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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46975
    작성자 : 비비스케
    추천 : 35
    조회수 : 5502
    IP : 123.109.***.170
    댓글 : 9개
    등록시간 : 2013/05/05 10:11:53
    http://todayhumor.com/?panic_46975 모바일
    [2ch][번역] 목각 상자

    선배의 친구인 T에게는 10대 여동생이 있었다.
    그 여동생은 고등학교를 중퇴한 후 사소한 계기로 호스트 클럽을 접하고, 빚이 생겼다.
    그리고 상투적인 코스를 밟듯 호스트에게 사채업자를 소개받고, 유흥업소에서 일하는데 이르렀다.
    하지만 사흘도 지나지 않아서 궁지에 몰린 여동생은 부모님의 돈에 손을 대고 말았다.


    T의 부모님은 건축업을 하던 분들이었는데, 버블 시기였을때는 상당히 번창했었다.
    하지만 하필 그 시기에는 경영상태가 좋지 않았었다.
    결국 여동생이 돈을 빼돌린 것이 계기가 되어 부모님의 회사는 도산하고 말았다.
    살고 있던 땅도 빼앗겨 가족은 뿔뿔히 흩어졌다.
    여동생은 자기가 저지른 일을 보상하겠다는 듯 자살을 했다.
    어쩌면 달아나기 위해 자살을 택했는지도 모른다.

     


    여동생을 매우 아끼던 T의 깊은 슬픔은 격렬한 분노로 바뀌었다.

    그는 사채업자를 소개한 호스트에게 복수할 것을 맹세한다.
    하지만 하나 남은 아들까지 잘못되어 실의에 빠진 부모님을 곤경에 빠뜨리는 짓 따위는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T는 선배에게 상담을 하게 되었고, 결국 그 호스트에게 조금 겁을 주자는 결론을 내렸다.

     

     

     

     

     

     

     

     


    선배와 T는 또 한명의 친구를 섭외하여 어느 날 이른 아침 술에 잔뜩 취해서 가게에서 나오는 호스트를 납치했다.
    자동차 트렁크에 밀어넣고 폐허가 된 한 산 속의 모텔로 데리고 갔다.
    낡고 황폐해진 방 한칸에 호스트를 밀어넣고 수갑을 채워 감금했다.
    T는 그가 준비해온 꾸러미를 호스트의 눈 앞에 내밀었다.


    "이 사진 속의 여자를 기억하나."


    그것은 죽은 여동생의 영정이었다.
    T는 영정 옆에 흰색 천으로 둘둘 싼 목각 상자를 두고 말했다.


    "내동생은 네게 사과받지 않으면 성불할 수 가 없다고 밤마다 내 머리맡에 찾아온다. 24시간 줄테니 그동안 동생에게 사과해라. 오늘 밤 머리맡에 동생이 찾아오지 않으면 널 풀어주겠다."


    목이 마르다는 호스트에게 자기가 들고있던 페트병의 물을 직접 먹여주는 T의 모습은, 정말로 그 호스트가 여동생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기를 바라는 것 처럼 보였다.

     

     

     

     

     

     

     


    그리고 다음날 날이 밝을 무렵 세명은 다시 집합하여 호스트를 가둬 둔 모텔 방으로 향했다.
    감금해두었던 방의 문을 열었는데, 그 방은 텅 비어있었다.
    분명 수갑 한 쪽은 호스트의 한쪽 손에, 나머지 한 쪽은 세면대의 파이프에 채워둔 터였다.
    움직일수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수갑은 그저 문방구에서 산 장난감이었다.
    못 하나만 있으면 풀고 탈출할 가능성도 있었다.
    호스트의 지갑과 휴대폰을 빼앗아 두기는 했지만 폐 모텔은 커다란 도로에 인접해 있었다.
    드물기는 해도 유동 차량은 종종 있었을 것이다.


    "도망쳤겠다."


    세명은 탐색을 포기하고 돌아가기로 했다.
    T는 영정을 겨드랑이에 끼고 양손으로 목각상자를 들었다.


    "어, 이게 뭐지?"


    T는 목각 상자를 들어니 안에 무엇인가가 들어있다고 했다.


    "왜? 처음부터 납골 단지가 들어있는거 아니었어??

    "아냐, 그냥 빈 상자였어. 납골도 다 끝냈고. 겁이나 줄까 하고 가지고 왔었지."


    선배의 물음에 T는 대답했다.

    그가 흰 천을 걷어내자 뚜껑이 덮인 목각 상자가 모습을 들어냈다.
    뚜껑을 열자, 그 안에는 새까만 흙 같은 것이 잔뜩 들어있었다.


    "이게 뭐야."


    상자를 바닥으로 탈탈 털어 흙을 쏟아내보니 주먹만한 덩어리 한개가 같이 떨어졌다.
    선배와 T가 가까이서 확인하려고 하는데 코를 찌르는 악취가 났다.
    옆에 있던 나뭇가지로 그 덩어리를 찔러보니 그 것은 바싹 마른 미라 처럼 보였다.


    "이거....태아 아냐?"


    선배와 친구가 얼굴을 마주하자 T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동생이 그 자식을 데리고 갔을지도 몰라."


    선배와 친구들이 그를 바라보자, T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유서에 써있었어. 아기랑 같이, 그녀석이랑 같이 셋이서 살고싶었다고."


    선배는 T의 말을 들으며 이유도 근거도 없지만 이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처음부터 상자 속에는 태아의 미라가 들어 있었을 거라고.
    분명 T가 그 호스트를 죽였을 거라고.

     

    ***********
    출처 - http://vivian9128.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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