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font size="2">군생활이 힘든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억제하며 생활해야 한다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font></div> <div><font size="2">민간인 시절처럼 먹고싶을때 먹을수 없고 자고 싶을때 잘수도 없다. 가끔 주니어의 안부가 궁금해질 때도 쉽사리 묻지 못한다. </font></div> <div><font size="2">특히나 나처럼 입대 전 정신줄을 놓고 매일같이 술이나 게임으로 밤을 지새우고 식사시간이나 취침시간이 불규칙한 금수와도 같은</font></div> <div><font size="2">생활패턴을 지니고 있던 사람들에겐 더더욱 적응하기 힘든 일일 것이다.</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하지만 시간이 모든걸 해결해 주기 마련이다. 대개의 경우는 훈련소나 이등병 시절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적응이 된다. </font></div> <div><font size="2">식욕이야 가끔 사제음식이 그립긴 하지만 삼시세끼 꼬박 챙겨 먹으니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었고 성욕같은 경우는 몸이 힘들다보니 </font></div> <div><font size="2">자리에 눕자마자 곯아 떨어지기 일쑤여서 생각날 겨를이 없다. 문제는 수면욕이다. 식욕이나 성욕은 본인의 의지로 컨트롤이 가능했지만</font></div> <div><font size="2">수면욕만큼은 내 의지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나는 사회에 있을때부터 잠이 많은 편이었고 또 한번 잠이들면 누가 업어가도</font></div> <div><font size="2">모를 정도로 깊이 잠이 들었다. 잠버릇도 심한 편이라 자면서 이리저리 뒤척이는 편이었다. 때문에 입대 전 내가 가장 걱정하던 부분도 </font></div> <div><font size="2">이런 부분이었고 실제로도 군생활 초반엔 이런 잠버릇 때문에 고생을 해야했다. 거기다 내가 간과한 부분이 있었다. 사회에 있을 때 </font></div> <div><font size="2">나는 코를 잘 골지 않았다. 정말 피곤하면 가끔 고는정도였기에 코골이에 대한 문제는 없을거라 생각했다. 전입을 가면 고참들이 </font></div> <div><font size="2">항상 묻는 질문중 하나가 잘때 코를 고냐는 질문인데 나는 피곤할 때만 곤다고 대답했다. </font></div> <div><font size="2">하지만 이등병은 항상 피곤하다. 고로 나는 항상 코를 골았다. </font></div> <div> </div> <div><font size="2">군대의 위대한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살면서 내가 절대로 고치지 못할거라고 생각했던 버릇이 아주 빠른시간 내에 깔끔히 고쳐진다는</font></div> <div><font size="2">점이었다. 나 역시 이런 내 잠버릇이 과연 고쳐질까 의문이었지만 고참들의 사려깊은 배려로 인해 안대 대신 방독면을 몇번 쓰고나니</font></div> <div><font size="2">깔끔하게 고쳐졌다. 더불어 5시 55분이면 자동으로 눈이 떠지는 </font>신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이런건 아니었다. </div> <div>군대에선 언제 자느냐 보다는 어떻게 자느냐가 더 중요하다. 별의별 사람들이 다 모이다보니 시도때도 없이 꾸벅꾸벅 조는사람, 잠꼬대를 심하게 </div> <div>하는 사람, 코고는 사람, 이빨가는 사람등 온갖 기상천외한 잠버릇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했다. 그런 잠버릇들이 군생활에 크게 지장을 주지 않는</div> <div>사람도 있는 반면에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렇지 않은 편에 속했다. </div> <div> </div> <div>내가 병장 진급을 앞두고 있었을 때 전입을 온 후임이 있었다. 우리 소대가 아니라 옆 소대로 배정을 받았기에 자주 볼 일도 없었고 별다른</div> <div>문제를 일으킨 것도 없었기에 나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그렇게 한두달이 지나고 어느 날 나는 옆소대에 놀러가 후임들과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div> <div>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도중 신병 얘기가 나왔고 새로온 신병은 어떠냐는 나의 질문에 후임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임의 말에 의하면 </div> <div>평소엔 괜찮은데 잠버릇 때문에 미치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나 역시 잠버릇때문에 곤욕을 치룬적이 있기 때문에 </div> <div>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라고 말했지만 후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뿐이었다.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div> <div>코를 심하게 고냐고 물으니 아니라는 말이었고 그러면 이빨을 가냐고 물으니 그것 또한 아니라는 대답이었다. 그럼 도대체 뭐가 문제냐는 </div> <div>나의 말에 잘때는 괜찮지만 깨울때가 문제란 것이었다. 잘 자다가도 깨우기만 하면 애가 정신줄을 놓는다는 것이었다. </div> <div>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게 도대체 무슨말인지 이해 할 수가 없었다. </div> <div> </div> <div>불침번 근무를 설 때였다. 한동안 외곽근무만 서다 불침번 근무를 서게 되서 나는 기분이 좋았다. 짬을 먹고 서는 불침번 근무는 말 그대로 </div> <div>꿀이었기 때문이었다. 행정반에 앉아서 책을 보다 다음 근무자들을 깨울때가 되어 나는 근무자 명단을 확인했다. 다음 근무자는 후임이 말한</div> <div>그 신병이었다. 후임이 말한 잠버릇이 어떤건지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생겨 나는 괜시리 설레여졌다. 기대반 설레임반으로 내무실로 들어서서</div> <div>그 신병을 찾아냈다. 내 기대와는 달리 그 후임은 얌전히 누워 자고 있었다. 내 기대에 못미치는 그 모습에 나는 살짝 실망스러운 마음으로 </div> <div>그 후임의 이름을 불렀다. 그제서야 나는 후임이 내게 했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하나의 </div> <div>이등병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 와서 고문관이 되었다.</div> <div> </div> <div>눈을 뜬 신병은 일어나지 않고 그대로 몸을 돌려 다시 누웠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한 내가 다시 이름을 부르자 그는 작은 목소리로 오분만..</div> <div>오분만... 이라고 말했다. 간만에 당한 푸대접에 나는 기분이 나빠졌다. 하지만 나는 기분이 좋다.. 나는 자유롭다.. 라고 되뇌이며 다시 그를</div> <div>깨웠다. 다시 일어나 몸을 일으켜 앉더니 고개를 숙이고 혼자 뭐라고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정신차려 라고 말하자 그는 대답했다. </div> <div>왜? 왜라고 물으신다면 대답하는게 인지상정. 근무 나가야지 라고 말하자 그는 또렷하게 다시 말했다. 근데? </div> <div>익숙하지 못한 상황변화에 나는 폭력적으로 변할 것만 같았다. 내가 보기엔 이미 그는 잠에서 완전히 깬 것처럼 보였다. </div> <div>후임이 말한 정신줄을 놓는다는게 이거였구나라는 걸 알게되었다. 화를 낼까 웃어버릴까 생각하다가 그의 볼을 꼬집어 일으켜 세웠다. </div> <div>그제서야 정신이 든 듯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관등성명을 외치는 올바른 이등병으로 돌아간 그의 모습을 보며 나는 그저 황당할 뿐이었다.</div> <div>지킬박사와 하이드를 보는 것 같았다. 잠시 후 행정병으로 총을 가지러 온 그 신병에게 도대체 뭔 생각으로 그런건지 묻자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div> <div>대답이었다. 집에 있는 줄 알았다는 것이었다. 그 말에 괜히 마음이 안쓰러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대로 방치 할 순 없었다. </div> <div> </div> <div>다음날 나는 그를 위한 헌정곡을 만들어 옆소대로 찾아갔다.</div> <div>그리고 그에게 열두시가 지나면 민간인으로 돌아간다 하여 근데렐라란 별명을 붙혀주었다.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