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서민들은 생활고로 허덕이고, 청년실업은 모두를 한숨짓게 하고, 정치는 냉소의 대상이 되고, 국민 절대다수는 마음 놓고 기댈 구석이 없어 절망적인 마음에서 각자도생이란 말을 되뇌고 있는 상황에서 메르스 사태가 터졌다. </div> <div> 이 혼란의 와중에서 우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다잡아 주고, 나아갈 방향을 제대로 잡아주는 권위 있는 지도자를 갈망하게 된다.</div> <div><br> </div> <div>우리는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해방 후의 혼란과 6.25, 개발독재를 거치면서 단기간에 절대빈곤에서 벗어났고, 또한 비교적 단기간에 현재의 민주화를 이룩했다. 모든 과정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다 보니 한 단계를 지날 때마다 깊이 있게 음미하고 다지는 시간이 부족했다.<br></div> <div> 속도는 절대선이며, 절차와 단계의 중시는 때로 비효율과 시간낭비로 간주되었다. 그런 풍토 속에서는 크고 작은 위기가 닥칠 때마다 윗돌 빼서 아랫돌 괴고,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으로 골치 아픈 문제를 얼렁뚱땅 처리하고픈 유혹을 받게 된다. 어떤 문제가 터지면 그 방면의 전문가와 권위자가 나서서 매뉴얼에 따라 치밀하게 대응하기보다는 ‘설마’에 기대어 주먹구구로 그 위기를 넘기려는 경우가 많았다. <br></div> <div> </div> <div>권위적인 압축적 성장의 시대 다음 민주화를 이룩하는 과정에서 각종 권위에 대한 폄훼와 도전은 진보로 간주되었고, 마땅히 지키고 존중해야 할 권위도 타파해야 할 권위주의와 동일시되었다. 다양한 사회운동이 가져다준 엄청난 생산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민주화 운동은 정치적 권위를, 교육 운동은 교권의 권위를, 핵가족화와 과잉모성은 부권의 권위를, 환자의 알 권리와 의료 민주화는 의사의 권위를, 근거 없이 목소리만 높이는 아마추어의 난립은 전문가의 권위를 무력화시키는데 일조한 측면이 있다는 사실 또한 부인하기가 어렵다.</div> <div> </div> <div><br> 있어야 할 권위가 추락한 자리에는 냉소와 냉담, 조롱과 욕설, 저속한 풍자가 분위기를 휘어잡아 객관적인 상황 파악을 어렵게 하고, 정말 다급하고 필요한 순간에 사람들의 결속시키고 방향을 잡아 줄 진정한 권위자를 갖지 못하게 했다. </div> <div> </div> <div> </div> <div><br> 우리는 지금 모든 분야에서 원칙과 기준을 세우고 그것을 존중하고 준수하는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권위의 상실은 일차적으로는 각 분야에서 권위를 부여받은 당사자의 책임이 크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권위를 부여받은 주체가 출발점에서는 도덕적, 윤리적으로 떳떳해야 한다. 그 바탕 위에서 원칙과 기준을 제시하고, 거기에 근거하여 책임질 수 있는 말을 하고, 그 결과에 반드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줄 때 권위는 지켜지고 유지된다. 필요한 순간에 힘을 결집할 수 있는 구심점이 없을 때, 우리는 답답하고 우울하다.</div> <div> </div> <div> <br> “내가 아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에게 ‘지휘자의 권위’에 관해 물었습니다. 다른 지휘자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는 연주하러 단상에 올라 잠시 가만히 서 있는다고 했습니다. 그 모습이 다른 사람 눈에는 그저 마음을 가다듬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닙니다. 그 순간에 그는 속으로 기도합니다. 오케스트라의 연주자들을 축복하는 것이지요. 그런 다음 지휘봉을 듭니다. 진정한 권위의 비밀은 축복하는 마음에 있는 것이 아닐까요” 독일에서 매년 20여대의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를 만드는 바이올린 마이스터 마틴 슐레스케가 쓴 감동적인 책 ‘가문비나무의 노래’에 나오는 이야기다.</div> <div> </div> <div><br> 그렇다 ‘진정한 권위’의 비결은 상대의 행복과 발전을 바라는, 축복하는 마음에 있는 것이다. 대통령과 정치인이 오로지 국가와 국민만을 생각하고, 기업이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고, 스승이 제자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 헌신하고, 의사가 환자의 회복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최선을 다할 때, 그리하여 상대가 그 점을 신뢰하게 될 때, 권위는 절로 보장되는 것이다. </div> <div> </div> <div><br> 메르스의 종식을 위해 오늘도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의 방호복을 바라보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그들의 노고와 희생정신은 우리를 감동하게 하고 감사하게 한다. 이제 우리는 모든 분야에서 기본 원리와 원칙을 중시하며 주기적으로 근본을 되짚어보는 운동을 생활화해야 한다. 그런 풍토 속에서만 사회 통합과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진정한 권위도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div> <div> -윤일현</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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