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오유 바로가기
http://m.todayhumor.co.kr
분류 게시판
베스트
  • 베스트오브베스트
  • 베스트
  • 오늘의베스트
  • 유머
  • 유머자료
  • 유머글
  • 이야기
  • 자유
  • 고민
  • 연애
  • 결혼생활
  • 좋은글
  • 자랑
  • 공포
  • 멘붕
  • 사이다
  • 군대
  • 밀리터리
  • 미스터리
  • 술한잔
  • 오늘있잖아요
  • 투표인증
  • 새해
  • 이슈
  • 시사
  • 시사아카이브
  • 사회면
  • 사건사고
  • 생활
  • 패션
  • 패션착샷
  • 아동패션착샷
  • 뷰티
  • 인테리어
  • DIY
  • 요리
  • 커피&차
  • 육아
  • 법률
  • 동물
  • 지식
  • 취업정보
  • 식물
  • 다이어트
  • 의료
  • 영어
  • 맛집
  • 추천사이트
  • 해외직구
  • 취미
  • 사진
  • 사진강좌
  • 카메라
  • 만화
  • 애니메이션
  • 포니
  • 자전거
  • 자동차
  • 여행
  • 바이크
  • 민물낚시
  • 바다낚시
  • 장난감
  • 그림판
  • 학술
  • 경제
  • 역사
  • 예술
  • 과학
  • 철학
  • 심리학
  • 방송연예
  • 연예
  • 음악
  • 음악찾기
  • 악기
  • 음향기기
  • 영화
  • 다큐멘터리
  • 국내드라마
  • 해외드라마
  • 예능
  • 팟케스트
  • 방송프로그램
  • 무한도전
  • 더지니어스
  • 개그콘서트
  • 런닝맨
  • 나가수
  • 디지털
  • 컴퓨터
  • 프로그래머
  • IT
  • 안티바이러스
  • 애플
  • 안드로이드
  • 스마트폰
  • 윈도우폰
  • 심비안
  • 스포츠
  • 스포츠
  • 축구
  • 야구
  • 농구
  • 바둑
  • 야구팀
  • 삼성
  • 두산
  • NC
  • 넥센
  • 한화
  • SK
  • 기아
  • 롯데
  • LG
  • KT
  • 메이저리그
  • 일본프로야구리그
  • 게임1
  • 플래시게임
  • 게임토론방
  • 엑스박스
  • 플레이스테이션
  • 닌텐도
  • 모바일게임
  • 게임2
  • 던전앤파이터
  • 마비노기
  • 마비노기영웅전
  • 하스스톤
  • 히어로즈오브더스톰
  • gta5
  • 디아블로
  • 디아블로2
  • 피파온라인2
  • 피파온라인3
  • 워크래프트
  • 월드오브워크래프트
  • 밀리언아서
  • 월드오브탱크
  • 블레이드앤소울
  • 검은사막
  • 스타크래프트
  • 스타크래프트2
  • 베틀필드3
  • 마인크래프트
  • 데이즈
  • 문명
  • 서든어택
  • 테라
  • 아이온
  • 심시티5
  • 프리스타일풋볼
  • 스페셜포스
  • 사이퍼즈
  • 도타2
  • 메이플스토리1
  • 메이플스토리2
  • 오버워치
  • 오버워치그룹모집
  • 포켓몬고
  • 파이널판타지14
  • 배틀그라운드
  • 기타
  • 종교
  • 단어장
  • 자료창고
  • 운영
  • 공지사항
  • 오유운영
  • 게시판신청
  • 보류
  • 임시게시판
  • 메르스
  • 세월호
  • 원전사고
  • 2016리오올림픽
  • 2018평창올림픽
  • 코로나19
  • 2020도쿄올림픽
  • 게시판찾기
  • 게시물ID : readers_30754
    작성자 : 윤인석
    추천 : 1
    조회수 : 327
    IP : 112.171.***.130
    댓글 : 5개
    등록시간 : 2017/12/29 15:17:31
    http://todayhumor.com/?readers_30754 모바일
    단편4) 지하실의 세 사람
    옵션
    • 창작글


    *** 주의 : 잔인한 장면들이 나옵니다. ***


    사람은 항상 적을 찾는다. 우리의 생존 본능은 쉬지 않고 위험이 될 수 있는 적을 찾아 도망치거나 없애버리려 한다. 하지만 도주냐 응전이냐를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라도, 시체 더미에 둘러싸여 피비린내를 맡는 때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당신 뭐야! 당신은 뭔데 그런 걸 쥐고 있는 거야? 납치범과 한패 아냐?”

    젊은 여자가 눈물이 범벅된 얼굴로 맞은 편에 묶여 있는 젊은 남자에게 뾰족하게 외쳤다. 꽤 잘생긴 남자였지만 그런 게 눈에 들어올 때가 아니었다. 그 말을 듣고 역시 묶여 있던 남고생도 남자를 의심스럽게 노려보았다.

    셋이 지하실에서 정신을 차리고 하는 첫 대화였다. 잘게 절단된 시체들이 널려있는 지하실에서 처음 눈을 뜨고 지른 비명과 울음, 살려달라는 절규들은 대화라고 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대화를 할 수 있기 전까지 어찌나 몸부림쳤는지 손목과 발목을 묶은 쇠고리에는 피가 배어나고 있었다.

    “몰라! 내가 어떻게 압니까? 나도 길을 걷다가 누군가 주사기로.... 뒷목이 따끔하다 싶더니 깨어나 보니 여기란 말입니다!”

    남자가 소리쳤다. 억울함과 분통함이 절절한 목소리다. 

    “뭔가 다르니까 그런 걸 쥐고 있을 거 아니에요?”

    젊은 여자가 남자 양손에 있는 버튼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길쭉한 버튼은 떨어트리지 말라는 듯 팔목과 끈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이깟 게 뭐라고 난리입니까? 예? 탈출할 생각을 해야지! 생사람을 잡으면 됩니까?

    젊은 남자가 버튼을 보란 듯이 눌렀다.

    “앗! 아저씨! 그렇게 막 누르면 어떻게 해! X발! 미쳤어? 머리가 없어? 그게 뭔지 알고?”

    교복을 입고 있던 남자애가 소리쳤다. 울면서 엄마를 찾던 모습과 달리 입이 제법 걸었다.

    삐이이이이--!

    "꺄악!”

    "히익!"

    그 순간 벽에 매달린 스피커에서 귀를 찢는 소음이 들려왔다. 젊은 여자가 비명을 질렀다. 남고생도 겁에 질려 벽에 걸린 스피커를 바라봤다.

    “하하. 안녕들 하신가? 이제야 버튼을 눌렀나 보군.”

    스피커에선 변조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X발 새끼야. 이게 무슨 개 짓거리야! 빨리 안 풀어? 죽여버린다!

    남고생이 언제 겁에 질렸냐는 듯 바락바락 소리를 쳤다.

    “미리 말해두지만 이건 녹음한 거야. 혹시라도 지금 내게 말을 걸고 있다면 소용없어. 난 지금쯤 비행기를 타고 이민 길에 올라있을 테니까. 다시는 지긋지긋한 한국 안 올 꺼야. 어쨌든 내 말을 잘 들어. 너희들이 살 유일한 기회니까.”

    “으아아아! 젠장! 빌어먹을! 이거 풀어어어! 으어어어엉.”

    “조용히 해욧!!”

    “조용! 조용!”

    남고생은 발작하듯 몸부림치며 다시 눈물 콧물을 쏟았다. 젊은 여자와 남자는 스피커 소리가 들리지 않자 조용히 하라고 소리쳤다.

    “으아아아! X새끼! 이거 풀어!”

    남고생의 몸부림에 발치에 있던 누군가의 정강이와 손가락 마디가 찐득한 핏물 위에서 몇 바퀴 굴러갔다. 시체들을 마디마디 분리한 작업자의 정성과 악의가 넘실대는 곳에서 공포의 한 시간을 보낸 남고생은 쉽사리 진정되지 않았다.

    “살 수 있다잖아!”

    “그래. 이거 들으면 산다! 살 수 있다고!”

    “흑. 흐윽.”

    젊은 여자와 남자가 다시 외치자 남고생이 겨우 입을 다물었다. 몇 마디나 놓쳤을까? 젊은 여자는 혹시 살기 위한 단서를 놓쳤을까 봐 가슴이 서늘했다.

    “......그 때 내 심정을 너희들이 알까? 미정이를 묻어주고 난 복수를 다짐했지.”

    '다행히 중요한 부분은 아니었나 보다. 쓸데없는 하소연이야.'

     젊은 여자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행히 난 돈이 많았어. 돈 나가는 것과 법을 신경 안 쓰니 어려울 것도 없더군. 같이 누릴 사람이 없는데 재산이 무슨 소용이고, 미정이를 지켜주지 못한 법, 심판도 제대로 못 하는 법이 무슨 소용이야. 다 쏟아부으니 그놈들을 여기로 데려오는데 딱 일주일 걸리더군. 너희들 주변에 있는 놈들 말이야. 씹어먹을 강간범들. 난 복수를 해냈지. 하하하하하. 정말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야."

    변조된 목소리로도 으스스한 광기가 전해졌다.

    "설마 그 일 때문에?"

    젊은 여자가 중얼거렸다.

    "그런데 일을 끝내고 나니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어. 너희들이 문제였어. 김혜미. 넌 내 여친이 도와 달라고 외치는 걸 똑똑히 들었어. 그렇지? 그 시간 그 골목을 들여다보는 게 CCTV에 찍혀 있었어. 하지만 넌 그대로 도망가고 신고도 하지 않았지. 대체 왜 그런 거야? 네가 사람들만 불렀어도! 전화 한 통화만 했더라도! 크으으으흑. 크으으흑."

    변조된 목소리는 점점 목소리가 높아지다가 나중에는 고함을 쳤다. 그리고 한동안 짐승 같은 거친 숨소리만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아... 아냐. 난..."

    젊은 여자 혜미는 안색이 창백해졌다. 기억난다. 그날 밤! 혜미는 너무 무서웠었다. 갑작스럽게 맞닥뜨린 짐승들 앞에서 심장이 내려앉고 소름이 돋았던 기억이 났다. 오로지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도망치고 있었고, 집에 돌아오고 문을 잠그고 나서야 어떻게 할지 생각이라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혹시라도 신고자를 쫓아올까 봐, 관련되고 싶지 않아서 신고하지 않았었다. 악몽으로 찾아올 만큼 무서웠던 기억이었다. 

    "그리고 최한수. 넌 내 여친 기사에 악플을 달았지. 아주 패륜적인 악플이었어. 창녀? 창녀라고? 대체 왜 그런 단신 기사랑 블로그까지 찾아와서 그런 악플을 단 거야? 거기다 말리는 댓글이 달리니까 더 신나서 악플을 달았었지? 기억나지? 여자가 됐다가 할아버지가 됐다가. 널 찾고 나서 한사람이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새끼인 걸 알고 얼마나 어이없었는지 알아? 제일 어이 없는 건 말리는 댓글도 네가 쓴 거더라고. 너야말로 진짜 미친X이야! 이 X새끼야!"

    변조된 목소리가 이번엔 남고생 한수를 지목했다. 한수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아예 기억이 나지 않았다. 댓글을 어떻게 일일이 기억한단 말인가? 평소 쓰던 댓글들이 있으니 썼을 법도 한데..... 라는 생각만 뿐 뭘 말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무슨 말이야 난 아니야!"

    한수가 외쳤다. 억울함이 확 치솟아 올랐다. 한수에게 악의가 있었던 건 아니다. 언제 봤다고 미워서 댓글을 썼겠는가? 한수가 악플을 다는 이유는 그냥이었다. 재밌냐고 물으면 그런 것도 같고 정도. 그냥 이러면 열 받겠지 싶어 아이디 돌려가며 몇 글자 적었다고 이런 미친X에게 잡혀서 죽을 위기라니 어이없고 억울해 죽을 것만 같았다.

    "뭐야? 그럼 난? 난 정말 억울해."

    젊은 남자가 소리쳤다. 하지만 녹음된 목소리는 자기 할 말만 이어갔다. 

    “그래.... 김혜미. 최한수. 너희 둘은 정말 죽어 마땅하지만 난 지금 기분이 좋아. 강간범 새끼들을 찢어 죽였거든. 그래서 너희들에겐 조금 자비를 베풀어도 좋지 않을까 싶어졌지. 아무튼, 너희들이 직접 죽인 건 아니잖아? 하지만 무작정 용서해 주면 너희들이 잘못한 줄 모르고 고개 뻣뻣이 들고 살겠지. 그건 안되지. 안되고말고. 그래서 둘 중 한 명만 살려 주기로 했어. 너희들 목숨. 동전을 던져서 한 명만 살려줄 거야. 남은 한 명은 오늘을 기억하고 평생 속죄하면서 살아.”

    한 명은 산다! 혜미와 한수의 눈동자가 빛났다.

    “그래. 동전. 거기 있는 형씨! 당신이 동전이야. 길 가다 잡혀 온 아저씨에겐 좀 미안하네. 하지만 뭐 나무를 하다 보면 톱밥도 좀 튀는 법이지. 정의 구현이니까 아저씨가 이해해. 아저씨는 일이 끝나면 자동으로 풀릴 테니까 걱정하지 마라. 믿기 힘들다고? 그럴 것 같았어. 자 주의해서 들어. 정말 내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해. 여러 번 누르면 안 돼. 오른쪽 버튼을 한 번만 눌러봐.”

    젊은 남자가 주저하다가 오른손에 든 버튼을 한번 눌렀다.

    철컥.

    그러자 젊은 남자 발목을 잡고 있던 고리 두 개가 한꺼번에 풀렸다. 손목에 고리는 여전히 묶여 있었다.

    "벌써 또 버튼 누른 건 아니지? 중요한 순간인데 그럼 안되지. 왼쪽 버튼을 누르면 비겁한 도망자 혜미가 죽어. 오른쪽 버튼을 누르면 악플 계의 다중인격 한수가 죽지. 등 뒤에 독약이 푸슉!! 크하하하하. 테트로도톡신이라고 알아? 알기 쉽게 복어 독이야. 심사숙고해서 골랐어. 전신 마비는 물론이고 치사량을 넣으면 호흡기도 마비돼서 공기 중에서 질식해 죽는 독이야. 세상에서 제일 강한 독은 아니지만 죽어가면서도 정신은 멀쩡한 독이라는 게 맘에 들었지. 그냥 정신 잃으면 안 되지. 미정이가 겪었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더 느끼고 회개하면서 죽어야지. 너희들에게 딱 어울리는 처벌이야."

    모두 철제 의자 뒤쪽을 보기 위해 버둥거렸다. 잘 보이지 않았지만 두툼하게 생긴 장치가 붙어 있는 것은 보였다. 혜미와 한수의 얼굴이 핼쓱해졌다.

    "비행기 시간 때문에 그 모습을 못 보는 게 아쉽군. 크크크. 아무튼, 둘 중 하나라도 누르면 한 1분 후쯤에 세 의자 모두 구속 도구가 풀릴 거야. 그럼 남은 사람은 손잡고 사이좋게 나가면 되는 거야. 난 이미 한국에 없을 테니 신고를 할 테면 해도 좋아. 하하하. 아니, 오히려 신고를 해줬으면 좋겠군. 내가 미정이의 복수에 성공했다고 방송에 나오는 거지! 하하하하하. 자, 그럼 우리 동전 씨. 아무나 한 명 죽여. 하하하하. 그럼 난 이만. 크크크.”

    스피커에서 나오던 변조된 목소리가 끊겼다.

    무시무시한 침묵이 찾아왔다. 혜미와 한수의 목숨이 생전 처음 보는 남자 손아귀에 있었다. 문자 그대로 손아귀 안에!

    “아저씨! 살려 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아저씨! 아니 형님. 살려주세요. 제기랄. 날 살려주라고. 사실 내가 제일 억울하잖아! 저 X은 도망치고 신고도 안 했다며, 저년이 제일 나쁜 년이야.”

    혜미와 한수가 동시에 젊은 남자에게 매달렸다. 한수는 언제 울었냐는 듯이 기세가 등등했다. 한수의 생각엔 악플 따위보다 혜미가 더 죽을죄를 지은 것이다.

    “뭐라고? 댓글 살인이라고 몰라? 그게 얼마나 무서운 건데! 네가 얼마나 잘못 했는지 모르겠어? 그리고 힘없는 여자가 그럴 때 뭘 할 수 있단 말이야? 무서워서 집에 왔을 땐 너무 늦었었다고. 너라면 달랐을 것 같아?”

    “다르지! X발X아. 내가 거기 있었으면 다 때려눕히고 구해줬겠지. 내가 너랑 같냐?”

    “악플이나 다는 놈이 말이라고! 네가 있었으면 같이 강간했을걸?”

    “그만!! 지금부터 내 허락 없이 입 여는 사람 걸 누를 겁니다!”

    젊은 남자가 소리쳤다. 서로를 노려보고 싸우던 혜미와 한수가 입을 다물었다. 이 방의 절대 권력자는 이 남자다.

    “후우. 대체 무슨 일에 휘말린 건지.... 갑자기 사람을 죽이라니. 이게 말이 됩니까? 사람 목숨 둘이 내 손에 달렸다니 이게 얼마나 부담스러운지 압니까? 당신들은 상관이라도 있지. 그냥 멀쩡한 사람 잡아 와서 한사람 죽이라니. 생각. 생각 좀 하게 조용히 있어 보세요.”

    “아저...”

    혜미가 입을 열려고 하자 젊은 남자가 왼 손목을 까딱거려 보였다. 혜미의 목숨을 쥔 손이다. 대번에 혜미가 입을 다물었다.

    한참을 고개를 숙이고 있던 젊은 남자는 고개를 들고 혜미와 한수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럴 때마다 혜미와 한수가 움찔거렸다.

    “난 이 일을 잘 모릅니다. 한 사람씩 어떤 일이 있었는지 왜 자기가 살아야 하는지 말해 보세요. 혜미 씨부터.”

    “그 날은 정말 악몽이었어요. 집에 가는데 골목에서 남자 세 명이 한 여자를 겁탈하고 있었어요. 순간 남자와 눈이 마주쳤는데 날 보고 웃는 거예요. 평생 그렇게 무서웠던 적이 없었어요. 한 명이 내 쪽으로 몸을 돌리는데 무서워서 바로 집으로 뛰었어요. 어떻게 집에 왔는지 몰라요. 무서워서 집에 틀어박혀서 남자친구랑 친구들 다 부르고. 그러고도 누가 따라왔는지, 밖에 누가 지날 때마다 그놈들이 집에 찾아온 건 아닌지 몰라 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라요. 신고는....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밤이었고 너무 늦었었어요. 난 정말 살아야 해요. 이렇게 젊고, 하고 싶은 일이 많아요. 내년에 결혼도 하기로 했어요! 살려 주세요. 아저씨! 아니 오빠!”

    젊은 남자가 한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난... 사실 기억도 잘 안 나....요. 하루에도 댓글을 열 개, 스무 개 많으면 백 개도 쓴단 말이야...요. 기사 같은 건 사실 제대로 읽고 댓글 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가볍게 던진 말이에요. 어차피 다른 사람들도 다 다는 댓글이에요. 그냥 서로 웃고 즐기자고 다는 거지 별 뜻은 없어요. 저 여자에게 비하면 전 정말 억울하다고요. 저 여자가 신고만 제대로 했어도 그 여자는 안 죽었을 거 아니에요? 내가 댓글 달 일도 없었을테고요. 당연히 제가 살아야죠. 예? 형? 여기 나가거든 평생 형님으로 모실게요. 흑흑.”

    한수가 결국 말끝에 눈물을 흘렸다. 참 감정 기복이 큰 아이다.

    젊은 남자는 자기 양손에 시선을 떨어트리고 한참을 말이 없었다. 한수와 혜미는 젊은 남자의 호흡 한번과 손가락의 미세한 흔들림까지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서 바라보았다.

    "...난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혹시 대신 희생하겠다는 사람은 없죠?

    남자의 말에 혜미와 한수는 서로 잠시 눈치만 보다 고개를 돌렸다.

    "하긴 당연하죠. 다들 자기 목숨이 제일 중요하니까. 혜미씨라고 했죠? 혜미씨는 악몽으로 나온다고 했는데 나도 그럴 것 같아요. 내가 손가락 까딱 한걸로 사람이 죽는다니.... 그럼 이건 어때요? 누군가 구해주러 올 때까지 최대한 버텨보는 거예요. 도망간 그 남자도 그건 생각 못 한 것 같은데요."

    "......정말 오래 못 버텨요. 물 없이는 3일밖에 견디질 못하고 그보다 환기창도 없는 지하실에 3명분의 ...시체가 있어요. 금세 부패가 시작될 거고 탈수보다 질식이 더 빠를지도 몰라요. 그리고 무엇보다 여기에 한 시간만 더 있으면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아요. 그냥 저 애를 선택해요. 저 애가 뭘 줄 수 있겠어요? 난 직장도 있고 결혼자금도 모아 놨어요. 삼천, 아니 삼천 오백만 원 있어요. 다 줄게요. 그, 그리고 그 밖에도 뭐든 원하는데로 해줄게요. 알죠? 뭐든지. 날 구해줘요."

    "이런 X발X이 어디서 창녀 질이야. 난... 난.... 앞길이 고속도로라고. 형! 2, 3년만 기다려주면 내가 그것보다 더 줄 수 있어. 진짜라니까. 아니면 우리 엄마에게 말하면 돼. 우리 엄마 반지 하나만 팔아도 그정도는 나와. 내가 10개 가져다줄게."

    "무슨 미친 소리야. 누가 애 아니랄까 봐 되는 데로 막 뱉고 있어."

    "애새끼 죽이려는 건 어른이 할 짓이야? 응? 아이와 여자 먼저 구해야.... 암튼! 제발 좀 살려줘요."

    본인이 아이라기엔 너무 컸다고 느꼈는지 아니면 문득 혜미가 여자라는 걸 깨달았는지 한수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남자에게 애걸복걸하기 시작했다.

    "휴."

    남자가 깊고 무겁게 한숨을 내뱉었다.

    "어차피 계약서 쓸 것도 아니고 풀려나면 남남인데 쓸데없는 말은 말고요. 맘이나 편하게.... 좀 더 잘못한 사람은 누군 것 같아요? 잘못했다는 생각은 들어요?"

    "무, 물론 잘못했죠. 미안하게 생각해요. 신고하면 좋았겟지만, 무서워서 어쩔 수 없었어요. 난 나도 피해자가 될까봐 무서웠어요. 근데 쟤는 그런 게 아니잖아요. 그런 걱정도 없었으면서 그냥 쟨 악당이라고요."

    "뭐! 내가 무슨 잘못이라고 그래? 난 그냥 댓글 좀 달았을 뿐이야. 너처럼 비겁하게 도망친 게 아니라고. 사람들이 웃고 떠드는 장난하고 실제 범죄하고 같냐? 응? 형! 저 X이 나쁜 X이에요. 난 그냥 흔한 고등학생이라고요. 으흐흐흐흑."

    한수가 설움이 복받쳤는지 다시 울음을 터트렸다.
    남자는 한수의 울음을 가만히 쳐다보다 눈을 감았다. 감은 체로 중얼거린 것은 혜미가 했던 말이다.
     
    "물론 잘못했다, 미안하게 생각한다....... 그렇군요."
     
    남자가 눈을 뜨고 혜미를 바라봤다.
     
    "아, 아니 전 그게 아니라요."

    혜미가 당황해서 격렬히 고개를 흔들었다.

    "결정했습니다."

    "안돼!"

    남자는 말을 마치고 나서 곧바로 왼손에 든 버튼을 눌렀다.

    혜미가 앉은 의자 등 쪽에서 바늘이 나와 튀어나왔다. 혜미는 잠시 움찔하더니 곧바로 축 처졌다.

    "아하하하하. 고마워. 형! 고마워. 아하하하."

    한수가 미친 듯이 웃었다.

    "하아... 죽다 살아나니 기분이 어때?”

    "당연히 좋지! 살았어! 살았다고!"

    "하하하."

    젊은 남자가 가볍게 웃었다. 그리고 잠시 기뻐하는 한수를 바라보다 오른손에 있는 버튼도 눌렀다.

    "윽!"

    한수도 마비가 되어 의자에 축 늘어졌다.

    젊은 남자가 두 버튼을 동시에 누르자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구속이 풀렸다.

    “엉터리지만 그래도 말뿐이라도 사과하는 건 당신뿐이군. 하지만 100점은 아니야. 풀어 주긴 부족하고 상으로 편하게 죽게 해줄게.”

    젊은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목소리에서 한기가 뚝뚝 떨어졌다.

    "아으으은."

    한수와 혜미가 잘 움직이지 않는 입과 눈꺼풀을 들며 버둥거렸다.

    "첫 방은 약하게 했으니 그래도 눈은 뜰 수 있을 거야. 한수 녀석을 손보면 혜미 씨는 한방 더 놔서 편하게 죽게 해줄게. 지켜보면서 반성하고 있어."

    젊은 남자가 바닥 구석에서 공구 상자를 집어 들었다. 망치, 정, 톱, 전동 드릴 등이 들어 있는 상자라 묵직했다.

    "눈치챘겠지만 내가 미정이 남자친구야. 너희들이 있는 곳은 신혼집 하려고 마련한 집 지하실이고."

    한수와 혜미 입가로 침이 주룩 흐르고 눈동자가 떨렸다.

    "한수야. 기분이 어때? 막 죽을 것 같다가 다시 살아난 줄 알았지? 그러다 또 죽게 되니까 어때? 너에겐 꼭 이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 

    남자가 공구 상자를 놓고 한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흐흐.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지? 너도 나와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하도록. 잘 됐나 모르겠네. 미정이는 개 같은 놈들에게 강간당하고 우울증을 겪었어. 몸도 맘도 엉망이 된 미정이었지만 우린 다시 잘 해보기로 했지. 결혼해서 살 집도 마련했어. 다 잊고 예쁘게 살아가기로 했었어. 지옥 같은 경험이었지만 다시 희망이 찾아왔었지.”

    짝! 쫙!

    조용히 머리를 쓰다듬던 남자가 갑자기 한수의 머래채를 잡고 매섭게 뺨을 때렸다.

    "그런데 우리 미정이가 네 댓글을 본 거야. 미정이는 결국 네 댓글을 보던 화면을 켜둔 채로 자살했어. 네가 우릴 지옥으로 떨어트린 거야."

    쫙! 쫙!

    한수의 뺨은 금세 퉁퉁 부어올랐다.

    한수는 미칠 것만 같았다. 움직이지 못해도 눈물 콧물이 펑펑 쏟아졌다.

    '안돼! 안돼! 살려줘! 살려주세요! 으아아아아.'

    남자가 한수의 눈동자를 가만히 들여다 봤다. 한수의 울부짖음이 눈동자 속에서 몰아치고 있었다.

    “그래. 희망이 있어야 절망이 있지. 잘 된 것 같아. 지금 널 보니 정말... 보기 좋다.”

    젊은 남자가 다시 한수의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었다. 드디어 오랜 시간 참아온 일을 마무리한다. 깊은 만족감이 젊은 남자의 손길을 부드럽게 했다.

    “혜미 씨는 보면서 반성하고 있어요. 다 끝나면 편해지게 한방 더 놓아 줄게. 무섭겠지만 한수를 보다 보면 질식사 정도면 할만하다 싶을 거야."

    남자는 혜미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사아알리어."

    눈물이 줄줄 흐르는 혜미의 눈동자는 살려준다는 약속을 지키라고 외치고 있었다.

    "살려달라고? 큭큭. 언젠가 그 소리가 들릴 때 어떻게 했어요?"

    남자가 공구함에서 망치를 꺼냈다. 망치는 이미 피로 검붉게 물들어 있었다.

    '잘못했어요. 살려주세요.'

    한수가 마음속으로 간절히 외쳤다.

    “쉿! 너무 늦었어.”

    남자가 귀신같이 알아듣고 검지를 입가에 대어 보이고는 한수 앞에 앉았다.

    "처음은 발가락부터 해보자."

    남자는 기쁘게 망치를 내려쳤다.
     
     

     


    작가의 다른 단편 모음

    http://todayhumor.com/?readers_36657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7/12/30 18:39:06  122.43.***.29  petrichor  540299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단,비공감수가 추천수의 1/3 초과시 해당없음)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

    번호 제 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8029
    [가능하면 1일 1시] 바다의 봄 창작글 †촘갸늠† 24/04/29 09:34 133 1
    38028
    [가능하면 1일 1시] 좋은 날9 창작글 †촘갸늠† 24/04/28 09:14 181 1
    38027
    [가능하면 1일 1시] 초록들 창작글 †촘갸늠† 24/04/27 09:36 235 1
    38026
    [가능하면 1일 1시] 민들레3 창작글 †촘갸늠† 24/04/26 09:29 182 1
    38025
    [가능하면 1일 1시] 흐린 날8 창작글 †촘갸늠† 24/04/25 09:19 177 0
    38024
    [가능하면 1일 1시] 봄비32 [2] 창작글 †촘갸늠† 24/04/24 10:23 265 1
    38023
    [가능하면 1일 1시] 좋은 날8 [2] 창작글 †촘갸늠† 24/04/23 09:51 271 1
    38022
    [가능하면 1일 1시] 해바라기를 기다리며 창작글 †촘갸늠† 24/04/22 10:28 296 1
    38021
    일상 등대빛의호령 24/04/21 23:42 328 1
    38020
    [가능하면 1일 1시] 비 오는 날 창작글 †촘갸늠† 24/04/21 09:30 323 0
    38019
    [가능하면 1일 1시] 비가 온다44 창작글 †촘갸늠† 24/04/20 09:18 241 1
    38018
    동의보감 어플 Ongoing 내손안의 동의보감 visualwhit 24/04/19 17:44 293 0
    38017
    [가능하면 1일 1시] 봄밤의 반쪽 창작글 †촘갸늠† 24/04/19 09:12 242 1
    38016
    [가능하면 1일 1시] 혼자인 밤2 창작글 †촘갸늠† 24/04/18 09:13 207 0
    38015
    [가능하면 1일 1시] 외주 창작글 †촘갸늠† 24/04/17 09:13 223 0
    38014
    [가능하면 1일 1시] 리본 꽃밭 창작글 †촘갸늠† 24/04/16 09:14 238 0
    38013
    [가능하면 1일 1시] 그저 봄 창작글 †촘갸늠† 24/04/15 08:39 247 0
    38012
    [가능하면 1일 1시] 튤립 새 창작글 †촘갸늠† 24/04/14 09:46 286 0
    38011
    [28] 창작글베스트금지베오베금지외부펌금지 느칼느칼 24/04/13 17:49 390 4
    38010
    [가능하면 1일 1시] 낙화11 창작글 †촘갸늠† 24/04/13 09:16 303 0
    38009
    [가능하면 1일 1시] 쑥나들이 창작글 †촘갸늠† 24/04/12 09:17 278 0
    38008
    [가능하면 1일 1시] 꽃 진 나무, 잎 든 나무 창작글 †촘갸늠† 24/04/11 09:25 239 0
    38007
    [가능하면 1일 1시] 오늘 하루5 창작글 †촘갸늠† 24/04/10 10:18 291 1
    38006
    [가능하면 1일 1시] 아우에게 창작글 †촘갸늠† 24/04/09 09:22 298 1
    38005
    [가능하면 1일 1시] 봄날 오후2 창작글 †촘갸늠† 24/04/08 09:12 311 0
    38004
    [가능하면 1일 1시] 꽃놀이3 창작글 †촘갸늠† 24/04/07 09:23 314 1
    38003
    [가능하면 1일 1시] 손 많은 바람 창작글 †촘갸늠† 24/04/06 08:51 343 1
    38002
    [가능하면 1일 1시] 나무에게2 [2] 창작글 †촘갸늠† 24/04/05 09:40 310 1
    38001
    [가능하면 1일 1시] 비와 꽃 창작글 †촘갸늠† 24/04/04 09:50 317 1
    38000
    [가능하면 1일 1시] 그거 알아?8 창작글 †촘갸늠† 24/04/03 09:02 347 1
    [1] [2] [3] [4] [5] [6] [7] [8] [9] [10] [다음10개▶]
    단축키 운영진에게 바란다(삭제요청/제안) 운영게 게시판신청 자료창고 보류 개인정보취급방침 청소년보호정책 모바일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