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상 반말 사용 이해해주세요. 그냥 푸념이에요.

 진짜 이 반복되는 생활이 너무 지쳐서, 내가 이런 식으로 살면 안 되겠다 싶어서

진짜 큰 맘 먹고 외국을 나가기로 했어. 현실 도피지.

외국에 나가면 뭔가 다를 줄 알았지. 내 생활도 바뀔 줄 알았지.

근데 그게 아니더라.

외국 나가도 똑같아.

내 이 썩어빠진 근성은 안 고쳐지더라.

그냥 귀찮아. 아무 것도 하기 싫어. 그저 컴퓨터 앞에 앉아서 시간 죽이고 허송세월 보내는 건 똑같더라구.

그나마 위안을 삼는건, 언제나 집구석에만 처박혀 있던 생활이었는데

여기서는 그래도 밖에 나다니게 되더라. 은둔형 외톨이에서 은둔형은 졸업한 것 같아.

여러 사람도 만나게 되고, 사람과의 만남도 재밌어지고.

한국과 다른 외국의 문화도 체험하면서 밖에 나다니는게 즐거워지더라구.

영국인, 터키인, 대만인, 네팔인, 일본인. 메일을 주고 받는 친구도 생겼어. 같이 축구도 했었고 술도 마셨고. 즐거웠지.

그런데, 문득 외로워지더라. 사람을 만나고 있는 와중에도 외로워.

마치 나 혼자 있는 느낌이 들었어.

갑자기 무서워지더라. 이 사람들의 친절은 '같은 외국인이라서', '외국인이기 때문에' 친절하게 대해주는 것이 아닌가 하고.

그럴리 없겠지, 내 착각이겠지라고 생각을 하려고 하는데. 점점 눈에 보이더라.

수동적으로 내 말에 반응을 해주고 있는 것일 뿐, 그 이상의 대화는 없어. 그저 내 이야기를 듣고 반응을 해줄 뿐이야.

가만 생각해보면 누군가 먼저 나에게 말을 건 적도 없어. 자기 이야기를 한 적도 없어.

그걸 자각하고 난 후로, 다시 방에 처박히게 되더라. 나가고 싶지 않아.

진짜 여기 온 후로 처음으로. 진짜 처음으로. 문자를 먼저 받았어. 잠깐이라도 들뜬 내가 바보였어.

문자 내용은, "싸인이 필요하니 잠깐 와주지 않겠어?"

내가 싸인을 해주지 않으면 돈을 못 받으니까. 단지 그것 때문이었어.

 처음 여기 왔을 때 이것 저것 챙겨주고 알려주었던 건, 단지 자기가 맡은 일이었기 때문이었어.

외국인 상대로 도움을 주고 보수를 받아가는. 그저 자기 직업.

한때 조금이나마 이 사람이 나의 구세주라고 생각했던 내가 바보지.

역시 안 되는 놈은 안되는 거였어.

자기 스스로 무언가를 바꾸려고 하지 않는 사람만 실패하는 줄 알았어.

그런데, 나는 노력을 했는데도 안 돼.

이정도 노력은 노력도 아닌가봐. 나는 정말 죽을 힘을 다해서 바꾸려고 하는데.

하루 하루가 걱정이다. 오늘은 뭘 먹지? 내일은 뭘 하지?

내 저금도 슬슬 없어져간다. 성과도 없는데 귀국이나 할까보다.

다시 내 방으로 돌아가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