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자대배치를 받고 전입을 한 후 나는 눈에띄게 잘하지도 그렇다고 못하지도 않는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었음.</P> <P>하지만 이런 나에게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으니 그건 바로 나의 잠버릇 이었음. </P> <P>사회에 있었을 때부터 요란한 잠버릇 때문에 입대하기 전부터 걱정이 많았는데 </P> <P>하필 내가 전입갔던 부대에는 이등병들은 손깍지를 낀 뒤 배 위에 올리고 그 상태로 잠을 자야하는 악습이 존재했음. </P> <P> </P> <P>처음 자대배치를 받은 뒤 한 일주일 간은 잘때에도 긴장을 하고 있는 상태여서 다행히 별다른 일 없이 지나갔음.</P> <P>하지만 조금 더 시간이 지난 후 피로가 쌓인 탓인지 긴장이 풀린건지 서서히 나의 잠버릇 봉인이 풀리기 시작했음. </P> <P>잠이 든 어느순간 부터 손깍지가 풀리기 시작하고 몸을 뒤척거리면서 자기 시작하다가 급기야는 기상할 때 엎드린 채로</P> <P>자고있는 지경에 까지 이르게 됨. 이렇게 점점 잠버릇이 괴랄해지기 시작했고 처음엔 말로 타이르던 고참들의 인내심도 </P> <P>점점 그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함. </P> <P> </P> <P>그러던 어느날이었음. 근무를 마치고 내무실로 들어온 한 고참이 한손으로 머리를 괴고 옆으로 누워있는 형체를 발견하게 됨. </P> <P>그 자연스러운 모습에 그 고참은 당연히 자기 선임중 누구겠거니 하고 별로 신경쓰지 않은채 옷을 갈아입고 자리에 누웠다고 함. </P> <P>자리에 누워 옆을 돌아본 고참은 소스라치게 놀람. 고참인줄 알았던 그 형체의 주인공은 나였고 나는 말년병장 같은 포스를 </P> <P>풍기며 옆으로 누워서 그 선임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고 함. 이놈이 드디어 미쳤구나 라고 생각한 고참은 나를 불렀고 </P> <P>아무리 불러도 묵묵부답인 날 보다가 내가 자고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됨. 그렇게 와불같은 자세로 누워 두눈을 뜬채로 잠이드는</P> <P>7.4난도의 잠버릇을 시전한 후 내 군생활에 첫번째 지옥문이 열리게 됨. 매 근무자들이 근무가 끝날때 마다 내가 자는 자세를 체크하고</P> <P>조금이라도 자세가 흐트러지면 날 깨워서 갈구기 시작함. 그렇게 잠을 제대로 못자니 피곤은 점점 쌓여만 가고 그 영향으로 안골던 </P> <P>코까지 골게 됨. 그런 악순환이 반복되고 결국 분노한 고참은 니위 내아래 스킬까지 사용하게 됨. </P> <P> </P> <P>그렇게 지옥같은 시간들이 지나고 도저히 이대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함. 웃기지도 않은 잠버릇으로 고문관이 되느니 </P> <P>차라리 내 스스로를 고문하겠다는 마음으로 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함. 자기전에 겨드랑이와 팔을 고무링으로 아예 묶어서 고정시켜</P> <P>버리고 잠을 잠. 마침내 아침이 오고 눈을 뜬 나는 배 위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손을 보고 환희에 찬채로 잠에서 깨어남. </P> <P>하지만 진정한 비극은 이때부터 시작됨. </P> <P> </P> <P>팔을 너무 꽉 묶어서 팔에 마비가 옴. 팔이 말을 듣지 않음. 몸을 일으켰지만 내 팔은 심영의 그것처럼 축 늘어진채 내 말을 듣지 않음. </P> <P>당황한 나는 팔을 움직여 보려 애를 썻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내 팔은 실 끊어진 마리오네트 처럼 애처롭게 덜렁거리기만 함. 침낭을 </P> <P>개야하는데 왜 개지를 못하니.. 왜 개지를 못해.. 마음속으로 외쳐보았지만 이미 내 팔은 나와는 별개의 생명체가 되어 있었음. </P> <P>잠시 후 마비는 풀렸지만 날 보는 고참들의 시선은 이미 고문관을 넘어 미친놈을 보는 시선으로 바뀌어 있었음. </P> <P> </P> <P>하지만 결국 자초지종을 알게 된 고참들이 내 노력을 가상하게 여겼는지 아니면 미친놈하고 엮여봤자 좋을게 없다고 생각해서였는지</P> <P>나는 깍지끼지 말고 그냥 자라고 함. 그리고 얼마 안가 깍지끼고 자는 악습 자체가 없어짐. </P> <P> </P> <P>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