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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readers_35564
    작성자 : 윤인석
    추천 : 2
    조회수 : 302
    IP : 112.171.***.130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21/04/02 00:32:29
    http://todayhumor.com/?readers_35564 모바일
    단편11) 심판자

     

    반원형의 거대한 방.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세 남자가 보인다.

    한참 동안 남자들을 바라봤다.

    그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나는 몸도 기억도 없는 상태에서 깨어났다.

    의식만 떠다니고 있어서오로지 보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남자들에게서 멀리 떨어질 수도 없다.

    지루하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남자들이 깨어났다.

    뭔가를 알 수 있기를 기대했지만 꽝이다.

    모두 똑같이 기억을 잃은 상태다.

    어째서인지 머릿속 생각까지 분명하게 들리니 확실하다.

    심지어 당황과 공포 같은 감정까지 생생하게 느껴졌다.

    낯선 감각이다.

    내 것이 아닌 생각과 감정들이 넘치니 짜증 난다.

    당황스러운 상황인 건 알겠는데좀 조용히 해 줬으면 좋겠다.

    심각하긴 내가 더 심각해!

    너희는 몸이라도 있지.

    난 언제 죽었는지도 모르겠는데 귀신 상태라고!

    하아.

    예쁜 여자라도 있다면 바라보는 맛이라도 있지시커먼 남자들뿐이다.

    게다가 하필이면 첫인상도 영 맘에 안 드는 인간들만 셋이다.

    어떻게 하나 같이 저런 인간들만 모아 놨지?

    싸운다.

    그래이제야 구경하는 맛이 생기네.

     

     

    아저씨소리 좀 그만 지르고 같이 머리 좀 모아보자니까요!”

     

     

    아니이 새끼는 뭔데이래라저래라 지껄여!”

     

     

    장년의 사내가 청년의 멱살을 잡았다.

    우락부락한 게 술주정 잘하게 생겼다 싶었는데술 안 먹어도 개가 되는 놈이었다.

     

     

    진짜!”

     

     

    청년도 지지 않고 손을 맞잡고 눈을 부라렸다.

    의외로 멸치 같은 청년이 근육 돼지에게 안 밀린다.

     

     

    “...알았어알았어봐준다내가 지금 좀 예민하니까알아서 조심 좀 해라.”

     

     

    장년은 순순히 멱살을 풀고 물러났다.

    속내를 아는 내가 보기엔 우스운 장면이었다.

     

     

    이 새끼 힘이 만만찮네비리비리하게 생겨서는....’

     

     

    청년의 덩치만 보고 얕잡아 봤다.

    하지만 드잡이질을 하고 보니 청년의 힘이 만만찮다는 걸 느끼고 재빨리 물러난 거다.

    덩치에 안 맞게 되게 얄팍한 놈이네.

    마지막 남자노인이 둘을 다독였다.

     

     

    그래요허허진정하고우리 일단 자기소개라도 합시다이런이름도 생각이.... 이거 참.... 아무튼 우리 함께 이 힘을 모아서 여기서 벗어나 봅시다.”

     

     

    아니할배요문도 창문도 없는데 어떻게 나가젠장이거 공기가 통하긴 하는 거야?”

     

     

    장년의 사내가 짜증을 냈다.

    그때갑자기 사방이 어두워지면서 벽에 거대한 화면이 나타났다.

     

     

    내가 나오네....”

     

     

    화면에서 꼬마 아이가 나타났다.

    노인과 똑 닮아 있었다.

    손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묘하게 노인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노인의 삶의 조각들이 화면을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꼰대 같아 보여서 맘에 안 들던 첫인상이 무색하게 노인은 좋은 사람이었다.

    노인은 어릴 때부터 친구들이 어려우면 발 벗고 나섰다.

    나이 들어서는 전 재산을 털어 아프고 배고픈 사람들을 돕는 모습이 나온다.

    별다른 취미도 없는지 가진 시간 대부분을 봉사 활동에 쓴다.

    항상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정말 즐겁게 봉사활동을 한다.

    무료 급식소장애인 단체독거노인 돕기.

    매주 가는 봉사 단체만 해도 세 곳이다.

    노인 덕분에 위안과 구원을 받고 눈물짓는 사람들이 스쳐 지나간다.

    마지막으로 장기 기증으로 여러 사람을 살리기까지.

    이 정도면 거의 성인인데?

    화면이 끝나자 화면의 빛이 노인에게 쏟아졌다.

    환하게 빛나는 노인의 몸.

     

     

    뭐야!”

     

     

    당황하기도 잠시빛이 잠잠해지자 노인은 엄청난 힘이 솟구치는 걸 느꼈다.

    노인이 힘을 주체 못 하고 이리저리 움직이더니물구나무 팔굽혀 펴기를 한다.

     

     

    허허허허허된다쉬워!”

     

     

    무려 한 손가락이다!

    노인도 남자라고괴이한 상황에 대한 당황보다 수컷의 환희가 앞선다.

    그 원초적 기쁨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래남자는 힘이지.

    지켜보기 짜증 났던 아까와 달리 좀 유쾌해졌다.

    저렇게 성자처럼 산 사람이 힘이 세졌다고 아이처럼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재밌네.

    나름대로 반전 매력이다.

    다시 화면이 밝아졌다.

     

     

    나다!’

     

     

    청년이 기대감에 차서 화면을 바라봤다.

    하지만 곧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었다.

    이 녀석은 너무 재미없게 살았다.

    학교 가고.

    학원 가고.

    친구들과 좀 시시덕거리고.

    취직 준비하고.

    직장 좀 다니고.

    뭘 해도 별 흥미가 없다.

    집에서 뒹굴뒹굴하는 걸 유독 좋아하는군.

    누울 수 있을 때는 항상 눕는다.

    인생에 굴곡도 없고극적인 일도 없고.

    평범하네.

    평범하게 게으른 인생을 지켜보니 하품이 다 나온다.

    인생에 사건이 없네.

    무슨 재미로 살았냐?

    영상이 끝나자 화면의 빛이 청년에게 향했다.

     

     

    ....”

     

     

    청년이 애매한 소리를 냈다.

    노인과 비교해 빛도 흐릿하다.

    몸이 달라진 걸 못 느끼겠다.

    제자리에서 펄쩍 뛰어도 보고 팔굽혀 펴기를 해봐도 마찬가지다.

     

     

    선행한 만큼 힘이 세지는 건가....’

     

     

    청년은 아쉬웠지만 납득했다.

    흔한 기부나 봉사도 해본 적 없었으니까.

     

     

    새끼게을러 가지고는.”

     

     

    장년의 사내가 청년을 비웃었다.

    그리고 새롭게 나타난 화면을 바라본다.

    ...과연 청년보다 열심히도 살았다.

    악은 부지런하다는 말이 생각난다.

    진짜 나쁜 새끼네.

    학교에서는 왕따 가해자그것도 주범이다.

    악랄하게도 괴롭힌다.

    심지어 직장인이 되고서도 왕따를 만들어 낸다.

    영업 실적을 올리기 위해고객과 관련 업체에 사기를 친다.

    주변에 피해가 생기든 말든 잘도 빠져나간다.

    꼴에 결혼도 했지만가정생활이라고 평탄할 리 없다.

    가정 폭력미성년자 성매매에 불륜.

    결국 이혼한다.

    혼자 남은 집에서 인터넷 악플을 상습적으로 달다가 결국 피해자가 자살하게 만든다.

    육체든 정신이든 약한 사람을 찾아내 괴롭히는 데서 즐거움을 느끼는 변태 같은 놈이다.

    폭력도 좋아하지만특히 여론을 조작하고 궁지에 몰아넣는 솜씨가 매우 훌륭하다.

    어찌나 훌륭한지 즐기는 자를 넘어서기 힘들다는 말이 생각날 정도다.

    이놈은 악당으로 불러야겠다.

     

     

    웃기는 소리날 뭐로 보고 이런 수작질이야아니야이건 음모야다 거짓말이라고!”

     

     

    악당이 추잡하게 외치건 말건빛은 주인을 찾아 날아들었다.

     

     

    저리 가난 아니야저건 내가 아니라고!”

     

     

    불길한 예감이 들었는지 피하려고 해보지만검붉은 빛이 악당의 몸을 휘감았다.

    노인과 대비되는 어두운 빛이다.

    자업자득이다.

     

     

    내가 아니라고.... ....”

     

     

    끝까지 부정하던 악당이 입을 닫았다.

    빛에는 이 모든 게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하는 힘이 있었다.

    노인과 청년이 그랬듯이.

    납득이나 설득이 아니다.

    알게 된다.

    잊고 있던 것을 떠올리는 듯한 깨달음이다.

    악당은 영상 속 모습이 자신의 인생이었음을 인정했다.

    동시에 몸의 변화를 느꼈다.

    이 느낌은뭐야이래도 돼?

     

     

    크크크하하하하.”

     

     

    악당이 미친 듯이 웃어댔다.

     

     

    이보게.”

     

     

    때아닌 웃음에 당황한 노인이 말을 걸어보지만 웃음을 멈추지 않는다.

     

     

    크하하권선징악은 역시 세상은 ㅈ 같은 곳이야이거 봐이거 보라고하하하.”

     

     

    악당이 청년의 멱살을 한쪽 팔로 잡고 덜렁 들어 올린다.

    분명 아까는 청년과 힘이 비슷했는데노인처럼 힘이 강해졌다.

    뭐지선행에 따른 보상이 아니었어?

    착하게 산 노인이 보상을 받고평범하게 산 청년이 아무것도 없었으면,

    저 악당은 힘이 빠져서 바닥에 기어 다녀야 하는 거 아닌가?

    그게 맞는 거잖아?

     

     

    이거 놔아.”

     

     

    청년이 버둥거렸다.

     

     

    하지만 사람을 솜사탕처럼 가뿐하게 들고 있는 악당의 괴력 앞에는 무의미한 발악이었다.

     

     

    멋진데하려고만 하면 두 손가락으로도 목을 꺾어 버릴 수 있을 것 같아최곤데?’

     

     

    악당은 등골을 휘감는 쾌감에 몸을 떨며 웃었다.

     

     

    크크크이 새끼말 짧은 거 봐라아까부터 건방지네내가 우습냐?”

     

     

    !

    악당이 청년의 따귀를 올려붙였다.

    가볍게 친 것 같은데 청년의 입안이 터져 피가 흘렀다.

     

     

    무슨 짓인가!”

     

     

    노인이 재차 따귀를 치려는 악당의 팔을 잡았다.

    맞잡은 두 손이 부르르 떨렸다.

    조금씩 치켜든 팔이 내려갔다.

     

     

    뭔 노인네 힘이.’

     

     

    막상막하지만 아주 조금 노인의 힘이 강했다.

     

     

    교육 차원으로하하.”

     

     

    불리한 걸 느낀 악당이 느물거리며 멱살을 풀었다.

     

     

    켁켁콜록콜록.”

     

     

    청년이 풀썩 떨어져 기침해 댔다.

     

     

    이보게괜찮나?”

     

     

    크흠괜찮아요.”

     

     

    청년이 노인의 부축을 받아 일어났다.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생각이 모두 들리는 내게는 아까보다 더 소란스럽다.

    연이은 괴사에 다들 속이 시끄러웠으니까.

    아니그런데 나는?

    아까 노인이 장기 기증 하는 모습도 떡하니 나왔고다들 죽은 것 같은데 그럼 나랑 마찬가지 아닌가?

    내 삶은 안 보여줘내 보상은?

    그때천장이 빛나더니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2층에는 재판관 복장을 한 사람이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저건.... ?

    아까 영상들이 자기 삶이라고 받아들인 것과 같다.

    저기 위에 재판관 복장을 하고 서 있는 게 나라는 걸 논리를 뛰어넘어 그냥 알 수 있다.

     

     

    이봐요들려요이게 무슨 일인지 알아요대답 좀 해봐요.”

     

     

    청년이 2층에 있는 나에게 외쳤다.

    노인과 악당도 나를 불러댔지만 대답할 리 없다.

    왜냐면 는 여기 있는 걸?

    내가 여기 있는데 저기 있는 내가 멋대로 말을 하기 시작하면 그건 그것대로 공포다.

    다행히 내 몸이 멋대로 말을 하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게 대체 뭔 지랄인지.... 뭔 염병을 해야....”

     

     

    악당이 뭐라 주절거릴 때였다.

    천장이 굉음을 내며 움직였다.

    벽과 천장 사이에 얇고 긴 틈이 새겼다.

    그 사이로 갑자기 사다리가 떨어졌다.

    아주 기다란 철제 사다리다.

    2층에는 사다리가 없었는데 어디서 나타난 거지?

     

     

    .... 올라오라고요?”

     

     

    청년이 재판관 복장을 한 내게 물었다.

    나도 몰라!

    내가 떨어트린 게 아닌데 왜 묻고 난리야.

    셋은 주춤거리며 사다리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이거 못 올라가겠는데요.”

     

     

    청년이 위를 바라보며 말했다.

    사다리는 벽에 거의 딱 붙어 있었다.

    올라가는 거야 마음먹으면 어떻게든 가능하겠지만천장의 틈이 좁다.

    사다리를 올라가도 사람이 2층으로 올라갈 수는 없어 보였다.

     

     

    젊은 놈이 먼저 올라가 봐라올라가면 뭐라도 있겠지방금도 천장이 움직였잖아.”

     

     

    악당이 청년의 등을 떠밀었다.

    청년은 인상을 찡그렸지만악당이 눈을 부릅뜨자 시선을 피했다.

     

     

    “...할아버지그럼 안 흔들리게 밑에서 좀 잡아 주세요.”

     

     

    아니내가 먼저 올라가 보겠네너무 높아혹시 위험할지도 모르니까.”

     

     

    거참아무나....”

     

     

    갑자기 화면이 나왔던 벽면이 굉음을 내며 허물어졌다.

    모두 쏟아지는 잔해를 피하려 사다리 뒤로 몸을 피했다.

    악당의 등쌀에 옆으로 밀려나는 청년을 노인이 지켜주었다.

    마침내 벽이 완전히 무너졌다.

    벽면이 허물어지며 바깥이 보이자 이곳이 어디인지 드러났다.

    방은 허공에 떠 있었고,

    그 아래로 지평선 가득 지옥이 펼쳐져 있었다.

     

     

    “....우에에엑.”

     

     

    청년이 토하기 시작했다.

     

     

    으으으으아아아.”

     

     

    기세등등하던 악당도침착하던 노인도 머리를 감싸 쥐고 울부짖었다.

    잠시 바라본 것만으로도 내가 미쳐가는 것이 느껴진다.

    단순히 끔찍한 광경이 아니었다.

    수천억의 인간이 일렁이고 있었다.

    저 모습은....

    아니사실 내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본 적 없는 색은 상상하지도표현하지도 못하는 것처럼.

    상상도 못한 풍경이다.

    보고 있으면서도 저게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이해할 수도정확히 표현할 수도 없지만,

    수평선 가득 차 있는 인간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것만은,

    저곳이 지옥이라는 것만큼은 뼈저리게 알 수 있다.

    이해 하기도 전에 두려움과 고통이 뇌수를 파고 들고 있으니까.

    바라보는 것 만으로 저 일렁임 속으로,

    고통의 파도 속에 휩쓸린다.

    내 영혼이 갈가리 찢겨 나간다.

    내가 내가 아니게 된다.

    절망이 나를 쥐여 짜고 있다!

    이 끔찍한 풍경을 보지 않을 수 있다면뭐든 할 텐데!

    보고 싶지 않은데저 풍경이 날 압사시키는 걸 피할 수 없다.

    두 눈을 뽑을 수 있는 육체가 너무나 부럽다.

    저 지옥을 피할 수 있다면잠시만이라도 잊을 수만 있다면!

    눈을 뽑든 뭐든그래 뭐든기꺼이 할 텐데!

     

     

    으아아아.”

     

     

    남자 셋도 같은 생각인지 제 얼굴과 몸을 마구 할퀴며 자해를 하기 시작했다.

    모두 완전히 정신을 놓으려는 찰나저 위쪽에서 빛이 내리쬐었다.

     

     

    으어.... 저거다저기야으흐흑저기로 가야 해!”

     

     

    잠시 나갔던 정신이 온전히 돌아오지 않아서 누가 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다만 완전히 동의한다.

    저기로 가야 한다.

    2층에 있는 내 옆에날개 달린 의자가 생겨나 있었다.

    빛은 의자에서 나오고 있었다.

    천국의 빛이 있다면 저럴까?

    빛이 광기에 물들던 정신을 온전하게 잡아주었다.

    아니그 이상이다.

    인간이 마땅히 도달해야 할 그 무엇이다.

    강렬한 영혼의 끌림깊은 벅차오름과 충만함이 그 빛에 있었다.

    모두 단번에 깨달았다.

    저 의자에 앉는 것이야말로이곳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활로다.

     

     

    !”

     

     

    갑자기 악당이 물고기처럼 펄떡였다.

    뭔가를 깨달은 듯 다른 두 사람을 보며 눈을 굴렸다.

     

     

    가야 해가야 해내가 앉아야 해.”

     

     

    악당이 사다리로 다가섰다.

    벽이 무너지면서 천장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벽과 천장 사이의 좁은 틈은벽이 사라지면서 완전히 개방된 공간이 되었다.

    하지만 사다리는 지옥 쪽 바닥 끄트머리에 서 있다.

    절벽 중간에 걸쳐진 사다리처럼 아슬아슬하다.

     

     

    너무 가파르잖아높기도 더럽게 높고떨어지면 바로 지옥젠장할그래도 빨리 가야 해저놈들이 눈치채기 전에.’

     

     

    악당은 안 움직이는 다리를 억지로 떼며 사다리로 다가섰다.

    지옥 쪽으로 다가가는 것만 해도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다.

    두려움이 차올랐다.

    하지만 반드시 저 의자에 앉아야 한다.

     

     

    안돼멈춰!”

     

     

    그 모습을 멍하니 보던 청년이 퍼뜩 정신을 차리고 악당에게 달려들었다.

     

     

    뭐야저리 안가?”

     

     

    으악.”

     

     

    악당이 청년을 저 멀리 날려버렸다.

    하지만 청년은 다시 악당에게 달려들어 필사적으로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악당이 다시 청년을 던지려 하자 노인이 끼어들었다.

     

     

    아니이 사람이애 다치면 어쩌려고 그래!”

     

     

    할아버지막아야 해요안 그럼우리 다 죽어요.”

     

     

    청년의 절박함에 노인이 어리둥절했다.

     

     

    아니우린 저기로 가야 하네.”

     

     

    가야죠가야 하는데 의자가 하나잖아요!”

     

     

    그건 생각 못 했는지 노인의 얼굴이 핼쑥해졌다.

    그러네의자는 하나고 사람은 넷이다.

    나도 포함되는 거 맞겠지?

    여기 혼자 남겨지는 건 미친 짓이다.

     

     

    .”

     

     

    악당이 도망치듯 사다리를 오르기 시작했다.

     

     

    내려와사다리 밀어 버릴 거야.”

     

     

    청년이 사다리를 흔들었다.

     

     

    으아아악.”

     

     

    작은 흔들림에도 악당이 진저리를 치며 사다리 위에 얼어붙었다.

    청년이 힘이 약하다지만가파르게 기대어져 있는 사다리를 미는 정도는 어렵지 않다.

    사다리가 넘어지면 악당은 등 뒤쪽 지옥으로 떨어진다.

     

     

    새끼야사다리 흔들지 마죽여버린다!”

     

     

    내려와내려와진짜 밀어 버릴 거야.”

     

     

    으악으악으아아악죽여버릴... 으악으아악!”

     

     

    청년이 사다리를 흔드는 대로악당이 박자에 맞춰 비명을 질렀다.

     

     

    알았어으악씨이이이발내려간다고 으악그만 흔들어!”

     

     

    악당이 사다리에서 내려왔다.

     

     

    같은 발 새끼가!”

     

     

    악당이 살기를 풍기며 청년에게 다가섰다.

     

     

    찢어 죽여 버리겠어그럴 필요도 없지그래저 밖으로 던져버리기만 하면 된다발 새끼.’

     

     

    난 악당의 생각을 읽고 그 끔찍함에 몸서리쳤다저기로 던진다고?

    진짜 이 사탄도 울고 갈 새끼.

     

     

    으으으.”

     

     

    살기 가득한 악당의 눈빛에 청년이 엉덩방아를 찧었다.

     

     

    이보게자네가 참게.”

     

     

    아씨할배저 새끼가 날 죽이려 했다고아니차라리 죽이지나 저기 떨어질 뻔한 거 못 봤어?”

     

     

    ....”

     

     

    그 말에는 노인도 할 말이 없었다차마 고개를 돌려 바라보지도 못할 저곳에 떨어진다면....

     

     

    그래도 좀 참게지금 자네 힘으로 치면.... 내가 잘 타이를 테니자네는 다시 올라가게.”

     

     

    안 돼요!”

     

     

    청년이 외쳤다.

     

     

    아니이 새끼가!”

     

     

    아이고진정해어른이 좀 참으라니까애잖나아니자네도 그렇지의자가 하나지만 팔걸이에 앉으면 셋이 못 앉을 것도 없어 보이는데그렇지다 앉을 수 있네진정하고 일단 같이 올라가 봐야지.”

     

     

    우리가 죽는다고요!”

     

     

    셋이 앉으면....”

     

     

    된다는 보장 있어요의자가 보란 듯이 딱 하나 있는데그리고.... 그리고....”

     

     

    청년이 잠시 숨을 몰아쉬고 말했다.

     

     

    위에서 사다리를 걷어차면요!”

     

     

    청년의 외침에 악당이 몸을 움찔했다.

    작지만 분명한 움찔거림이었다.

    때론 말보다 작은 몸짓이 많은 것을 전달한다.

    차가운 정적이 찾아왔다.

    공기에 살얼음이 끼는 것 같다.

     

     

    아니허 참기가 막혀서아니이 새끼가 날 뭐로 보고일루와 이 새끼야죽여 버리게!”

     

     

    악당이 분개하며 청년에게 달려들었지만노인이 몸으로 막아섰다.

     

     

    으이이이익비이켜어어어!”

     

     

    악당이 죽을힘을 다해 노인을 밀었다.

    노인도 얼굴이 터질 듯 붉어졌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다.

    결국 악당은 반대편 벽면으로 물러나 제 분을 못 이겨 발광해댔다.

     

     

    에잇젠장으아악개 같은 게 날 개으로 보네씨이이바알!”

     

     

    노인은 침통한 눈으로 그 모습을 바라봤다.

     

     

    할아버지저놈을 먼저 올려보내면 안돼요아까 봤잖아요이미 사람을 죽인 놈이라고요이런 상황이면 더 쉽게 할걸요.”

     

     

    노인은 아까 본 악당의 인생을 떠올렸다입에 담기도 싫은 악플에 고통받다가 결국 자살한 남자의 최후가 선명하다.

    그 소식을 듣고 악당은 웃었었다.

    청년이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그것 말고도 저놈이 괴롭혔던 사람들을 생각해봐요저놈은 저 위쪽에 안 어울려요차라리 저 아래지옥이 어울리지.”

     

     

    그건 나도 동의한다.

    저 악당은 지옥에서 영원히 고통받는 게 어울린다.

     

     

    .... 꼭 한 명만 저 의자에 앉아야 한다면 할아버지가 앉아야 한다고 봐요.”

     

     

    청년이 속삭였다.

    노인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둘이 뭘 속닥거려무슨 작당 모의인지 모르겠는데너희 둘이 올라가면 난 가만 있을 것 같아내가 사다리를 걷어차면 얼마만큼 날아갈까궁금하지?”

     

     

    악당이 외쳤다.

    벽을 차며 발광하다가도 볼 건 다 보고 있었다.

    하긴 사다리를 걷어차려던 속셈이 들켰는데 불안하지 않으면 이상한 일이다.

     

     

    그럼 너도 못 올라가잖아멍청아그건 생각 못 하냐?”

     

     

    청년이 지지 않고 외쳤다.

     

     

    내가 혼자 죽을 거 같냐죽을 거면 같이 죽는 거야내가 못 할 거 같아딱 정해둘 중 하나야내가 먼저 올라가든지다 지옥에 떨어지든지.”

     

     

    진정하게아무래도 그건 좀 문제가 있으니자네가 마지막으로 다 같이 올라가면 되지 않겠나?”

     

     

    노인이 말했다.

     

     

    내가 병신 호구로 보이요날 얼마나 개으로 보는지 내가 뻔히 아는데 당신네를 믿으라고내가 미쳤어?”

     

     

    흉한 소리 말고 날 믿게절대 그러지 않을 테니.”

     

     

    내 말이 그거야날 믿으라고니들도 못하면서 왜 나한테만 강요해!”

     

     

    할아버지랑 너랑 같냐?”

     

     

    이 만 한 게뭘 안다고 껴들어?”

     

     

    답 없는 실랑이가 한참 동안 이어졌다.

    노인이 없었다면 실행되었을 오만가지 살해 계획이 악당 머릿속에 분주히 오갔다.

    입 밖에 내놓진 않았지만입 외에 다른 모든 것들은 그걸 숨기는 데 그리 열성적이지 않았다.

    말리다 지친 노인이 악당 뒤통수를 쳐서 기절시키고 싶다고 생각했을 정도다.

    그래도 기절시켜서 버려두는 게 아니라 들고 올라갈 생각을 한 게 노인다웠다.

    나라면 던져 버렸을 텐데.

     

     

    아이고내가 무슨 흉한 생각을게다가 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구먼.’

     

     

    노인은 내심 고개를 저었다.

    힘 차이가 확실히 났다면 가능할지 모르지만악당의 힘도 만만치 않다.

    싸움이 팔씨름도 아니고힘이 조금 더 세다고 무조건 이길 수 있는 게 아니다.

    답 없는 상황에 결국 모두 지쳐 침묵이 찾아왔다.

    다들 앉아 생각에 빠졌다.

    물론 남아 있는 벽에 기대어 앉지 않고지옥을 등지고 앉은 채다.

     

     

    “...우린 아마 죽은 거겠죠여긴 대체 어딜까요?”

     

     

    청년이 혼잣말처럼 물었다.

     

     

    저기 염라대왕 같은 분도 계시고복장은 신식이시긴 한데천당과 지옥 어느 쪽으로 가게 될지 심판하는 곳이 아닐까 싶네만....”

     

     

    노인이 대답하다 말을 흐렸다.

    노인 말대로라면 천국에 갈 사람이 너무 분명한 터라 더 말하기 무안했다.

    악당이 2층에 있는재판관 복장을 하는 나를 보며 말했다.

     

     

    염병무슨 염라대왕이 저리 멍청하게 생겼데말도 안 되는 소리를.”

     

     

    이놈 봐라.

     

     

    에이 참듣고 계시잖나.”

     

     

    듣기는 꼼짝도 안 하는데.”

     

     

    듣고 있다인마.

    사실 나도 를 봤을 때 살짝 실망하긴 했는데남의 입에서 듣는 건 또 기분이 더럽네.

    난 잠시 석상처럼 서 있는 나를 바라봤다.

    재판관 복장의 내가 왜 저 위에 있는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하지만 일단 여기보다 위의자 옆에 있다는 건 적잖이 안심된다.

    혹시 이들이 위로 올라가면 내 몸을 찾을 수 있는 게 아닐까?

    난 지금 의식만 있는 상태인데도어째서인지 이 남자들 주위를 떠날 수가 없다.

    이들이 올라가면 나도 같이 올라갈 수 있을 테고그러면 그때 내 몸에 들어가야지!

    그리고 재빨리 의자에 앉는 거야가까우니 제일 먼저 앉을 수 있을 것 같다.

    노인 말대로 앉을 수 있다면 팔걸이 정도는 내줘도 되겠지.

    하지만 저 악당은 안 된다.

    옷도 그럴싸하게 입었겠다혹시 내가 정말 이들을 심판하는 역할이라면.

    악당너는 무조건 지옥이다.

    멍청하게 생겼다고 욕해서가 아니라저놈 때문에 눈물 흘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저런 놈은 갱생이 안 된다.

    용서하면 안 돼.

    악당을 보며 복수아니정의 집행을 다짐하는데.

     

     

    크크크크크.’

     

     

    악당이 속으로 웃는 소리가 들린다.

     

     

    웃음소리도 음흉하네.

     

     

    노인네저 좋을 데로만 생각하기는 염라대왕은 염병심판할 거면 바로바로 처리하겠지여기 가둬 놓은 이유가 뭐겠어사람이 생각을 해야지생각을내게 이런 힘을 준 이유가 뭐겠냐고?’

     

     

    개소리다하고 흘려들으려 했더니....

    듣다 보니 나도 모르게 솔깃하게 된다.

    이 상황도그리고 나쁜 짓만 하고 살아온 악당이 노인처럼 힘이 세진 것도 수상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보상으로 준 게 왜 힘이겠어투견 두 마리를 한 우리에 가둬놨으면 뻔하지크크이 힘으로싸우고죽이고이기라는 거잖아어떻게든 저 의자에 먼저 앉는 놈이 이기는 거야그래저 위에 저놈은 염라대왕이나 죄를 심판하는 놈이 아니야투견장의 심판이지.’

     

     

    ...뜻밖의 말이지만 묘하게 설득력이 있네.

    애초에 악당에게 저런 성스러운 의자에 앉을 기회가 있는 게 수상하다.

     

     

    인간끼리 싸우는 걸 지켜보며 즐기다니 악마 같은 놈이야흐흐악당과 정의의 사도 대결 구도 인 건가저 꼬맹이는 정의의 사도 쪽 핸디캡 정도 되겠지노인네가 힘이 더 세니까 그래야 공평하지그렇다면 저 꼬마를 잘 공략해야 의자가 내 차지가 될 텐데.’

     

     

    뭐야그러면 내가 피도 눈물도 없는 악마 같잖아악마인간을 가지고 유희를 하는?

    기분이 몹시 찜찜해졌다.

    아닐 거야말도 안 돼.

    하지만 노인의 염라대왕 설보다는 말이 되는 것 같다.

    내가 염라대왕지옥을 보니 미쳐버릴 것 같았구먼 뭘지옥이 두려운 염라대왕이 어딨어?

    나는 저 기분 나쁜 추측보다 더 나은 생각이 없나 싶어 청년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악당이 사다리를 걷어찰 거라는 걸 금방 알아낸 만큼 머리가 좋아 보였으니 쓸 만한 생각을 할 테지.

     

     

    분명해이건 나를 위한 시험이야.’

     

     

    청년의 생각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힘 차이가 나는 걸 보니아마 할아버지와 저놈이 쌓은 선행과 악행만큼 힘이 세진 거 같은데난 전혀 힘이 세지지 않았단 말이야플러스마이너스 제로라고맞아이건 나를 위한 시험이야.’

     

     

    나는 어리둥절해졌다.

    힘이 안 세진 게 왜 청년을 위한 시험이란 생각으로 이어지는 거지?

     

     

    할아버지는 천국행이 분명해저놈은 누가 봐도 지옥행이 분명하고여기서 천국 갈지 지옥 갈지 불분명 한 건 나뿐이야나같이 애매한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야선과 악 둘 사이에서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보려는 거지그렇죠?’

     

     

    청년이 저 위의 날 보며 눈을 빛냈다.

    아니그렇게 믿음 가득한 눈으로 봐도나도 모른다고.

    하지만 이 애 말도 듣고 보니 그럴 듯하다.

    혹시 나 팔랑귀였던 걸까?

    염라대왕 설도 계속 듣다 보면 넘어가는 거 아니야?

     

     

    선 쪽에 붙어야 해할아버지가 의자에 앉도록 돕자헌신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거야의자도 양보하고필요하다면 희생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하지만 저기 떨어지는 건 너무 무서운데그것만 빼고 뭐든 해야지.’

     

     

    청년은 에게 잘 보이겠다고 의욕 만만이다.

    면접을 앞둔 신입 사원 같다.

    항상 무기력한 삶을 살아온 흐리멍덩한 녀석이었는데 의외의 모습이다.

    그 머릿속이 훤히 들여다보인다는 걸 알면 어떤 얼굴을 하려나.

    셋의 생각을 들어보니 결국 다 자기중심적으로 생각 중이다.

    인간은 모두 자기가 주인공인 줄 아는구나.

    그때 노인이 2층의 날 보고 말했다.

     

     

    그런데 참 저분도 힘들겠네

     

     

    ?”

     

     

    청년이 되물었다.

     

     

    아까부터 계속 서서 지켜보고 계시잖나이런 흉한 곳에서 계속 있으면 힘들겠지.”

     

     

    좀 감동이다역시 노인은 다르다내 걱정도 다 해주고.

    무조건 내 옆에 앉게 해준다.

     

     

    웃기고 있네지금 남 걱정할 때요왜 아부하면 뭐라도 줄 것 같아?”

     

     

    악당이 끼어들었다.

     

     

    허 참사람 말하고는아부라니그리고 당연히 걱정해야지언제까지 기다려 주시진 않을 거 아닌가?”

     

     

    노인이 사다리를 힐끔거리며 말했다.

    꼭 내 걱정을 한 것만은 아니구나.

     

     

    흐음.”

     

     

    딱히 시간 제약은 없어 보이지만악당에게는 그럴듯하게 들렸나 보다.

    마른 입술을 핥으며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 게 당장이라도 사다리로 달려들고 싶어 하는 게 보인다.

    하지만 그래 봤자 아까처럼 사다리를 흔들면 떨어질 수도 있다.

    만일 노인이 맘만 먹으면 사다리를 지옥 쪽으로 들고 악당이 떨어질 때까지 탈탈 털어버릴 수도 있다.

     

     

    좋은 생각이 있네.”

     

     

    노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군가 저 위나 아래에 있으면 불안한 게 지금 문제 아닌가.”

     

     

    그렇다.

    사다리 위에 먼저 올라간 사람이 사다리를 걷어차거나, 아래에 있는 사람이 사다리를 밀어버릴 수 있다.

     

     

    그렇지.”

     

     

    악당이 대답했다.

     

     

    아무도 남기지 않고 한 몸이 되어 올라가면 되지 않나?”

     

     

    한 몸으로?”

     

     

    그래. 내가 자네를 업고, 자네는 이 친구를 업고. 사람 둘 업는 거야 전혀 문제가 안 되니까. 그렇게 한꺼번에 올라가면 밑에도 아무도 없고, 동시에 위에 도착하지 않겠나?”

     

     

    그런 방법이! 노인의 기발한 생각에 깜짝 놀랐다.

     

     

    에이썅. 할배. 생각하는 거하고는. 저기 사다리 서 있는 거 안보이요? 거의 수직으로 서 있는데 무게가 뒤로 쏠리면 넘어가! 다 같이 뒤질 일 있어?”

     

     

    ....좋은 생각인 줄 알았는데.

    나까지 악당에게 무시당한 것 같아 기분 나쁘다.

    하지만 말이야 바른말이다.

    남자 셋과 함께 사다리가 지옥 쪽으로 넘어가는 모습이 선명히 그려졌다.

     

     

    “....자네 말이 맞네. 큰일 날 뻔했어.”

     

     

    노인이 침통한 표정으로 순순이 인정했다.

     

     

    아니에요. 좋은 생각이에요. 대신 업는 거 말고 서로 발목을 잡고 올라가면 어떨까요? 누구라도 한 명 떨어지면 같이 떨어지잖아요.”

     

     

    청년이 말했다.

    역시! 머리 좋아 보이더니 괜찮은 방법이다.

    좀 더 이야기해보았지만 마땅한 방법이 나오지 않자 서로 발목을 잡고 오르기로 했다.

    청년은 할아버지를 제일 선두로 세우자고 했고, 악당은 자신이, 노인은 청년이 제일 앞에 서는 게 옳다고 했다.

    결국 노인 뜻대로 되었는데, 청년이 힘이 약하니 사다리를 잡지 않고 발목을 잡다가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였다.

    노인 말대로 하는 대신 노인이 제일 마지막으로 오르기로 했다.

     

     

    발 똑바로 맞춰. 하나에 왼발, 둘에 오른발이야. 앞에서 어리바리 하면 다 되니까 정신 차려.”

     

     

    악당이 청년에게 윽박질렀다.

     

     

    “....”

     

     

    청년이 마지못해 대답했다.

     

     

    잘 할 테니 너무 그러지 말게. 우린 지금 한배를 탔지 않는가? 그보다 자네.”

     

     

    뭐요.”

     

     

    노인의 말에 악당이 불퉁하게 답했다.

     

     

    자네가 어떻게 살아왔든, 아까 사다리를 오를 때 무슨 생각을 했든 문제 삼지 않겠네.”

     

     

    ! 무슨 말을 하려나 했더니. 내가 사다리를 걷어차려고 했다고? . 증거 있어? ?”

     

     

    악당이 노인에게 얼굴을 바짝 들이대며 으르렁거렸다.

    노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침착한 얼굴로 말했다.

     

     

    어쨌든, 사다리가 아무리 길어봤자 몇 분이면 다 오를 수 있을 거야. 그 몇 분만 같이 힘을 모아 보세. 내 부탁함세.”

     

     

    . 아주 대장 나셨네. 대장질은 노인정에서나....”

     

     

    악당이 노인의 가슴을 밀치며 겁을 주려 했다.

    물 흐르는 듯 자연스러운 동작.

    하지만 손끝에 느껴지는 감각은 매우 낯설다.

    벽을 미는 듯 단단했다.

    전혀 밀리지 않는다.

     

     

    크흠. 말 안 해도 잘할 테니까, 노인네나 잘하쇼. ! 인마. 안 올라가고 뭐 하고 있어?”

     

     

    악당이 괜히 청년에게 성을 냈다.

    청년부터 차례로 사다리에 올랐다.

     

     

    하나아. 두우우울. 하나아. 두우우울.”

     

     

    숫자를 세는 목소리가 떨렸다.

    발이 바닥에서 떨어지자 아득한 공포가 올라온다.

    살아생전 고소공포증이 있었든지 아니면 뒤쪽 지옥 때문인지.

    발목을 통해 서로의 두려움이 생생히 전달되었다.

    갈수록 느려졌지만 악당조차 한마디 불평도 내놓지 않았다.

    만에 하나라도 떨어질까, 혹시라도 사다리가 기울어질까, 오로지 한발 한발 오르는데 모든 정신을 쏟았다.

    며칠 같은 몇 분이 지나 마침내 청년이 사다리 끝에 도착했다.

     

     

    , 해냈다.”

     

     

    청년의 손이 2층에 닿았을 때였다.

    악당이 청년의 발목을 거칠게 당겼다.

     

     

    으아아아악!”

     

     

    할배! 애 떨어진다. 받아! 크하하.”

     

     

    청년은 세상이 빙글 도는 와중에도 희열에 찬 악당의 얼굴을 보았다.

    악마의 얼굴이다.

    그리고 지옥의 풍경이 시야 가득 덮쳐 왔다.

    악당은 노인 바로 옆으로 청년을 떨어트렸다.

    노인이 청년을 잡을 수 있도록.

    아주 잠깐이라도 발목을 놓거나 쥐는 힘이 약해지면 그사이에 재빨리 올라서서 사다리를 걷어차 버릴 생각이다.

    하지만 노인은 한쪽 팔만 뻗어서 청년의 발목을 잡았다.

    악당이 발을 빼지 못할 정도로 한 다리를 단단히 잡은 체다.

    청년의 무게가 한쪽에 쏠렸다.

    사다리가 휘청하며 오른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으아악! 미친. ! 버려! 사다리 넘어지잖아!”

     

     

    악당이 비명을 질렀다.

     

     

    흐어업!”

     

     

    노인이 한쪽 팔 힘만으로 청년을 휘둘러 왼쪽 위로 던졌다.

    우두둑, 하는 소리와 함께 청년의 다리가 부러졌다.

     

     

    으아악.”

     

     

    빙글빙글 돌며 날아간 청년은 다리부터 위층에 떨어졌다.

     

     

    으아아악!”

     

     

    그 충격에 다리가 더 심하게 부러져 뼈가 드러났다.

    청년을 던진 기세로 사다리가 다시 왼쪽으로 넘어간다.

    사다리가 중심을 못 잡고 제멋대로 흔들렸다.

     

     

    으아아아.”

     

     

    악당이 비명을 질러댔다.

     

     

    으아아. 허억. 허억. .... . 살았다.”

     

     

    다행히 사다리는 넘어지지 않고 안정을 찾았다.

    그동안 꼼짝 못 하고 사다리에 붙어 있던 악당이 그제야 아래, 노인을 내려다봤다.

    선량해 보이던 얼굴이 싸늘하게 굳어 있었다.

    노인은 악당의 두 발목을 모두 잡고 있었다.

     

     

    젠장.”

     

     

    섬찟함을 느낀 악당이 한 손으로 바지를 벗으려 했다. 허물처럼 바지를 벗어서라도 노인을 떨어트릴 셈이다.

    어떻게든 여기서 노인을 떨어트려야 승리할 수 있다.

    둘 다 올라가면 힘 차이 때문에 승산이 적다.

     

     

    마지막 경고네. 멈춰.”

     

     

    노인이 말했다.

     

     

    . . , 이게 왜 이리 안 풀려. 이익!”

     

     

    악당이 한 손으로 바지를 풀면서 발길질로 노인을 떨구려 했다.

     

     

    이 육시럴 놈이!”

     

     

    노인이 눈을 독하게 뜨며 욕설을 내뱉었다.

     

     

    끄아아악!”

     

     

    노인이 악력만으로 악당의 다리를 분질러 버렸다.

    노인은 발버둥 치는 악당을 힘으로 누르며 계속해서 뼈를 부러트렸다.

    발목부터 종아리를 타고 올라가며 차근차근.

    힘이 세진 데 비해 내구성이 강해지지는 않은 건지, 악당의 다리가 막대 과자처럼 가볍게 토막 났다.

     

     

    으악! 으흐흐윽. 으아악!”

     

     

    악당이 울음 섞인 비명을 질렀다.

    노인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두 팔만으로 사다리를 올랐다.

    악당이 2층에 오르고, 노인에게 발길질 비슷한 것을 했다.

    불타는 통증에도 필사적으로.

    하지만 다리는 흐느적거릴 뿐이었다.

    노인도 2층 위로 완전히 올라섰다.

     

     

    , 저리 가! 발 새끼야!”

     

     

    노인이 악당의 말을 무시하고 아까 위로 던진 청년이 안전한지부터 살폈다.

    노인을 돕기 위해 기어 오던 청년은 노인의 폭력에 얼이 빠진 표정이었다.

    청년의 다리가 부러져 뼈가 드러난 게 보였다.

    까딱했으면 지옥에 떨어졌을 청년.

    청년의 경고가 생각났다.

    저놈은 지옥에 어울리는 놈이란 말도.

     

     

    내 탓이다.’

     

     

    노인이 억눌러온 분노가 타올랐다.

     

     

    마지막 경고라고 했었네.”

     

     

    악독한 새끼. 사람을 이 꼴로 만들어. 으으으흑.”

     

     

    악당이 고통에 흐느꼈다.

     

     

    성질은 누구나 있네. 자네만 있는 게 아니야.”

     

     

    노인이 악당에게 성큼 다가섰다.

    침착하지만 뭔가를 결심한 듯한 단호한 걸음이다.

     

     

    . 저리 가! 오지 마!”

     

     

    악당이 공포에 질려 두 팔을 휘저었다.

    다리가 부러졌다고 힘이 어디 가는 게 아닌지라 팔을 휘두를 때마다 바람 소리가 났다.

    하지만 두 다리가 멀쩡했을 때면 모를까, 다리가 부러진 데다 힘까지 더 센 노인이다.

    모두가, 악당조차도 헛된 발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람답게 살려고 참는 거지.”

     

     

    노인은 악당의 팔이 닿지 않은 거리에서 발을 밟았다.

     

     

    으아아아아!”

     

     

    노인이 한번 발을 뻗을 때마다 악당의 다리가 납작해져 갔다.

     

     

    으어. 으어. 으어어어엉.”

     

     

    악당이 실성한 듯 울부짖었다.

    노인이 그사이 악당의 두 팔까지 부러트려 버렸다.

    노인은 완전히 무력해진 악당의 멱살을 잡고 들어 올렸다.

    말없이 지옥을 향해 걸어갔다.

    악당의 발아래로 지옥이 넘실거렸다.

     

     

    으허허헝, 잘못, 잘못했어요. , 용서해 주세요. 으으으. 으허허헝. 아파, 아파요. 제발. 용서....”

     

     

    악당이 발아래를 보더니 아이처럼 울었다.

     

     

    기회를 줬는데 왜 그랬나?”

     

     

    제발. 제발. 잘못했어요. 제발. 용서를. 으허허엉.”

     

     

    고통 때문인지, 지옥의 광기가 뇌리를 침범하기 시작했는지 악당이 울며 거품을 물었다.

    , 오줌이 바지를 적셨다.

     

     

    왜 그렇게 살았어? ?”

     

     

    노인이 악당을 바라보다 청년을 돌아보았다.

    청년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옥이 어울리는 놈이에요.”

     

     

    안돼! 안돼! 제발 한 번만! 용서해줘!”

     

     

    악당이 외쳤지만, 노인은 멱살을 풀었다.

     

     

    안돼에에에.”

     

     

    악당의 목소리가 멀어졌다.

    난 악당이 지옥에 닿는 그 찰나의 감각에 진저리 쳤다

    하지만 정말 정말 다행이도 순식간에 지옥이 악당을 완전히 삼켜버렸다.

    거대한 흐름에 휩쓸려버린 악당의 감정과 생각은 들려오지 않게 됐다.

    으으.

    잠깐이지만 정말 끔찍하다.

    난 의자의 빛을 보며 정신을 추슬렀다.

    그래. 시원한 결말이다.

    노인이 의외로 답답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착한 사람이 화나면 더 무섭다더니.

    ! 내 몸으로 가야지! 의자에 앉아야 해.

    하지만 여전히 노인과 청년 곁을 맴돌며 지켜볼 수 있을 뿐, 내 몸으로 갈 수는 없었다.

    안 되는데! 의자에 앉아야 하는데!

     

     

    , 가세.”

     

     

    노인이 다리가 부러진 청년을 안아 들었다.

     

     

    . , 감사해요. , 도움 된 거죠? 별로 한 건 없지만 그래도 할아버지 편이었고. ! 그놈이 혼자 못 오르게 막기도 했고. 맞죠? 그렇죠?”

     

     

    청년이 고통도 잊고 절박하게 말했다.

     

     

    ? , 그렇지. 고맙네. 아프겠지만 저기까지만 가세.”

     

     

    노인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떡였다.

    노인은 청년이 왜 이리 절박한지 몰랐지만, 상관없었다.

    이제 다 끝났다.

    노인은 의자 쪽을 바라보았다.

    의자 앞에는 아래에서는 안 보이던 금색 선이 있었다.

    저곳만 넘으면 다 끝난다.

    노인이 청년을 안아 들고 선을 넘었을 때였다.

    청년이 몸이 분해되기 시작했다.

     

     

    , ! 안돼! 할아버지! 살려줘요!”

     

     

    고통은 없지만, 몸이 사라져간다.

    공포에 질린 청년이 노인에게 매달렸다.

     

     

    허어....”

     

     

    하지만 노인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둘의 몸이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노인과 청년은 어떻게 해볼 수도 없이 순식간에 완전히 분해되어 버렸다.

    뭐야 대체!

    급작스러운 사태에 당황하는데, 노인과 청년의 가루가 재판관 복장을 한 내게 날아간다.

    그리고 재판관 복장을 입은 내게 흡수되었다.

     

     

    뭐야?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입 밖으로 내뱉고서 깜짝 놀랐다.

    난 어느새 재판복을 입은 내 몸 안에 있었다.

    말도 할 수 있고 움직일 수도 있다.

    몸을 찾은 기쁨보다는 당황이 앞섰다.

    몸을 가진 것은 좋지만, 대체 무슨 일인지 알 수가 없다.

    아무런 소통도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사람들과 같이 있다가 갑자기 혼자 남게 됐다.

    지옥 위에서 나 혼자....

    계속 시끄럽던 곳이 고요하다.

    날개 달린 의자와 나만 덩그렇게 남았다.

    그 순간에도 의자는 황홀한 빛을 뿜고 있었다.

     

     

    “...그래. 일단 의자에 앉아야지....”

     

     

    멍한 와중에도 자석에 끌린 듯 의자에 다가가 앉았다.

    의자에 앉은 순간,

     

     

    !”

     

     

    난 내 지난 삶을 알게 되었다.

    난 친구 일이면 발 벗고 나섰다.

    감사받고 의라파라고 인정받는 게 좋았다.

    하지만 막상 친구들과 노는 것은 별로 재미가 없었다.

    시시하고 지루했다.

    차라리 혼자 집에서 늘어지게 자는 게 더 좋았다.

    그렇지만 지루한 일상 중에서도 활기가 돌 때가 있었다.

    누군가를 괴롭힐 때는 힘이 나고 군침이 돌았다.

    우월감을 느낄 때, 괴로워하는 것을 볼 때, 내 맘대로 조정할 수 있을 때.

    즐거웠다.

    그 쾌감에 다음 먹잇감을 찾았다.

    마음껏 즐겼다.

    내 솜씨는 제법 훌륭했다.

    학교도, 직장도 누군가를 누르면 쉽게 인정받을 수 있었다.

    사회 생활 참 쉽다.

    승승장구하는 생활.

    즐겁다.

    사생활도 마찬가지다.

    이성 관계도, 가정에서도 지배하고 억누르는 게 좋았다.

    결국 이혼하긴 했지만, 반응이 점점 심심해져서 어차피 질린 참이라 뭐.

    소소한 취미로 인터넷에서도 여론을 선동하고, 악플을 달기도 했다.

    멍청한 것들이 내 말 한마디에 울고 불고 화내는 게 짜릿했다.

    그러다 내가 쓴 악플에 누군가 자살했다.

    유서에 내 아이디가 나왔다.

    귀찮은 일이 많이 생겼다. 아주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었다.

    봉사 활동을 하고, 기부하기 시작했다.

    사람을 살피는 재능은 의외로 봉사에도 도움이 되었다.

    원하는 게 뭔지, 어디가 약한지 보이니까.

    내게 감사하고, 우러르는 사람이 생겼다.

    한 명, 두 명 날 존경하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봉사하고 기부하는 일에 보람과 기쁨을 느끼기 시작했다.

    필요해서 시작한 일인데, 흉내를 내는 것뿐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문득 그런 사람이 되어있었다.

    난 회개하고 새사람이 되었다.

    거의 모든 재산을 기부하고 내 모든 시간을 사람들을 위해 쓰기 시작했다.

    약자라고 악인이 없는 게 아닌지라, 화나는 순간도 많았지만 참았다.

    . 예전 같았으면 그냥.

    하지만 난 과거의 망나니가 아니라 새사람이 되었으니까.

    난 완전히 달라졌다.

    철없는 시절 잘못했던 것보다 더 많은 선행을 쌓았다.

    사람을 돕는 일이야말로 보람되면서 기쁜 일이다.

    매일이 즐겁다.

    정말 후회없고 보람찬 매일을 보냈다

    마지막 눈을 감으면서도 내 장기가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겠단 생각에 웃으며 눈을 감았다.

    그랬다.

    내가 청년이고, 악당이고, 노인이었다.

    내 모든 악행이 모여 악당이 되었다.

    내 모든 선행이 모여 노인이 되었다.

    내 무의미한 시간이 모여 청년이 되었다.

    세 남자는 모두 나였다.

    그 악마 같은 놈도 나였다.

    나 혼자 나와 싸우고 있었단 말이야?

    이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데?

    그리고 악당.... 난 지금 지옥에 떨어졌는데....

    난 어떻게 되는 거지?

    공포가 목 끝까지 차올랐다.

     

     

    아아아.”

     

     

    그 순간 의자가 움직였다.

    의자가 하늘로 날아오르려 했지만, 아래에서 강하게 잡아당긴다.

    본능적으로 아래로 떨어진 악당 때문이란 것을 깨달았다.

    머릿속에 한가지 개념이 생겨났다.

    모두가 여기 올라온다면.

    셋 모두 올라와 완전해 지면 저 높은 곳으로 간다.

    아래로 떨어진 사람이 더 많으면 저 아래로 떨어진다.

    그럼 지금은 어떻게 되는 건데?

    위에 둘. 노인과 청년이 올라왔다.

    아래에 하나. 악당이 떨어졌다.

    위에 둘. 아래에 하나.

    2-1=1

    간단한 산수다.

    1이다.

    3은 아니지만, 아직 1.

    3도 아니고 마이너스도 아니다.

    천국도 지옥도 갈 수 없게 된 나는 어떻게 되는가?

     

     

    안돼! 안돼!”

     

     

    내가 점점 흩어지기 시작했다.

    이대로 사라질지 모른다는 공포가 날 짓눌렀다.

    .... 하지만 아니었다.

    난 다시 몸이 없는 영혼 상태로 빠져나왔다.

    흩어져 나온 가루들이 노인과 청년을 만들었다.

    노인과 청년이 뒤로 걷는다.

    지옥에 떨어진 악당이 날아와 노인에게 멱살 잡힌다.

    시간이 뒤로 돌아가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세 남자가 보인다.

    처음으로 돌아왔다!

    됐어! 됐다고!

    이대로 무()가 되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질렸다가 다시 기회를 얻게 되었다.

    다시 한번 하면 돼.

    이번에야말로 셋 모두 위로 올라가는 거야!

    하지만 곧 쉽지 않을 거라는 걸 알게 됐다.

    깨어난 들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바보들아! 너희들은 전부 나라고! 방금까지 모두 알고 있었잖아!

    난 불안에 휩싸였다.

    .

    ..

    ...

    5회 차.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세 남자가 보인다.

    빌어먹을 놈들.

    어떻게 이렇게 답답하게 굴지?

    처음부터 맘에 안 들던 이유를 알겠다.

    난 나를 좋아해 본 적이 없다.

    이런 새끼들을 어떻게 좋아할 수 있겠어?

    .

    ..

    ...

    18회 차.

    18이다. .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 또 다.

    . 저 때 좀 더 선행을 했다면, 저때 저 개짓거리을 안 했더라면, 힘 차이가 많이 나면 악당을 때려눕혀서 간단히 올라갔을 텐데.

    후회와 후회. 그리고 후회뿐이다.

    . 제발!

    ...또 실패다.

    .

    ..

    ...

    755회 차.

    매번 둘밖에 올라가지 못하지만, 그 과정이 모두 똑같은 건 아니다.

    이번에는 정말 끝인 줄 알았다.

    악당이 혼자 오르고 사다리를 걷어차 버렸다.

    노인이 청년을 2층까지 던져서 겨우 둘이 선을 넘었다.

    노인이 힘이 세서 정말 다행이다.

    회차마다 내뱉는 말, 행동, 모두 조금씩 다르다.

    덕분에 매번 이곳을 탈출할지도 모른다는 희망과 지옥에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벗어 던질 수 없다.

    다음번에는 제발. 제발!

    .

    ..

    ...

    3,559회 차.

    용서할 수 없기는! ! 그게 나란 말이야! 용서해! 용서하라고! 그만큼 회개했으면 됐잖아! 좋은 일도 많이 했고! 난 새사람이 됐다고! 용서하라고! 으아아아아!

    그만큼 착하게 살았으면 됐잖아! 씨이발!

    .

    ..

    ...

    ....회 차.

    만 번이 넘은 후로 몇 번째인지 세지 않았다.

    왜 염라대왕이나 천사 같은 게 아니라 내게 심판을 맡겼는지 알겠다.

    저놈들을 보고 있는 건.

    너무... 괴롭다....

    .

    ..

    ...

    ....

    .....회 차.

    이게 몇 번째지? ? ?

    정신이 흐릿해진다.

    으아아아. 제발! 제발 좀!

    .

    ..

    ...

    ....

    .....

    .......회 차.

    으흐흐흐.

    크흐흐흐.

    으아아아아아아.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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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21/04/04 00:47:14  121.176.***.94  레콜이  87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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