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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당무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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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입 : 13-05-10
    방문 : 216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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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best_877804
    작성자 : 한당무
    추천 : 61
    조회수 : 9535
    IP : 58.122.***.53
    댓글 : 8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4/05/06 02:07:18
    원글작성시간 : 2014/05/05 18:22:22
    http://todayhumor.com/?humorbest_877804 모바일
    문학주의) 볶음밥덕후 21세 사내의 느지막한 점심
    맑고 청명하여 나들이하기에 퍽 좋은 날씨였다.

    전날, 혹은 오늘 새벽까지 이어진 게임의 피로였을까, 12시가 넘어 간신히 일어난 사내는 냉동해두었던 꽈배기 몇개로 주린 배를 채우고 집 앞 하천가로 산책을 나섰다.

    여느때보다 사뭇 밝아보이는 아해들의 얼굴에서 사내는 무엇인가 깨달은 바가 있어 스마-트 폰의 화면을 켜 보았다.

    가로지은 빗금을 사이에 두고 숫자 5가 나란히 서 있었다.

    숫자도 짝이 있을진데, 사내는 21년간 혼자였을 씁쓸한 기억에 마지못한 채념의 한숨을 내쉴 뿐 이었다.

    지나치지 않을정도로 센 바람이 기분좋게 뛰노는 아해들의 땀을 시원하게 식혀주었지만 홀로 벤치에 앉아 낮맥주를 한 캔 까고 있는 이 사내에게 이 바람은 그저 무수한 먼지를 날리는 한낮의 광풍이었을 터다.

    햇살의 밝음과 아해들의 청아한 웃음소리가 사내의 위를 간질였다.

    소싯적 이 장소에서 함께 뛰놀던 동무들은 어느새 저마다 군대로, 대학으로 떠나고 이 마을에 남은 사람은 학교를 때려친 자신밖에 없으리라는 생각에 이 사내, 속이 쓰라리고 목이 매웠다.

    맥주의 탄산이나 알콜때문일 터다, 그렇게 생각하며 짧은 산책을 마치고 돌아서는 사내의 뒷모습은 차마 아해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성인의 몸뚱이에 갇혀버린 아해의 뒷모습이었다.

    방으로 돌아온 사내는 게임이나 해볼까 하였으나 이내 그마저도 싫증을 내고는 밀린 애니를 재생했다.

    이국의 목소리가 하천가에서 울리는 아해들의 웃음소리마냥 5.1채널을 타고 방안에 청아하게 울렸다.

    21인치 와이드화면에서 HD화질로 재생되는 무수한 빛의 입자가 따갑게 사내의 눈을 쏘아댔다.

    방 안에 반향되어 몇번이고 돌아오는 여성들의 웃음소리가 피부에 달라붙은 불길처럼 사내의 몸을 핥아댔다.

    순간의 소름과 스페이스바.

    화면에서 눈을 땐 사내의 눈에 비친것은 반쯤 빈 담배갑과 작은 라이터. 무엇하나  온전하게 들어찬것이 없는, 일회용 쓰레기들의 집합이다.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려보면 이미 빼곡한 책장 다섯줄과 엉덩이 붙힐 자리가 없어 우선순위 밖으로 밀려난 만화책의 열 몇권 남짓한 무더기.
     
    싫증과 싫증과 싫증으로 가득찬 그의 가슴에서조차 밀려난 활기가 방 안의 콤콤한 냄새가 되어 떠돌뿐이었다.

    흐림처리된 창문 너머에서는 부옇게 흩어진 단풍나무의 실루엣이 바람에 요란하게도 흔들렸다.

    그때마다 성긴 그 실루엣 사이로 언뜻언뜻 비치는 햇빛은 사내의 뺨과 가슴팍과 명치와 팔뚝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사내는 문득 두 번 다시 없을 허기를 느꼈다.









    그래서 만들어보았습니다.

    두 번 다시 없을 허기를 맞이한 사내에게 추천하는 오늘의 대충요리.

    01.jpeg

    1. 베이컨 4줄, 양송이 두개, 작은 양파 반쪽을 예쁘게 썰썰썰 썰어줍니다.

    사실 이번이 처음으로 시도하는 본격적인 요리라 어깨에 힘이 바짝 들어갔습니다.

    02.jpeg

    2. 마늘 3알을 빻빻빻.

    과거 모 한식레스토랑에서 2달간 일을 했는데요, 어쩌다 불려간 주방에서 마늘을 썰 때는 반드시 꼬다리를 자르라는 팁을 배운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보관의 실패인지 하얗게 곰팡이가 붙었기 때문에 환부를 적절히 도려내고 빻았습니다.

    03.jpeg

    3. 식용유를 [적당히]두르고 [적당한]약불로 은근하게 달군 팬에 위의 재료들을 전부 투척.

    수분과 기름이 달궈진 쇠의 표면에 닿아 기분좋은 소리를 냅니다.

    요리의 즐거움이란 이런곳에도 있는거군요.

    04.jpeg

    4. 까먹을뻔 했습니다.

    냉동실에 예쁘게 까여 해동만을 기다리고 있는 새우친구들이 있었네요.

    손으로[적당량] 움켜쥐어 덜어냅니다.

    참고로 본인손은 대한민국 여성평균 사이즈에 조금 못미치는 조막만한 손이니 이 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05.jpeg

    5. 딱딱하게 얼어붙은 상태로 갑작스런 열기를 만나자 새우들이 뜨겁다며 김을 폴폴 냅니다.

    하지만 나와 나의 나무주걱에는 자비가 없징!!!! 휙휙휙 후드리챱챱 쉐낏해가며 볶습니다.

    06.jpeg

    6. 대망의 밥 투하. 양파와 버섯을 가열하면 나오는 물기가 다 쫄아버리기 전에 넣어줘야 합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습니다.

    07.jpeg

    7-1. 고대, 숲의 마술을 다루던 드루이드들의 비법을 전수받아 만들었다는 비장의 마법향신료.

    짜니까 조금만 뿌립니다.

    08.jpeg

    7-2. 후추! 후추! 하고 딱 두번만 뿌렸습니다. 벌써 마나의 기운이 넘치네요!

    허브솔트인데 왜 후추! 후추! 하고 뿌렸냐 묻지는 마세요. 나도 모르니까.

    09.jpeg

    8-1. 마법의 힘으로 완성했습니다.

    아이폰의 제멋대로 밝음 필터효과가 본래의 색을 많이 왜곡했지만 실제로는 무척이나 맛있어보였습니다.

    10.jpeg

    8-2. 검고 탐스럽게 빛나는 양송이의 그것....!







    결과와 자아비판


    1. 존맛

    2. 마늘의 맛이 너무 강할까 염려하여 3알을 넣었지만 4개정도 넣어도 괜찮을듯.

    3. 베이컨을 썰 때는 같은 단백질 합성물이라고는 해도 손가락을 썰지는 말도록 하자.

    4. 나는 혹시 사진이나 글보다도 요리에 소질이 있는게 아닐까.....!

    5. 돈사의 안락함과 바다의 자유로움, 텃밭의 생명력이 고대 드루이드의 지혜에 얽혀 만들어내는 환상의 하모니. 미뢰가 춤을 추고 융털이 환호한다.





    이상입니다.

    저 진짜 요리에 소질있는거 아닐까요, 첫 요리가 존맛이라니..... ㄷㄷ;;
    한당무의 꼬릿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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