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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oop_9461
    작성자 : 똥싸배이
    추천 : 42
    조회수 : 2884
    IP : 211.245.***.147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4/11/12 01:50:36
    http://todayhumor.com/?poop_9461 모바일
    잊을 수 없는 똥사건 일곱


    오늘 저녁에 도서관에서 과제를 열심히 하다가 바람도 좀 쐴 겸 밖을 나왔습니다. 

    해 떠있을 때 들어갔는데 나오니까 해가 벌써 졌더라구요.

    겨울이구나 싶었습니다. 원래 추위를 좀 타지만 한기가 골반 뼈에서부터 척추를 타고 쭉 올라오는데 사지가 떨리지 않고서야 견딜수 없는 추위였습니다.

    얼굴이 추위에 붉어질 때 쯤에 배에서 신호가 왔습니다. 하루종일 속이 안좋더니 결국 신호가 오는겁니다.

    도서관 화장실을 들어갈까 했는데 도서관 화장실은 사람이 너무 많이 들락거립니다.

    똥 쌀 때는 한 줄기 덩어리도 성심성의껏 집중해서 싸는 걸 좋아해서 조금 참고 근처 인문대학으로 향했습니다.

    컴컴한 복도 끝에 화장실 불빛이 환하게 비쳐있었습니다.

    화장실로 들어가자 라디에이터의 열기로 화장실이 참 아늑하고 훈훈하게 느껴졌습니다.

    총 4개의 칸이 있었는데 저는 두번째 칸으로 들어갔습니다.

    혹시나 똥이 튈걸 고려해 미리 휴지를 4칸 정도 뜯어 물위에 뛰워놓고 변기에 앉았습니다.

    에피타이저로 묽은 놈들을 싸주고 메인으로 물똥을 쌌습니다. 디저트로는 잔변을 처리하는데 아무리 짤겨도 시원하게 마무리가 안되는 기분이었습니다.

    똥 좀 싸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똥을 싸고 나면 이 똥구멍이 닫힌 기분이 들 때가 있고 열린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열린 기분일 때 그냥 닦고 집 가서 보면 팬티에 묻더라구요.

    그래서 왠만하면 똥꾸멍이 닫힌 기분이 들 때까지 지긋하게 화장실에 있습니다.

    비유를 들자면 냄비를 불에 올려두고 바로 잡으면 겁나 뜨겁잖아요. 시간 좀 지나고 잡으면 차갑고.

    대충 그런 느낌입니다.

    나 한 똥하는데? 하시는 분들은 아시리라 믿습니다.

    똥꾸멍이 닫힐 때까지 똥구멍을 빨롬빨롬 거리면서 기다리고 있는데

    누가 하나 걸어 들어오는 겁니다.

    나와 비슷한 친구로군이라고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제 옆 칸으로 들어왔습니다. 

    소리가 막 퓨ㅠ쇼솏ㅍ춉퓷슉ㅎ시원시원한게 아주 크게 될 친구 같았습니다.

    이제 똥꾸멍이 거의 다쳤다 싶은 찰나에 갑자기 화장실 불이 탁 하고 꺼졌습니다.

    퓨푸ㅜ슈수퓻 하던 똥소리도 뚝 하고 끊겼습니다.

    생각해보니 도서관을 제외한 대학 건물에선 야간에 낭비되는 전기를 아끼려고 센서를 달아서 사람이 화장실에 들어가면 몇 분정도 있다가 꺼지도록 해놓았습니다.

    당황했습니다. 눈은 뜨고 있는데 앞에 아무것도 안보였습니다. 옆에선 어디로 증발했는지 숨소리 하나 안들리고 고요했습니다.

    그 상황이 좀 웃겨서 혼자 큭큭거리니까 옆에서도 큭큭하고 웃는 겁니다.

    화장실 칸막이로 물리적으로는 서로 몸이 떨어져있었지만 어둠을 통해 옆 사람과 정신적으로 통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사람이지만 뭔가 친근하게 느껴졌습니다.

    똥구멍도 닫혔겠다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주섬주섬 꺼내서 플래쉬를 켰습니다. 간달프 지팡이처럼 어둠 속에서 환하게 빛을 밝혔습니다.

    휴대폰을 화장실 잠그는 고리 위에 아슬아슬하게 올려서 제 쪽으로 빛을 비추게 한 다음 뒤를 닦았습니다. 닦는 동안에도 그 상황이 웃긴겁니다. 고요한 가운데서 제가 휴지로 문지르는 소리만 슥슥하고 나는겁니다.

    그때까지도 옆에선 아까 웃은 거 말고는 똥 싸다 죽은 듯이 조용했습니다. 무섭기까지 했습니다.

    진짜 싸다가 죽은거 아닌가 싶어서 걱정도 됬습니다.

    뒤를 다 닦고 물을 내리려는데 

    "저기.." 하고 옆칸의 사내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목소리도 중저음으로 아주 듣기 좋은 목소리였습니다.

    그리고 하는 말이



    "저 불 좀 빌려주세요."

    저는 담배를 안펴서 라이터가 없었습니다. 거기다가 뜬금없이 불이라니..공중화장실에서 금연이 된지가 언젠데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면서 없다고 말했습니다.


    "아니...그 불 말고...휴대폰 플래쉬요..제 휴대폰 배터리가 나가서...."


    아! 저는 무릎을 탁 치며 받으세요하며 칸막이 밑에 뚫린 공간으로 휴대폰을 내밀었습니다.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간달프의 불빛이 칸막이 사이로 들어왔습니다. 그 분은 고리 위에 올려두는게 쉽지 않으신 듯 불이 계속 위치를 바꿨습니다. 바닥에 내려두셔도 되요 라고 말해주자 곧 플레쉬가 화장실 천장을 밝게 비췄습니다.

    검은 하늘 펼쳐진 은하수를 구경하듯 변기 위에 앉아서 천장의 불빛을 바라봤습니다.

    고요한 가운데 들리는 소리라곤 얼굴 모르는 남정네의 똥꾸멍에 휴지 비비는 소리였습니다.

    이번에는 옆칸의 사람이 먼저 큭크그큭 거리는겁니다. 

    "똥 싸다가 별짓을 다 해보네요."라고 말하며 저도 크킄ㄱ 거렸습니다.


    그러자 옆에서 하는 소리가..


    "먼저 나가셨으면 센스에 불이 들어왔을 텐데 말이죠 크흐긐흐흐그"

    생각해보니까 맞는 말이었습니다. 제가 먼저 나갔으면 센서가 불이 들어왔을텐데 저는 바보 같이 앉아서 기다렸던겁니다.

    아...이 센스....


    옆 칸분께서 먼저 일을 마치고 나가시자 불이 들어왔습니다. 저도 물을 내리고 화장실을 나가서 옆 칸분과 조우하게 되는데
















    제 후배였습니다...


    서로 어?! 이런 표정으로 보다가 배꼽잡고 웃었다가 헤어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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