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P> <P>어렸을 적 나는 욕심이 많은 아이였다. 내가 가지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무슨수를 써서라도 꼭 가져야 직성이 풀리는 그런 아이였다. </P> <P>때문에 어머니와 함께 시장이라도 가는 날엔 어머니는 한바탕 전쟁을 치뤄야만 했다. 항상 패턴은 같았다. </P> <P>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하면 처음엔 어머니를 조르고 그래도 사주지 않으면 울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도 안되면 최후의 </P> <P>방법은 바닥에 드러눕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 어머니도 그렇게 녹록치많은 않은 상대였다. 그런 나를 두고 어머니는 자기 갈길을 </P> <P>가셨고 그대로 일어나기엔 어린나이에 알량한 자존심이 허락치 않아 나는 그렇게 응용포복으로 시장에서 집까지 기어가곤했다. </P> <P>어쩌면 이런 경험들이 훈련소에서 각개전투를 배우는데 있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당시에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 는 프로그램이 </P> <P>있었더라면 난 아마 1회 출연자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P> <P> </P> <P>항상 정직하고 예의바른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던 부모님들에게 가정교육을 받았지만 욕심이 그득그득한 욕망의 항아리 같았던 </P> <P>어린 나는 그만 삐뚤어진 길을 선택하고 말았다. 슈퍼에서 주인몰래 과자를 슬쩍슬쩍 하기 시작했고 점점 더 대담해지기 시작했다. </P> <P>아버지의 지갑에서 만원짜리를 한장씩 슬쩍슬쩍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바늘도둑에서 소도둑으로 진화하고 있던 어느 날 </P> <P>그날도 아버지의 지갑에서 몰래 만원짜리를 꺼내다 동생에게 발각된 후 입막음을 위해 동생에게 7대3의 딜을 제시했다. 하지만</P> <P>나완달리 올바른 가정교육으로 투철한 시민정신을 가지고 있던 동생의 제보로 아버지에게 발각 된 후 미친놈은 몽둥이가 약이라는 </P> <P>교훈을 평생 가슴에 품고 살게 되었다. 그렇게 아버지의 지갑을 뒤지다 뒤질뻔한 이후론 이른나이 8살에 깨끗이 손을 씻고 새사람이 되었다. </P> <P> </P> <P>그리고 군대에 입대한 후 어쩌면 나는 그저 평범한 어린아이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의외로 군대엔 손버릇이 고약한 사람들이 </P> <P>많았던 것이다. 물론 나도 한점 부끄러움이 없는것은 아니었다. 솔직히 말해서 남들 몰래 소각장에서 양말을 슬쩍한 적이 있었다.</P> <P>물론 전부는 아니겠지만 대부분은 이런경험이 한 두번쯤은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 계기가 되었던 건 이등병때였다. 아무것도 모르던 이등병</P> <P>시절 부대로 보급관님이 찾아와 내무검사라는 걸 처음 받아보게 되었다. 그렇게 내무검사를 하던 중 내 양말이 한짝 모자란 것을 알게되었고 </P> <P>대수롭게 생각지 않았던 나는 내무검사 도중에 양말 한짝이 어디갔냐는 말에 나도 모르겠다는 개념충만한 발언을 하고 말았다. 이런 내 대답에</P> <P>감동했는지 내무검사 후 나는 내 아래위 고참들과 함께 아늑한 보일러실에서 장시간동안 진실게임과 서로의 감정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P> <P>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 부대 병장들도 교육에 있어 가장 효과적인것은 고통이라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P> <P> </P> <P>그 이후로 그일이 트라우마로 남아 양말갯수,속옷갯수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보급관님이 다시 부대를 찾았다. </P> <P>그날 이등병들은 떠올렸다. 양말이 하나 비는 공포를. 보일러실에 갇혀있던 굴욕을. 잊어버린 양말을 되찾을리 없었고 당연히 양말은 한짝이</P> <P>부족했다. 그 날 나는 처음으로 건조대에서 양말을 훔쳤다. 그날 군대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남의 물건에 손을 댔다. </P> <P>하지만 정도가 좀 심한 사람도 있었다. 어느날 부터인가 부대에서 근무를 나가면 돈이 없어지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군인월급이 </P> <P>얼마나 한다고 그걸 슬쩍하는 파렴치한 놈이 있다는 사실을 믿고싶지 않았지만 분명 다른소대 소행은 아니었다. 몇 번 그런일이 발생한 후 </P> <P>우리에겐 공통적으로 떠오르는 한 인물이 있었다. 제대를 얼마 앞둔 병장이었는데 고참들 말에 의하면 이미 이등병 일병 시절부터 몇번 </P> <P>돈을 훔치다 걸린적이 있다고 했다. 다들 심증은 갔지만 물증이 없었고 게다가 소대 내 최고참이었기 때문에 누구 하나 섣불리 말할 수 </P> <P>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게 별다른 해결방법도 없이 이대로 지나가나 싶었는데 결국 그 고참은 스스로 무너지고 말았다. </P> <P> </P> <P>그가 제대하던 날이었다. 그냥 집에가긴 아쉬웠는지 마지막으로 한탕을 준비하던 그는 결국 스스로 무덤을 파고 말았다. </P> <P>온갖 군용품을 더블백에 채워넣고 후임에게 위병소 밖으로 던지라고 시켰다가 그만 간부들에게 걸리고 만 것이다. 제대하는 날에 왠만하면 </P> <P>봐줄수도 있었겠지만 정도가 좀 심했다. 더블백은 요술램프마냥 군용품들을 뿜어냈다. 판초우의부터 시작해 건빵, 맛스타,모포에 스키파카까지..</P> <P>하일라이트는 야삽과 지주대 지주핀 천막이었다. 도대체 야삽은 들고나가서 뭘 어쩌려는건지.. 살 집이 없어서 A형텐트를 짓고 거기서 살려는</P> <P>생각이었는지는 본인만이 알 것이었다. 그것보다 그 물건들을 도대체 어떻게 몰래 챙겼는지가 제일 궁금했지만 알 길이 없었다. 결국은 </P> <P>제대날 영창행이라는 부대 역사상 초유의 사건을 일으키고는 15일 후에서야 그는 쓸쓸히 집에 돌아갈 수 있었다.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