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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cook_217386
    작성자 : ㅂㅎ한
    추천 : 18
    조회수 : 1194
    IP : 211.230.***.13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8/03/11 00:52:54
    http://todayhumor.com/?cook_217386 모바일
    두부 쌓였던 된장국
    국민학교 4학년 때까진 외사촌 두 명이 이모네에서 살았었다. 일요일 오전엔 엄마 따라 교회에 가고 오후엔 어린이 교회에 나갔던 나는 교회에 다니지 않는 그 외사촌들이 퍽 부러웠었다.

    하지만 괜찮았다. 교회에서 몰래 도망쳐 나오면 걔네들이랑 놀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내가 교회로부터 엑소더스를 감행해서 마을 끄트머리에 있는 이모네에 겨우 놀러갔을 때, 걔네 둘은 없었다. '이모! 형이랑 범진이는 어디갔어요?' 물어봤다.


    평소 이모는 내가 묻는 말에 한번에 대답해주는 일이 없었다. 

    이모는 나한테 된장국을 떠줄 때는 두부를 많이 넣어주곤 했는데, 항상 내가 '이모, 우리 집은 아빠만 세 개 주는데 이모는 왜 나한테 두부 이렇게 많이 줘요?' 물어보면 이모는 '흐흥'하는 웃음을 삼키다 만 웃음 소릴 내고선 대답해주질 않았었다.

    그런데 그 날은 내 표정에 실망이 역력했는지 나보고선 '걔네들 왼쪽 두 번째 전봇대에서 놀고 있어'라고 한 번에 대답해줬다. 왼쪽이 어느 쪽인 줄은 몰랐지만, 전봇대들을 돌아보고 있으니까 개울가에서 놀고 있던 외사촌들이 보였다.

    그날은 흐린 일요일 오전이었다. 비가 올 것 같다 싶었다. 그러다 비가 왔다. 비가오면 개구리 소리가 아주 시끄러웠다. 뒷편 산기슭에선 구름 조각 몇 점이 떨어져 있었다. 나랑 형이랑 병진이는 '비 오니까 미꾸라지 잡아야 된다!'면서 개울가를 헤집었다.

    불어난 개울물이 퍽 시원했다. 물이 좀 따뜻해진다 싶으면 서로 '너 오줌 쌌지!' 했었다. 그러다가 누가 '야 저기 잉어다'하면 또 우르르 몰려갔었다. 하지만 그간 개구리알, 두꺼비알 몇 덩이 줍는게 고작이었던 조황은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입술이 파래질 때까지 놀다가 이모네에 갔다. 이모는 또 내 국그릇에만 두부를 많이 줬다. 형보다 나한테 두부를 더 많이 주길래 쳐다보니 또 '흐흥' 하는 삼키다 새어나온 소리만 냈다.


    오늘은 왠지 몇 년 전 전남에 놀러 갔던 때, 어느 편의점에 들렀다가 그곳에서 점원으로 일하시던 이모를 못 알아보고 그냥 나왔던 일이 떠올랐다. 

    편의점 문을 열고 나가는데 이모가 날 뒤쫒아와선 '너 혹시 한이 아니니?' 물어보셨다. 나도 그땐 묻는 말에 한 번에 대답하질 못했다. 삼키다가 새어난 울먹거림은 조금 내놓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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