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6개월 간의 해안근무를 마치고 내륙부대로 들어온 나는 좀더 편안하고 안락한 생활을 기대했지만 내륙부대생활은 훈련의 연속이었음. </P> <P>훈련덕후에 위장크림페티쉬가 있었던 대대장 덕분에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훈련까지 받아야 했고 그때마다 목까지 위장을 해야했음. 그리하여 </P> <P>모공 깊숙이 침투한 위장크림 덕에 세수할때마다 갓 잡힌 오징어마냥 온 얼굴로 먹물을 뿜어내야 했음. 중대전술훈련을 앞둔 어느날 우리 부대에서 </P> <P>동원훈련을 실시한다는 소식이 들렸고 왜 동원부대도 아닌 우리부대에서 동원훈련을 하는지는 의문이었지만 까라면 깔수밖에 없는 군인신분</P> <P>이었기에 울며겨자먹기로 동원훈련준비까지 같이 하게 되었음. 문제는 중대전술훈련과 동원훈련 일정이 겹친다는 것이었는데 결국 첫날은 </P> <P>교육훈련을 하고 둘째날부터 예비군들을 포함시켜 중대전술을 실시하기로 했음. 지금 생각해보면 평화의댐 건설 만큼이나 미친 생각이었음. </P> <P> </P> <P>원래 동원부대가 아니기에 예비군들에게 지급할 물품이 부족했고 결국은 물품창고 구석에 쳐박혀 있는 옛날 물건들 까지 꺼내서 써야했음. 예비군들에게</P> <P>지급할 군장을 미리 싸야하는데 신형이 아니라 예전 6.25때나 쓰던 구형 군장이었고 부대내에 구형군장을 쌀 줄 아는 사람은 보급관님 밖에 없었기에 </P> <P>보급관님의 긴급특강 후 군장을 싸야했음.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하기 시작함. 군장을 제대로 싸려면 군장 안이 꽉 차 있어야 하는데 안을 채울만한 </P> <P>물건이 없었음. 예비군들의 특성 상 짐이 무거우면 아무데나 버리고 갈 가능성이 농후 했기에 최대한 가볍고 부피가 나가는 물건을 찾아야 했음. </P> <P>그렇게 고심하던 차에 군장 하나 당 베개를 두개씩 넣고 군장을 싸기로 결정함. 이정도면 예비군들도 만족할 수 있겠거니 생각했지만 그건 큰 오산이었음.</P> <P>예비군들에 대해 소문으로만 들었지 직접 보거나 만난적이 없던 나는 걱정이 되긴 했지만 그들도 사람이니 별일 없을거라고 생각했음. 하지만 이 역시 </P> <P>나의 오산이었음을 이내 깨닫게 됨. 모든 준비를 마치고 마침내 동원 훈련이 시작됨. 연병장 안으로 하나 둘 예비군들이 들어오기 시작함. 촛점없는 눈동자와</P> <P>끈풀린 전투화를 질질 끌고오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새벽의 저주를 보는듯한 착각이 들게함. 태어나서 그렇게 생기없는 사람들은 처음 봄. </P> <P> </P> <P>그렇게 훈련은 시작되었고 화생방 집체에 다녀왔다는 이유로 화생방 훈련조교를 맡은 나는 머지않아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끼게 됨. 방독면 쓰는</P> <P>법을 보여준 뒤 화학전때 사용하는 주사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는데 주사기를 가지고 장난치던 예비군 중 한명이 실수로 바늘이 나오는 방향으로 눌러</P> <P>손가락을 찔림. 깜짝 놀라서 케이스에 적힌 제조일자를 보니 1970년임.. 이건 최소 T바이러스급이다 라는 생각이 들어 바로 위에 보고함. 결국 그렇게</P> <P>시작과 동시에 한명의 예비군이 퇴소함. 다른 예비군들은 집으로 가는 그의 모습을 부러운 듯 쳐다봄. 그들에겐 30년된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것 따위보단</P> <P>집이 더 소중했나봄. 우여곡절 끝에 첫날이 지나고 훈련 둘째날이 시작됨. 아침점호를 받는데 입이 심심했는지 하나 둘 담배를 꺼내 물더니 이내 수십명의</P> <P>예비군들 머리위로 구름이 생기는 장관이 연출됨. 점호가 끝난 후 내무실로 들어온 예비군들에게 일정을 설명함. 우리와 함께 전술훈련을 받아야 한다고</P> <P>말하니 갑자기 웅성웅성거리기 시작함. 그러더니 순식간에 두개의 세력으로 나눠져 서로 다투기 시작함. 왜 우리가 동원훈련 와서 현역들 훈련을 같이 </P> <P>받아야 하냐고 반발하는 세력과 그냥 온거 조용히 있다 가자고 말하는 세력으로 나뉘어져 서로 다투기 시작함. 시바 무슨 파리대왕을 보는줄 알았음. </P> <P> </P> <P>겨우 진정이 된 뒤 군장을 나눠줬는데 여기서 또 문제가 생김. 군장을 슬쩍 메보더니 곧 군장을 풀어 내용물을 확인한 한 예비군이 경악한 채로 '맙소사! </P> <P>베개가 두개나 들어있어!' 라고 외침. 동시다발적으로 '미쳤구만!' '오.. 어머니.' 와 같은 탄식이 터져나옴. 군장에 베개 두개 넣은것이 그렇게 큰 죄인줄은 </P> <P>처음 알았음. 순식간에 신성한 예비군님의 군장에 베개를 두개나 넣은 대역죄인이 된 나는 그들의 분노의 표적이 됨. 언제 다퉜다는 듯 그들은 하나가 되어</P> <P>날 죽일듯이 바라봄. 괴성을 듣고 달려온 소대장이 그들을 달래 보았지만 그들의 분노는 쉽사리 가라않지 않음. 그들의 모습을 보며 저정도 전투력이면 </P> <P>자주국방은 문제없겠구나 라는 안도감과 여기 계속 있다간 진짜로 죽을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교차됨. 결국 군장은 내무반에 두고 몸만 가는걸로</P> <P>합의를 본 뒤에야 진정이 됨. </P> <P> </P> <P>하지만 훈련을 나가기 직전 대대장의 위장크림 페티쉬가 폭발해 예비군들도 위장을 하라는 지시가 내려왔고 마지막 헬게이트가 열림. 결국은 폭동이라도 </P> <P>일어날 것 같은 기세에 예비군들은 부대 내에서 교육훈련만 받기로 하고 현역들만 훈련 나감. 훈련조교였던 나도 덩달아 남아서 중대전술은 안받고 </P> <P>꿀빨음.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