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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beauty_14897
    작성자 : 지난주의유머
    추천 : 10
    조회수 : 245
    IP : 123.140.***.116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5/10/23 15:40:11
    http://todayhumor.com/?beauty_14897 모바일
    뷰게문학] 광장
    화장대 위 생김새는, 탁자보다 조금 높게 화장품들이 올려져 있고, 시선은 왼편에서 들어와서 바른편으로 빠지게 돼 있다. 네 개의 일반 아이섀도 장교와, 한정품 공용기를 입은 아이섀도 대표 하나, 합쳐서 다섯 개. 그들 앞에 가서, 걸음을 멈춘다. 앞에 앉은 아이섀도가, 부드럽게 웃으면서 말한다.
     "동무, 앉으시오." 
     명준은 움직이지 않았다.  
    "동무는 어느 아이섀도를 바르겠소?"
    "텅장국."  
    그들은 서로 쳐다본다. 앉으라고 하던 아이섀도가, 브러쉬를 화장대 위로 바싹 내밀면서, 말한다.  
    "동무, 텅장국도, 마찬가지 화장품의 나라요. 무료협찬리뷰와 소녀피부수가 우글대는 낯선 곳에 가서 어쩌자는 거요?"
    "텅장국."
     "다시 한 번 생각하시오.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정이란 말요. 자랑스러운 통장을 왜 포기하는 거요?"  
    "텅장국." 
     이번에는, 그 옆에 앉은 아이섀도가 나앉는다. 
    "동무, 지금 화장대공화국에서는, 동무를 위한 섞어바르기 화장법령을냈소. 동무는 누구보다도 먼저 다양하게 그라데이션을 가지게 될 것이며, 아이섀도의 영웅으로 존경받을 것이오. 전체 아이섀도는 동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소. 화장대 구석의 화장솜들도 동무의 개선을 반길 거요." 
     "텅장국."  그들은 머리를 모으고 소곤소곤 상의를 한다.  처음에 말하던 아이섀도가, 다시 입을 연다. 
     "동무의 심정도 잘 알겠소. 오랜 똑같은 아이섀도 생활에서, 로드샵세일주의자들의 간사한 꼬임수에 유혹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도 용서할 수 있소. 그런 염려는 하지 마시오. 화장대공화국은 동무의 하찮은 잘못을 탓하기보다도, 동무가 매일 정성들여 화장하는데 바친 충성을 더 높이 평가하오. 일체의 깨짐, 흩날림 행위는 없을 것을 약속하오. 동무는……" 
     "텅장국." 
     한정판 아이섀도 대표가, 날카롭게 무어라 외쳤다. 설득하던 아이섀도는, 증오에 찬 눈초리로 명준을 노려보면서, 내뱉었다. 
     "좋아."  
    눈길을, 방금 바닥에 떨어져 굴러다니는 다음 틴트에게 옮겨 버렸다.  아까부터 그는 설득 자들에게 간단한 한마디만을 되풀이 대꾸하면서, 지금 다른 제품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을 광경을 그려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도 자기를 세워 보고 있었다. 
    "자넨 어디 출신인가?" 
    "……" 
    "음, 로드샵이군."  
    설득 자는, 앞에 놓인 영수증을 뒤적이면서,  
    "텅장국이라 지만 막연한 얘기요. 제 쓰던 제품보다 나은 게 어디 있겠어요. 충동구매 한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얘기지만, 다른 걸 써 봐야 인생템이 소중하다는 걸 안다구 하잖아요? 
    당신이 지금 가슴에 품은 지름본능은 나도 압니다. 한 달이면 허다하고 동시다발적으로 세일하고 있는 걸 누가 부인합니까? 그러나 통장엔 한계가 있습니다. 인간은 무엇보다도 잔액이 소중한 것입니다. 당신은 지름생활과 텅장 생활을 통해서 이중으로 그걸 느꼈을 겁니다. 인간은……"
     "텅장국."
     "허허허, 강요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내 주인의 통장 계좌가 타향 만리 로드샵에 가겠다고 나서서, 동족으로서 어찌 한마디 참고되는 이야길 안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는 이곳에 텅장 잔액 20 여 만원의 부탁을 받고 온 것입니다. 한 푼이라도 더 건져서, 월말까지는 버티라는……" 
    "텅장국." 
     "당신은 이번달 빵꾸가 났습니다. 통장은 지금 절약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위기에 처한 통장을 버리고 떠나 버리렵니까?" 
    "텅장국."
     "가진 게 있을수록 더 지르고 싶은 법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생활비를 다 없애 버리겠습니까? 지름신이 왔다고 말이지요. 
    한 끼 식비를 잃는 건, 이쁘지만 정작 쓸 수없는 쎄일러무운 한정판 아이라이너 열을 잃은 것보다 더 큰 경제적 손실입니다. 월말까지는 아직 많습니다. 우리에게는 나갈 생활비가 태산 같습니다. 나는 당신보다 나이를 약간 더 먹었다는 의미에서, 친구로서 충고하고 싶습니다. 통장의 품으로 돌아와서, 알뜰하게 생활하는 일꾼이 돼주십시오. 질러놓고 빈곤하게 고생하느니, 그쪽이 당신 개인으로서도 행복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나는 당신을 처음 보았을 때, 대단히 퍼스널컬러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뭐 어떻게 생각지 마십시오. 나는 당신의 인생템처런 여겨졌다는 말입니다. 만일 새로 지르지 않는 경우에, 마지막 한 방울까지 조력을 제공할 용의가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명준은 고개를 쳐들고, 반듯하게 된 화장대 거울을 올려다본다. 한층 가락을 낮춘 목소리로 혼잣말 외듯 나직이 말할 것이다.
     "텅장국." 
     설득 자는, 손에 들었던 립브러쉬로, 테이블을 툭 치면서, 곁에 앉은 립쌩로라앙을 돌아볼 것이다. 립쌩로라앙은, 어깨를 추스르며, 눈을 찡긋 하고 웃겠지.  나오는 문 앞에서,  책상 위에 놓인 지갑을 들고 화장대를 나서자, 그는 마치 재채기를 참았던 사람처럼 몸을 벌떡 뒤로 젖히면서, 마음껏 웃음을 터뜨렸다. 눈물이 찔끔찔끔 번지고, 침이 걸려서 캑캑거리면서도 그의 웃음은 멎지 않았다.

    ----------
    이미 아이섀도와 틴트가 있고 또 텅장이지만 아이섀도와 틴트가 지르고싶었던 명준(절대로 제가 아닙니다 영업하지 마세요ㅋㅋ)
    그리고 세일러문 한정판 아이라이너를 비하하는게 아니라 이성적으로 지름을 방지하려면 저렇게 말하지 않을까 하는 뜻입니다ㅠㅠ  
    출처 중간고사 말아먹은 기념
    최인훈 '광장' 패러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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