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 <font size="2">군생활 초반에 나를 힘들게 한 것은 새로운 생활에 대한 적응도 훈련과 근무로 인한 고단함도 아닌 </font></div> <div><font size="2">음식이었다. 사실 나는 입맛이 까다로운 편은 아니었다. 땅에 떨어진 음식도 흙만 묻어있지 않다면 </font></div> <div><font size="2">거리낌 없이 주워먹을수 있을 정도로 비위가 강한 편이었고 다들 맛없다고 불평불만을 늘어놓았던 </font></div> <div><font size="2">훈련소에서의 식사도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하지만 자대배치를 받고나서 나의 생각은 바뀌었다. 대대에 도착해서 처음 취사장에서 국 한수저를 </font></div> <div><font size="2">떠먹었을 때의 그 느낌은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국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순간 내 머리속에 </font></div> <div><font size="2">든 생각은 음? 이건 뭘로만든거지? 똥? 이었다. 생존훈련이 취사장에서 부터 시작되는구나 싶었다.</font></div> <div><font size="2">아마 전 사단에서 밥맛이 없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부대가 우리 부대였을 것이다.</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항상 이것이 밥인지 떡인지 정체성이 모호한 찐밥이 나왔고 반찬 역시 조리가 덜 된건지 더 된건지 </font></div> <div><font size="2">알 수 없는 반찬들 뿐이었다. 그 중에 최악은 아침, 그중에도 국이었다. 가뜩이나 입맛이 없는 아침에 </font></div> <div><font size="2">취사장에 가서 </font><font size="2">나온 반찬들을 보고있자면 나오는 건 한숨 뿐이었다. 우리부대 메뉴중 '맑은'은 '맹물에 가까운'</font></div> <div><font size="2">이라는 </font><font size="2">뜻과 진배 없었고 '시레기'는 '쓰레기' '된장'은 '인분'에 가까웠다. 소고기 무국은 죽을때 까지 </font></div> <div><font size="2">밭을 갈다 쓰러져 죽은 황소의 고기를 써서 끓였는지 육질이 형상기억합금 못지 않았다. 아무리 씹어도 </font></div> <div><font size="2">본래의 모양을 유지했고 이게 고기를 먹는건지 타이어를 씹는건지 헷갈릴 정도였다. 그 중 베스트는 단연 </font></div> <div><font size="2">임연수어국 이었다. 식판 바닥이 훤히 들여다 보일정도로 맑은 국물과 거기서 올라오는 비릿한 비린내를 </font></div> <div><font size="2">맡다보면 내가 국을 떠먹는 건지 수족관을 떠먹는건지 알 수가 없었다. 가끔 두부에 찍혀져 나오는 </font></div> <div><font size="2">국방부마크 도장을 보고있노라면 과연 밥때문에 탈영한 사람이 있을까 하고 날 고민하게 만들었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훈련이라도 있는 날엔 우리들은 제발 전투식량이 나오기만을 기도했다. 훈련때엔 식사추진으로 주먹밥이 </font></div> <div><font size="2">나왔는데 이 주먹밥이란게 따로 만드는 게 아니었다. 그날 나오기로 한 메뉴를 일단 다 만든다음에 </font></div> <div><font size="2">한곳에 넣고 뭉친것이 바로 이 주먹밥이었다. 내용물은 일단 먹어보기 전엔 알 수가 없었다. </font></div> <div><font size="2">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밥 안에 시금치와 생선까스가 어우러진 새로운 퓨전음식을 먹어볼 수 있는 </font></div> <div><font size="2">진귀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 정체불명의 주먹밥을 먹느니 유통기한 2년 지난 전투식량을 먹기를 </font></div> <div><font size="2">간절히 바랬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우리부대 취사병 중 처음부터 취사병 특기를 받고 온 인원들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는게 그 이유였을 것이다. </font></div> <div><font size="2">처음부터 취사병이었던 것이 아니라 어디서 사고를 치고 전출을 왔거나 하극상, 소대 부적응 등 온갖 이유로 </font></div> <div><font size="2">부대내를 떠돌다 취사병 보직을 받고 온 인원들이 절반 이상이었기에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었다. </font></div> <div><font size="2">한번은 취사지원을 갔다가 취사병들에게 혹시 자격증 같은게 있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font></div> <div><font size="2">의외로 자격증을 지닌 사람들이 많았다. 정보처리 기능사 1급. 워드프로세서 2급. 보통1종. </font></div> <div><font size="2">그랬다. 그래서 매달 나오는 식사메뉴판이 그렇게 반듯반듯하고 반찬은 차로 밟고 지나간 듯한 맛이 나는거였나보다.</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달이 바뀌고 새로운 메뉴가 나오는 날이면 우리들은 기도하는 심정으로 식사일정표를 확인하고는 했다. </font></div> <div><font size="2">맑은 생태탕 소고기 맑은국 콩나물 맑은국 임연수어국 메뉴는 맑았지만 우리의 표정은 흐려져만 갔다. </font></div> <div><font size="2">고참들 중엔 아침을 먹는 사람보다 먹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하지만 일이등병이 식사거부를 할수는 </font></div> <div><font size="2">없는 일이었기에 아침의 취사장엔 일이등병만 가득했다. </font></div> <div><font size="2">고참들에게 반찬이 먹을게 없다며 고충을 토로해 봐도 반찬이 없으면 맛다시를 먹으면 되잖아? 깔깔깔 이라며 개구리 </font></div> <div><font size="2">올챙이적 기억 못하는 발언 뿐이었다. 고참들이야 정 먹을게 없으면 컵라면이나 맛다시를 챙겨가서 먹었지만 </font></div> <div><font size="2">사실 일이등병은 눈치가 보여 그럴수가 없었다.</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었다. 어느순간 나도 이 식사에 적응이 되어갔고 주먹밥에 들어있는 생선대가리를 웃으며 </font></div> <div><font size="2">씹어 넘길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하지만 한가지 문제는 이 군대 식사에 적응이 되다보니 내 몸이 사제음식을 </font></div> <div><font size="2">거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백일 휴가를 나가서 오랫만에 그리운 집밥을 먹었지만 먹자마자 배가 살살 아프기 </font></div> <div><font size="2">시작했다. 이제는 맛있는 음식을 줘도 못먹는 몸뚱아리가 되어버린 것이다. </font></div> <div><font size="2">그날 밤 나는 변기에 앉아 설사와 눈물을 동시에 </font><font size="2">쏟아야만 했다. </font></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