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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52563
    작성자 : 숏다리코뿔소
    추천 : 36
    조회수 : 3696
    IP : 119.195.***.230
    댓글 : 6개
    등록시간 : 2013/07/12 21:11:06
    http://todayhumor.com/?panic_52563 모바일
    (17금 소설) 요녀 - 3 (BGM)





     
     
     
     
    봉춘골로 뜨겁게 불덩이가 떠올랐다.
    횃불이 수십 모이니 아닌 달밤에 불덩이도 그런 불덩이일 수가 없었다.

    박 대감의 수십 종 것들과 종 것들이 퍼질러 놓은 아새끼들,
    그를 필두로 민씨 마님이 박 대감 일가라 불릴만한 대 인파를 이끌어 횃대를 들었다.

    그 광경은 저 멀리 야산의 도적 떼들이 보기엔 봉춘골서 해가 떴다고, 오해를 할 광경이었다.

    그 요망한 년을 찢어 발겨야 한다는 곡소리에
    가슴을 설레어 밤잠을 못 이루던 아낙들은
    문살을 태워 삼킬 듯 뜨거운 그 불덩이가 지나는 것을 보았고, 느꼈다.
    그 큰 불덩이가 집 앞을 지나면, 아낙들이야 워낙에 육감이란 것이 좋은지라, 올타꾸나! 무슨 사단이 났구나!
    하며 마음이 들떴다.
    못난 년들이었다.

    개중에는 문을 나서 마주 다가오는 민씨 마님의 성난 얼굴을 본 아낙도 있었으며,
    그 분노에 동참하듯 횃대를 들어 동참하는 아낙도 나왔다.
    그 아낙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한 것이,
    그 진지함이 민씨 마님의 진중함에 뺨을 칠 아낙도 즐비했더랬다.
    급하게 횃대를 챙기는 조강지처를 보며, 문득 소진에게 변이 난 것을 직감한
    감 좋은 사내 녀석들도 있더랬다.
    그 놈들은 버선발로 아낙들을 앞질러 냅다 달음질을 쳤다.
    물론 마가 놈의 집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한 편으론 마가 놈의 집이라기 보단 소진이란 년의 품으로
    달음질 쳤다고 보는 것이 이치에 맞는 것인가, 싶기도 하였다.

    불덩이는 삽시간에 불어나며,
    봉춘골에는 화마가 둥지를 튼 모양만치 때 아닌 대낮이 찾아들었다.
    봉춘골 아낙들과 천치 같은 사내들이 합세해 만들어 낸 걸작이라 하겠다.
    그 선두의 민씨 마님은 어찌나 걸음이 빠른지,
    대이동을 하는 인파의 가장 뒷줄에선 힘에 붙여 숨이 꼴딱꼴딱 넘어가는 년놈도 있었다.
    복장이 터질 지경이더랬다.

    민씨 마님은 그 빠른 걸음 속에서도 결연하였는데,
    그 바로 옆에 있던 종놈은 민씨 마님이 중얼대는 그 저주를 하염없이 들어야했다.
    종놈은 귀를 틀어막고 싶어졌으나, 횃대가 방해를 했다.

    민씨 마님은 그리 말씀을 하셨다.

    "그 요망한 년의 눈알을 날 것으로 씹을 것이야."

    민씨의 인파와 섞이려 민씨 앞에서 이를 마중하던 아낙은 눈을 크게 떴다.
    그 큰 불덩이를 마치 민씨가 짊어지고 있는 것만 같이 보여서 그랬더랬다.

    민씨를 뒤따르는 아낙들은 모두 한가슴으로 외치고 있었다.

    '그 오라질 년을 찢어 발겨! 찢어 발겨, 이 썅!'

    그 때 성곤은 민씨와는 다를 길로 소진이 년을 향해 달음 쳤다.
    성곤의 입은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고,
    손은 주체를 못하며 칠랑팔랑 하는 것이 정신 줄을 놓아도, 한참을 논 것 마냥,
    그러니까 실성한 팔푼이마냥 달렸는데,
    그 모양이 아주 필사적이더랬다.

    성곤은 횃대하나 들지 않았으나,
    수풀과 농두렁, 밭두렁을 헤치며 거침없이 다음 발을 앞으로 퉁궜다.
    참으로 표현키 아니꼬운 말이라 아니할 수가 없으나,
    어쩌랴, 성곤의 가슴에는 애간장을 태우며 훨훨 피어오르는 저만의 횃대를 집혔으니,
    그 횃대 앞에 발길이 어두우랴, 뚜렁길이 거슬리랴.
    성곤은 오롯이 헤엄치듯, 날아가듯, 소진이 년의 얼굴만을 떠올리며 그렇게 앞으로 나아갔다.
    울렁울렁 눈물에 넘쳐 범벅이 된 성곤은 그리 달음 치던 중 저기 멀리 소진이 년을 향해 외치곤 하였더랬다.

    "우어어엉! 소지놔아! 소지! 컥! 컥컥. 나아아아아!"

    등신 같았다.

    그때.
    소진이 년은 숨을 죽여 울음을 삼키고 있었다.
    베갯잇은 첨벙첨벙 붕어새끼도 헤엄칠 만큼 수북하게 눈물이 고여 있더랬다.
    다리를 한껏 끌어안은 소진이 년은 반대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꺼이꺼이 우는 소리에 어미가 깨면 자초지종을 설명키 곤란해서였다.

    허나 이미, 어미는 그 구슬픈 딸년의 울음을 모두 듣고 있었다.
    어미는 몸이 성치 못하여, 자리를 지키는 것이 못내 미안 할 따름이었다.
    바깥양반이란 그 마가 새끼만 똑바로 된 개새끼였어도,
    딸년이 저리도 밤마다 흐느끼진 않았을 것이란 생각에 치를 떨렸다.
    어미 또한 소진이 몰래 등을 돌려 눈물을 훔치지 아니할 수가 없으니,
    이를 쌍쌍으로 논다, 라고 표기하는 것이 옳은 줄로 아뢰오.

    또한 어미는 딸년의 곱곱절로 분통이 터진다고 아뢰오.

    딸년이 잘못한 것이 무엇이 있던가.
    여인이 사내를 사로잡는 것이 죄라면 죄던가.
    그러하다면, 어디 시집이라도 보내 아주 잡것들의 연정을 끊어버리면 될 것을
    마가 이 개쌍놈은 지 딸년을 돈 쏟아내는 도깨비 방망우인 줄로 아니.
    그 사정도 모르고 아낙들은 딸년을 음해하기에만 바쁘니.
    어미는 당장이라도 봉춘골 아낙들의 귀를 물어뜯고만 싶었다.
    아낙들의 귀를 다 씹어 삼키고 나면 마가란 놈과 잡것들의 아랫도리도 씹어 삼기고 싶었다.
    몸만 성했다면, 그 년놈들을 모조라 잡아다 탕을 끓어 뼈까지 씹어 먹었을 것이었다.
    허나 그러면 그럴수록 어미는 자신의 나약함만을 골 깊이 세길 뿐이었으니.

    딱해서 어찌할꼬.

    소진이 년의 방에 문이 열렸다.
    억척스럽게 열린 문 앞에는 씩씩쌕쌕 숨을 몰아쉬는 이가 있었으니,
    이는 이 사단을 만든 장본인 마가였다.

    마가 놈은 늦도록 노름질로 주머니를 탈탈 비우고,
    다시 빚을 얻어 유곽의 기생 년 허벅지를 만지작거리다 오던 참이었다.
    술김에 흥얼거리며, 발은 갈지자로 비틀비틀 휘청휘청 앞으로 나간다기 보담
    옆으로 쓸려 다닌다는 말이 더 맞는 것 같은 걸음을 하고 있었다.
    마가는 자신의 거나하게 취했다고 생각했다.
    왠고허니, 야밤에 등 뒤가 후끈후끈 타오를 듯 불덩이가 집혀진 것만 같고,
    앞길의 달빛은 헛것인 듯, 햇볕처럼 훤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마가는 그 훤한 불빛의 밤거리는 보며 그리 말하였다.

    "허따, 씨부럴, 내가 취하긴 취해난갑네."

    마가는 자신이 취해서 밤거리가 환한 것이 아니란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등 뒤에서 어떤 아낙이 목청이 찢어지도록 자신을 불렀기 때문이다.

    "마가 이놈!"

    마가는 아낙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곤 숨이 막혔다.
    거리를 꽉 메운 인파가 하나 같이 손에는 횃불을 지고서
    성에 찬 듯 눈을 부라리는데,
    아니 글쎄 그 선두에 있는 박 대감의 큰 마님이신 민씨가
    눈에서 성홍을 핏물을 콸콸 쏟고 있는 것이 아니던가.

    이글이글 타오르는 횃대의 가짓수가 마가를 압도시켰다.
    마가는 천치이나, 자신의 죽음이 코앞까지 다가왔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마가는 쌩하고 뒤를 돌아 줄행랑을 쳤다.

    민씨는 안달하지 않고, 옆에 짚이는 아무 놈에게나 말했다.

    "저 천하의 쌍놈, 다리를 분질러 내 앞에 끌고 오너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검은 그림자가 밤을 갈랐다.
    종 것들은 마가를 꼭 잡아야했다.
    좀 전에 불에 휩싸여 죽은 떡쇠 놈이 머릿속에서 잊히질 않고 있었다.
    만일 마가를 못 잡는다면, 민씨 마님은 자신들에게도 불을 놓을 게 자명한 사람만 같았다.

    그 피를 쏟는 눈은 또 어떠한가.

    마치 마귀와도 같은 모습이 아니던가.
    종 것들은 필사적이었다.
    그것이 꼭 사내새끼만은 아니더랬다.
    아낙들도 뒤를 따라 미친 듯이 내달렸다.

    모두가 겁에 질려있었다.
    모두가 미쳐있었다.
    소진이 년을 찢어 죽일 집회의 불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갔다.
    민씨의 들끓는 화가 모두를 집어 삼켰다하여도 무리가 아닌 표현이리라.

    마가는 집에 도착해, 얼른 미리 싸놓은 짐 보따리를 챙겼다.
    그동안 모아둔 재물이었다.
    허나 역시나 마가는 마가라 천치는 천치여서,
    야반도주를 위한 짐 치고는 보따리가 너무 무거웠다.
    소진이 년과 안사람은 안중에도 없이 낑낑거리며 짐을 나르는데,
    마당 앞으로 지옥불이 옮겨 붙는 듯, 점차 불똥이 하나둘, 솟기 시작했다.
    불똥 속에서 말이 튀어나왔다.

    "야! 마가 이 새끼야. 도망치지를 말어! 우리가 다 죽게 생겼다니까는!"

    마가는 그리 답했다.

    "씨나락 까먹지 말고, 길 돌아서서 너그 마님 치마폭에 불이라도 놓으라니까는!
    아, 저 년이 나를 죽일 게 뻔하다니까는?! 나 잡지 말어라. 아! 잡지말어!"

    때마침 성곤이 당도했다.
    성곤은 문 앞에서 걸리적거리는 마가를 냅다 밀어버리고,
    소진이를 찾았다.

    소진은 영문을 몰랐다.
    눈물이 마를 새도 없이 남정네들이 쳐들어오기 시작했으니,
    당황을 해도 한참을 당황한 참이었다.
    그것은 소진의 어미도 마찬가지였더랬다.
    소진의 어미가 외쳤다.

    "무슨 일이로 이 사단이요! 뭐요, 또!"

    소진도 맹추는 아닌지라, 일이 보통일은 아닌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비란 놈은 짐을 짊어진 채 숨을 헐떡였고,
    고을 유명하신 성곤 도령이 방 안을 짚신바람으로 들이닥쳤으며,
    죽네 사네 소리를 외치던 바깥의 횃불을 든 이들은
    하나둘씩 모여 점점 더 모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내 점차 커지던 불은 하나의 불덩이를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닌가.
    초가산간에 불이 붙어 떠다니는 것만 같이, 어마어마하게 큰 불이었다.

    소진은 그런 광경을 처음 보았다.
    사실 봉춘골의 누구라도 그런 광경은 처음 보았다 할 것이다.

    성곤은 소진 앞까지 당도해 놓고도 몸이 얼어 가만 서있었다.
    마가는 박 대감 종 것들에게 망아지 새끼 마냥 질질 끌려갔고,
    끌려가는 마가의 뒤로 민씨가 횃대를 든 채 성큼성큼 걸음을 디뎠다.
    민씨는 문 앞에 성곤을 쳐다보지도 않고 손으로 치워버렸다.
    민씨는 횃대를 방 안으로 밀어 넣고, 소진이란 년의 얼굴을 찾더니 곧 그리 말하였다.

    "기어 나와라. 개 같은 년아."

    그 엄중하고 섬뜩한 말을 들은 소진이 년의 어미는 소진의 목숨 줄이
    오락가락 하는 것을 느끼고 등골이 쭈뼛 섰다.

    "마님! 마님! 어찌 된 영문이옵니까! 마님! 마님! 영문이라도 좀 알려주십시오!"

    물론 민씨는 하찮은 도가의 처 따위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소진은 자신이 목석이 된 줄로만 생각 되었다.
    민씨 마님이 자신을 내려다보는 것만으로
    자신을 무언가에 홀리게 만든 것처럼 그렇게 몸은 굳어갔다.

    밖에서 마가가 소리를 쳤다.

    "대감! 대감 목숨만은 살려줍쇼. 예? 소진이를! 우리 소진이를 봐서라도!"

    마가가 천하의 천치란 것이 거기서 나타났다.
    그 자리는 소진이를 앞세울 자리가 아니었다.
    민씨는 눈을 부라리며 마가에게로 다가섰다.

    "이 놈의 양 다리를 바숴라. 내 이놈 앞에서 지 딸년 죽는 꼴을 꼭 뵈 줘야만 속이 풀리겠다."

    민씨의 눈은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아직도 피를 흘리고 있었다.
    두 눈이 온통 빨간 민씨의 모습은
    그녀의 바깥양반인 박 대감마저도 오금이 지릴 판이었더랬다.

    소진이 년이 맨발로 뛰쳐나왔다.
    하얀 속곳 바람이었다.
    속살이 뜨거운 불덩이에 비춰 훤히 드러났다.
    물론 남정네들의 빛나는 눈빛이 그 모습을 더욱 환하게 비췄으리라.

    소진이 년은 눈치를 볼 줄 아는 년이었다.
    당장 누구에게 무릎을 꿇는 것이 옳은 줄 알고 소진이 년은 민씨에게 급히 조아렸다.
    무릎이 땅을 빻는 소리가 기세 좋았다.

    소진의 두 눈에선 아직 마르지 않았던 눈물이 다시 봇물 터지 듯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아비를 살려주시어요. 제 목을 거두시고 아비는 살려주시어요, 하는 그 모습과
    횃불의 빛을 받은 그렁그렁한 눈물, 양 손을 모아 썩썩 비는 그 고운 손
    그리고 속이 훤히 비추는 속곳의 차림이 그 자리 남정네들 마음에 동정을 불렀다.

    그때 붙들려 있는 마가 놈의 다리를 냅다 걷어찬 이가 있었는데, 바로 박 대감이었다.
    마가는 불시에 얻어맞은 다리를 보곤 기겁해 소리를 쳤다.
    무인 중 무인이라 소문 난 박 대감답게,
    한 번 발길질로 마가의 다리 한 쪽을 분질러 버린 것이다.
    마가는 무너져 내렸고,
    마가를 부여잡던 이들은 무너져 내리는 마가가 무거워 그저 땅바닥에 떨궜다.
    어차피 부러진 다리로 어디 마당이라도 벗어날까 싶기도 해서였다.
    다리가 성해도 그 많은 인파는 뚫을 수 없을 듯 했다.

    마가는 땅에 붙어 곡을 시작했다.
    자신이 절명할 것을 빤히 알았기 때문이다.

    "마님 저년을 찢어 죽이셔요!"
    "마님 저년 눈을 횃대로 지지셔요!"
    "마님 저년 허벅다리에 불을 놓으셔요!"
    “마님 저년 입술을 발로 짓이기셔요!”
    “마님 저년 젖가슴을 낫으로 도려내셔요!”
    "마님 저녁 반찬은 뭐로 할 까요!"
    "마님 저는 오줌이 마려워요! 불장난은 하면 아니 되어요!"

    민씨의 뒤로 목소리들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드문드문 개소리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소진이 년을 죽여 버리란 소리였다.
    민씨는 당연한 소리를 지껄이는 잡것들의 말을 무시하고 소진이 년만 내려다보았다.

    과연 절색이나, 사람들 말대로 어찌하여 절색인지 설명이 안 돼는 년이었다.

    이 년은 미인이 아니다. 허나 이 년에겐 과연 무언가가 있구나, 하고 민씨는 감탄을 하였다.
    그것은 칭찬에 가까운 감탄이었으나, 소진이란 년의 목숨을 부지해 주기엔 부족했다.

    민씨가 횃대를 소진이 년의 뺨에 가져다 붙이려던 때였다.
    성곤 도령이 기겁을 하며 방에서 튀어나왔다.
    성곤을 방언을 터트리며 소진이 년을 감싸 안았다.
    그를 지켜본 민씨는 차분했다.
    아니, 냉엄했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비켜라, 네 놈도 불 맛을 보고 싶은 것이 아니거든."

    박 대감이 몰래 다가와 민씨에게 속삭였다.

    "여보, 그럴 건 없잖아요. 소진이 년을 죽이진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요? 여보?"

    민씨는 기가차서 박 대감을 돌아보더니,
    박 대감의 이마 짝을 냅다 갈겼다.
    봉춘골이 떠나가라 할 만큼의 시원한 '짝!' 소리가 퍼졌다.
    그를 지켜보던 봉춘골 사람들은 모두 망부석이 되었다.
    천하의 무인을 휘갈기는 여인이라니, 장군감도 그런 대장군감이 없으리라.

    민씨가 박 대감을 나무랐다.

    "이 씨발새끼가… 어따대고."

    박 대감이 말하였다.
    거진 울먹이고 있었다.

    "아! 여보, 애들 앞에선 안 때리기로 약속 했잖아요?
    아, 여보! 저도 제 신분적 위치란 게 있잖아요!
    우리 저번에 이걸로 이야기 했었죠?
    원래 안사람이 바깥 사람을 때리는 게 아니래요!
    제 친구들도 그랬어요! 그러니까요! 이제 앞으로는 제발 좀 애들 앞에서!…"

    민씨는 짜증이 나서 박 대감에게 "닥처라 좀. 병신아." 하고 만류를 했다.
    그리곤 성곤을 걷어 차버리며, 다시 횃대를 소진이 년에게 가져다 불을 놓으려는데,
    다시 성곤이 득달같이 소진이 년을 감싸고 나섰다.

    "네 놈이 실성을 했구나. 천것은 감싸 안으려 들면서, 어미의 말은 바람소리인냥 흘려버리니."

    성곤은 몸을 비 맞은 개처럼 떨었다.
    너무나 떨어대는 그 모습을 보며, 차라리 일부러 떨어도 저리는 못 떨겠다싶어하는 이들도 있었다.
    허나 민씨의 광기는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기에, 모두들 숨을 죽이고만 있었다.
    횃불이 사부작사부작 타오르는 소리와 귀뚜라미만 초롱초롱 우는 그 침묵을 성곤이 깨트렸다.
    아주 대담하기도 짝이 없는 소리였다.

    "소진이는 제 아이를 가졌습니다. 어머니! 이 뱃속에 제 아이가 들었습니다. 정녕입니다!"

    뻥이었다.

    뻥이었으나, 모두가 놀라 일대가 술렁였다.
    웅성웅성 개미 같은 목소리는 점점 그 키를 키워갔다.
    민씨는 냉담했다. 저 하늘의 처량한 달빛도 민씨만큼 냉랭해 보일 수는 없었다.

    "백정 새끼가 품은 건, 아이라 할 수 없다. 그건 버러지다.“

    민씨는 아랑곳 않았다.
    사실 여부를 떠나 천출의 아이를 손주삼을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성곤은 나름 지혜를 짜본 일이었으나, 의미가 없었다.

    민씨는 다시 성곤을 걷어 찼다.
    성곤이 굴러 떨어진 곳은 다리가 부러져 절절 거리는 마가 놈의 옆이었다.
    좀 전까지 소진이 년을 죽여줍쇼, 응원하던 아낙들도,
    뭔가가 아주 크게 잘못 돌아간 다는 것을 알았다.

    소진이 년은 미워 죽겠으나, 아직도 끊임없이 눈물을 흘리는 것이,
    그를 보는 아낙 중 가슴이 아려오는 년도 있었다.
    사실 아낙들은 소진이 년과 살갑게 지내 본 일이 없었기에,
    막상 소진이 년의 가엾은 꼴을 접하니 참한 년도 저리 참한 년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년, 그 횃불로 그 이상 우리 딸 희롱하려 하면, 내가 너를 튀겨 죽인다. 이년."

    모두들 입이 떡 벌어졌다.
    소진의 어미였다.

    저 곳에서 머리가 산발이 여인이 바들바들 떨며 문지방을 넘으니,
    그것이 또 민씨를 제외한 또 하나의 마귀처럼 보였다.

    땅이 울리는 듯하였다.
    천둥이 치듯 세상이 요동치는 기운도 돌았다.
    두 여인이 눈을 마주하고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다.
    민씨의 입가는 씰룩씰룩 경련을 일으켰고,
    소진의 어미는 점차 똑바로 자세를 잡아갔다.

    양반 댁 규수와 백정 잡년이 서로를 똑바로 응시했다.

    천하가 울렸다.

    덜그럭 덜그럭.

    봉춘골 사람들은 실로 땅이 울리는 미미한 진동을 느꼈다.
    귀신이 곡을 할 노릇이었다.
    두 여인의 마귀 같은 기운이 세상을 뒤흔드는 것만 같았다.

    소리는 점차 커져만 갔다.

    덜그럭 덜그럭, 달그락 달그락.
    덜그럭 덜그럭, 달그락 달그락.
    덜그럭 덜그럭, 달그락 달그락.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소리가 커지는 것이 아니라,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민씨를 포함하여 모두가 천둥 같이 말발굽을 울리는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도 횃대가 떠다니고 있었다.
    바람을 거스르며 힘차게 불을 뿜는 횃대가 대충 보아도 열은 넘을 듯하였다.
    누군가 말했다.

    "도깨비다!"

    그것이 무엇이던가, 정녕 도깨비불이라도 되더란 말인가?
    그렇지 않았다.

    말발굽 소리는 마가네 집에서 멈추었다.
    자그마치 열다섯의 사내가 말에 올라있었다.
    말에 오른 사내들은 봉춘골 사람들은 아랑곳 않고 인파로 속으로 말을 몰았다.
    홍해가 갈라지듯 사람들이 길을 텄다.

    선두에 있던 사내가 호령을 했다.

    "소진이란 년이 어디에 있느냐!"

    소진은 손을 들어 자신을 표시했다.
    사내는 횃대를 들어 소진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그리곤 다시 소리쳤다.

    "네년이 양반, 상놈 할 것 없이 봉춘골 일대에 색을 뿌리고 다닌 다는 소진이렸다?"

    소진이 대답하였다.

    "그렇사옵니다."

    위풍당당한 사내는 가슴에서 종이 짝을 꺼내 펼쳤다.

    방이었다.

    그것은 봉춘골 아낙들이 공을 들여 만들어낸 방이었다.
    소진이란 년의 유언비어가 그득하게 실린 그 방을 사내는 똑바로 펼쳐 소진이 년에게 보였다.
    그리곤 여남은 여장의 방을 소진이 년에게 던지며 호령했다.

    "네 이년! 오라를 받으라!"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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