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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menbung_57462
    작성자 : 으냥
    추천 : 12
    조회수 : 1731
    IP : 121.128.***.22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8/01/03 00:02:40
    http://todayhumor.com/?menbung_57462 모바일
    7시 산책로에서 당한 무서운 일...
    어머니와 함께 몇 년 간 이용해오던 ㅇㅇ천이라는 산책로가 있는데요.(이름답게 두 길 중앙에 천이 흐르고 있음)

    한동안 꾸준히 다니다가 최근 2~3달 정도는 여러모로 일이 좀 많아서 띄엄띄엄 다녔는데

    오늘도 좀 오랜만에 나가게 되었어요.

    해가 져서 어둡긴 하지만 7시... 오히려 작년 겨울동안 평소에 나가던 시간보다 이른 시간..

    사람이 꽤 많이 이용하는 곳이라 한밤중에 나가도 복작복작할때도 있는 곳이었는데

    오늘은 유난히 사람이 별로 없었어요.

    뭐 사람이 없는 날도 드문 일은 아니라 별로 신경안쓰고 둘이 그냥 걸었죠.



    그러다 걷다 좀 지치면 쉬어가는 벤치 구간이 있는데,

    길 옆에 벤치가 두 개 있고, 그 벤치 옆쪽에는 여러 운동기구들이 있는 곳이었어요.

    오늘도 좀 오랜만에 걸었더니 다리가 아파서 앉아서 쉬면서

    검색할게 좀 있어서 어머니와 함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얘기중이었는데,

    어느순간 낯선 발소리가 가까이 다가오더니 


    [  ●  본인 엄마] ←벤치1/벤치2→[                  ]               [       운        동        기        구        ]


    웬 남자가 제 옆에 떡하니 앉는게 아니겠어요;;

    인상착의는... 평범한 모자에, 검은색이었던 것 같은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 있고, 뿔테안경을 썼던 것 같고.. 덩치가 좀 있는 체형의...


    근처에 사람도 아무도 없고 옆 벤치도 텅텅 비어있는데;;

    거기서부터 저는 이미 사고가 정지해서 스마트폰만 들여다봤거든요.

    그런데 더 소름끼치는게, 바로 몇 초 후에

    제 폰을 들여다보는 것 같더니 하하하 하고 웃더라고요........

    (보고있는 페이지는 그냥 쇼핑몰의 운동화였음)

    좀 비웃듯이? 가소로운 듯이? 아주 가볍게;


    그 순간 그냥 아무 생각도 못하겠고... 최대한 엄마랑 대화를 이어가려고 하면서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는데..

    근데 몇 초 지나니까 일어나서 가던 방향으로 가는 것 같더라고요.

    속으로 살았다살았다살았다살았다살았다... 조오오오금 안도했는데

    엄마가 뭐야? 이러더니 이상한 사람이라고.. 빨리 가자고..

    근데 옆에 운동기구를 타고 있더라고요. 원래 가는 길이 그 쪽이었는데..

    바로 반대방향으로 빠르게 걸어갔죠. 따라오는거 아닌지 노심초사하면서...

    그렇게 꽤 우회해서 집으로 돌아오는데...

    오는 길에 어머니와 대화해보니 저는 못 봤는데

    그 남자가 웃는 순간, 엄마가 그 남자를 똑바로 쳐다보셨다더라고요.

    그러니까 가더라고.. 어머니가 집안 내력때문에 눈길이 범상치 않은 분이시긴 한데..

    정말 그것 때문에 위기를 모면한건지.. 뭔지모를 오해를 한건지..

    아니 오해고 뭐고 정상적인 사람이면 그 상황에 모르는 사람 옆 자리에 와 앉아서 뜬금없이 웃음을 쳐짓는게 말이나 되는지;



    하여튼 그 순간에는 너무 당황스럽고 대체 뭔 상황인지 파악도 안되고 사실 엄청 무섭다기보단 그냥 정신이 없었는데

    오면서 생각하니까, 그리고 집에 도착해서 생각하니까 뒤늦게 몸이 떨리고 무서우면서도 화가 치밀어 오르더라고요.

    누구는 그냥 옆에 모르는 사람이 앉았다는 것 만으로도 생명의 위협을 느꼈는데

    이 새끼는 태연하게 웃음을 지어...?

    분명 그 상황에서 벗어났고.. 뒤에 따라오는 사람 없는지 확인해가며 무사히 집으로 도착을 했는데...

    기분은 계속해서 가라앉고.. 트라우마로 남음..

    지금 기분을 설명하자면... 제가 곤포증이 굉장히 심하고 그중에서도 특히 바퀴벌레를 정말 정말 정말 너무 극혐하고 무서워하는데

    마치 8센치는 되는 야생 바퀴벌레가 방 안 어딘가에 숨어있는 기분이에요.

    진심으로 빡치고 공포스러운 기분;


    정말.. 안 그래도 최근들어 일이 많아서 기분이 많이 다운되고 우울증 초기라

    집 밖에 나가기도 싫어서 어거지로 나간거였는데,

    한동안 더 못 나갈 것 같아요... 자주다니던 산책로는 당연히 이제 두 번 다신 못 갈 것 같고..

    살기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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