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font size="2">입대한지 1년이 지났고 나는 두번째 해안생활을 하게 되었다. 선선하던 날씨도 어느새 제법 쌀쌀해졌고</font></div> <div><font size="2">밤새 두 뺨을 간지럽히던 가을바람도 어느샌가 살을 에는 칼바람으로 변해 있었다. 그렇게 나의 두번째 겨울이 찾아왔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내무실 침상에 기대앉아 읽다만 책을 읽고 있을 때였다. 내무실 안으로 들어온 </font></div> <div><font size="2">후임이 말을 건넸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강XX 상병님. 근무자 신고 한다고 준비하시랍니다." </font></div> <div> </div> <div>나는 아무말도 없이 내무실 벽을 바라봤다. 벽에 걸린 시계는 이제 막 4시를 지나고 있었다. </div> <div> </div> <div>"야 아직 근무나갈려면 두시간이나 남았구만. 무슨 근무자신고야?"</div> <div> </div> <div>"소대장님이 지금 한답니다."</div> <div> </div> <div>"... 빌어먹을 밥풀떼기." </div> <div> </div> <div>새로 부임한 소대장이 문제였다. 갓 임관한 소위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새로온 소대장 역시 모든일을 FM대로 처리하려 했고 그로인해 </div> <div>우리들과 사사건건 부딪치기 일쑤였다. 그날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전까지만 해도 근무자 신고는 근무 투입하기 직전에 간단하게 </div> <div>약식으로 진행하던 차였다. 나는 투덜대며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내 장비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다른 고참들도 투덜대며 몸을 일으켰다. </div> <div>물론 나보다 더 피곤한 쪽은 후임들 쪽이었다. 나야 내 장비만 챙기면 그만이었지만 후임들은 탄이며 통신장비며 이것저것 챙길게 </div> <div>많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형식적인 근무자 신고를 마치고 다시 내무실로 들어왔을땐 이미 근무시간이 훌쩍 다가와있었다. </div> <div>오랜만에 생긴 여유시간은 그렇게 날아갔고 짜증스러운 마음에 나는 방탄헬멧을 내무실 바닥에 내팽개쳤다. </div> <div> </div> <div>소대장과의 갈등은 근무를 나가서도 계속 되었다. 근무지 투입을 위해 기동로를 걷고 있을 때였다. 절반 쯤 도착했을 때 앞쪽에서 </div> <div>요란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짤랑거리는 방울소리와 쇠 부딪히는 쇳소리까지.. 우리들에겐 익숙한 소리였다. 근무지 앞 </div> <div>바닷가에선 가끔 동네에서 무당이 내려와 굿을 하곤 했다. 원래 야간에는 민간인 출입이 금지되어있지만 가끔 이렇게 굿을 할때는 </div> <div>그냥 무시하고 지나가고는 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이등병때부터 우리들 사이에 암묵적으로 정해진 일이었다. </div> <div>전의 소대장도 그 전의 소대장도 일반적인 관광객이나 주민들은 통제해도 무당만큼은 그냥 내버려 두곤 했다. 미신은 잘 믿지 </div> <div>않는 나였지만 굿을 하는 모습이나 쩌렁쩌렁 울리는 방울소리를 들을때면 찝찝한 기분이 들곤 했다. 그냥 지나갔으면 싶었지만 </div> <div>역시나 앞서가던 소대장이 발걸음을 멈췄다. </div> <div> </div> <div>"이게 무슨소리야?"</div> <div> </div> <div>"원래 가끔 여기서 무당들이 굿하고 그럽니다. 좀만 있으면 알아서 가니까 그냥 가지말입니다."</div> <div> </div> <div>뒤따라 가던 고참이 볼멘소리로 대답했다. </div> <div> </div> <div>"새끼가 빠져가지고... 지금 작전지역에 민간인이 들어왔는데 그게 말이 돼? 빨리 가서 내보내!"</div> <div> </div> <div>아니나 다를까였다. 결국 고참은 투덜대며 무당에게 다가갔고 한참을 얘기하는 듯 싶더니 결국 무당의 팔을 붙잡고 끌어당기기 </div> <div>시작했다. 하지만 생각처럼 쉽게 되지가 않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꽤 오랜시간은 실랑이 하던 모습을 지켜보던 소대장은 나와 후임한명을 </div> <div>지목했다. 재수가 없는 날이었다. 그쪽으로 다가가니 고참은 땀을 뻘뻘 흘리며 무당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나는 다가가서 반대쪽 팔을 </div> <div>붙잡았다. 그런데 아무리 힘을 줘도 쉽사리 움직이지가 않았다. 여자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힘이었다.결국 세명이 달라붙어서야 </div> <div>무당을 끌어낼 수 있었다. 그렇게 끌려나가던 무당은 우리에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무슨소린지 알아들을 수도 없었고 심지어는 </div> <div>한국말 같지도 않은 말이었지만 그 무당의 눈빛과 악에받친 목소리는 나를 소름돋게 만들었다. 그렇게 무당을 쫓아내고 남은자리엔 </div> <div>굿은 한 흔적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그렇게 근무지에 도착했지만 찝찝한 기분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우릴 보던 눈빛과 목소리가 </div> <div>자꾸 귓가에 맴도는 것 같았다. </div> <div> </div> <div>시간이 흘러 새벽이 왔을때였다. 소대장초소 쪽에서 무전이 들어왔다. 바닷가 쪽에서 소리가 들린다는 것이었다. 나는 아무소리도 들리지 </div> <div>않는다고 얘기했지만 소대장은 분명 소리가 들린다며 잘 들어보라고 말했다. 이게 또 왜이러나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div> <div> </div> <div>'... 짤랑 .... 짤랑 .... 짤랑 ' </div> <div> </div> <div>조용하던 바닷가 쪽에서 정말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바람소리와 파도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div> <div>선명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방울소리였다. 온몸에 털이 삐쭉 서는 느낌이었다. </div> <div> </div> <div>소대장은 민간인이 다시 들어온거 같다며 가서 확인해 보라고 했다. 하필이면 내가 제일 가까운 쪽이었다. 정말 재수 옴붙은 날이란 생각이 </div> <div>들었다. 같이 온 후임들을 보니 한숨부터 나왔다. 아직 길도 잘 모르는 후임들이라 결국은 내가 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동안 혼자서 </div> <div>여러번 다녔던 길이라 무섭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는데 그날따라 바닷가로 가는 길은 유난히 멀게 느껴졌고 부슬비가 내리는 날씨 역시 </div> <div>을씨년스럽게 느껴졌다. 가는 내내 방울소리가 들렸고 마침내 바닷가에 다다랐을 때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아까 그 장소로 향했다. </div> <div>도착했을땐 아무것도 없었다. 어느샌가 방울소리도 멈춰 있었다.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