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r></p><p>군대에선 여려 유형의 사람들을 만난다. 그 중엔 유난히 개념이 없고 눈치가 없는 사람들도 종종 있기 마련이다.</p><p>보통 이런사람들을 우리는 고문관이라 부른다. 이런 후임이 한명 있으면 군생활이 피곤해지기 시작한다. 하지만</p><p>이것보다 더 피곤한 것이 저런 선임이 있을 때였다. 후임이야 어차피 나보다 아랫사람이기 때문에 뭐라고 하면 </p><p>그만이지만 고참의 경우는 내가 뭐라고 할 수도 없이 속만 끓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본 저런 유형의</p><p>고참들은 대개 이등병이나 일병때는 주눅들어 있다가 고참들이 하나 둘 제대하고 짬을 먹기 시작하면 대개가 </p><p>그때부터 미쳐 날뛰기 시작하는 유형이 대부분이었다. </p><p><br></p><p>그를 처음 봤을때 나는 외국인이 군대에 온 줄 알았다. 엄청 뚜렷한 이목구비와 왠지 종교활동으로 이슬람교를 </p><p>선택할것 같았던 그는 토종 한국인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중동스타일의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처음 본 </p><p>순간부터 어딘가 초조해보이고 쫓기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느껴졌는데 그 이유를 아는데는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지</p><p>않았다. 그는 중대에서 유명한 고문관이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사고를 치고 욕을 안먹고 지나가는 날이 손에 꼽을 </p><p>정도였다. 게다가 이등병인 내가 봤을때도 개념이 없다고 느낄 정도로 눈치가 없었다. 어떤 스타일이었냐면 </p><p>고참들이 애가 주눅이 들어 실수를 하나싶어 간혹 칭찬을 하면 정말 자기가 잘해서 그런줄 알고 들떠서 결국 </p><p>지켜야 할 선을 넘어버리는 그런 스타일이었다. </p><p><br></p><p>해안에 있을때는 근무지에 실탄을 가지고 나가기 때문에 우리는 주기적으로 간이탄약고를 정리하고 실셈을 했다. </p><p>그날도 실셈을 위해 간이탄약고에서 탄을 빼고 있었다. 어김없이 전날도 욕을 먹은 그는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인지</p><p>그날따라 유달리 열심히 하는 모습이었다. 여기서도 그냥 묵묵히 일을 열심히 하면 고참들이 기특하게 생각할텐데 문제는</p><p>항상 자기가 열심히 한다는 걸 고참들 앞에서 티를 낸다는 것이었다. 물론 어느정도의 액션도 필요하지만 이게 너무 </p><p>과하다 보니 어느 순간 역효과만 불러 일으키는 것이었다. 그때도 마찬가지로 고참이 밖에서 담배라도 한대 피우면서 </p><p>좀 쉬었다 하자고 했지만 굳이 자기는 혼자 계속하겟다며 눈치없이 굴고 있었다. 다들 밖에서 쉬고있는데 그는 혼자서 </p><p>탄을 나르겠다고 탄약고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모습을 드러낸 그를 보며 우리는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같은 </p><p>생각을 했다. 양쪽에 40미리 고폭탄통을 매고 손에는 박격포탄박스를 들고 나오는 그의 모습은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p><p>모습이었다. 그의 아랍풍 외모와 온몸에 둘러맨 폭탄들은 우리들을 마치 CNN뉴스의 한장면을 보고 있는듯한 착각에 </p><p>빠져들게 만들었다. 그렇게 낑낑대며 탄통을들고 탄약고 밖으로 나오다 그는 그만 문턱에 발이 걸려 자빠지고 말았다. </p><p>순식간에 탄통들은 하늘을 날아 바닥에 쳐박혔다. 다들 너무 놀라 그대로 굳어진 듯 침묵만이 감돌다가 어느 순간 </p><p>고참들의 욕설이 튀어나왔다. 탄약고 정리를 할때마다 고참들이 항상 하는 얘기가 고폭탄 종류는 위험하니까 </p><p>괜히 무리하지 말고 하나씩 <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들고 나르라는 말이었는데 그런 사고를 쳐버린 것이었다. 그게 단순한 실수였는지 </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아니면 정말로 우리들을 알라신 곁으로 보내려 했었는지는 그만이 알 일이었다. 그리고 그 일은 자연스럽게 </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보일러실에서의 회동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때부터 고참들은 그를 알카에다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br></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그가 일병때였다. 어느 날 저녁시간에 그가 복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의무대에 가는 일이 잦아졌다. </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처음엔 그냥 몸이 안좋은가보다 하고 넘어갔지만 그런일이 점점 잦아지자 고참들도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희안하게도</span></p><p>저녁식사 시간만 되면 꼭 배가 아프다는 것이었다. 라마단기간이라도 된건가 했지만 아무래도 의심스러움을 떨쳐내기 </p><p>힘들었던 고참은 그를 붙잡고 추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안가 그가 실토한 사실은 최근들어 살이 좀 찌는것 같아</p><p>저녁을 굶기위해 일부러 꾀병을 부렸다는 것이었다. 그날도 우리는 알아서 자연스럽게 보일러 실로 향했다. </p><p><br></p><p>그 후로도 몇번씩 그런 모임의 자리를 가지게 되었고 그 자리의 오너는 언제나 그였다. 짬이 좀 차면 나아질줄 알았지만 </p><p>짬을 먹으면 먹을수록 나아지기는 커녕 그의 상태는 점점 악화만 되어갔고 선임보다 후임이 많아지게 될 무렵 그의 </p><p>병신력은 극에 달했다. </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br></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 </span><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 </span><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 </spa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