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font size="2">겨울이었다. 기록적인 폭설이 내리던 날 나는 삽질을 하고 있었다. 우리부대 고장난 자판기에서 커피가 질질 흘러넘치는 것처럼 </font></div> <div><font size="2">하얀 눈 역시 멈출줄 모르고 부대 곳곳에 쌓이기 시작했다. 뻘뻘 거리며 삽질을 했지만 돌아서면 다시 쌓여있는 눈을 보며 </font></div> <div><font size="2">내 전생에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지금 현세에서 이렇게 고통받아야 하는지 나의 전생의 업보를 진심으로 뇌우치고 있을때 쯤 이었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소초장의 호출이었다. 지금 눈이 많이 내려 근무지 기동로가 막혀 기동로에 제설작업을 갈 인원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font></div> <div><font size="2">근무지 기동로는 산길이었기에 부대안의 제설작업보다 배는 힘들었고 나는 제발 제외되기를 기도했지만 운도 지지리 없던 나는 </font></div> <div><font size="2">당연히 그 인원에 포함되었다. 밑에 후임들도 많은데 굳이 왜 내가 같이가야 하는지 의문이었지만 분대장급이 하나 가야한다는 </font></div> <div><font size="2">소대장의 말에 나는 포기하고 트럭에 짐을 싣기 시작했다. 그때 구원의 손길이 나를 향했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부대 안에서 작업을 하던 부소초장이 같이 작업할 인원이 필요하다고 했고 나와  우리분대후임들이 기동로 제설작업에서 제외된 것이다.</font></div> <div><font size="2">그동안 끊임없이 커피를 가져다 바치며 알량거렸던 나의 로비가 드디어 자그마한 결실의 열매를 맺기 시작한 것이었다. </font></div> <div><font size="2">그렇게 우리대신 다른사람들이 제설작업을 가게 되었다. 그리고 출발한지 한시간도 안되어 사고소식이 들어왔다. </font></div> <div><font size="2">근무지로 향하던 닷지트럭이 퍼지면서 언덕길 아래로 굴렀다는 것이었다. 천만다행으로 크게 다친사람은 없었지만 </font></div> <div><font size="2">그때 투입됐던 인원들은 각종 타박상에 시달려야 했다. 걱정이 됐지만 속으로는 내가 정말 운이좋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그날 오후였다. 끝없이 내리는 눈으로 모든 훈련은 취소되고 오후까지 제설작업이 계속되었다. 실내 작업을 마친 나는 다시 제설작업에</font></div> <div><font size="2">투입되었고 후임과 함께 넉가래로 눈을 치우고 있었다. 정신이 혼미해 질때쯤 옆에서 들리는 단말마의 비명에 나는 정신을 차렸다. </font></div> <div><font size="2">옆을 바라보니 후임이 바닥에 널부러져 부들부들떨고 있었다. 간질이라도 온건가 놀란 마음에 후임을 살펴보니 후임은 말도 못하고 </font></div> <div><font size="2">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고만 있었다. 한참 지난후에야 떨림은 멎어들었고 발작의 원인을 알아낼 수 있었다. 짬이 후달리기에 </font></div> <div><font size="2">폭주기관차처럼 넉가래질을 하던 후임의 넉가래가 바닥의 돌부리에 걸려 그대로 걸려버린 것이었다. 그대로 넉가래자루는 후임의 </font></div> <div><font size="2">명치에 작렬했다. 명치에 가해진 고통때문인지 남은 군생활에 대한 막막함 때문인지 영원히 끝나지 않을것 같은 제설작업에 대한 </font></div> <div><font size="2">공포 때문인지 그 후임은 눈물까지 흘려가며 고통을 호소했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제설작업의 희생자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다른 후임이 작업도구를 한아름 지고 계단을 내려오다 얼어붙은 계단을 밟고 자빠져</font></div> <div><font size="2">계단에서 굴러떨어진 것이다. 근무시간이 다가오고 그렇게 수많은 희생자를 낸 제설작업도 끝이났다. 만신창이가 된 후임들을</font></div> <div><font size="2">데리고 밥을 먹던 중 문득 떠올랐다. 하필이면 오늘 부대에서 다친후임 둘 다 나와함께 기동로 제설작업을 나가기로 했다가 막판에</font></div> <div><font size="2">제외된 두명이었던 것이다. 나는 얼마전에 본 데스티네이션이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밥을 먹던 후임들에게 웃으며 이 이야기를 하니 </font></div> <div><font size="2">가만히 듣고있던 후임들은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리곤 곧 그들의 눈빛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랬다. 다음은 내 차례였던 것이었다. </font></div> <div><font size="2">너도 곧 당할거라는듯한 후임들의 눈빛에 나는 그냥 우연이겠지. 라며 스스로 위안했지만 께름칙한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그렇게 근무를 나가게 되었고 나는 평소때보다 조심스럽게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눈이 많이 와서 바닥은 평소보다 미끄러웠고 </font></div> <div><font size="2">나는 한걸음 한걸음 신중하게 근무지를 향해 나아갔다. 근무지에 거의 도착할 때 쯤이었다. 근무지가 보이기 시작하자 난 방심했고</font></div> <div><font size="2">그순간 이었다. 발을 헛디딘 내 몸은 공중으로 떠올랐다. 오늘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고 결국 나도 운명을 피할수는 없는건가</font></div> <div><font size="2">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난 기적적으로 몸을 틀어 바닥에 두발로 착지할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내 운명을 극복해 냈다. 그 후로 아무사고</font></div> <div><font size="2">없이 나는 근무를 끝내고 부대로 복귀할 수 있었다. 그렇게 작은 해프닝이 끝나고 난 운명을 이겨낸 사나이가 되었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하지만 2주 정도가 지났을 무렵, 작업으로 받은 포상외박이 북한 도발로 인해 취소되었고 그렇게 공중에 뜬 포상외박은 그대로 </font></div> <div><font size="2">묻혀버리고 말았다. 모두들 제설작업의 업보라고 이야기 했고 그렇게 나는 말년 포상외박 취소자라는 부대 최고의 전투력이라는</font></div> <div><font size="2">호칭과 운명을 거스를순 없다는 교훈을 얻게 되었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이 사건이 단순한 우연인지 아니면 내가아니라 다행이라는 나의 못된생각이 불러일으킨 참사인지는 지금도 알 수가 없다.</font></div> <div><font size="2"></font>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