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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ony_8736
    작성자 : 달고냥
    추천 : 5
    조회수 : 329
    IP : 117.123.***.237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2/10/26 01:20:34
    http://todayhumor.com/?pony_8736 모바일
    (자작 팬픽) 집시 바드 -2-

     라이라 하트스트링즈는 인간에게 물었다.
     "인간들은 세상의 시작에 있나요?"

     인간의 표정이 잠깐 굳어지더니 곧 억지로 웃음을 지어냈다.
     "시작이라... 너랑 나한테 그런 얘기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네."

     "우리 엄마가 그랬어요. 아저씨랑 아저씨 친구들은 세상의 시작에서 끝으로 달려간다고요."

     "그렇지 않아. 단지 우리들이 아주 오래 여행해 왔기 때문에 포니들이 그렇게 아는거야."
     라이라는 별로 반응을 보이지 않고 다시 곡을 연주해 달라고 보챘다.

     

     내가 어린 아이였을 때, 불길이 마을을 덮쳤네.

     

     그들은 나를 고아원에 내던지고 말했다네.

     

     어울리고 싶다면 뿌리를 잘라내라고.

     

     그래서 나는 구멍을 천개나 파고 다른 아이들과 춤을 추며 놀았네...

     

     라이라는 인간의 노래를 듣다가 갑자기 질문을 해댔다.
     "아저씨는 왜 집을 나온거에요?" 라이라는 말을 끝내고 인간의 얼굴을 보자 마자 아차 했다.
     내가 괜히 아저씨를 곤란하게 했구나! 라이라는 목을 뒤로 빼고 살짝 웃었다.
     "아... 아니, 죄송해요."

     인간은 손으로 공중을 한 번 더듬 거리고 라이라의 갈기를 쓰다듬었다.
     "집이 불에 탔거든."

     

    - - - - - - - - - - - - -

     

     라이라는 그 다음 부터는 조금 미안해져서 인간을 만나기 꺼려했다. 그러다가 햇살이 가득 쬐이는 어느 날, 인간이 자신을 완전히 오해할까 봐 작은 화분을 선물로 삼고 방랑자들의 집으로 갔다.
     빛이 들어오지 않는 집에서 라이라는 인기척을 냈지만 어둠 속에선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낮잠자고 있는 거구나.

     라이라는 인간과 친한 사이 같았던 한 암말을 주위에서 보았다. 라이라는 그녀의 이름을 자주 까먹었다. 그녀는 이상한 원통형 기계를 가지고 땅바닥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언니, 아저씨 자요?"
     그녀는 아무런 대꾸도 안 하고 원통을 발굽으로 돌렸다.
     "자고 있어." 그녀가 마지못해 대답해주었다. 라이라는 더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녀가 귀찮아하는 것 같아 그만 두려 했다. 그런데 의외로 그녀가 말을 걸어주었다.

     "라이라, 그는 네가 딱히 싫지는 않은 모양이다만, 너무 이것저것 안 물어보는게 좋을거야." 그녀는 원통을 내려놓고 조심스레 자리를 바로 잡고 라이라를 쳐다보았다.
     "그러니까... 매우 심란한 상태야. 예컨데 너의 부모님, 친구들, 이웃 포니는 물론 모든 포니가 널 두고 사라졌다고 해봐."
     라이라는 멍하니 그녀를 보다가 이해가 안된다고 대꾸했다.
     "응... 주변에 포니는 많이 있는데요..."
     그녀는 눈을 감고 어깨를 치켰다.
     "내가 무슨 얘길 하고있나..."

     

    - - - - - - - - - - - - - - - - -

     

     방랑자들은 과묵했다. 남이 오든 말든 신경도 안 쓰는 분위기였다. 몇몇 사과농장 농부들은 그들의 집에 접근했다가 분위기에 질려 뛰쳐 나왔었다. 그들은 라이라가 와도 마찬가지로 대했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인간이 라이라를 반긴다는 것이였다.
     그것을 보고 다른 방랑자 포니들은 라이라가 뒤에서 인간에 대해 떠벌리고 다니진 않을까하고만 걱정했다.

     물론 라이라는 장발에 살색 피부를 가지고 손가락이란 걸 달고 두 발로 걸어 다니는 괴상한 동물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솔직히 신기하긴 했다.

     라이라는 인간과 어울리는 것에 거리낌이 없어졌고 주로 노래를 부르고 편자 악기를 연주하고 놀았다. 라이라는 머릿 속으로 방랑자들이 이 마을에 도착한 시간을 헤아렸다. 다섯 밤 째 였다.
     
     "아저씨, 여기 포니들은 이상해요." 인간이 라이라의 소리를 듣고 고개를 그 쪽으로 돌렸다.
     "아무도 아는 척을 안 해요. 눈이 먼 것 처럼. 정말 아저씨 친구 맞아요?"
     "라이라. 내 동료들도 사정이 있어서 그런거야.
     물론 나도 있지."
     어쩌다 이 아저씨는 척 봐도 자기랑 다른 포니들과 같이 다니게 된 걸까? 어쩌다가 이렇게 병이 난 걸까? 라이라는 빤히 편자 악기만 쳐다보다가 궁금증이 폭발해버렸다.
     "아저씨. 물어보고 싶은게 있어요..."
     "그래...?" 인간은 눈을 뜨려다가 말았다.

     "다른 인간은 어디 있어요? 아저씨랑 같이 다니면 좋을텐데..." 라이라는 여기까지 말하고 인간의 눈치를 보았다.
     인간이 바로 대답했다.
     "세상에 나 혼자 밖에 없어." 라이라는 암말이 말했던 말을 떠올리고 오싹해졌다.

     정말 세상에 혼자 남은 거야?

     라이라는 멍해져서 인간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나는 그들과 떨어져서 여기까지...
     확실히 포니들은 친절해...
     하지만 나 말곤 아무도 없는 것 같아...

     "미안해요..."

     라이라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의 얼굴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

     라이라는 작은 머리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용기를 내어 인간의 손을 잡았다.


     "미안해요..."
     인간은 고개를 내저었다.

     

    - - - - - - - - - - - - - - - - - - -

     

     라이라는 집에 돌아와서도 마음이 편안하지 않았다.
     많이 실례가 됬을 거야.
     라이라는 전등 불을 끄고 눈을 감고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 썼다.
     그녀의 머릿 속에선 인간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당신의 삶이 비탄에 빠졌다면 거기엔 간단한 이유가 있다네

     

     당신은 장인이 만든 수정 구슬에 갇힌 장난감일 뿐이라네

     

     그가 이리저리 흔들던 우리는 버텨내야 한다네...

     

     세상에나... 유리 구슬에 갇힌데다가 누가 뒤흔들면 얼마나 어지러울까?
     노래가 너무나 안타깝게 떠올랐다.
     방랑자 포니들도, 암말도, 인간도...

     

    - - - - - - - - - - - - - - - - - - -

     

     라이라는 당장 허름한 집들을 향해 달려갔다. 동네의 어린 망아지들이 방랑자들이 마차를 챙기고 떠나려고 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아아, 아저씨. 죄송해요...

     아직 마차는 떠나지 않았다. 몇몇 포니들은 허름한 집에 붙여 놓은 판자같은 문을 떼어 마차에 실었고 몇몇 포니들은 포니빌의 마지막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라이라는 당장 그들 틈에 들어가 암말을 찾았다.
     "라이라, 우린 떠나야 해. 아침 먹고."
     "언니... 아저씨는..."
     "마차에 타서 기다리고 있어." 암말은 스프 그릇을 내려 놓고 한 마차를 가리켰다.
     "저기야. 내가 말했듯이 너무 많이 물어보지 말라고." 암말은 라이라에게 바짝 다가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어제 아저씨가 울고 있었어."

     라이라는 눈물을 글썽이며 전속력으로 마차를 향해 달려갔다. 과연 어두운 마차안에 자신 보다 키가 큰 인간이 있었다.
     "아저씨..."
     인간은 불편한 몸으로 네발로 기어 마차 입구까지 온 라이라를 맞이했다.
     라이라는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아저씨! 정말... 죄송해요..."
     "괜찮다. 얘기하다 보면 조금 눈물 날 때도 있지. 뭐."
     "아저씨랑 친구들은 세상 끝으로 가잖아요... 세상을 오래 여행했으면 분명 아저씨같은 인간도 있을지도 몰라요..."

     인간은 라이라의 갈기를 어루만지고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

     "끝으로 간다고 하면 세상이 끝날 때로 달려간다고 하는게 맞겠구나. 우리들 말이야."

     라이라는 고개를 숙이고 계속 울었다.
     "라이라 말 처럼 내 친구가 있을 지 모르지."
     인간은 자신의 자리로 천천히 돌아가 짐을 한참 뒤적거리다 편자 악기를 가지고 다시 천천히 라이라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라이라 같은 친구한테 이 리라를 줘야지..."

     라이라는 깜짝놀라 울음을 멈추고 편자같이 생긴 악기, 리라를 보았다.
     "네 이름을 따서 만든건데 허락해주겠니?"

     "네...!" 라이라는 조심스럽게 리라를 두 발굽으로 받았다.
     인간은 자신의 손에서 리라가 떠나고 손가락을 펼쳐보이고 말했다.

     "이걸 떠올려. 훗날 나 처럼 칠 수 있을거야."

     라이라가 식기까지 정리하는 포니들을 보았다. 인간도 덜그럭대는 소리를 듣고 말했다.


     "일주일도 못 만났지만 정이 많이 들었지."

     

    - - - - - - - - - - - - - - - - - - -

     

     라이라는 리라를 품에 안고 저 멀리 지평선으로 마차가 사라져가는 걸 보았다.

     따로 사연이 있다는 포니들...
     언니...
     아저씨...
     리라...

     라이라는 지난 날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상이 둥글다는 인간의 말을 떠올렸다.

    달고냥의 꼬릿말입니다
    으아 ㅠㅠ 오글 토글 작렬입니다 ㅠㅠ 
    이걸 막을려면 다신 이런거 안써야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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