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군에서 제대한 후 복학을 해 학교에 다니고 있을 때였다. 어느날 과사무실에서 연락이 왔다. </P> <P>예비군 훈련 통지서가 나왔다는 것이었다. 대학생일때 예비군을 받으면 좋은점이 2박3일 동원이 아니라 </P> <P>학교 근처 부대에서 8시간 훈련만 받으면 그해 예비군은 끝난다는 점이었다. </P> <P> </P> <P>이미 작년에도 훈련을 받아본적이 있기에 훈련당일 아무생각없이 부대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P> <P></P> <P>그런데 이게 매년 지휘관이 바뀌는건지 아니면 규정이 바뀌는건지 생각보다 제법 빡빡한 일정이었다. </P> <P>작년에는 가자마자 총만 받고 교육관안에서 8시간동안 시간만 때우다 나왔는데 이번엔 오자마자 총뿐만 </P> <P>아니라 각종장구류까지 모두 지급하고 단계별로 교장을 이동하면서 교육훈련을 받는다는 것이었다.</P> <P>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튀어나왔고 나역시 살짝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순순히 따르기로 했다. </P> <P></P> <P> </P> <P>점심을 먹고 다음 교장으로 향하는데 앞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무슨일인가 싶어 </P> <P>앞으로 가보니 각개전투 교장에서 교육을 받을때 위장을 하라고 위장크림을 줬다는 것이다. 당연히 </P> <P>그걸 곧이 곧대로 받아들일 예비군들이 아니었기에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나왔고 자신들의 예상보다 </P> <P>극렬한 반응에 교관과 조교들도 당황한 듯한 모습이었다. 결국 하고싶은 사람만 하는걸로 방향을 선회했지만</P> <P>당연히 예비군중에 위장을 하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가만히 앉아있던 나는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라 </P> <P>앞에놓인 위장크림을 집어들었다. 그리곤 같이 온 친구의 얼굴에 위장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격렬히 </P> <P>반항하던 친구도 결국은 포기하고 나의 손길에 얼굴을 맡겼고 위장이 끝난 후 자신의 얼굴을 확인한 친구와</P> <P>호기심에 구경을 하던 다른 예비군들은 큭큭대며 웃기 시작했다. </P> <P></P> <P> </P> <P>당시에 한창 추노란 드라마가 유행했는데 나는 친구의 얼굴에 위장크림으로 奴자를 그려놓았다. </P> <P>그렇게 우리끼리 장난을 치고 있는데 쉬는시간을 알려주러온 기간병 조교가 친구의 얼굴을 보고서는 </P> <P>빵터졌는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본 친구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 숲속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P> <P>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당황했는지 갈팡질팡 못하던 그 조교에게 나는 지금 예비군이 도망갔는데 어서 추포하지 </P> <P>않고 뭐하는거냐며 가슴을 데인거 같으니 빨리 잡아와달라고 말했고 그제서야 그 조교는 친구를 따라 숲으로 </P> <P>뛰어들어갔다. 금새 붙잡힌 친구를 포승줄로 묶어 다음 교장으로 끌고가다 그 모습을 그만 교관에게 들키고 말았다. </P> <P> </P> <P>교정에서 장난치지 말라고 훈계를 하던 교관도 친구의 얼굴을 보고는 웃음이 터졌는지 버벅대기 시작했고 나와 내 친구는 </P> <P>연신 죄송합니다 라고 말하며 굽신거릴뿐이었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낯익은 음악이 들려왔다. 누가 핸드폰으로 틀었는지 </P> <P>예비군들 사이에서 추노 ost가 흘러나왔고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그 모습에 결국은 교관도 예비군들도 다들 자지러지고 말았다.</P> <P> </P> <P>그렇게 훈련이 끝나고 웃느라 위장을 한 사실조차 잊어버린 친구는 얼굴에 위장을 한채 거리를 배회했고 몇시간이 지나</P> <P> 술집 화장실에 가서야 그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P> <P> </P> <P>물론 난 얘기해주지 않았다. </P> <P>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