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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64265
    작성자 : 잿빛아래
    추천 : 45
    조회수 : 5859
    IP : 112.121.***.74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4/02/17 03:33:14
    http://todayhumor.com/?panic_64265 모바일
    내 주위에는 악마가 있다. -3
     
     
     
    꼬부기o님 그리고 제 글을 읽어주신 많은 분들께 전해드립니다.
     
    글을 한번에 쓰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쓰는 과정에서 헛구역질을 너무 많이해서 토하고 왔습니다.
     
    감정이 많이 예민해져서 글을 쓰다가도 의미없는 눈물이 계속 흐릅니다.
     
    최대한으로 많이. 그리고 빨리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양해부탁드립니다.
     
    (수정사항이 있습니다. 2부에서 기술한 2009년 여름은 2002년 여름입니다.
    글 안에서의 '나' 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있었던 일입니다. )
     
    -------------------------------------------------------------------------------------
     
     
     
     
     
    2002년 여름
     
     
     
    비가 많이 왔었다.
    거실과 부엌을 제외한 모든방의 불은 꺼져있었다.
     
     
     
    그리고 내 눈앞에 그려져있었던, 지금도 내 마음한구석에서 날 괴롭히는
    장면은 참담했다.
     
     
     
    부숴진 아날로그 텔레비전과 라디오
    깨진 유리창 그리고 양주병
    바닥에 흐르는 양주
     
     
     
    그리고 구석에서 울고 있는 나와
    내 키보다 조금더 작은 골프채를 들고 있는 악마가 있었다.
     
     
     
     
    악마는 엄마를 때렸다. 마치 당장이라도 죽이겠다는 것처럼.
    나는 버티기 힘들었다. 그 동안 억눌려왔던 감정이 터지기 직전이었다.
     
     
     
    그리고 악마의 손이 움직이는 순간.
     
     
     
     
    나는 미친개처럼 악마에게 달려들었다.
     
     
     
    다리를 잡았다.
    손에 매달렸다.
    발바닥에 유리조각이 박혀도 아프지 않았다.
    소리쳤다. 미친개처럼 짖어댔다.
     
     
     
     
     
     
     
     
    하지만 힘이 약하고 작았던 개 였기 때문에
    곧바로 내동댕이 쳐질 수 밖에 없었다.
     
    악마는 힘이 쎘다. 나보다 강했다.
     
     
     
     
    하지만 엄마는 구할 수 있었다.
     
     
     
     
    내가 내동댕이 쳐지고 엄마는 집 밖으로 도망쳤다.
    3년전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 일이 있고 나서 1주일 후.
     
    엄마는 다시 집에 돌아왔다.
    악마는 엄마를 다시 때리지는 않았다.
     
     
    조용했다.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그러나 악마는 아빠로 돌아오지 않았다.
    악마가 내 아빠를 뺏어갔다.
     
    우리는 그렇게 공존했다.
     
     
     
     
     
     
     
     
     
    그리고 돌아온 엄마는
    악마를 대신해서 나를 때렸다.
     
     
     
     
    때렸던 이유는 간단하다.
     
    눈빛이 건방지다.
    말을 듣지 않는다.
    제 시간에 돌아오지 않았다. 등등
     
     
     
     
    그리고 나는 주먹과 발과
    골프채와 몽둥이 등으로 맞았다.
     
     
     
     
     
     
     
     
    아니, 맞아왔다. 쉴새없이 맞아왔다.
    내가 어느정도 크기 전까지는.
     
     
     
     
    한번은 그런적이 있었다.
    밤에 잠을 자고 있었는데 엄마가 들어와서
    자고있는 내 뒤로 가서 뒤통수를 발로 찼다.
    그 이유가 '재수가 없어서' 였던것도 기억한다.
     
     
     
    피도 많이 났다. 멍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의 내가 가장 분한 것은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것과,
    맞는 상황에서도 죄송하다는 감정을 느꼈던 것이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엄마도 사라졌다.
     
     
     
    집에는 악마 둘과 내가 있었다.
     
     
     
     
     
     
     
     
    스트레스를 받던 나는 고도비만이 되었고,
    우울증 조울증 대인기피증 등의 정신병을 갖게 되었다.
    학교에서도 나는 왕따였다.
     
     
     
     
     
    내가 다른 아이들 입장이었어도 못생기고 돼지인데다가
    어두컴컴한 분위기를 가진 애는 상종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화장실에 가둬놓고 주먹으로 치고
    발로 짓밟던 아이들의 모습은 잊어지지가 않는다.
     
     
     
     
     
    2008년 여름
     
     
    살은 빠지고 키는 커졌다. 친구가 생겼다.
    그 동안 몇가지 긍정적인 변화들이 있었다.
     
     
     
    하지만 집에서의 두 악마는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서로 죽이겠다 라던가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퍼부으며
    언제나 그렇듯이 싸우고 있었다.
     
     
     
    다만, 두 악마는 나를 건드리지 않았다.
    나는 그들에게 점점 위협적인 존재가 된 것이다.
     
     
     
    그들이 싸울때면 옆에서 지켜보곤 했다.
    말리지 않았다. 단지 그들의 싸움을 구경했다.
    재미있어서가 아니었다.
    그 싸움때문에 나한테 피해오는게 싫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이었다.
    싸움은 밤 10시 부터 새벽 3시까지 이어졌다.
    그 동안 눌러왔던 짜증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남자악마는 집을 나갔다.
    여자악마는 집에서 분한듯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소파에 앉아 있던 나에게
    여자악마가 말했다.
     
     
     
    "OO아, 우리 같이 죽자. 더 이상 살고 싶지가 않아."
     
     
     
     
     
     
    나는 여자악마에게 말했다.
     
    "당신혼자서 죽어. 다시는 내 눈앞에 띄지마."
     
     
     
     
     
     
     
    내 말을 들은 여자악마는 멍하니 나를 쳐다보았다.
    할말을 잃은 것 같았다.
     
     
     
    다음날 아침.
     
     
    여자악마는 집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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