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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939242
    작성자 : 비키라짐보
    추천 : 22
    조회수 : 2883
    IP : 211.253.***.34
    댓글 : 3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4/08/29 16:38:47
    원글작성시간 : 2014/08/28 14:26:42
    http://todayhumor.com/?humorbest_939242 모바일
    [단편소설] '괴담과의 인터뷰' 上
     
     
    진득하니 사람을 귀찮게하는 여름이란 성가신놈이 슬슬 물러나려하는지
     
    아침저녁이면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하지만 사실 이 맘때야 말로 이 성가신 여름이란 놈이 가장 기승을 부리는 시기라는 걸
     
    알만한 사람이라면 다들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고 아침, 저녁은 물론이요 깊은 한밤중까지 열대야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을 괴롭히는 한 여름에야 종일 에어컨을 틀어준다지만,
     
    날씨가 애매한 시기가 다가오면 학교 교실이건, 회사 사무실이건, 혹은 대학 강의실이건,
     
    그 어디에도 냉방기 가동은 없었다.
     
    나는 절전, 절약이라는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70년대에나 적용될법한 구 시대적 발상이
     
    내가 근무중인 2014년의 회사안에서도 여전히 그 퀴퀴한 암내를 풍기며 악행을
     
    답습하고 있는것을 안타까워하며, PC의 전원을 켠다.
     
    물론 전력의 대부분이 기업용으로 쓰여지며, 그들이 일반 가정보다 더 저렴한 요금으로
     
    값싼 전기를 펑펑 써댄다거나 하는 사회적인 문제에는 사실 관심이 없다.
     
    요컨데 당장의 내 몸을 시원하게 해줄 무언가를 애타게 찾을 따름이다.
     
     
    "더울때는... 역시 괴담이지"
     
     
    나는 하이텔 나우누리등 다양한 통신문화가 붐을 이루던 그 시절부터
    (저자 주 : 물론 괴담의 역사는 꾀나 깊고 오래됬겠지만 보다 본격적으로 붐을 일으킨)
     
    없는자나 있는자나 공통으로 누릴 수 있는 몇 안되는 피서 방법중 하나인
     
    괴담을 읽으며, 어디 한번 등골이나 오싹해보자는 생각으로 공포 게시판을 열어본다.
     
    수많은 괴담이 있지만, 역시 쓸만한건 대부분 이미 누군가가 지어낸 뒤인지라
     
    새로운 것들엔 영 신통찮은 것이 없다.
     
    독서실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여학생이 기특해 말을 건넸더니 몸뚱이는 없고 두 팔로 지탱하며
     
    달려온다든지 하는 고전 괴담이 주었던(팔꿈치로 툭툭 바닥을 치는 효과음과 함꼐)
     
    그런 센세이셔널한 괴담은 영 보기 힘들었다.
     
    사실 무섭고 괴이한 이야기는 일본 애들이 전문이었지만,
     
    뭐랄까? 독자의 취향이랄까? 나와는 그다지 잘 맞는것 같지 않았다.
     
    그들은 기발하지만, 뭔가 좀 동떨어진 세상의 이야기를 하는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다지 즐겨하는 편은 아니다.
     
    사실 그닥 겂이 많은 편도 아닌 내가 이런 괴담을 읽는다고 해서 손발이 시릴정도의
     
    오싹함을 느낄리야 없겠지만은, 괴담은 종종 색다른 호기심같은것을 충족해주기도 하기에
     
    나는 당장 해야 할 일조차 미뤄둔채 더위를 핑계로 괴담들을 뒤적이며,
     
    게이름을 피워본다.
     
     
    '머리를 감다가 갑자기 뒤통수가 오싹할때가 있잖아 그건 사실 원혼이 등뒤에서 날 노려보고 있기 때문이래'
     
    '외진 곳의 쇠로된 하수구 철망이 부식된건 누군가 사람을 죽이고 염산으로 녹여 버릴때 생긴 흔적이라지?'
     
     
    괴담들은 무궁무진하다. 기발한 상상력과 때론 상대를 납득시키는 묘한 설득력을 가진다.
     
    요컨데 확실히 있을법한, 그럴듯한, 사람을 긴가민가 하게 만드는 기발한 재주가 있다.
     
    나는 그런 독창적 상상력을 가진 사람들을 존경한다.
     
    내 직업이 광고 카피라이터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나 역시 조금은 엉뚱하고, 때론 또라이 소리를 들을만큼
     
    해괴한 짓을 좋아하는 이유가 더 클 것이다.
     
    오늘도 퇴근시간의 나는 길가에 놓여진 하수구 철망을 몇 개 유심히 관찰한다.
     
    실제로 약간 부식되어 보이는 것들이 있다. 나는 홀로 전혀 알지도 못하는 화학적 지식을 총 동원하여
     
    인간의 육체가 녹여질 경우 얼마의 산도를 가질지를 가늠해본다.
     
    물론 결과는 긴가민가이다.
     
    예체능전형으로 대학을 진학한 내가 이과애들도 알지 모를지 모를 그런 공식따위 알 턱이 없는 것이다.
     
    도대체 왜 이런 쓸데 없는 고민을 하고, 알지도 못하고 알아봐야 아무 쓸모 없는 것들을 고민하냐고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내 대답은 그렇다
     
     
    "그 알듯 말듯 긴지 아닌지 하는 애매한것이 그 맛이랍니다."
     
     
    하수구 위에서 홀로 중얼거리는 내 모습을 보며 유모차를 밀며 지나가던 한 주부가 이상한 눈길로 바라본다.
     
    어쩌면 나는 지금 또다른 괴담의 생산지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멀쩡하게 생겨서 깔끔한 옷을 입고, 누군가 시체를 녹여 버렸을지도 모를 하수구 위를 바라보며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남자
     
    어떤가? 왠지 연쇄살인마 또는 정신이상자의 스멜이 느껴지지 않는가?
     
    나는 누군가 나를 모델로한 그럴듯한 괴담을 어딘가에서 창조하여 주기를 바라며 걸음을 옮긴다.
     
    어느새 어둑어둑해진 시간, 별 다른 약속이 없는 나는 간단하게 마트에 들러
     
    며칠전 떨어진 홍차와 우유 그리고 빵을 사들고 여지없이 집으로 향했다.
     
    부모님은 겨우 20분정도 떨어진 거리에 살고 계시지만, 뭐랄까?
     
    혼자 사는 싱글남의 멋스러움을 동경한 나의 퍽퍽한 20대 후반은 내 멋대로
     
     
    "저 이제 독립하겠습니다'
     
     
    라고 말하며 집을 나와 이 곳 오피스텔에서 혼자 살고 있다.
     
    독립후 한 몇 년인가는 이것도 혼자 사는 싱글남의 멋스러운 삶이야 라고 자위하며
     
    여자를 끌어들여 몇달씩 동거하고 헤어지는 일들을 반복하곤 했지만
     
    최근 일년여간은 3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와 업무시 사용하는 근육이 엉덩이와 손가락뿐인 관계로
     
    사알짝 나온 뱃살등으로 인해 뭔가 일이 벌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혹시나 시력이 나빠 볼록 나온 내 아랫배와 눈 밑의 주름을 미처 파악하지 못한
     
    눈 나쁜 피앙새가 한 마리 날아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매일 같이 최고급 왁스와 스프레이를 이용해 헤어스타일만은 내 나름대로 신경을 써주고 있다.
     
    남자는 머리빨이 반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개인적으로 홍차와 왁스만큼은 가장 좋은 것을 쓰자는 주의이기도 하다
     
    싸구려 홍차는 비릿한 향을 풍기기 일쑤이고
     
    나쁜 왁스는 세정력이 좋지 않거나 아니면 세팅력이 떨어져서
     
    잘 안 서거나 잘 안 씻기거나 둘 중 하나의 약점을 가지기 때문이다.
     
    남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겠지만 잘 안선다는건 위로나 아래로나 치명적인 결함이 아닌가?
     
    잘 서고 잘 씻기는 왁스... 스타일링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라는 카피는 물론 지난 ㅇㅇ화학 신제품 광고 시안에서 1차 탈락하긴 했지만
     
    나 스스로는 두고두고 회자될 가장 섹스어필한 광고 카피중 하나가 아니었나 하고 자평하는 바이다.
     
    간단하게 새로산 홍차와 우유등을 채 포장도 뜯지 않은 채 식탁에 봉지채 내 던져둔 나는
     
    욕실로 향했다.
     
    시간은 빌어먹을 야근과 하수구 관찰로 인해 벌써 10시를 넘어섰다.
     
    간단하게 세면을 하고, 최근 몰아서 보고 있는 미드를 몇 편 보거나
     
    아니면 게임이라도 몇 판 해주지 않으면, 매일 매일 회사로 인해
     
    얽메인 내 삶이 불쌍하지 않겠는가?
     
    나는 클렌징 폼으로 가볍게 내 얼굴을 두르고 있던 비비크림이라는 가면을 지우고,
     
    왁스와 스프레이로 인해 단단하게 굳어 흡사 만지면 베일것 같은 머리카락위로
     
    샤워기를 흔들어 댔다.
     
    역시나 최고의 셋팅력을 자랑하던 ㅇㅇ화학 제품답게 강력한 물줄기속에서도
     
    그들은 한치의 흐트러짐없이 스타일을 유지한다.
     
    아마 내가 손으로 그들 사이를 휘저으며 뭉개뜨리지 않는다면 아마 수년의 시간이 지난뒤에도
     
    아니 수만년의 시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그 굳건한 스타일을 유지하며
     
    화석으로 변해버린 티라노사우르스의 뼈대처럼 불멸의 존재가 되리라
     
     
    '쏴아아아아...'
     
     
    물길이 이미 흐트러버린 내 머리칼 사이를 타고 흐른다.
     
    그때 나는 문득 길가 하수구 철망에 이은 두번째 괴담이 떠올랐다.
     
     
    '머리를 감다가 갑자기 뒤통수가 오싹할때가 있잖아 그건 사실 원혼이 등뒤에서 날 노려보고 있기 때문이래'
     
     
    나의 탐구정신은 불현듯 내가 가진 모든 신경을 뒤통수쪽으로 집중했다.
     
    물론 전혀 아무 느낌이 없었다. 하지만 나의 이 괴팍한 또라이정신은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야
     
    말겠다는 듯 계속 고개를 숙인채 머리위로 물을 쏟아낸다.
     
     
    '왜지? 왜 내게는 나타나지 않는거지?'
     
     
    나의 탐구정신은 기나긴 물세례속에서 끝끝내 나타나지 않는 그 기이한 촉감을 갈구한다.
     
    그리고 이 몰상식한 탐구정신은 그쯤에서 끝내면 좋으련만 새로운 추론과 가설을 도출해내며
     
    그 끝없는 호기심의 충족을 멈출줄 몰랐다.
     
     
    '그래! 샴푸를 하자! 물만 뿌리면 금방 돌아서서 발견할지 모르니 못 나타나는거야
    이런 수줍은 원혼들같으니!!! 내가 샴푸를 하고 쉽게 눈을 뜨지 못할 것 같으면
     
    그제서야 슬그머니 나타나 그 낯가림이 심한 얼굴을 내 등뒤에 비추겠지!'
     
     
    나는 평소보다 두배나 많은 양의 샴푸를 손바닥에 짜낸 뒤 정신없이 거품을 내어
     
    두피를 맛사지한다. 혹여나 심각하게 많이 생성된 거품으로 인해 뒤통수의 신경이
     
    무뎌지거나 그들이 보내는 신호를 받지 못할까 하여 뒤통수쪽에 묻은 거품을
     
    애써 앞쪽으로 밀어내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물론 혹시라도 나타날 그 무언가를 위해서 젖은 손을 닦아가며 미리 핸드폰 카메라를
     
    동영상 모드로 바꾼후 녹화 버튼을 눌러두는 것도 잊지않았다.
     
    요컨데 21세기는 눈으로 보이지 않으면 신조차도 믿지 않는 불신의 시대이니까!
     
     
    '자 나와라 나와라'
     
     
    아마도 UFO를 기다리며 그들이 보내는 신호를 찾아 다닌다는 이들이 나와 같은 마음일까?
     
    나는 간절히 그리고 애타게 모든 신경을 집중하며 누군가 나를 보아주기를 바래본다.
     
     
    '오오오오!!!'
     
     
    얼마되지 않아 나는 마음속 깊은 곳의 탄성과 함께 이것이 정말 그 괴담속의 미심쩍은 느낌이 맞는가 하는
     
    조금의 의심조차 배격한채 스스로 감탄하고야 만다.
     
    알 수 없는 불안한 기운이 내 뒷통수를 정확히 저격하고 있다는 근거없는 확신이 나를 사로 잡았다.
     
    이제 뒤를 돌아보았을때 무언가 보인다면 괴담은 사실이 되는 것이다.
     
    물론 뒤를 돌아보았을때 아무것도 없다해도 나는 미심쩍은 기분을 느꼈기 때문에
     
    정확한 확인은 불가하였지만 심정적 추론결과 괴담을 인정하겠다는 긍정적인 자세도 준비되어 있었다.
     
     
    "!"
     
     
    샴푸거품이 눈을 아프게했지만 나는 눈을 부릅뜨고 미지의 그들을 향한 돌아보기 공격을 감행한다.
     
    하지만 미국이 이라크를 공습했을때 이미 땅속으로 안전하게 숨어버린 알카에다 조직처럼
     
    역시나 급작스런 돌아보기 공격은 전혀 통하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포기할 나는 아니었다.
     
    다시 두번 비비고 돌아보기, 세번 비비고 돌아보기,
     
    비비는 척 하고 다시 돌아보기 등...
     
    또라이같은 인간이 할 수 있는 미친짓은 다 해보았다.
     
    물론 결과는 끝끝내 나를 낙담시키는 하얀 화장실 타일들 뿐이었지만,
     
    그렇게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진실이지 괴담이 아닐것이다 라는
     
    어처구니 없는 궤변을 스스로에게 내뱉으며, 자위한다.
     
    부식된 하수구를 결국 그냥 지나쳤던 것처럼 나는 결국 샴푸거품으로 뒤범벅이된 얼굴과 머리카락들을
     
    헹궈주기로 결정한다.
     
    결국 괴담의 확인은 불가능했지만, 적어도 오늘의 행위에 수확이 있었다면
     
    나의 그 끝없는 탐구정신을 채워준것이 첫번째요, 그 동안 제대로 세척해주지 못해 나의 두피 곳곳에
     
    남아있었을지 모를 왁스와 스프레이의 잔존물들을 보다 완벽하게 제거해주었다는 두번째의
     
    큰 개인사적 의의가 있었기에, 나는 실망하지 않았다.
     
     
    '이것들이 늦은 여름휴가라도 갔나 다 어디갔어!!'
     
     
    나는 홀로 투덜거리며, 마지막 남은 샴푸 거품들을 헹궈내다 말고
     
    괜찮다 괜찮다하며 스스로 자위하는 내 마음속 깊은곳에 아무도 모르게 남아있던 약간의
     
    실망을 9회말 투아웃 만루상황의 타자처럼 휘둘러본다.
     
     
    '??? !!!!!! 홈런?'
     
     
    욕심을 버리고, 마음 편하게 휘드른 스윙이 원래 더 호쾌한 아치를 그려내듯
     
    나는 순간적으로 눈이 마주친 무엇인가를 바라보며, 놀라거나 경악하기에 앞서
     
    순수한 탐험가적 자세로, 경의와 성취감을 먼저 표현해냈다.
     
     
    "! 어디갔어 이봐! 다 봤다고! 당장 나와!!!"
     
     
    제대로 몸을 돌리자 연기처럼 사라진 그것을 향해 나는 당황하지 않고
     
    엘도라도를 발견한 스페인의 모험가처럼 내가 찾아낸 황금의 성을 불러댔다.
     
     
    "아 진짜... 숨지말고 나와 딱 걸렸다고 딱걸렸어"
     
     
    상대는 정말로 수줍은 존재인듯 했다.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음에도 불구하고
     
    몸을 어딘가에 바짝 숙인채 나라는 이름의 괴상한 포식자를 두려워하며 숨어 있었다.
     
    하지만 나는 협상의 법칙을 잘 알고 있었다.
     
    때론 강하게...
     
     
    "자꾸 이러면 무당을 불러서 굿을 할꺼야! 내가 아는 인천에 유명한 무당은 말이지
     
    너처럼 보통 잡신이 아니라 장군님을 모시고 있다구..."
     
     
    나는 상대에게 겁을 주기 위해 일전에 호기심에 찾아간 적이 있던 한 무당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게 또 보통 장군님인줄 알아? 이름없는 허접한 장군이 아니야!
     
    인천상륙작전 알지? 맥아더 장군님을 모시는 무당이야 그 누님이 말씀하시기를
     
    다른 신들은 칼들고 나타나서 혼쭐을 내실때 그 장군님은 대포를 쏘신다고!!!
     
    어디 대포 맛좀 볼꺼야? 잡귀신들은 사정해도 소용도 없데, 그래 영어... 영어 못하는
     
    귀신은 그냥 맞아 죽는거야!! 도망 못가게 영어부적도 막 붙여 놓을건데 괜찮겠어?
     
    토익 800점 이하는 빠져나가지도 못한데!!!"
     
     
    내가 이렇게 무서운 장군님을 모시는 무당의 이야기를 쏟아냈음에도 상대는 반응이 없다.
     
    그냥 가버린걸까? 나는 이러저러한 생각을 하며 머리를 굴려봤지만, 확인할 방도는 없었다.
     
    하지만 드디어 포착한 모처럼의 이 귀한 기회를 쉽게 날려버릴수는 없었다.
     
    나는 이번엔 부드럽게 상대를 회유하기로 했다.
     
     
    "좋아... 뭔가 사연이 있나본데... 우리 좋게 말로 하자고...
     
    나도 장화홍련전 뭐 이런 교양서적 쯤은 읽어본 사람이라고... 그러니까 이를테면 상식이란게 있는
     
    사람이란 말이지? 우리 대화로 풀자고 대화로..."
     
     
    상대는 여전히 반응이 없었지만, 협상의 법칙중 하나는 끝까지 상대를 설득하고
     
    넘어오게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에서 부터 시작한다라는 격언을 어제 대머리 부장에게서 들은바 있었기에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뭐가 필요해... 일단 얼굴보고 이야기하자고, 제사를 지내줄까? 성불하고 싶을꺼 아냐
     
    아니면 뭐 원한이 남았어? 내가 갚아줄께 일단 보고 이야기하자고...
     
    잘 생각해봐 이게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 나같은 또라이 어디서 만나겠어..."
     
     
    나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침묵은 계속됐다.
     
    나는 강공뒤의 부드러운 협상안 제시로 상대방이 어느정도 고심하는 중이기를 바랐다.
     
    분명 상대는 고심중일것이다.
     
    영어가 유창한 유명한 장군님을 모시는 무당을 만나는것보다는
     
    성불시켜주겠다는 나의 협상안이 꿀처럼 더 달달할테니까
     
    나는 이 기나긴 협상의 대미를 장식할 마지막 한 방을 날리기로 했다.
     
     
    "밤인데 출출하지 않어? 뭐 좋아하는것이 있다면 내가 야식을 배달시켜주도록 하지... 어때?
     
    이밤에 선지국은 좀 힘들겠지만, 내가 잘 아는 곱창전골집에 부탁을 하면 생간이나 천엽을
     
    서비스로 받을 수 있어! 뭐 선도는 떨어지겠지만 기생충이나 뭐 배탈 이런거에 연연하고
     
    그럴 상황은 아니잖아?"
     
    "자 마지막 기회야... 이제 난 바로 나가서 맥아더장군님 모시는 무당을 부를꺼야
     
    맥아더장군님과 토익공부를 할지 아니면 야식으로 간하고 천엽을 곁들인 곱창전골을 먹으며
     
    대화를 조금 나눌지는 네가 판단해! 대답하기 어려우면 저기 세워놓은 치약 뚜껑을
     
    바닥에 떨어뜨리는걸로 대신해도 좋아!!"
     
     
    나는 이렇게 마지막 카드를 던졌다.
     
    이제 그것을 받아들일지 말지는 오롯이 상대방의 몫인 것이다.
     
     
    '괜찮아! 나는 상대가 침을 흘릴만큼 매력적인 카드를 던졌어! 협상이 결렬된다해도
     
    멋진 협상안으로 협상테이블을 흥미진진하게 끌고 갔던 것에 만족하겠어!!!'
     
     
    나는 이 것을 마지막으로 이 덧없는 괴담 탐구에 대한 미련을 던지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약간의 침묵... 그리고 조금 더 긴 고요함을 뒤로하고
     
    변기위에 올려져있던 치약뚜껑이 조용히 바닥으로 떨어진다.
     
     
     
    하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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