 형의 모습이 정확히 찍혀있었다.
     
    그것도 HD급 영상으로 너무도 생생하게 찍혀 있어, 차에 받히는 순간 활짝 웃어보이는 형의 너무도 편한 얼굴까지
     
    생생하게 보였다.
     
    이미 몇달전에 3개의 생명보험까지 들어둔 형에게 경찰은 무척 사무적인 표정으로 의도적 자살이라고
     
    판정했고, 형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생명보험 회사는 형 보험의 수혜자로 되어 있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나에게
     
    단 한푼의 돈도 지급하지 않았다.
     
    형의 죽음은 그야 말로 헛된 물거품이 되고 만 것이다.
     
    장례기간은 짧게 지나갔고, 부모님은 그 누구보다도 슬피 우셨다. 나는 장례기간 내내 그다지 슬퍼하지도
     
    마음아파하지도 않는 아내를 보며 알 수 없는 감정이 치밀어 사소한 것에 시비를 걸며 싸우긴 했지만
     
    별다른 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형은 떠나갔다.
     
    어느덧 3살이 되어 삼촌이 죽었다는 이야기에도 삼촌과 공원에 놀러가고 싶다는 지민이를 보며
     
    그저 형을 추억할 뿐이었다.
     
    형의 발인이 끝난 다음날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이병진씨죠? 이명진씨 동생..."
     
    "네 맞는데요"
     
    "별건 아니고, 형님분 돌아가셨을때 유품이 몇 개 있는데 미처 전달을 못해서요 시간날 때 들르세요"
     
    "네 감사합니다."
     

     
    형의 유품이란 얘기에 마음 한켠이 무거웠다.
     
    형이 죽은후 엄마가 정리한 형의 물건이란게 정말 여행가방 하나 분량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형은 정말 남기고 간 것이 없었다.
     
    그나마 딸 지민이의 방에는 형이 산재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보조금을 쪼개고 모아 사준 장난감들이 수북하지만
     
    그것 외에는 형의 물건이란게 정말 너무 없었다.
     
    나는 회사에 반차를 내고 오후무렵 경찰서에 들러 가벼운 서류를 작성한 후 형의 유품을 인계받았다.
     
    유품이래봐야 고장난 휴대폰과 사고 당시 품안에 가지고 있었다는 수첩이 다였다.
     
    얼핏 훑어보니 빽빽하진 않았지만 일기같은 내용이 씌여져있었다.
     
    형은 죽기직전까지 어떤생각을 하고 어떤 일을 겪으며 살아왔을까?
     
    나는 호기심에 수첩의 첫장을 펼쳤다.
     
    하지만 알콜중독자가 된 형의 착각일까? 아니면 장난의 일부일까?
     
    맨 첫페이지에 표시된 날짜는 무려 20년도 전인 198X년이었다.
     
    198X년 X월 X일
     
    이 곳으로 돌아온 나는 오래된 기억들을 더듬어가며 이것이 현실인지 아닌지를 가늠중이다.
     
    희미해진 기억이나마 붙잡아 대조한 결과 내가 요청한 그 시기 그 시절로 돌아온 것이 분명하다.
     
    그게 사실인줄 알았다면, 로또 복권 번호라도 알아올 것을...
     
    하지만 그 노인네의 말대로 세상에 큰 물의를 일으키거나 큰 변화를 가져올만한 짓을 하면
     
    모든것이 사라진다는 말 역시 거짓말은 아니겠지
     

     
    198X년이면 형이 겨우 9살 10살 무렵이다. 누가봐도 9살 10살짜리가 쓸만한 어휘나 단어구사가
     
    아니기에 난 형이 쓴 것이 아니겠지 싶어 필적을 자세히 보았으나 분명 필체는 형의 것이 분명했다.
     
    낡은 수첩의 두번째 장을 넘기자 다음장은 무려 2년뒤의 내용이었다.
     

     
    199X년 X월 X일
     
    병진이를 많이 때렸다. 미안할 뿐이다. 너를 바른길로 인도하고 너를 성공시키기위해
     
    내가 할 줄 아는 방법이 이것 뿐이라서 미안하다.
     
    2년이란 세월이 지났다. 솔이가 보고싶다. 솔아...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간 형이 지민이를 솔이라고 부르는 것이 헤어진 전 여자친구의 이름은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는데 형은 아주 오래전부터 솔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애초부터 수첩에 기입된 날짜 자체를 믿을 수 없었기에 나는 연신 내 머리를 가득채우는
     
    궁금증을 뒤로하고 수첩의 다음장을 열었다.
     
     
     
    199X년 X월 X일
     
    내년인가 내 후년인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이제 곧 힘들어질께 뻔한데
     
    속편하게 학교나 다니며 추억놀이할 여력이 없다.
     
    어디든간에 4식구 건사할만한 직장을 구해야 한다.
     
    졸업후에 찾으면 늦다. 병진이 대학 등록금 마련하려면 지금 벌고 있어도 빠듯해
     

     
    실제로 형이 IMF를 불과 1년 앞두고 학교를 그만두고 공장에 취직했었기 때문에, 나에게 세번째 페이지는
     
    조금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흡사 실제로 형이 199X년에 이 글을 쓴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당시 IMF는 갑작스럽게 터졌기 때문에 정치인이나 경제학자조차 예견하지 못했던 부분인데,
     
    형은 어떻게 그걸 예견했을까? '
     

     
    나는 곧 잡념을 떨치기 위해 고개를 휘저었다. 이제 곧 힘들어질텐데 라는 구절 하나만으로
     
    IMF를 연관짓는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라는 생각이 앞섰기 때문이다.
     
    형이 IMF 직전에 공장에 다니며 돈을 벌어온것은 우리 가족에게 고마운 일이고, 나 스스로는 큰 빚을 지고
     
    있는듯한 기분이었지만, 형이 무슨 초능력자라서 미래를 볼 수 있는것도 아닌데...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친 억측이었다.
     
    그리고 수 페이지가량은 의미없이 빽빽하게 '솔이' 라고 씌여져있거나,
     
    부모님의 건강문제 걱정 또는 내 학과 성적 문제에 대한 고민이 몇 줄 적힌 정도였는데,
     
    여기서부터 씌여진 날짜는 실제 날짜와 거의 동일했다.
     
    아버지의 맹장수술 일자라던가, 내가 축구를 하다가 골절을 입은 것 등이었다.
     
    실제로 아버지의 맹장수술 당시에는 형이 아랫배가 조금 불편하다던 아버지를 이끌고 억지로 병원에 데려간적이
     
    있어서 기억은 나지만, 당시에는 형의 건강염려증 정도로 치부해버렸었고,
     
    그 외에 어머니 교통사고가 걱정된다는 글이 있었는데, 실제로 어머니는 여태껏 단 한번도 교통사고를
     
    당하신적이 없어서 그 부분에선 또 이상했다.
     
    내가 축구를 하다 골절을 입은 부분은
     
    199X년 X월 X일
     
    병진이 축구하다 골절 -> 바보
     
    이런식으로 씌여져 있어 그저 추억속의 한부분을 돌아보는 듯한 기분만 들었지 별다른 생각이 들진 않았다.
     

     
    200X년 X월 X일
     
    병진이가 딸을 낳았다. 아닌걸 알면서도 솔이가 떠올랐다.
     
    두고온 아내에게 미안하다. 아직도 두렵다 난 긴 꿈을 꾸고 있는건 아닐까?
     
    죽어버리면 혹시 이 긴 꿈에서 깨어날 수 있지 않을까?
     
    두렵다. 그리고 몹시 그립다.
     

     
    형이 결혼은 커녕 단한번도 변변한 연애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기에
     
    나는 형이 이때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했구나라고 생각했다.
     
    도대체 형이 무슨 말을 하는건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200X년 X월 X일
     
    단순히 진폐증으로만 알았던 내 병이 폐암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이제 길어야 1년이라지?
     
    201x년 X월 x일 새벽 두시 동인천 홍예문 모퉁이의 그 가게... 그곳으로도 다시 돌아갈 수도 없는 것인가?
     
    막연하게나마 그 곳에 다시 돌아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을 기대하고 있던 나에게는
     
    모든것을 잃어버리고 삶의 희망조차 날아가버렸다.
     
    솔아...
     
     
     
    200X년 X월 X일
     
    내게 더 이상 희망은 없다. 몸이 더 이상 예전같지 않다.
     
    보험회사에 들렀다. 그 동안 모아온 돈으로 보험을 세개 들었다.
     
    하나는 엄마 앞으로 하나는 아버지 앞으로 하나는 병진이 앞으로...
    내가 가고 없더라도 세 사람은 행복했으면 좋겠다.
     
    201x년 X월 x일 새벽 두시 홍예문 모퉁이의 그 가게로 돌아가 뭔가 어긋난 이 인생을
     
    또 다시 바꿔야겠다는 내 바람이 날아가버린 마당에 내가 그들에게 해 줄 수 있는것은
     
    이 것 뿐인것 같다.
     
     
     
    가슴이 쿵쾅거렸다. 형이... 폐암이었다는 사실에 가슴이 먹먹했다.
     
    나와 아버지와 어머니를 수혜자로 가입한 형의 생명보험은 블랙박스의 HD급 영상앞에
     
    그저 떨어지는 낙엽처럼 흩날려 사라져버렸지만
     
    형의 진심이 느껴져 어느샌가 내 두 뺨엔 눈물이 흘러내렸다.
     
    형은 늘 누구보다 가족을 아끼고 사랑했다. 문득 그런 형과 가족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하고
     
    내 자신의 성공에 매진한채, 아내와 딸만을 돌보던 내가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리고
     
    마음이 너무 아팠다.
     

     
    형의 수첩속 일기는 이것이 마지막이었다.
     
    알수 없는 말들과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 많았지만 형의 희생과 사랑은 글자 하나하나에 차곡히 베어있었다
     
    나는 보험금이나 받자고 달리는 차위로 몸을 내 던진 바보같은 형을 원망했던 나 자신이 되려 한심했다.
     
    비록 바보같은 짓이었지만 형은 그렇게 우리 가족을 아껴줬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형에게 해준것이 없었다.
     
    가슴이 먹먹해져 밤새 혼자 술을 퍼마시고 아내의 잔소리에 귀를 막으며 겨우 눈을 뜬 다음날 아침
     
    문득 내 머리속엔 한 줄의 글귀가 떠올랐다.
     
     
     
    '201x년 X월 x일 새벽 두시 동인천 홍예문 모퉁이의 그 가게...'
     
    형의 일기속에 씌여진 아직 오지도 않은 그 날이 내 머리속을 온통 사로잡았다.
     

     
    형은 정말 미래를 볼 줄 아는 능력이라도 있었던걸까? 아니면 그냥 형의 상상일까?
     
    힘든 시간속에서 형은 그저 망상을 써내려간건 아닐까?
     
    아니면 애초에 날짜중 글자 하나가 잘 못 씌여진 것일수도 있었다.
     
    그냥 지나쳐도 될 그런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나를 잡아 끄는 무엇인가가 느껴졌다.
     
    그것은 어쩌면 형이 나에게 남긴 어떤 메시지일지도 몰랐다.
     
    나는 피가 이끌리는듯한 어떤 강인한 자력에 끌려 평범한 이상으로 돌아간 뒤에도
     
    달력에 표시까지 하며 그날을 마냥 기다렸다.
     
    그리고 3년이 지난 201x년 X월 X일... 나는 형이 말한 동인천 홍예문 너머를 조용히 지나고 있었다.
     
    구청에서 조명기구등을 몇 개 설치하긴 했지만 그 길은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크게 달라진것이 없었다.
     
    늘 있던 슈퍼와 몇 개의 가게들이 보였지만, 역시나 새벽녘엔 모두 문을 닫고 길은 조용했다.
     
    한겨울의 추위와 스산함 때문인지 거리를 오가는 사람조차 없었다.
     
    형은 도대체 먼 미래의 이곳에서 무엇을 보았던 것일까?
     
    나는 의아했지만, 형의 마지막 유언과도 같은 일기속의 내용이었기에, 낡은 돌문 사이를 몇 번이고
     
    오가며, 혹시나 형이 보았을 무언가가 나에게도 똑같이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새벽 4시경... 결국 포기하고 혹독한 추위를 뒤로한채 집으로 발길을 돌리려던 내 눈앞에
     
    문 뒤쪽 어딘가에서 반짝이는 조명이 보였다.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돌벽만이 덩그러니 있던 자리에 알 수 없는 가게가 들어서 있었다.
     

     
    "요즘에도 이런 가게가..."
     

     
    신기하게도 비디오 대여점이었다. 인터넷의 발달로 비디오 가게란것이 거의 없어지기도 했거니와
     
    분명히 아까까지만해도 이곳엔 아무것도 없었기에 나는 이곳이 분명 형의 일기속에 나온 바로 그곳일꺼라고
     
    확신했다.
     

     
    "내가 착각을 해서 아까는 못 봤다쳐도, 이 새벽녘에 문을 여는 비디오가게가 어딨어..."
     

     
    나는 숨을 죽이고 천천히 비디오가게 앞으로 다가섰다
     

     
    "인생 비디오샵"
     

     
    문득 어렸을때 본 환상극장, 내지는 기묘한 이야기등의 환타지 드라마가 떠올랐다.
     
    그런건 다 지어낸 이야기라며 그다지 즐기지 않았던 나였는데, 지금 내 눈앞에 그런 오묘한 것이
     
    내게 들어오라 손짓하고 있었다.
     
    나는 낡은 미닫이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보기보다 내부는 깨끗하고 넓었다.
     

     
    비디오 샵의 내부로 들어가자 어디서 나타났는지 활짝웃는 인상의 뚱뚱한 중년남자가 나타나 나를 반겼다.
     

     
    "어서오세요! 손님 반갑습니다. 하하하하 저희 인생 비디오샵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아... 예"
     
    "아! 손님 전에도 저희 샵에 오신적이 있으신가요? 꽤 낯이 익은 손님이시네요?"
     

     
    "네? 저를 아시나요?"
     
    "손님이 두번째 방문이실수도 있고, 다른분이랑 착각할수도 있구요. 종종 두세번씩 방문하시는 경우도 있고
     
     소개를 통해 지인이 오시는경우도 있거든요 하하하 뭐 어쨌든 잘오셨습니다. 사실 꽤 오랬동안 이 자리에서
     
     비디오샵을 운영하고 있지만, 위치도 외지고 오픈 시간도 제멋대로여서 손님을 만나는 경우는 정말 흔치 않거든요"
     
    "아.. 네..."
     
    "따듯한 차라도 한 잔 드릴까요? 하하하 제가 말이 너무 많죠? 간만에 손님이라 반가워서 그래요 하하하"
     
    "저... 죄송하지만 혹시 이명진씨라고 아시나요? 저희 형인데..."
     
    "글쎄요... 개인적으로 아는 이름은 아니니, 한번 손님 명부를 보죠 뭐..."
     

     
    남자는 카운터로 보이는 책상속에서 커다란 장부를 꺼내 천천히 뒤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얼마 안돼 활짝 웃으며 이야기했다.
     

     
    "이명진 고객님이라면 전에 한편 대여를 하신적이 있으시네요!"
     
    "혀... 형이..."
     
    "자세히는 안 나와있지만 기기상태를 보니 반납되신걸로 확인되시구요"
     

     
    머리가 멍해졌다. 형은 정말로 몇 년뒤의 미래에 왔다간적이 있단말인가?
     

     
    "어.. 언제 뭘 빌려간거죠? 도대체 여긴 뭐하는 곳이구요!"
     
    "하하하 진정하세요 손님! 숨넘어가겠습니다. 하나씩 하나씩 질문해주시겠어요?"
     
    "혀.. 형은 언제 여기에 왔다간거죠?"
     
    "음... 어디보자 오늘 왔다가셨네요"
     
    "오... 오늘??"
     

     
    내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되묻자 뚱뚱한 비디오샵 사장은 씨익웃어보이며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오늘이긴한데... 뭐 좀 다른 의미의 오늘이라 이해는 안되실겁니다 자 다음 질문은요?"
     
    "뭘 밀려간거지? 뭘 대여했다는거냐구!"
     
    "내용은 똑같습니다. 저희 샵 이름 그대로 인생 비디오만을 빌려드립니다. 대신 단편 중편 장편이 있어요
     
      그거는 고객님이 선택하시는 겁니다. 이명진고객님은 음 어디보자 장편을 빌려가셨네요"
     

     
    뭔가 기괴한 상황이 되어간다는것을 나는 직감했지만, 알수없는 어떤 기운이 터무니 없는 말들을
     
    나 스스로에게 납득시켰다. 정확히 뭐라고 말 할 순 없지만 머리속에 떠돌던 형의 퍼즐들이 하나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도대체 여긴 뭐야! 뭐하는 곳이냐구!!!"
     
    "저희는 인생을 빌려드립니다. 보고싶은곳, 다시 돌아가고싶은 곳을 테잎을 감아 인생을 다시 한번 보여드리죠
     
     피 신청자외에는 해당 비디오를 보여드리지 않지만, 보아하니 가족관계이신것 같으니, 이번만큼은 예외를
     
     두도록하죠. 안쪽으로 들어가시면 매우 쾌적한 감상실이 있는데 한번 같이 가시겠어요?"
     
    "여기가 뭐하는 곳인지부터 설명해봐 당신!! 응? 저 안에 뭐가 있길래 나를 데리고 들어가려는거야!!"
     
    "백문이 불여일견... 제가 여기서 손님을 앞에두고 백번 말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이명진 고객님의 비디오를 한번 보시면 다 이해가 되실겁니다. 안으로 오시죠"
     
     
     
    그는 친히 가게 안쪽문을 열고 들어가며 나에게 따라오라 손짓을 했다.
     
    평소라면 이런 수상쩍은 가게 안으로 깊숙히 들어갈일은 없었겠지만, 무언가 알 수 없는 강한
     
    운명의 이끌림에 나는 그를 따라 가게 내부로 들어갔다.
     
    안은 그의 말대로 커다란 화면과 소형 영사기가 설치된 작은 극장같은모습이었다.
     
    그는 한쪽 자리에 앉아 내게 손짓하며 말했다.
     
     
     
    "이쪽으로앉아봐요. 생각보다 금방 끝나요. 이 안경 끼시구! 요즘은 우리도 다 3D로 나와요 하하하"
     

     
    나는 나도 모르게 그의 옆자리에 앉았다. 의자는 몹시도 푹신했고, 앉자마자 다시 일어서기 싫을 만큼
     
    안락했다.
     

     
    " 자 시작합니다"
     

     
    그의 말과 함께 방 내부의 불이 꺼지며 영화가 상영되기 시작했다.
     

     
    시작은 몹시 어둡고 캄캄했지만, 무언가 친숙한 심장소리와 꿈틀거림이 나도 모르는 사이
     
    그것이 엄마 뱃속에 있는 형이라 말하고 있었다.
     
    수십배속으로 지나가는 비디오처럼 어느새 형의 몸은 자리를 잡아가고, 강한 이끌림에 의해
     
    나아가는 순간 주변이 밝아지며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몹시 젊은 시절의 할머니였다. 그리고 젊은 시절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보였다.
     
    그리고 곧 형의 옆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아직 갓태어난 아기라서 쭈글쭈글했지만, 본능적으로 나는 그것이 바로 나 임을 알 수 있었다.
     
    형과 나는 계속 성장했다.
     
    형은 장남으로서 부모님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반면 나는 천덕꾸러기였다.
     
    실제와 다르게 형은 내게 공부를 강요하지 않았고, 내가 몇 시간이고 밖에서 놀고 들어와도
     
    자기 공부에만 열중할 뿐 내게 아무 관심이 없었다.
     
    나는 실제 사실과 너무 다른 내용을 보며, 다소 의아했지만 그런 내 마음과 상관없이 영상은 계속 흘러갔다.
     
    형은 명문 고등학교에 입학했고, 사고나 치던 나는 나쁜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내가 담배를 피우며 형을 노려보지만, 형은 그저 내 시선을 피한 채 도서관으로 향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절대 상상도 못했던 장면이었다. 그 무서운 형이 내 눈을 피하다니...
     
    형은 대학에 입학했지만, 때마침 닥친 IMF로 불과 졸업을 1년 남기고 학교를 휴가한채 군대에 갔다.
     
    다행히 나는 그맘때쯤 정신을 차렸는지 공장에라도 들어가 일을 하고 있었다.
     
    실제와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펀드매니져인 내가 공장에 다니고 형이 대학생이라니... 형은 고등하교 중퇴였는데...'
     

     
    형이 군대를 제대하던 해, 형이 이를 악문채 눈물을 참고 있었다.
     
    엄마도 울고 있었다. 아버지도... 그리고 이내 바뀐 화면에는 내가 병원 침실에 누워있었다.
     
    지나가는 소리를 들으니 공장에서 일하다 사고로 발목이 절단된 모양이었다.
     
    나는 애써 괜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되려 식구들을 위로 하고 있었다.
     
    지금 현실에서는 형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나였지만, 영상속의 나는 달랐다.
     
    사고 보상금으로 회사에서 준 돈으로 형의 등록금을 내줬다.
     
    집에 빚고 내 돈으로 갚았다.
     
    형은 내가 주는 용돈을 받으며 눈물을 흘렸다.
     
    문득문득 장애인 사업장에서 목발을 짚은채 일하고 있는 나를 몰래 보고 눈물을 훔치는 형이 보였다.
     
    형은 저렇게도 자주 날 보러 와주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형을 싫어하던 아내 때문에 특별한 날이 아니면 형을 몇 번 보러가지도 않았는데...
     
    형은 내 덕에 좋은 성적으로 의대를 졸업하고 인턴생활을 마치고 번듯한 의사가 되었다.
     
    미모와 지성을 갖춘 여자와 결혼도 했다.
     
    형은 몹시 행복해 했다. 현실에서 제대로된 연애도 못해봤던 형이기에 그런모습을 보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래 형도 저렇게 행복한 인생을 꾸려나갈 권리가 있었는데...'
     

     
    곧 형수는 형을 닮은 딸 아이를 낳았다.
     
    그리고 그 아이의 이름이 바로 '솔'이였다.
     
    형은 지금이나 저 영상속에서나 저 이름을 참 좋아했었던 모양이다.
     
    형은 평소 내 딸 지민이에게 하듯이 딸 솔이에게 정성을 다 했다.
     
    아마 세상에서 딸을 가장 사랑하는 딸바보 아빠가 있다면 바로 형이었을꺼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휙휙 지나간다. 형이 힘들어하는 모습이 보였다.
     
    형이 병원에 왔다. 병상에는 내가 누워있다. 형의 말대로라면 아마도 나는 자살을 시도한 모양이다.
     
    장애인이 된 내 처지를 비관하여 손목을 그었다고 했다.
     
    나는 정신을 차린 후에 형에게 욕을 하기 시작했다.
     

     
    "너 새끼 의사 만드느라 잘라진 내 팔 어떻게 보상할꺼야!! 야 이새끼야 망가진 내 인생 어쩔꺼야!!"
     

     
    형의 시선에 비친 나는 병원 퇴원후에도 연일 술에 찌들어 살았다.
     
    장애인 보조금을 받은 돈으로 매일 술을 사 먹었고, 형은 마음아파했다.
     
    그리고 어느날 어머니는 형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결국 자살했다고 이야기했다.
     
    눈물 흘리는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형이 보였다.
     
    그리고 지민이를 닮은 형의 딸 솔이도 보였다.
     
    슬픔에 찬 형은 술을 잔뜩 마신채 어두운 밤거리를 걷는다.
     
    낯 익은 풍경이다.
     
    마치 오늘 조금 아까 내가 본 것과 동일한 홍예문 고갯길... 그 위로 형이 걷고 있었다.
     
    밝은 불빛이 보인다. 유치한 네온사인 '인생 비디오샵' 형 역시 무언가에 이끌린듯 가게안으로 들어온다.
     
    영상은 거기에서 끝나있었다.
     

     
    "어떠세요? 조금 이해가 되세요?"
     
    "도... 도대체 이게 다 무슨... 현실하고는 정반대에... 이게 도대체..."
     
    "아니죠 아니죠! 저것도 현실 이것도 현실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전자는 아무것도 자각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현실, 그리고 손님이 알고 계시는 현실은 누군가가 자각한 상태에서 조금 달라진 현실이라는게 차이일 뿐
     
      둘 다 동일한 현실입니다."
     
     "자... 자각"
     
     " 그렇죠 방금 보신것은 이명진 고객님이 저희 인생 비디오에 들르시기 전에 영상이라 이겁니다. 이곳에 들르신 후
     
       다시 녹화한 영상은... 뭐 굳이 잘 아시니까 따로 보여드릴 필요가 없을거 같네요. 아시다시피 새로 녹화한 영상은
     
       테잎도 벌써 끊어졌더라구요? 이게 뭐 녹화하시는 분 스스로 관리를 잘 못한 탓이니까... 저희 책임은 없습니다"
     
    "이 자식!!!"
     

     
    나는 무언가 알 수 없는 분노에 사내의 멱살을 잡았다.
     

     
    "아아!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고객님! 저 문 닫고 장사 종료하는 수 있어요! 큽"
     

     
    사내는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이 흡사 나는 알고 있지만 너는 몰랐구나 이제 알게되니 어때? 라고 말하는 듯 했다.
     
    사내의 그러한 표정을 보며 나는 분노의 대상이 잘 못 되어 있음을 깨달았다.
     
    지금 치밀어오른 분노는 모두 오롯이 나를 향해 쏟아져야 온당했다.
     
    문득 형과의 마지막 전화 통화가 생각났다.
     
     
     
    "미안했다. 그동안 나때문에 많이 힘들었지? 아... 솔이가 보고싶네..."
     
    "아 형... 이 밤중에 뭔소리야... "
     
    "미안해...미안해... 너 행복하지? 그치?"
     
    "왠 쌩뚱맞은 소리야! 형 또 술마셨지? 술 좀 작작 먹으라니까 엄마가 얼마나 걱정하는줄 알어?"
     
    "술... 안마셨어 쿨럭쿨럭... 하하하 나 지금 기분이 좋아 행복해야 된다. 알지? 넌 집도 있고, 차도 있고
     
     예쁜 아내도있고, 예쁜 딸도 있어 직장도 좋은데 다니고... 넌 성공한거야 그치?"
     
    "아 진짜 뭔소리하는거야!"
     
    "행복해라 행복해야돼! 솔아 금방 갈께!!"
     

     
    흐트러졌던 퍼즐조각이 온전히 제모습을 갖춘채 맞춰졌다.
     
    알 수 없는 내용으로 가득한 형의 수첩도, 알콜중독자가 하는 헛소리처럼 들렸던 형의 전화도
     
    이해 못했던 형의 수많은 행동들도 모두 제 자리를 찾아 퍼즐을 완성한다.
     
    행복한 인생이라는 이름을 가졌던 형의 퍼즐을 망쳐놓은 사람은 바로 나였다.
     
    형은 그렇게도 사랑하던 딸 솔이가 얼마나 보고싶었을까?
     
    지민이를 바라보던 형의 간절한 눈빛이 나를 더 아프게했다.
     
     
     
    "어... 어떻게... 어떻게 하면 되지?"
     
    "네 뭘요?"
     
    "형... 형의 인생... 그 망가진 인생 어떻게하면 원래대로 해줄 수 있냐고!! 내가 박살낸 형에 인생
     어떻게 하면 다시 짜 맞출수 있냔말이야!!!!"
     

     
    남자는 다시 한번 미묘한 웃음을 짓는다. 그리고는 어느샌가 카운터앞에 서서 나를 오라 손짓한다.
     
    다가가자 그는 아까 꺼내놓았던 장부의 맨 아래쪽에 내 이름을 쓰고 있었다.
     

     
    "별도의 고객등록은 없구요. 여기 이름 옆에다가 본인 사인 부탁드립니다."
     

     
    사내가 나를 향해 들고 있던 펜을 내밀었다.
     

     
    "형님분에게도 말씀드렸지만, 일단 되감고 다시 녹화하는 것을 저희 딴에는 대여라고 하는데, 한번 대여가 시작되면
     
     중간에 중단하거나 다시 시작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형님분은 스스로 찾아오셨으니까, 주의사항이 이게 끝이지만
     
     동생분의 경우 형님관련 내용도 보셨고, 반정도 소개로 오셨기때문에, 기존에 가지고 계신 내용중 일부는
     
     저희가 편집후에 재 녹화한다는것 정도만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펴...편집?"
     
    "별건 아닙니다. 저희 비디오샵을 악용하는 고객분들을 위해서 부득이하게 사회에 물의가 되거나,
     
     사회적으로 큰 파장, 엄청난 금전적 이득을 취할 수 있는 범주의 기억들은 편집을 한 후 녹화들어가구요
     
     혹시라도 역사가 바뀐다거나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사건 발생시 강제로 녹화장비를 종료할 수 있으니
     
     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아 방금 설명드린 마지막 부분은 형님께도 설명드린 부분입니다.
     
     자 그럼 결정하십시오 사인하실지... 아님 그냥 돌아가서 형님의 희생으로 완성된
     
     본인의 행복한 인생을 향유하실지... 결정은 본인의 몫입니다."
     

     
    사내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본다.
     
    가슴이 먹먹했다. 사내가 유독 힘주어 말한 '형님의 희생으로 완성된'이란 부분이 분명히
     
    나를 자극하기 위한 것임을 알 수 있었지만, 이성으로 제어하기엔 나의 감정이 너무 북받쳐 올랐다.
     
    나는 펜을 들고 사인을 했다.
     
    순간 눈앞에 흐릿해진다. 의식이 몽롱해지며 무언가 따듯함이 느껴진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엄마 뱃속? 아니면 유년기의 나? 알 수 없는 나른함에 졸려온다.
     
    그리고 이내 매서운 겨울바람은 사라지고 한여름의 뙤약볕이 나를 감싼다.
     
    198X년 X월 X일의 여름 기억난다. 형과 시골의 외갓집 개울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지
     
    천진난만한 표정의 형이 나를 바라보며 장난을 친다.
     
    형이었다. 정말로 나에 형이 내 눈앞에 서 있었다.
     
    까까머리에 검게 그을렸지만, 분명 내가 사랑하고 나를 아껴주던 나에 형이 눈 앞에 서 있었다.
     
    나는 형을 끌어안은채 시원한 개울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지금쯤 아마 그 비디오가게의 녹화기는 다시 돌아가고 있겠지...
     
    나는 나 때문에 망가진 형의 인생을 얼마나 복원해줄 수 있을까?
     
    혹시 나도 지난 내 인생에서의 형처럼 망가진 인생을 살게 되는건 아닐까?
     
    나도 형처럼 그 가게로 돌아갈 수 없는건 아닐까?
     
    두려웠다. 걱정이 밀려왔다. 하지만 이미 기계는 돌기 시작했을 것이고, 나는 여기에 있었다.
     
    까까머리의 형과 젊은 시절의 부모님... 그리고 세월때문에 멀어졌던 사촌들이 함께 있었다.
     
    비록 형은 퍼즐을 제대로 완성시키지 못했지만, 나는 다를것이라고 생각했다.
     
    나에게는 지난 인생의 경험이 있었다. 나는 다시 찾아온 새 인생을 반드시 성공 시키고야 말 것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자꾸만... 지민이가 보고싶다.
     
    지민아 아빠가 많이 사랑해...
     

     
    끝.
     
     
     
     
     
     
     

     
     
     
     
     
     
     
     
     
     
     
     
     
     
     
     
     
     
     
     
     
     
     
     
     
     
     
     
     
     
     
     
     
     
     
     
     
     
     
     
    "사장님 존경스럽습니다. 늘 이렇게 좋은일만 하시고... 사장님 킹왕짱!!!"
     
    "임마 모르면 잠자코 있어. 사람들이 말이야 인생을 살면서 가장 많이 하는 착각이 뭔지 알아?"
     
    "글쎄요? 난 왜이렇게 잘생겼을까? 아니면 쟤가 날 좋아하는거 같은데... 뭐 이런 썸타는거?"
     
    "아니야... 난 저 사람하고 달라. 나는 다를꺼야 하는 믿음..."
     
    "그게 왜요?"
     
    "누군가 실패했다는건 그만큼 어렵다는 거거든... 근데 다들 생각한다고 나는 바꿀수 있어 난 해낼 수 있어!!!
     크크크 웃기는 소리지 크크크크크"
     
    "예? 그... 그게 무슨..."
     
    "시끄럽고 저기 끊어진 이명진씨 테이프 뒷부분 있잖아!"
     
    "네..."
     
    "그 기록 안된 뒷부분만 잘라가지고 편집실로 가져와!"
     
    "다 끝난건데 그건 뭐하시게요? 녹화가 미처 안된부분이라 잘라붙여도 아무것도 안나올텐데..."
     
    "어차피 지금간 이병진이도 실패할게 뻔하니까 미리 잘라서 내 테잎에 붙여두려고... 크크크크"
     
    "어!!! 사장님 저도 몇년치만 좀..."
     
    "이 색히야 넌 아직 젊잖아!!! 몇년만 잘 참아 분점 내줄테니까!! 크크크크"
     
    "아이고 감사합니다 사장님 아니 아버지!!"
     

     
    진짜 끝.
     
     
     
     
     
     
     
     
     
     
     
     
     
     
     
     
     
     
     
     
     
     
     
     
     
     
     
     
     
     
    "참 그리고 아까 그 아저씨 딸이랑 그 아저씨 형 딸 되게 귀엽던데... 걔들 불쌍하네요 아빠도 이제 못보고"
     
    "불쌍하긴... 뭐가 불상해 아무것도 못 느낄텐데..."
     
    "에? 왜요?"
     
    "그렇게 뒤틀어지면서 사라진 7세 이하의 생명들은 그냥 없어진걸로 처리되니까"
     
    "아 그냥 처음부터 없었던걸로?"
     
    "내가 얘기 안해줬냐?"
     
    "뭘요?"
     
    "그런 순수한 영혼으로만 만개를 모으면 이렇게 샵 하나 차릴 수 있어"
     
    "아 그럼 내 분점은...?"
     
    "이제 3000천개 남았다. 내 300인생 늘그막에 자식이라고 너 하나 거뒀는데
     
    계약상 나도 이 가게를 너한테 물려줄 수는 없으니 너도 분발해라 이렇게 잘라서 모은 테잎
     
    떨어지면 아버지도 한방에 가는거야!! 너야 젊으니 아직이지만..."
     
    "네 아버지..."
     
     
     
    정말 끝에 끝에 끝.
     
     
     

    공포라기보다는 환상소설로 보는게 맞지 않을까 싶긴한데... 딱히 분류짓기가 귀찮아서
    올림.
    여기저기 이미지차용에 흔해빠진 진부한 소재이긴 하지만 자작소설임.
    어디선가 본 뭐 무슨 악마 나오고 인생 리셋하는 이야기에서 모티브 따서 써봄
    뒷부분이 반전이라면 반전인데... 뭐 흔해빠진... 이지만 태클은 사양...
     
    비록 수정없이 초고를 그대로 올렸지만 퍼옴 아니고 창작자료임을 염두해두고 노력을 가상하게 여겨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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