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r></p><p>군대란 곳이 워낙에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일을 하던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별별 사람들을 다 만나게 된다. </p><p>그 중엔 지금까지도 연락을 할 정도로 친한 사람도 있고 지금 생각해도 치가 떨릴 정도로 싫어하던 사람도 있다. </p><p>평범한 사람도 많고 개성있고 특이한 사람도 많은데 내 기억에 가장 남았던 사람은 나와는 1년 차이가 나는 후임이었다. </p><p><br></p><p>어느 날 부대에 신병이 도착했다. 보통 신병이 오면 가장 먼저 하는일이 빨래와 샤워였다. 훈련소에선 씻을 시간도 </p><p>부족하고 빨래 역시 손으로 대충 빨아 입는 일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보통 신병이 오면 신병 특유의 꾀죄죄한 냄새가</p><p>나기 마련이었다. 그녀석 역시 마찬가지였다. 짐을 풀기 위해 침상위로 올라오는 순간 코가 뻥 뚤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p><p>그건 녀석의 발냄새였다. 똥을 발로 싸는건 아닌지 의심이 될 정도로 강력한 냄새가 내 코를 자극했고 그 냄새는 이내 몸이</p><p>아프다는 핑계로 내무실 구석에서 잠을 청하던 말년병장의 잠을 깨우기에 이르렀다. 북괴의 화생방 공격이 시작됐다며 </p><p>패닉에 빠진 고참을 진정시키고 내 코가 제대로 붙어있는지 확인한 후 난 크리닝이다 난 크리닝이다라고 스스로를 세뇌시키며</p><p>그녀석에게 다가갔다. 본인은 이미 면역이 되있는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더이상의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p><p>녀석을 샤워장으로 직행시킨 후 빨래를 돌렸다. 녀석과의 만남은 그렇게 처음부터 강렬했다. 평소에 다한증이 있어 손발에 </p><p>땀이 자주 찬다던 녀석은 그 후로도 심심치 않게 냄새를 풍겨댔고 우린 그때마다 치약미싱을 해야했다. </p><p><br></p><p>다음으로 놀랐던건 녀석의 잠버릇 이었다. 코골기는 기본이고 이빨을 갈고 잠꼬대에 밤새 뒤척거리는 모습까지 가히 잠버릇의</p><p>결정체 같은 모습이었다. 나도 잠버릇이 심해서 이등병때 고생을 많이 했지만 녀석에 비하면 나는 애교 수준이었다. </p><p>군대의 신기한 점 중 하나가 바로 안되는게 없다는 점이다. 수십년간 안고 살아온 습관들이 짦은 기간안에 고쳐지는 곳이 바로 </p><p>군대였다. 나 역시 평생 고치지 못할거라 생각했던 잠버릇이 한달만에 고쳐졌고 녀석도 곧 그러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나의 </p><p>오산이었다. 고참들이 아무리 갈구고 별의 별 방법을 다 동원해 봤지만 녀석의 잠버릇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열받은 고참들이 </p><p>방독면을 씌우고 자게 만들었지만 녀석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깊은 숙면에 빠져드는듯 했다. 덕분에 괴로워진 것은 </p><p>나였다. 옆자리에 누워있던 나는 쉭쉭거리는 방독면 소리에 밤새 다스베이더와 함께 군생활을 하는 악몽에 시달려야했다. </p><p>결국은 우리 모두 두손 두발 다들고 포기해야했다. 녀석의 잠버릇은 한참이 지난후에야 조금 잠잠해졌다. 그래도 다른사람들에</p><p>비해 충분히 요란스러웠지만 오히려 녀석의 잠버릇에 우리가 적응하고 말았다. </p><p><br></p><p>불침번을 서던 어느날이었다. 내무실 안에서 말소리가 들려 내무실로 들어갔다.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보니 녀석이 누워있는 </p><p>자리였다. 그렇게 잠꼬대를 하는 녀석을 보며 또 시작이구나 라는 생각에 고개라도 돌려주면 좀 나아질까 싶어 후레쉬를 켜 </p><p>얼굴을 비췄다. 녀석은 두 눈을 부릅뜬 채 내 쪽을 보고 있었다. 간혹 눈뜨고 자는 버릇이 있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렇게 </p><p>눈은 부릅뜨고 자는 사람은 처음봤다. 고개를 돌리려 녀석의 얼굴쪽으로 다가간 순간 갑자기 녀석은 빨간약을 처먹은 </p><p>키아누리브스 마냥 우어워어엌! 하는 소리와 함께 상체를 벌떡 일으켜 세웠다. 엉겹결에 뒤로 자빠진 나는 심장이 </p><p>바운스 바운스 두근대 멈출까봐 놀랐다. 놀란 마음을 추스리고 일어나 녀석에게 다가가보니 녀석은 그렇게 앉은채로 </p><p>잠을 자고 있었다. 황당함에 녀석을 깨워 물어보니 정작 본인은 아무런 기억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p><p><br></p><p>이렇게 군생활에 애로사항이 꽃필만한 단점들을 두루 가지고 있던 녀석이었지만 의외로 군생활에 잘 적응해갔다. 잠버릇과 냄새</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빼곤 눈치도 빠른데다 넉살도 좋아 시간이 흐르면서 단점보단 장점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 일병을 달고 군생활을 </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하던 녀석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그에겐 여자친구가 있었다. 처음에 녀석이 보여준 사진을 보고는 우리 모두 깜짝 놀랄수 밖에 없었다.</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사진속의 여자는 엄청난 미인이었다. 연예인 사진을 가지고 와서 거짓말을 하는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미모를 가진 </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녀석의 여자친구는 금새 부대내에 화제가 되었다. 어느 날 전화를 하고 온 녀석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 무슨일인지 </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물어보니 주말에 여자친구가 면회를 온다는 것이었다. 미인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내 여자친구도 아닌데 덩달아 나까지 마음이</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설레기 시작했다. 그 주 주말 위병조장을 서던 나는 사진속 주인공의 실물을 직접 보게 되었고 그 날 이후 나는 우주인의 존재를 </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믿게 되었다. 사진 속 인물과 실물의 차이는 나에게로 하여금 현대 과학 기술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미지의 촬영방식이 존재한다는</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사실을 굳게 믿게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면회가 끝나고 상쾌한 얼굴로 사진과 똑같지 않냐고 묻는 녀석의 말에 나는 </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그.. 그렇네 라고 답할수 밖에 없었다. 콩깍지가 씌워도 단단히 씌운게 아니라면 여자친구의 사륜안이 개안한게 분명했다. </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br></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그렇게 환술에 빠진것 처럼 여자친구에게 빠져있던 녀석에게 날벼락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여자친구가 바람이 난 것이다. </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군대에서의 이별이야 흔한 일이기에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거라 생각했지만 매일 밤 모포를 눈물로 적시는 녀석을 보자 덩달아</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나까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대로 뒀다간 덜컥 탈영이라도 하는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실의에 빠진 녀석을 회복시키기</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위해 갖은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당시에 소속분대 분대장이었기에 행여나 나쁜선택이라도 하면 나에게 미칠 불이익을 고려했던</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부분도 없었던 건 아니었다. 처음엔 별다른 효과가 없었지만 역시 빅팜앞에선 장사가 없었다. px에 꼬박 한달치 월급을 때려 박은 </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후에야 녀석의 상태는 조금씩 호전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콩깍지를 벗겨내고 몇 달 후 외도남에게 까인 전 여자친구에게서 온 </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장문의 편지를 갈기갈기 찢어 발긴 후에야 녀석은 완전히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br></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그렇게 인연이 계속되어 제대 후에도 연락을 계속하다 얼마 전 외국으로 이민을 간다는 소식을 듣게되었다. </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녀석의 발냄새와 암내를 담아두기엔 우리나라는 너무 작은것이 분명했다.</span></p><p style="margin-left: 2em;"><br></p><p><br></p><p><b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