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font size="2">훈련소에 입소하고 기간병이 나눠주는 전투복을 처음 입는순간 내가 느낀 기분은 거북함과 불편함이었다.</font></div> <div><font size="2">동기들 중엔 전투복을 입으면 알러지 증상을 보이는 동기들도 있었다. 그정도 까진 아니었지만 까끌까끌한 </font></div> <div><font size="2">새 전투복이 살에 스치는 느낌은 썩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이 거북함이 사라지기까진 꽤 오랜시간이 필요했다. </font></div> <div><font size="2">특히 훈련소에선 빨래를 자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 훈련을 받으면서 땀에 절은 전투복이 마르고 젖기를 </font></div> <div><font size="2">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하얗게 소금기가 올라왔고 안그래도 빳빳한 전투복은 더 빳빳해져 나중에는 내가 옷을 </font></div> <div><font size="2">입고 있는건지 사포를 입고 있는건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처음에 전투복을 잘못 받아 자기 사이즈 보다 좀 작은 </font></div> <div><font size="2">사이즈를 받은 동기들은 그 정도가 더 심했다. 땀에 절은 전투복 바지가 고간을 스칠때마다 사타구니에 고통을 </font></div> <div><font size="2">호소하고는 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불편함과 거북함은 사라졌지만 시간도 해결해 줄 수 없을 </font></div> <div><font size="2">때가 있었다. 바로 비가 올 때였다.</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군인은 우산을 쓰지 못한다. 지금은 규정이 바뀌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복무할 당시만 해도 </font></div> <div><font size="2">부대에서는 물론이고 휴가를 나가서도 우산을 쓰지 못하게 하는 규정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우의를 입었다. </font></div> <div><font size="2">부대에서 사용하는 우의는 보통 두 종류였다. 판초우의와 장교우의. </font></div> <div><font size="2">장교우의 같은 경우는 원래 보급품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수보다 물량이 부족해 주로 고참들이 많이 입었고 </font></div> <div><font size="2">짬 안되는 후임들은 보통 비가 오면 판초우의를 입었다. </font></div> <div><font size="2">생긴건 그냥 네모난 방수천에 가운데 후드가 달린 구멍하나 뚫린게 전부였지만 뒤집어 쓰면 의외로 방수는 </font></div> <div><font size="2">잘 되는 편이었다. 다만 입는 방법과 오래된 연식이 문제였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판초라는 이름에서부터 풍기는 분위기처럼 그냥 뒤집어 쓰면 왠지모르게 나초를 먹고싶고 기타를 쳐야만 </font></div> <div><font size="2">할것 같은 메히꼬 필의 외향이 완성되지만 그렇게 입는 일은 별로 없었고 따로 입는 법이 있었다.</font></div> <div><font size="2">일단 우의를 뒤집어 쓰고 팔 부분을 말아 올려서 어깨 안쪽으로 집어넣은 다음 풀어지지 않게 탄띠로 </font></div> <div><font size="2">고정시킨다. 그리고 후드까지 말아서 안쪽으로 집어 넣으면 완성이었다. 이렇게 입으면 팔부분에 걸리적 거리는게</font></div> <div><font size="2">없어서 움직이미 편해진다는 장점이 있었다. 다만 한가지 단점이 있다면 방수를 포기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font></div> <div><font size="2">거의 안입은 것과 차이가 없었다. 그리고 조금만 움직여도 어깨 부분이 흘러내려 거울을 보면 어느새 </font></div> <div><font size="2">나메크성인이 되어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사실 장교우의도 별반 다를건 없었다. 입는게 좀 더 편하다 뿐이지 어차피 판초우의나 장교우의나 코팅이 다 벗겨져 </font></div> <div><font size="2">있어 입고 돌아다니다 보면 금새 빗물이 스며들었다. 게다가 방수가 된다 쳐도 안쪽에 습기가 엄청나게 차다보니 </font></div> <div><font size="2">땀이 비오듯 흘렀고 결국 비에 젖느냐 땀에 젖느냐의 문제일 뿐이었다. 그리고 습기에 찬 우의가 전투복에 달라 붙는 </font></div> <div><font size="2">그 느낌은 가히 최악이었다. 고참들은 어찌 보면 짬의 상징인 장교우의를 </font><font size="2">입었지만 나는 고참이 되어서도 판초우의를 즐겨 입었다. </font></div> <div><font size="2">밥먹으러 갈때나 가까운 거리를 이동할때는 장교우의보다 </font><font size="2">그냥 판초우의를 뒤집어 쓰고 가는게 더 적게 젖기 때문이었다. </font></div> <div><font size="2">장마철이라 그날도 비가 부슬부슬 오고 있었다. 식당에 가기 위해 어제 널어놓은 판초우의를 걷으러 식당으로 향했다.</font></div> <div> </div> <div><font size="2">하지만 우의는 보이지 않았다. 혹시 후임들이 걷어갔나 해서 후임들에게 물어보아도 보지 못했다는 대답 뿐이었다. </font></div> <div><font size="2">주변을 샅샅이 뒤져보았지만 우의를 찾을 수 없었다. 이내 나는 격렬한 분노에 휩싸였다. 내가 가진 보급품 중 </font></div> <div><font size="2">몇 안되는 A급중 하나였고 그 중에서도 평소에 가장 유용하게 쓰는 물건 이었기에 분노는 더 커져만 갔다. </font></div> <div><font size="2">범인은 분명 아직도 빗물이 닿자마자 그대로 스르륵 흘러내리는 영롱한 코팅에 영혼을 빼앗겨 우발적 혹은 계획적으로 </font></div> <div><font size="2">범행을 저지른게 분명했다. 아마 우리소대나 옆소대는 아니었을 것이다. 알콜중독이나 지방간, 울혈 등으로 간비대 증상이 </font></div> <div><font size="2">나타나지 않는 이상 겁도 없이 고참 우의를 훔쳐다가 당당하게 입고다닐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었다.</font></div> <div><font size="2">그날부터 다른 중대를 중심으로 탐문수사를 시작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그 후로도 한참동안을 부대내를 뒤지고 다녔지만 도무지 우의는 보이지 않았고 포기하려 할 때 쯤이었다. </font></div> <div><font size="2">막사 2층 흡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창 밖으로 누군가 판초우의를 입고 지나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font></div> <div><font size="2">낯설은 얼굴로 봐선 우리 중대 사람은 아니었다. 이상한 촉이 와 유심히 그 모습을 살펴 보았다. 왠지 낯 익은 </font></div> <div><font size="2">판초우의였다. 내꺼 같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고 그렇게 내꺼인듯 내꺼아닌 내꺼같은 판초우의를 유심히 살펴보다 </font></div> <div><font size="2">건물밖으로 뛰쳐나갔다. 하지만 이미 그 사람의 모습은 사라진 뒤였다. 이제는 헛것이 보이는 것 같았다. </font></div> <div><font size="2">그렇게 한참을 앓다 결국은 마음을 비웠고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그리고 의외의 곳에서 판초우의를 발견하게 되었다. 전역하는 날 영창에 간 고참이 하나 있었다. </font></div> <div><font size="2">갓 전입온 이등병의 하계 전투복이 탐이 나 자기가 입던 다 닳아빠진 전투복과 바꾸자고 협박아닌 협박을 </font></div> <div><font size="2">해 기어이 바꿔갈 정도로 양아치 중의 양아치 고참이었는데 전역 하는 날 온갖 보급품들을 몰래 빼돌릴려다 </font></div> <div><font size="2">간부에게 걸려 영창에 가게 된 것이었다. 어디 혼자서 파병이라도 가는지 텐트부터 반합까지 온갖 보급품 </font></div> <div><font size="2">들이 나왔다. 가능만 하다면 총까지 들고나갈 기세였다. 그리고 물론 그 중엔 판초우의도 있었다. </font></div> <div><font size="2">내 이름이 선명히 새겨진. </font></div> <div> </div> <div><font size="2"></font>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