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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best_479189
    작성자 : 쓰루리
    추천 : 76
    조회수 : 5123
    IP : 114.203.***.201
    댓글 : 5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05/29 21:33:29
    원글작성시간 : 2012/05/29 18:00:03
    http://todayhumor.com/?humorbest_479189 모바일
    이보게 재철이..쪽팔려서 못 살겠네
    “김재철 사장, 친구인 내가 쪽팔려 못 살겠네” 
    [기고] 강기석 전 경향신문 편집국장 “MBC 사장, 자네 그릇은 맞지 않았던 것 같아” 



    김 사장, 오랜만이네. 최근 광화문광장에서 자네를 MBC 사장 자리에서 쫓아내야 한다는 1인시위를 두어 번 벌인 적이 있네. 내게 자네에 관해 묻는 전화가 가끔 오더군. 1인시위 때문이 아니야. 자네나 나나 기자생활 30년이 넘은 마당에 마치 남의 말 하는 것 같긴 하지만 기자라는 게 참 그악스럽긴 하데 그려. 자네와 내가 고등학교 동창이란 특별한 인연을 어떻게 알았는지 말야. 아는 대로 이야기해 주고 싶긴 하지만 사실 내가 자네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은 자네도 잘 알고 있지 않나.

    [중략]

    난 오래전부터 "사람마다 그릇이 다르다"는 '그릇론'에 동의하는 편이었다네. 기업사장이나 하면 족할 사람이 대통령을 한답시고 나라를 들어먹는 꼴을 보고는 '그릇론'에 동의 정도가 아니라 아예 신봉하게 됐지. 섭섭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자네라는 그릇은 MBC 사장이란 자리를 담을 만큼 넉넉하지 못하다고 생각했지. 불행히도 그런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군.

    여기서 MBC라는 공영방송의 시대적 역할이 무엇이며 거기에 자네의 세계관이나 언론관이 적합한가 등등의 거대담론을 꺼내지는 않겠네. 자네의 경영방침이나 인사 철학, 자네가 추구하는 보도방향 등의 옳고 그름을 논하자는 것도 아니네. 그 모든 것보다 우선 자네는 자기관리를 전혀 하지 않았더군. 

    법인카드라는 것이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라네. 이곳저곳 피신하는 중에라도 한 번쯤 짬을 내 정연주 전 KBS 사장의 경우를 공부해 보게. 감사원이 파렴치범으로 몰아 보려고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샅샅이 뒤졌는데도 티끝 하나 부정한 사용사실이 나오지 않았다지 않나. 왜 아니겠나. 휴일에 회사에 나오더라도, 개인적인 일이면 회사차가 아니라 자기 차를 손수 몰고 나올 정도로 철저히 자기관리를 했다고 하지 않나.

    아니면 옛날 수습생활의 고달픔을 호소할 때처럼 동창인 내게라도 법인카드 사용법을 물어보지 그랬나. 자네도 알겠지만 나도 <경향신문>을 그만두고 정부기관인 신문유통원장을 지낼 때 한 달 200여만 원이라는 꽤 많은 액수의 카드를 사용할 수 있었지. 이명박 정권 들어 전 정권 사람들 몰아낸다고 각 기관마다 대대적인 감사가 벌어졌었지. 그때 감사요원들이 가장 먼저 뒤진 게 뭔지 아나. 기관장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이었다네.

    내 경우, 2008년 4월인가 5월에 소속 부처 감사요원들 네댓 명이 들이닥쳐 2주 예정으로 뒤지더니 아무것도 나오지 않자 감사기간을 1주간 더 연장할 정도로까지 시달림을 받았다네. 부임 초기 경험이 많은 부하직원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아, 아무리 귀찮아도 영수증 뒷면에 사용내역을 꼼꼼히 적어 두는 것을 습관화한 것이 결정적으로 도움이 되었지. 그 덕분에 한 5개월 잔명을 부지할 수 있었던 것보다 파렴치범을 면한 것이 고마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네.

    자네의 지저분하고도 도를 넘는, 그래서 결국 자네의 인생 자체를 망가뜨리는 단서가 된 카드편력은 자네가 속한 그쪽 사람들에게서 잘못 배운 탓인 게 틀림없어. 이 정권 들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별별 지저분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불문가지이지만, 아주 조금 밝혀진 바 그쪽 동네의 어른 최시중이란 양반의 꼼수만 해도 기가 막히지 않던가.


    [중략]


    이보게 재철이, 우리가 내일모레면 어느새 나이 60이 되네. 60이면 이순(耳順)이라 하지 않나. 세상 이치를 저절로 알게 되는 나이라는 말일세.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솔직해지고 싶네. 내가 오늘 자네에게 장문의 공개편지까지 써 가며 이렇게 주절댄 것은 사실 자네를 위한 것보다 나를 위한다는 의미가 더 크네. 같은 언론인으로서, 같은 고교 동창으로서 정말 쪽팔려서 못 살겠네.
     




    원문주소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2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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