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r /><font size="2">아무도 없었다. 인기척도 들리지 않았고 절벽 밑에서 굿을 한 흔적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초에 붙은 촛불만 </font></div> <div><font size="2">희미하게 그 장소를 밝히고 있었다. 허탈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만약 누군가 있었다면?</font></div> <div><font size="2">그런 상황은 별로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다시 초소로 올라가 소대장에게 무전을 날렸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아무도 없습니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그래? 알았어 수고했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수고하십시오 충성."</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무전이 끝나자 마자 짜증이 밀려왔다. 이게 무슨 개고생인지.. 나는 옷에 묻은 빗방울을 대충 털어내고 초소 구석으로 가서 주저앉았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나 잠깐 앉아있을테니까 누구 오면 말해."</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알겠습니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그렇게 주저앉은채로 잠이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누군가 내 몸을 흔드는 느낌에 잠에서 깨어났다. </font></div> <div><font size="2">날 깨운 후임은 소대장 초소에서 무전이 왔다며 나에게 수화기를 내밀었다. 목이 잠겨 헛기침을 몇 번 한 후 수화기를 건네받았다.</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충성 xxx번 근무자 상병 강.."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수화기 너머에선 신경질적인 소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야이 새끼야! 아무도 없다며! 너 갔다온거 맞아?" </font></div> <div> </div> <div><font size="2">다짜고짜 욕부터 날리는 소대장의 말에 어이가 없어 되물었다.</font></div> <div> </div> <div><font size="2">"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습니다." </font></div> <div> </div> <div><font size="2">"이새끼들이 진짜.. 너 분명 나한테 갔다왔다 그랬지?" </font></div> <div> </div> <div><font size="2">"맞습니다."</font></div> <div> </div> <div><font size="2">"근데 지금 이 소리는 뭔데? 왜 또 들리는건데!"</font></div> <div> </div> <div><font size="2">나는 수화기에서 귀를 떼고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내 귀에 들려오는 소리는 낯익은 바람소리와 파도소리 뿐이었다.</font></div> <div> </div> <div><font size="2">"... 아무 소리도 안들리는데 말입니다?" </font></div> <div> </div> <div><font size="2">"이새끼가 진짜... 너 잤냐? 우리애들은 다 들린다는데 왜 너만 안들려! 방울소리 안들리냐고!" </font></div> <div> </div> <div><font size="2">순간 뜨끔했지만 다시 귀를 기울여봐도 내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혹시나 나만 안들리는건가 싶어 같이 있는 후임들에게 </font></div> <div><font size="2">물어봤지만 후임들 역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고 말할 뿐이었다. </font></div> <div> </div> <div><font size="2">"저희쪽에선 아무 소리도 안들립니다." </font></div> <div> </div> <div><font size="2">"갔다와 다시. 제대로 확인하고 나한테 다시 보고해라." </font> </div> <div> </div> <div>내 안에서 무언가 툭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폭발한 나는 수화기에 대고 말했다. </div> <div> </div> <div>"아니 아무소리도 안들리는데 저보고 어쩌란 말입니까!"</div> <div> </div> <div>당황한 소대장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뒷쪽에서 비치는 불빛에 고개가 먼저 돌아갔다. 트럭 불빛이었다. 어느새 근무교대 시간이 온것이었다. </div> <div>수화기 너머론 소대장의 거친 말들이 들려왔고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수화기를 들었다. </div> <div> </div> <div>"다음 근무자들 도착했습니다. 오면서 뭐 본거 있는지 물어보겠습니다." </div> <div> </div> <div>"... 너 이새끼 이따 보자." </div> <div> </div> <div>그렇게 다음 근무자들이 초소에 도착했고 오다가 뭐 본거 있는지 물어봤지만 역시나 아무것도 없었다는 대답 뿐이었다. </div> <div>근무가 끝나고 우리는 집결지에서 다른 초소 근무자들을 기다렸다. 저 멀리서 소대장이 우리쪽으로 내려오는게 보였다. </div> <div>소대장은 씩씩거리며 나에게 다가왔고 아무도 없었다라는 말을 하려는 찰나에 눈 앞이 번쩍했다. </div> <div>그렇게 오자마자 내 따귀를 올려 붙였다. 다른 소대원들이 놀라서 쳐다봤지만 소대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내게 말했다. </div> <div> </div> <div>"너 민간인이냐? 하극상 하는거냐 지금? 누가 있건 없건 소대장이 명령을 했으면 따라야 할거 아냐 새끼야!"</div> <div> </div> <div>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속으로 삯혀내고 하염없이 바닥만 바라보았다. 그렇게 철수를 하면서 아까 굿을 하던 장소를 지나가게 </div> <div>되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누가 먼저라 할것도 없이 그 장소를 힐끔힐끔 바라보며 지나갔고 마침내 트럭에 도착했다. </div> <div>부대로 돌아오는 길은 여느때와는 달리 조용했다. 그러다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통신병 후임에게 너도 방울소리를 들었냐고 </div> <div>물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날 황당하게 만들었다. 아무 소리도 못들었다는 것이었다. 소대장이 너무 신경질적으로 반응해서 </div> <div>괜히 못들었다고 했다가 불똥이라도 튈까봐 그냥 들었다고 대답했다는 것이었다. 얻어맞은 뺨이 화끈거렸다. </div> <div> </div> <div>"이 개새끼..." </div> <div> </div> <div>그때였다. 가만히 앉아서 넋을 놓고 있던 고참이 무언가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div> <div> </div> <div>"근데.. 이상하지 않냐?"</div> <div> </div> <div>"뭐가 말입니까?" </div> <div> </div> <div>"그 굿하던 자리에 있었던 초말야. 분명 철수할때까지 촛불이 켜져있었단 말이지.. 오늘 날씨봐라. 비도 오고 바람도 이렇게 부는데.." </div> <div> </div> <div>그 후로 부대에 도착할때까지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div> <div> </div> <div>그 일이 있고 나서부터 소대장의 히스테리는 점점 더 심해져만 갔다. 이제는 우리 모두 두 손 두 발 다 든 상태였고 고참들은 전역할때까지 </div> <div>죽은듯 지내는게 맘편하겠다는 말을 했지만 나에겐 아직 멀기만 한 전역이었다. 그런데 부대 안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div> <div>소대장이 미쳤다는 소문이었다. 근무지만 나가면 소리가 들린다며 소대원들에게 히스테리를 부렸고 실제로도 같이 근무를 나가면 나갈때마다</div> <div>해안가 쪽으로 순찰을 보내곤 했다. 처음 한두번은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소대장의 상태가 정상이 아님을 </div> <div>알 수 있었다. 결국 이 소문은 중대장의 귀에까지 들어가 중대장이 부대에 찾아오기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얼마 안가 일신상의 이유로 소대장은</div> <div>다른 부대로 전출을 갔다. 그때까지도 우리들 사이에선 의견이 분분했다. 군생활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정말로 미쳤다는 의견부터 </div> <div>무당이 저주를 내렸다는 소문까지.. 뭐가 진실인지는 우리들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 이후로 내가 전역할 때까지 </div> <div>무당들을 통제하는 일은 없었다는 것이다. </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font>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