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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data_1807470
    작성자 : 방향치
    추천 : 17
    조회수 : 1771
    IP : 27.35.***.249
    댓글 : 18개
    등록시간 : 2019/03/29 22:14:47
    http://todayhumor.com/?humordata_1807470 모바일
    처음집사의 고양이 관찰일기 - 4. 한 달
     꼬박 한달이 지났다. 여전히 내가 계속 보살필지, 입양보낼지 정하지 못했다. 참 많은 생각을 했고, 하고있고, 앞으로도 할 것 같다. 이름은 일주일이 지나서야 겨우 지어줬다. 지도. 내 인터넷 닉네임이랑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 만족스럽다. 녀석도 만족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녀석은 내가 먼저 다가가는 것을 허락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녀석을 만지고 않고 싶은 마음은 꾹 눌러 담아 소중히 보관해놓고, 녀석이 먼저 다가오면 모두 건네주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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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근길 아무도 없는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는 더 이상 쓸쓸함이 남아있지 않았다. 간식이나 장난감을 하나씩 사서 집에 들어가면 반겨주는 녀석의 모습을 생각하는 내 모습 안에는 외로움이나 허전함같은 슬픈 마음들이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 

     내가 기다리는 만큼 녀석도 날 기다리는지 집에 들어가면 안아달라고 보채곤 한다. 항상 가방에서 간식을 꺼내는 것을 기억하는지, 가방검사까지 하는 녀석이 마냥 귀엽기만하다. 또, 내가 출근준비를 할 때면 귀신같이 알고 놀라달라는 듯 마구 뛰어다니며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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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번 은 내가 없을 때, 잘 때 무엇을 하는지 궁굼해 웹캠을 틀어 놓은적이 있다. 내가 잠들기 직전까지 내 위에서 우다다 하는 녀석. 이불속에 들어가 있는 내 몸을 인지를 못하나보다. 잠들기 전까지 말을 걸고 이름을 불러도 신경 한번 안쓰던 녀석, 내 목소리가 들리 않게 되니 갑자기 얌젼해졌다. 그리곤 의자 위에 안자 가만히 나를 쳐다보다 몸을 둥굴게 말고 잠이드는 듯 했다. 녀석....내가 부르는건 알고 있었구나... 또 내가 출근한 사이 하루 종일 뛰어 노는 녀석의 모습은 내 마음을 안심시키기도 했지만, 못되게도 서운한 마음도 들었다. 내가 기다리는 만큼 녀석도 기다리길 바라는 내 모습이 참 나쁘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도 잠시. 신나게 뛰어 놀던 녀석이 내가 들어갈 시간이 되자 내 의자에 가만히 앉아 문쪽만 쳐다보고 있었다. 서운하고 나쁜 이기적인 마음들을 전부 합친것보다 더 크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여유만 된다면 동생하나 만들어주고싶은데.... 미안, 난 아직 너 하나로 벅차단다...


     하루. 너가 나에게 먼저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걸린 시간.

     이틀. 너가 나에게 먼저 다가오기까지 걸린 시간.

     일주일. 내가 온전히 너를 받아드리기까지 걸린 시간.

     한달. 너와 내가 서로를 이해하기까지 걸린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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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이란 말이 마냥 설레는 마음뿐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작은 울음소리 하나, 조용한 시간, 지도가 밥을 먹거나, 그렇지 않을 때, 뛰어 놀 때, 가만히 앉아 피곤함을 모두 쫓아 버릴 때. 모든 행동 하나하나에 설레임보다는 걱정스러움이 먼저였다. 그 걱정에 높은곳에 올라가거나, 전기줄을 뜯을 때, 먹으면 안되는 것들을 집어 삼키려고 할 때마다 괜히 큰 소리를 내서 혼내곤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런 내 자신이 너무 이기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물고, 뜯고, 긁고, 높은곳에 올라가는 것. 그 모든 행동들이 다 녀석의 본능일텐데. 녀석이 이 집 안에 들어온 것은 오로지 내 선택이었다. 그런 내가 녀석의 본능까지도 선택할 권리가 있을까. 녀석의 본능은 내 선택을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한 후부터 나는 녀석에게 위험한 것들을 예방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옷장 아래칸을 비워 녀석만의 공간으로 만들어주고, 먹고, 물어뜯으면 안되는것들은 최대한 치워서 안보이게 숨겼고, 높은곳에 오르내리기 쉽게 이동 길을 만들어 주었다. 물론 녀석은 그런 내 노력을 아는지 모르는지 새로운것들을 물어뜯고 다른 길로 올라가 내려오지 못해 내려달라고 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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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전히 내 의지로 내 삶에 녀석을 담았고, 녀석의 삶에 나를 담은만큼 서로가 서로에게 부족할 일 없게 하는건 당연히 내 몫이다. 녀석이 나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도 내가 녀석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나쁘지 않게 함깨 사는 것. 그걸로 나도 녀석도 만족하기를.

    방향치의 꼬릿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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