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오유 바로가기
http://m.todayhumor.co.kr
분류 게시판
베스트
  • 베스트오브베스트
  • 베스트
  • 오늘의베스트
  • 유머
  • 유머자료
  • 유머글
  • 이야기
  • 자유
  • 고민
  • 연애
  • 결혼생활
  • 좋은글
  • 자랑
  • 공포
  • 멘붕
  • 사이다
  • 군대
  • 밀리터리
  • 미스터리
  • 술한잔
  • 오늘있잖아요
  • 투표인증
  • 새해
  • 이슈
  • 시사
  • 시사아카이브
  • 사회면
  • 사건사고
  • 생활
  • 패션
  • 패션착샷
  • 아동패션착샷
  • 뷰티
  • 인테리어
  • DIY
  • 요리
  • 커피&차
  • 육아
  • 법률
  • 동물
  • 지식
  • 취업정보
  • 식물
  • 다이어트
  • 의료
  • 영어
  • 맛집
  • 추천사이트
  • 해외직구
  • 취미
  • 사진
  • 사진강좌
  • 카메라
  • 만화
  • 애니메이션
  • 포니
  • 자전거
  • 자동차
  • 여행
  • 바이크
  • 민물낚시
  • 바다낚시
  • 장난감
  • 그림판
  • 학술
  • 경제
  • 역사
  • 예술
  • 과학
  • 철학
  • 심리학
  • 방송연예
  • 연예
  • 음악
  • 음악찾기
  • 악기
  • 음향기기
  • 영화
  • 다큐멘터리
  • 국내드라마
  • 해외드라마
  • 예능
  • 팟케스트
  • 방송프로그램
  • 무한도전
  • 더지니어스
  • 개그콘서트
  • 런닝맨
  • 나가수
  • 디지털
  • 컴퓨터
  • 프로그래머
  • IT
  • 안티바이러스
  • 애플
  • 안드로이드
  • 스마트폰
  • 윈도우폰
  • 심비안
  • 스포츠
  • 스포츠
  • 축구
  • 야구
  • 농구
  • 바둑
  • 야구팀
  • 삼성
  • 두산
  • NC
  • 넥센
  • 한화
  • SK
  • 기아
  • 롯데
  • LG
  • KT
  • 메이저리그
  • 일본프로야구리그
  • 게임1
  • 플래시게임
  • 게임토론방
  • 엑스박스
  • 플레이스테이션
  • 닌텐도
  • 모바일게임
  • 게임2
  • 던전앤파이터
  • 마비노기
  • 마비노기영웅전
  • 하스스톤
  • 히어로즈오브더스톰
  • gta5
  • 디아블로
  • 디아블로2
  • 피파온라인2
  • 피파온라인3
  • 워크래프트
  • 월드오브워크래프트
  • 밀리언아서
  • 월드오브탱크
  • 블레이드앤소울
  • 검은사막
  • 스타크래프트
  • 스타크래프트2
  • 베틀필드3
  • 마인크래프트
  • 데이즈
  • 문명
  • 서든어택
  • 테라
  • 아이온
  • 심시티5
  • 프리스타일풋볼
  • 스페셜포스
  • 사이퍼즈
  • 도타2
  • 메이플스토리1
  • 메이플스토리2
  • 오버워치
  • 오버워치그룹모집
  • 포켓몬고
  • 파이널판타지14
  • 배틀그라운드
  • 기타
  • 종교
  • 단어장
  • 자료창고
  • 운영
  • 공지사항
  • 오유운영
  • 게시판신청
  • 보류
  • 임시게시판
  • 메르스
  • 세월호
  • 원전사고
  • 2016리오올림픽
  • 2018평창올림픽
  • 코로나19
  • 2020도쿄올림픽
  • 게시판찾기
  • 오유인페이지
    개인차단 상태
    이중문학소녀님의
    개인페이지입니다
    가입 : 12-08-10
    방문 : 1527회
    닉네임변경 이력
    회원차단
    회원차단해제
    게시물ID : animation_392622
    작성자 : 犬夜叉
    추천 : 2
    조회수 : 1445
    IP : 120.136.***.95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6/07/03 00:22:08
    http://todayhumor.com/?animation_392622 모바일
    [팬픽] 이누야샤 - 꽃
    옵션
    • 창작글
    <div>※ 보이스 드라마 '셋쇼마루의 청혼' 이전의 시점을 다룬 팬픽입니다. </div> <div> </div> <div>1</div> <div> </div> <div> </div> <div>만물이 생명력을 얻는 계절이 찾아왔다. 어디를 가도 푸르름이 없는 곳이 없었고 따스하게 내리쬐고 있는 볕을 그대로 받고 있는 사람들의 눈꺼풀은 </div> <div>농번기가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제법 내려가 있는 상태였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여자아이인 링이 졸음을 이겨내기란 힘든 일에 가까웠다. </div> <div>링은 한 손에 지금까지 뽑은 잡초를 움켜쥔 채 눈을 감고 고개를 까딱거리고 있었다. 이를 본 카고메는 씩 웃으면서 링을 조심스럽게 안아 탁상에 </div> <div>눕힌 다음 땀이 맺힌 이마를 옷소매로 부드럽게 닦아주었다.  </div> <div> </div> <div>"링한테 뭔 문제라도 있는 게냐?" </div> <div> </div> <div>저 멀리서 지넨지의 어머니가 잡초를 뽑다 말고 허리를 펴며 카고메에게 다가왔다. (※ 지넨지란? - 구글에 가서 검색하시면 이해하시기 쉽습니다) </div> <div> </div> <div>"별 문제 없어요. 좀 졸린가 봐요" </div> <div> </div> <div>"하기사 아침부터 그렇게 열심히 도와줬으니 말이다. 카고메 너도 이제 좀 쉬거라. 남은 건 내가 하마" </div> <div> </div> <div>"아니에요. 얼마 남지 않았는데 마저 도와 드려야죠" </div> <div> </div> <div>카고메도 허리를 툭툭 치며 자리에서 탁상에서 일어났다. 카고메와 링은 현재 지넨지와 지넨지의 어머니가 가꾸는 약초밭의 일손을 거들고 있었다. </div> <div>지넨지와 지넨지의 어머니는 둘의 도움을 한시코 거절하려 했지만 카고메와 링이 여지껏 받았던 도움을 갚아 드리고 싶다고 간청을 하는 바람에 <br>일을 도와주는 것을 허락해 주었다. 카고메는 지넨지의 어머니와 함께 이런저런 수다를 나누면서 남은 잡초들을 뽑아냈다. </div> <div> </div> <div>"그나저나 너랑 같이 있던 그 반요 녀석은 어떻게 됐냐?"  </div> <div> </div> <div>"아.. 네, 말짱하게 평소처럼 잘 지내고 있어요" </div> <div> </div> <div>필시 이누야샤를 말하는 것임을 알고 카고메는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div> <div> </div> <div>"어떻게, 진척은 좀 있는  편이구?" </div> <div> </div> <div>"ㅇ,예?" </div> <div> </div> <div>갑작스런 질문에 카고메는 화들짝 놀라며 얼굴을 붉혔다. 지넨지의 어머니는 그런 카고메의 모습을 보면서 한바탕 크게 웃었다. </div> <div> </div> <div>"끌끌끌.. 그게 그렇게 당황스러웠누?"</div> <div> </div> <div>"어떻게 아셨어요..?" </div> <div> </div> <div>"딱 보면 알지. 처음 봤을 때 부터 둘이 그런 느낌이었구만 뭘.." </div> <div> </div> <div>카고메는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div> <div> </div> <div>"이 늙은이도 한 때는 요괴와 사랑을 나누었으니 말이다.." </div> <div> </div> <div>지넨지의 어머니는 젊었을 시절의 추억을 회상하고 있는 듯 했다. 카고메는 그 모습을 보면서 흥미가 동해 지넨지의 어머니에게 그 시절 있었던 </div> <div>연애담을 들려줄 것을 부탁했다. 지넨지의 어머니는 손사래를 치며 거부하는 듯 싶다가 카고메의 끈질긴 부탁에 하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지근거리에 있던 기억들 부터 꺼내 가면서 천천히 그 시절에 있었던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div> <div> </div> <div>"하~아... 우움..." </div> <div> </div> <div>그러는 사이 링은 잠에서 깨어나 탁상에서 일어났다. 저 멀리 카고메 언니와 할머니의 뒷모습이 보여 반가운 마음에 한아름에 달려갈까 싶었지만 이내 저 둘을 깜짝 놀래키자는 쪽으로 마음을 바꿔 한발자국 씩 발을 뻗어 둘에게 천천히 다가가고 있었다. </div> <div> </div> <div>"...그러니 너도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겨야 할 게다. 나한테도 반요 아들 녀석이 있는 지라... 내가 죽고 나서 그 녀석이 어떻게 혼자 살아갈지 </div> <div>생각하면 막막해질 때가 있더구나" </div> <div> </div> <div>링이 카고메와 지넨지의 어머니 사이로 가까이 다가가자 둘의 대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으레 그렇듯 소녀의 마음은 변하기 쉬운 것이어서 링은 둘을 놀래키잔 쪽에서 둘의 이야기를  둘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div> <div> </div> <div>"인간과 요괴의 수명은 확연히 차이가 나니 말이다. 먼훗날 혼자 남겨질 그 녀석을 위해서라도 네 자신을 아끼거라" </div> <div> </div> <div>"...네" </div> <div> </div> <div>링은 처음에는 둘이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 알 수 없었지만 계속 오고 가는 말에 이야기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div> <div> </div> <div>타닥 </div> <div> </div> <div>이야기를 다 들은 링은 다리에 힘이 풀려 흙바닥에 주저 앉고 말았다.</div> <div> </div> <div>"...링?"  </div> <div> </div> <div>"에구 에구, 새 옷에 흙이 묻었잖느냐. 어서 일어나거라" </div> <div> </div> <div>지넨지의 어머니는 링을 일으켜 세워준 다음 옷소매로 링의 무릎 언저리에 묻은 흙들을 털어 주었다. </div> <div> </div> <div>"죄, 죄송해요.." </div> <div> </div> <div>"욘석아, 니가 미안한 게 뭐가 있다고 그러냐. 아직 잠이 덜 깬 것 같은데 더 쉬다가 오거라" </div> <div> </div> <div>"...네" </div> <div> </div> <div>링은 여전히 힘이 빠진 채 터덜터덜 밭을 걸어 가 다시 탁상에 앉았다. 카고메며 지넨지의 어머니며 평소에 활발하기 그지 없던 아이가 저렇게 기운이 </div> <div>빠진 것을 보고 의아한 눈치를 하고 있었다. </div> <div> </div> <div>이후 링은 계속 풀이 죽은 상태를 하고 있었다. 카고메는 링이 왠만한 일엔 기죽지 않을 아이란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자꾸 시선이 향했지만 이상하게도 링에게 다가가고 싶다는 생각은 섣불리 들지 않았다. 어디가 아파 보이는 기색은 아니였고 마치 무언가에 대해 큰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고개는 약간 꺾어 하늘을 바라본 채, 구름을 바라보는 눈에는 평소에 담겨 있던 생기가 보이지 않았고 이따금씩 다리를 위아래로 저을 뿐이었다. </div> <div> </div> <div>"링한테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게냐?" </div> <div> </div> <div>카고메 마저 눈치챌 수 있는 일을 지넨지의 어머니가 눈치를 못 챌 리가 없었다. </div> <div> </div> <div>"...잘 모르겠어요. 아픈 것 같지는 않아 보이는데... 갑자기 무슨 고민이라도 생긴 걸까요?"</div> <div> </div> <div>"저 나이에 무슨 고민할 게 있다고... 그래도 지금은 확실히 건들지 않는 게 좋아보이긴 하구나" </div> <div> </div> <div>지넨지의 어머니는 그렇게 말하며 여태껏 쓴 농기구들을 모아 창고로 가져갔고 카고메는 링이 있는 쪽을 계속 돌아보며 지넨지의 어머니를 따라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div> <div> </div> <div>"....."</div> <div> </div> <div>링은 길게 늘어진 옷소매를 잠시 바라본 뒤 매만져 보았다. 고급스럽고 복잡한 문양이 수놓아져 있었고 손 끝에 닿는 순간 느껴지는 감촉은 다른 옷감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럽기 그지 없었다. </div> <div> </div> <div>누가 보기에도 아무나 입을 수 없는, 매우 좋아보이는 옷이었지만 링은 그런 이유로 이 옷을 입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자신이 소중히 생각하고 있는 자에게서 받은 것이었기에 그 마음을 잊지 않고자, 그리고 자신이 그에게서 이 정도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입고 있는 것이었다. </div> <div> </div> <div>'셋쇼마루님...' </div> <div> </div> <div>그와 관련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가 자신의 옆에 있어줄 때엔 마냥 좋은 느낌과 좋은 생각 밖에 들지 않아 잊어버리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무의식</div> <div>적으로라도 잊어버릴려 했는 지도 모를 노릇이었다. </div> <div> </div> <div>일전에 자신이 죽어도 잊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다. 그 때의 그는 등을 돌리며 쓸데없는 소리라며 일축된 대답을 해주었다. </div> <div>그래도 링은 그 대답에 대해 일말의 부정적 감정도 두지 않았다. 링이 알고 있는 그는 자신의 감정을 표정에 담으려 하지 않았고 진심을 쉽사리 드러내지 않으려 했다. 그저 이따금씩 진한 행동으로 진심을 드러내 그가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느끼게 해줄 뿐이었다. </div> <div> </div> <div>하지만 방금 전 카고메와 지넨지의 어머니가 나누었던 이야기의 내용은 여지껏 링이 품고 있었던 그에 대한 믿음을 흔들리게 하는 한 편 마음 속 </div> <div>한구석에 애써 방치하고 있었던 두려움과 슬픔을 증폭시켰다. 요괴의 삶은 길었고 인간의 삶은 짧았다.  그의 기나긴 삶 속에서 자신은 그저 스쳐 </div> <div>지나가는 일부분으로 기억 되지는 않을까, 잠깐 동안 다뤄지는 장난감은 아니었을까 하는 불안감이 불현듯 덮쳐 왔다. 링의 마음 속에 일렁인 작은 </div> <div>파문은 여린 소녀의 마음을 흐트려 놓기에 충분했다. 금사매님과 카고메님은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비롯한 여러가지 지식들을 가르쳐 </div> <div>주었고 이누야샤님은 새침한 척을 하면서 은근히 자신을 챙겨 주었다. 그리고 그 외의 사람들이 자신과 함께해 주고, 친절하게 대해주고 있었지만 <br>링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를 가지 자는 역시 그 밖에 없었다. 그와의 만남은 자신의 삶에 있어서의 가장 큰 전환점이었고 자신이 현재 이 곳에 </div> <div>있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유 역시 자신이 그와 함께 있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br></div> <div>그리고 그런 그에 대한 믿음이 점차 무너져 내리는 것은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div> <div> </div> <div>링은 몸을 한껏 움츠린 다음 그 안으로 얼굴을 파묻었다. </div> <div> </div> <div>"쓸데없는 소리..." </div> <div> </div> <div>예전의 그가 자신에게 했었던 소리를 되뇌어 보았다. 예전에만 해도 그의 그런 말투가 단지 그가 진심을 돌려 말하는 방식 중 하나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지금에 와서 그 의미를 생각해보니 가슴이 저려왔다. </div> <div> </div> <div> </div> <div>2</div> <div> </div> <div> </div> <div>주홍빛으로 물든 태양이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면서 내뿜는 휘광을 뒤로 한 채 카고메와 링은 언덕을 내려가고 있었다. 절정을 맞이한 벚꽃이 이곳 </div> <div>저곳에 만발해 있었고 바람이 불 때 마다 꽃잎들이 떨어져 나와 하늘하늘 거리며 땅에 안착하는 광경이 나름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카고메며</div> <div>링이며 그 아름다운 풍경에 집중할 수는 없었다. 링은 이전부터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었는 지라 제대로 걷지도 못 하고 있는 형국이었고 카고메는 </div> <div>그런 링이 신경이 쓰여 풍경을 감상할 틈도 없이 틈틈이 링이 있는 쪽을 돌아보았다. </div> <div> </div> <div>"...."</div> <div> </div> <div>결국 카고메가 링에게 먼저 다가가기로 결심했다. 자신도 고민이 아예 없는 인간이 아니었고 누군가의 고민을 들어주고 그에 따른 해결책을 제시할 만큼 성숙함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기에 링의 고민을 들어주기를 꺼려 했지만 일단은 링이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털어놓음으로써 마음이 편안해 지기를 바랬다. </div> <div> </div> <div>"저기 링" </div> <div> </div> <div>카고메는 뒤를 돌아보며 지그시 링을 바라보았다. </div> <div> </div> <div>"...네? 카고메님,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가요?" </div> <div> </div> <div>링은 어지간히도 생각에 잠겨 있었는지 바로 대답을 꺼내지 못 하고 카고메의 그림자가 자신을 덮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야 화들짝 놀라며 카고메를 바라보았다. 카고메는 그런 링이 퍽 귀엽다 생각하면서 밭일을 하느라 힘들어진 무릎을 조심스럽게 굽히며 링과 눈높이를 맞추었다. </div> <div> </div> <div>"무슨 생각 하고 있었어?" </div> <div> </div> <div>"네?" </div> <div> </div> <div>"뭔가 깊이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거든...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어떤 이야기인지 들려줄 수 있겠어?" </div> <div> </div> <div>"어... 그게..."</div> <div> </div> <div>링은 망설였다. 언제나 자신을 상냥하게 대해주던 무녀님이었지만 이런 이야기를 함부로 꺼내도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 할머니에게서 </div> <div>그 말을 들었었던 무녀님의 표정도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었다. 무녀님 또한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다는 걸 알고 있는 링도 알고 있었다. </div> <div> </div> <div>"...사실 아까부터 배가 좀 아픈 것 같아서요" </div> <div> </div> <div>링은 마음 속으로 무녀님을 속여서 죄송하다 말하며 거짓말을 해버렸다. 카고메는 화들짝 놀라며 링의 양 팔에 손을 얹었다. </div> <div> </div> <div>"정말?! 진작에 말을 하지 그랬어. 일단 빨리 돌아가자" </div> <div> </div> <div>카고메는 그 자세로 등을 돌렸다. </div> <div> </div> <div>"자, 그동안 배 아픈 채로 걷느라 힘들었을텐데..."</div> <div> </div> <div>"하, 하지만 카고메님도 방금까지 일 하시느라.." </div> <div> </div> <div>링은 거짓말을 한 것도 무척이나 미안한데 등 까지 빌리려니 더욱 더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div> <div> </div> <div>"에이 그걸로 지쳤을 리가 없잖아. 자, 얼른~~ 무안하게 할 거야?" </div> <div> </div> <div>".....네" </div> <div> </div> <div>링은 하는 수 없이 쭈뼛쭈뼛 몸을 움직여 카고메의 등에 몸을 뉘였다. 카고메는 링이 들을 수 없을 정도의 약한 기합 소리를 내면서 일어섰다. </div> <div> </div> <div>"무겁지 않으세요?" </div> <div> </div> <div>"무겁긴~"</div> <div> </div> <div>카고메는 링을 업은 채 다시 언덕을 내려갔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 한발짝 한발짝 조심스레 발을 내딛으며 나아가느라 속도가 더딘 편이었고 여간 힘이 드는 것이 아니었지만 카고메는 링을 원망하는 기색 따윈 가지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예전에 자신을 매번 업고 다녔던 이누야샤가 이런 느낌을 받았을까 하는 기분이 들었다. 카고메는 옛추억을 되새기며 이젠 자신도 누군가를 지탱해야 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div> <div> </div> <div>"카고메님... 죄송해요" </div> <div> </div> <div>링은 카고메의 등에 얼굴을 파묻은 채 카고메에게 들리지 않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작은 소녀에게 있어 원치 않는 거짓말을 하고 태연히 있는다는 건 어쩌면 큰 벌일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div> <div><br> </div> <div>3</div> <div> </div> <div><br>말이야 링을 위해 힘들다 하지 않았던 것이지, 고된 밭일로 녹초가 되어 있던 카고메가 링을 업고 산길을 오르락 내리락 한다는 것은 사실 제법 힘에 부치는 일이었다. 지평선에 걸려 있었던 해는 이미 저물어 고요한 어둠이 산자락을 조금씩 덮어 갈 때 쯤이 되어서야 굽이진 언덕의 끝에 걸린 마을의 </div> <div>전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본래대로라면 보이지 않아야 하는 게 정상이었겠지만 지금은 한창 날아다니는 반딧불의 무리가 여러 곳을 수놓고 있었기 </div> <div>때문에 쉽사리 경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카고메는 잠시 멈춰 선 다음 업고 있던 링을 다시 한번 고쳐 멘 다음 마저 남은 길을 내려가려 했다. 그 순간 </div> <div>나무가지에 있던 검은색 실루엣이 재빠르게 움직여 카고메 앞에 불쑥 나타났다. 카고메는 비명을 지를 힘도 없던 나머지 단순히 얼어 붙어버릴 뿐이었다. </div> <div> </div> <div>"뭘 그렇게 놀라는 건데" </div> <div> </div> <div>"이, 이누야샤..?"</div> <div> </div> <div>다른 것은 몰라도 특유의 흰색 장발이 반딧불의 빛에 은은하게 반사되었기에 그 정체를 쉽게 가늠할 수 있었다. 이누야샤는 대뜸 카고메의 얼굴을 </div> <div>유심히 살펴보았다. </div> <div> </div> <div>"뭐, 뭐하는 거야?" </div> <div> </div> <div>카고메는 부끄러움을 못 이겨 한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div> <div> </div> <div>"너야말로 이렇게 까지 늦게 안 돌아오면 어떡해? 조금만 더 기다렸으면 찾으러 갈 뻔 했다고" </div> <div> </div> <div>"이누야샤, 혹시 나를 걱정하고 있었던 거야?" </div> <div> </div> <div>"허, 헛소리 하지마. 나도 어디 갔다가 돌아오던 길이었으니까" </div> <div> </div> <div>"후훗, 그래 어련하시겠어" </div> <div> </div> <div>이누야샤의 쭈뼛거리는 태도로 보아 이는 사실이 아닌 게 분명했다. 카고메는 짐짓 속아주는 척 하며 이누야샤의 옆을 지나쳐 걸어가기 시작했다. </div> <div> </div> <div>"일단 같이 가자" </div> <div> </div> <div>카고메는 뒤를 돌아보며 이누야샤에게 같이 걸어갈 것을 권유했다. 평소대로의 이누야샤라면 카고메를 등에 들쳐 업고서 한걸음에 마을로 달려나갔을 테지만 여름 밤이란 시간적 상황과 반딧불의 빛이 등불이 되어 앞길을 밝혀주고 있는 공간적 상황에 자신 또한 분위기가 좋다고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이누야샤는 대답을 할까 말까를 고민하며 멈춰 서 있다가 카고메가 자신의 대답에 개의치 않은 채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급하게 달려가 카고메를 따라 잡았다. </div> <div> </div> <div>이누야샤는 약간의 역정을 내려는 듯 싶었지만 카고메는 이누야샤의 그런 모습을 퍽 귀엽게 보며 웃는 입술에 검지 손가락을 가져가 링이 자고 있으니 조용히 해달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이누야샤는 카고메의 제스쳐에 무안함을 느낀 듯 가벼운 코웃음을 내뱉은 다음 옷 소매에 양 팔을 끼워넣었다. </div> <div> </div> <div>"링은 피곤해서 자고 있는 거야?" </div> <div> </div> <div>이누야샤는 링을 힐끔 보며 말하였다. 링은 기운이 넘치는 아이여서 좀처럼 일찍 자는 법이 없었기에 일이 고된 편이었냐고 우회적으로 묻는 질문이었다. </div> <div> </div> <div>"그런 건 아니야, 배가 아파서 좀 힘들었나봐" </div> <div> </div> <div>카고메도 이누야샤의 의중은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지만 이누야샤에게 쓸 데 없는 걱정을 시키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그냥 있는 대로 말했다. </div> <div> </div> <div>"...그렇구나. 이제 링은 내가 업을테니까 넌 좀 쉬어"</div> <div> </div> <div>"아니야. 내가 업고 있게 해줘" </div> <div> </div> <div>"...알았어"  </div> <div> </div> <div>그 이후 둘은 아무런 얘기도 나누지 않고 그대로 마을 입구 어귀까지 내려왔다. 하지만 아무런 감정의 교환도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걷는 속도가 빠른 이누야샤는 카고메와 같은 발걸음을 걷기 위해 무진 애를 쓰고 있었고 카고메는 그런 이누야샤를 보면서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이따금씩 둘의 눈이 </div> <div>마주칠 때 마다 오고 가는 오묘한 감정선의 형성이 드러난 둘의 표정은 풋풋하기 그지 없었다. </div> <div> </div> <div>하지만 카고메의 마음은 마냥 편치 않았다. </div> <div> </div> <div>자신이 이누야샤처럼 길고 긴 삶을 살지 못 해 이누야샤의 곁에 끝까지 남아줄 수 없다는 것도 슬픈 일이었고, 길고 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이누야샤의 곁에 남아 있을 사람을 세어 보는 것도 슬픈일이었다. 이 문제에 대한 마땅한 해답은 없었다. 그저 받아 들이는 수 밖에 없었다. 천천히... 이누야샤와 </div> <div>함께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이 문제에 대해 달관할 날이 올 것이라고 믿어보는 수 밖에 없었다. </div> <div> </div> <div>"이누야샤" </div> <div> </div> <div>"왜" </div> <div> </div> <div>카고메는 당장은 이런 부정적인 마음을 떨쳐내고 싶었다. 그리고 그런 부정적인 마음을 떨쳐내는 방법은 꽤나 간단한 것이었다. </div> <div> </div> <div>"사랑해" </div> <div> </div> <div>"........ㅁ..뭐, 뭐 하자는 거야 뜬근없이?!!"</div> <div> </div> <div>이누야샤의 얼굴이 점차 달아 오르더니 과도한 몸짓과 함께 펄쩍 뛰어 올랐다. 예상대로의 반응에 카고메는 샐쭉 웃으며 능글맞게 이누야샤의 옆을 지나갔다. </div> <div> </div> <div>"야! 카고메!! 거기 안 서?!!" </div> <div> </div> <div>링이 자고 있다는 사실 조차 잊은 채 이누야샤는 길길이 날뛰며 카고메의 뒤를 쫓아갔다. 둘의 행동거지가 자체가 진지하진 않았지만 그 행동에서 내포된 감정은 서로가 느낄 수 있었기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div> <div> </div> <div> </div> <div>4 </div> <div> </div> <div><br>다음 날 아침, 마을은 하늘 위를 수놓는 수많은 요괴의 행렬 때문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가 이내 그 행렬이 링에게 선물을 전해주기 위한 것을 알게 되자 그제서야 소란이 가라앉는 중이었다. </div> <div> </div> <div>"아이 참... 쟈켄님..."</div> <div> </div> <div>"인석아! 셋쇼마루님이 널 위해 이렇게 많은 준비를 해주셨는데 왜 그런 표정을 하고 있느냐...!" </div> <div> </div> <div>링의 입장에선 이렇게 성대한 행렬을 모두가 보는 것도 부끄러웠고 마을 사람들에게 큰 민폐를 끼친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러나 링의 마음과는 달리 쟈켄은 자신이 링에게 선물을 전달해 준다는 것을 대단한 일로 여기는 양 고개를 빳빳이 세우며 목소리를 높였다. 요괴의 떼를 몰고 온 것도 자신이 더더욱 돋보이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div> <div> </div> <div>"아니 이게 사과는 못 할 망정..." </div> <div> </div> <div>옆에 있던 이누야샤가 이를 가만히 보고 있을 리가 만무했다. 이누야샤는 대번에 쟈켄의 멱살을 잡아 끌어 올렸고 발악을 하는 쟈켄에게 주먹 셰레를 먹여 꿀먹은 벙어리로 만든 다음 휙 던져버렸다. 쟈켄은 핑그르르 돌더니 바닥 위에 풀썩 하고 엎어졌다.  </div> <div> </div> <div>"맞아요. 아주버님께서도 우리 처지를 좀 헤아려 주셨으면 하는데 말이에요" </div> <div> </div> <div>"뭐, 뭣이..!! 니 까짓 게 감히 셋쇼마루님의 존함을 그런 식으로...!!" </div> <div> </div> <div>"니가 아직 덜 맞았나 보구나" </div> <div> </div> <div>쟈켄은 카고메의 말에 다시 한번 발끈하며 일어나려 했지만 이누야샤의 연이은 주먹 세례에 완전히 뻗어 버리고 말았다. 링은 주위에 있던 나뭇가지를 들어 쟈켄을 쿡쿡 찔러 보았지만 쟈켄은 앓는 소리만 낼 뿐 더 이상의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div> <div> </div> <div>"카고메님, 쟈켄님은 제가 모시고 있을 게요" </div> <div> </div> <div>"그래도 괜찮겠어?" </div> <div> </div> <div>"네, 쟈켄님이 일어나셨을 때 옆에 있는 사람이 저인 게 가장 나은 것 같아요" </div> <div> </div> <div>"그건 그렇네. 그럼 부탁할게 링" </div> <div> </div> <div>"네" </div> <div> </div> <div>링은 카고메를 어찌저찌 잘 설득해서 쟈켄과 단 둘이 있는 시간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링은 쟈켄에게 여러가지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었고 그 질문들은 다른 이들이 들으면 곤란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내 쟈켄은 이누야샤의 손에 들려 오두막 안으로 들어갔고 거기서 정신이 들 때 까지 링의 간호를 받게 되었다. </div> <div> </div> <div>"으... 우... 죄송합니다. 셋쇼마루님..." </div> <div> </div> <div>잠시 후 쟈켄은 꿈이라도 꾸었는지 있지도 않은 셋쇼마루에게 무언가 잘못한 것을 싹싹 빌며 깨어났다. </div> <div> </div> <div>"쟈켄님, 일어나셨어요?" </div> <div> </div> <div>"음... 내가 얼마 동안이나 기절해 있었던 거냐..?" </div> <div> </div> <div>"그렇게 오래되진 않으셨어요" </div> <div> </div> <div>쟈켄은 링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빨리 이 마을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두장을 지지대 삼아 일어난 다음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오두막을 나가려 했다. </div> <div> </div> <div>"쟈켄님! 아직 몸이 편치 않으신 것 같은데 더 쉬고 가세요" </div> <div> </div> <div>"인석아. 내가 여기서 더 못 볼 꼴을 당하란 소리냐?" </div> <div> </div> <div>"카고메님을 비롯한 다른 분들은 일 때문에 나가 계시니까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div> <div> </div> <div>그 말을 듣고 나서야 쟈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대로 털썩 소리를 내며 앉았다. 그 때를 놓칠세라 쟈켄을 붙잡는데 성공한 링은 재빨리 쟈켄의 곁으로 다가갔다. </div> <div> </div> <div>"가, 갑자기 왜 이러는 게냐?" </div> <div> </div> <div>"쟈켄님, 저 궁금한 게 있는데 답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div> <div> </div> <div>"....오냐" </div> <div> </div> <div>예전에도 자신에게 여러가지를 물어왔던 링이었지만 이번 만큼은 태도가 사뭇 다른 것 같았다. 링은 자신의 입가에 거의 머물러 있던 웃음기가 사라진 </div> <div>채 진지한 표정으로 쟈켄을 바라보고 있었다. </div> <div> </div> <div>"요괴의 수명은 얼마나 기나요?" </div> <div> </div> <div>평소의 링이라면 웃음기 있는 표정으로 물어봤을 질문이었겠지만 웃음기가 전혀 없으니 질문에 무게가 확 실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div> <div>그렇기에 쟈켄도 평소와는 다르게 대강 생각한 답을 내놓지는 않았다. </div> <div> </div> <div>"글쎄다... 아마 인간이 70년을 산다는 게 가장 긴 것이라고 하면... 왠만한 요괴는 그 보다 몇배나 많은 삶을 사는 게 당연한 일이지" </div> <div> </div> <div>"그렇다면 쟈켄님은 얼마나 오랫 동안 사신 거에요?" </div> <div> </div> <div>"나 같은 요괴가 그런 걸 일일이 셀 리가 없잖느냐... 굳이 생각하자면 적어도 백년은 넘었을 게다"  </div> <div> </div> <div>"와..."</div> <div> </div> <div>"왜, 이제서야 좀 존경할 마음이 드는 거냐?" </div> <div> </div> <div>쟈켄이 이렇게 말하자 링은 제법 놀란 눈치를 하고 있었고 쟈켄은 링이 자신을 의외라고 생각하는 눈빛으로 보자 평소의 버릇대로 거들먹 거리기 시작</div> <div>했다. </div> <div> </div> <div>"쟈켄님 보기 보다 젊으신 것 같네요" </div> <div> </div> <div>"그럼 그럼 당연하... 아니 뭬야?!!"</div> <div> </div> <div>쟈켄은 기분이 좋아 질려다가 버럭 화를 내었다. 링의 말은 곧 자신의 액면가가 높아 보인다는 뜻이 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링은 쟈켄에게 본래 목적과도 다름이 없는 그 다음의 질문을 쟈켄에게 했다. </div> <div> </div> <div>"...그럼 셋쇼마루님 같은 대요괴는 얼마나 오랫동안 사시나요?" </div> <div> </div> <div>쟈켄은 버럭버럭 화를 내다가 링의 질문을 듣고선 다시 잠잠해졌다. 이 부분에선 제법 생각할 거리가 많았던 모양이었다. </div> <div> </div> <div>"어... 셋쇼마루님이 대답을 해주시지 않으셔서 그건 잘 모르겠구나. 아마 내 생각엔 지금까지 기백년은 사셨던 것 같고 앞으로도 그 정도는 더 사실 것 같구나" </div> <div> </div> <div>"그, 그 정도나 되시나요?" </div> <div> </div> <div>"추측일 뿐이지만 말이다. 그래도 몇십년 간 셋쇼마루님을 모시면서 셋쇼마루님이 나이 들어가는 모습 같은 건 전혀 본 적이 없구나" </div> <div> </div> <div>쟈켄의 이 말이 링의 마음 속에 내재되어 있던 불안감을 더욱 키웠다.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은 그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의 양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한 것이었고 그가 앞으로 더 살아갈 삶을 생각하면 자신이 앞으로 살아갈 삶은 먼지 같은 것에 불과한 것이었다. </div> <div>그런 생각이 들자 두루뭉실했던 불안한 생각들이 점점 형체를 잡아갔다. 그의 기나긴 삶 속에서 자신은 그저 잠시 스쳐 지나가는 것들 중 하나였고 자신은 그에게 약간의 흥미가 동했을 뿐이라는 의심이 점점 확신처럼 자리를 잡아 갔다.</div> <div> </div> <div>"저.. 그럼 마지막으로 여쭤볼게요"</div> <div> </div> <div>"...그러려무나" </div> <div> </div> <div>링은 침을 꿀꺽 삼켰다. 사실은 예전부터 궁금해 했었던 사실이었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었던 문제를 지금 입 밖으로 내려 하고 있었다. </div> <div> </div> <div>"셋쇼마루님은 왜 제게 선물을 주실 때 항상 직접 오시지 않는 건가요?" </div> <div> </div> <div>점점 질문의 강도가 세져 가고 있는 것 같았다. 쟈켄은 다시 한번 대답을 하는데 긴 시간을 들였다. 하지만 저번 질문과는 다르게 이미 답이 무엇인가 고민하고 있기 보다는 이미 알고 있는 답을 말해야 하는 것인 가를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링은 아직까지 그 정도의 심중을 꿰뚫을 수는 없었으므로 쟈켄이 망설이는 것도 모른 채 답을 생각해낼 때 까지 잠자코 기다리고 있었다.</div> <div> </div> <div>"...나도 잘 모르겠구나" </div> <div> </div> <div>"...그런가요"</div> <div> </div> <div>쟈켄은 자기 딴에 답을 회피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했겠지만 그것은 최악의 수 였다. 제대로 된 답을 얻지 못 하자 링은 자신의 머리 속에 있는 생각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고 말았다. 그는 자신을 그저 잠깐의 유흥거리로 여기고 있을 뿐이다. 그렇지 않다면 어째서 매번 이렇게 선물을 전하러 올 때 마다 직접 오는 수고로움을 감수하지 않는가.</div> <div> </div> <div>링은 잠시 생각하는 기색을 보이더니 이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런 링을 유심히 노려보고 있던 쟈켄은 링이 갑작스런 행동을 보이자 까무라치며 바닥에 발랑 뒤집히고 말았다. </div> <div> </div> <div>"쟈켄님, 혹시 시장하시지 않으세요?" </div> <div> </div> <div>"딱히 그렇지는 않다만..."</div> <div> </div> <div>"여기서 기다리시고 계세요! 금방 다녀올 테니까!!" </div> <div> </div> <div>쟈켄의 대답에는 개의치 않고 링은 금새 오두막 밖을 뛰쳐나가 다른 곳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쟈켄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자기가 나가고 싶어 했던 것 같았다. </div> <div> </div> <div>"인석아 필요 없다고 하지 않았느냐...!!"</div> <div> </div> <div>쟈켄은 오두막 입구까지 나가서 링을 말리려 했지만 딱 거기까지만 나갔다. 링의 돌발행동이야 예전에도 여러번 겪어보기도 했었고 링이 거짓말을 할 아이가 아니란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정말 돌아오긴 할 것이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div> <div> </div> <div>하지만 아쉽게도 이번 만큼은 쟈켄의 생각이 틀렸다. </div> <div> </div> <div>링은 마굿간 쪽으로 달려갔고 그 곳엔 예상대로 아웅이 건초를 뜯어 먹으며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div> <div> </div> <div>"아웅!!"   (※ 아웅이란? - 셋쇼마루 일행 중 두개의 머리를 가진 말 요괴) </div> <div> </div> <div>링은 간만에 보는 아웅에게 달려가 목덜미를 어루만져 주는 등 반가운 제스쳐를 취했고 아웅 또한 링을 알아보는 듯 링의 뺨에 얼굴을 문대는 등의 살가운 행동을 보여주었다. 링은 마치 친한 친구와 대화를 나누기라도 하듯 아웅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여러 이야기들을 해주었고 아웅은 그것을 다 알아 듣기라도 하는 양 이야기 마다 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div> <div> </div> <div>"...그리고 말이야 아웅, 나한테 지금 큰 고민이 있는데 들어줄 수 있어?" </div> <div> </div> <div>모든 이야기가 끝이 나고 남은 것은 이제 링 자신이 품고 있는 고민 밖에 없었다. 아웅의 두 머리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고 링은 아웅에게 고맙다는 의미로 건초를 한움큼 쥐어 두 머리의 입가에 가져다 주었다. </div> <div> </div> <div>"그럼 잘 들어봐..." </div> <div> </div> <div>링은 이야기를 해주기에 앞서 주위에 다른 사람이 없는지를 확인한 다음 양손으로 입을 작게 모은 뒤 자신의 고민을 아웅에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잠시 후 이야기는 끝이 났고 링은 일종의 후련함을 느꼈는지 산뜻한 한숨을 내쉬며 건초 더미에 털썩 주저 앉았다. </div> <div> </div> <div>"어때? 나 너무 바보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div> <div> </div> <div>"...푸르르륵" </div> <div> </div> <div>확실한 호응을 보여주던 아웅도 이번엔 애매모호한 행동을 보일 뿐이었다. 링은 아웅을 위해 겉으로는 큰 내색을 표하지 않았지만 마음 속으론 적잖게 상심했다. 자신과 함께 했었던 이들에게 마저 그에 대한 정확한 답을 들을 수가 없으니 답답할 따름이었다. </div> <div> </div> <div>"....."</div> <div> </div> <div>잠깐의 생각 후 링은 무엇인가를 결심한 듯 건초 더미에서 일어난 다음 아웅의 한 머리에게 귓속말로 어떤 말을 속삭였다. 그 다음 아웅의 각 입마개를 묶고 있던 밧줄을 풀어버렸다. </div> <div> </div> <div>"잠시만 기다리고 있어.." </div> <div> </div> <div>링은 오두막에 있는 부뚜막 쪽으로 달려갔고 이내 댓잎에 싼 밥 같은 것들을 몇개 가져왔다. 링은 아웅의 안장에 달린 주머니에 그것들을 넣은 다음 안장에 올라탄 다음 고삐를 잡았다. 간만에 잡아보는 아웅의 고삐였지만 여전히 자세는 자연스러웠다. <br></div> <div>링이 고삐줄을 한번 세차게 휘두르자 아웅은 마굿간을 박차고 나온 뒤 발굽에 불을 붙인 다음 하늘로 날아올랐다. 링은 간만에 느껴보는 청량감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아주 잠깐이나마 고민의 무거움에서 벗어난 듯한 느낌이 들었다.<br></div> <div>하지만 이내 자신이 무엇 때문에 이런 행동을 했는지를 되새기며 발로 아웅의 옆구리를 살짝 건드렸다. 그와 함께 아웅은 본격적으로 하늘을 달리기 시작했다. </div> <div> </div> <div>'금방 돌아올게요' </div> <div> </div> <div>점차 멀어지는 마을을 돌아보며 링은 마음 속으로 조용히 미안하단 말을 남겼다. </div> <div> </div> <div>"......아 얘는 왜 이리 함흥차사야??" </div> <div> </div> <div>그 와중에 쟈켄은 아직도 오두막에서 링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div> <div> </div> <div> </div> <div>5</div> <div> </div> <div><br>"후아아아...." </div> <div> </div> <div>링은 하늘의 공기는 뭔가 더 특별할 것 같다는 느낌에 입을 크게 벌린 채 공기를 입 안으로 들이키다 이내 부질없는 짓이란 걸 깨닫고 큰 한숨을 내쉬었다. </div> <div> </div> <div>사실 반쯤은 충동적으로 일으킨 일이었다. 링에게 있어 이 문제는 처음으로 맞이한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게다가 그 고민에 대한 마땅한 해답을 물어볼 이를 찾기도 힘들었으니 그에 대한 심적 고통은 배로 커질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생각해낸 링 스스로가 내린 결정은 무모했지만 어쩌면 가장 옳은 해답이기도 한 것 같았다.  </div> <div> </div> <div>바로 링 스스로가 직접 그를 찾아가보는 것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막연해 보일 수도 있었지만 길안내는 아웅이 해줄 것이었으므로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링에게 필요한 것은 오랫동안 말 안장에 앉아 있어야 한다는 인내심과 그를 마주했을 때 마음에 품고 있었던 말을 꺼낼 용기를 가지는 것이었다. 아웅이 계속 날아가고 있는 동안 링은 그의 앞에서 자신이 해야 할 말들을 생각해 보면서 동시에 연습도 하고 있었다. </div> <div> </div> <div>그러는 사이 어느새 날은 저물어 가고 있었다. 링은 저녁노을을 보면서 늘어지게 하품을 했고 아웅은 고도를 낮춰 비행을 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링이 졸다가 떨어질 때를 대비하기 위함인 것 같았다. 그렇게 또 한참을 날아가다 보니 이젠 노을 마저 그 빛을 다 하고 달에게 그 자리를 내주려 하고 있었다.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링의 눈에 무엇인가가 들어왔다. 저 멀리 링의 시선이 끝에 닿는 쪽에 희한한 전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숲 사이로 듬성듬성 박힌 흰색 물체가 있었는데 그것을 자세히 살펴보니 바로 사람을 닮은 듯한 조각상들이었다. <br>그것도 한두개가 아닌 여러개가 계속 늘어져 있었다. 링은 이를 신기하게 여겨 아웅의 고삐줄을 당겨 더욱 낮게 비행을 하게 한 뒤 천천히 조각상들을 감상했다. </div> <div> </div> <div>"으..." </div> <div> </div> <div>조각상은 제법 사실적으로 잘 조각 되어 있었지만 그 모습은 하나 같이 괴로워하는 몸동작과 표정을 조각한 것 같았고 사실적이었기 때문에 역겨운 느낌은 배에 달했다. 링은 자연스럽게 불쾌감을 느꼈고 아웅의 고삐줄을 당겨 다시 높게 비행하려 했다. </div> <div> </div> <div>""히히힝!!!" </div> <div> </div> <div>그 순간 아웅은 균형을 잃고 땅바닥에 엎어져 버렸다. 갑작스레 벌어진 일에 링은 비명을 지르며 땅에 곤두박질 쳤다. 그나마 낮게 날아서 큰 상처를 입지는 않았지만 왼쪽 발을 삐고 무릎팍이 까지는 등 링의 입장에선 제법 아픈 상처가 생기고 말았다.<br>하지만 그 와중에도 링은 자신의 상처를 개의치 않았다. 링은 발을 절뚝거리며 바닥에 누워있는 아웅을 향해 다가갔다. </div> <div> </div> <div>"아웅!! 괜찮아...?" </div> <div> </div> <div>링은 아웅의 양 머리를 번갈아 가며 상태를 확인해 보았다. 아웅은 겉보기에는 멀쩡한 것 같았지만 뭔가에 홀린 듯한 것 같았다. 눈엔 정확한 초점이 보이지 않았으며 다리를 일정한 간격으로 젓고 있었다. </div> <div> </div> <div>"아웅...!! 정신차려!!" </div> <div>링은 아웅의 몸을 있는 힘껏 흔들어 봤지만 아웅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링은 한참 동안 아웅을 붙잡고 있다가 전혀 가망이 보이지 않자 그제서야 주위를 신경쓰기 시작했다. 이미 해는 내려간지 오래였고 지척의 나무들 조차도 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철창은 없었지만 주위에 펼쳐진 어둠 속의 안이 두려워 도무지 제자리에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div> <div>이런 어둠 속은 예전에도 많이 걸어왔었지만 그 때와는 사정이 달랐다. 그 땐 그의 등 뒤를 걸어 갔기에 두려움을 느낄 일이 없었다.</div> <div> </div> <div>"....세...셋..."</div> <div> </div> <div>본능적으로 그의 이름을 입에 담으려 했지만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질 않았다. 두려움에 떨고 있느라 몸 전체가 굳은 이유도 있었지만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그에 대한 믿음이 흔들렸기 때문이었다. 그의 이름을 부른다 한들 그가 나타나 줄 것 같지 않았다. 링은 그의 이름을 마저 부르지 못 하고 몸이 움츠러들고 말았다. </div> <div> </div> <div>사박.. 사박... </div> <div> </div> <div>쥐 죽은 듯이 고요해진 어둠 속에서 무엇인가가 풀을 즈려밟으며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링은 겁에 질린 채 아웅의 등 뒤로 몸을 숨긴 다음 숨소리가 들리지 않게 양 손으로 코와 입을 가렸다. 발소리는 점차 가까워져 갔고  링은 차오르는 긴장감을 이기지 못 해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div> <div> </div> <div>"어머... 여기에 왜 이런 게..." </div> <div> </div> <div>"......?!"</div> <div> </div> <div>점점 가깝게 들려오던 발소리가 끊기고 들린 것은 단아한 여성의 목소리였다. 링은 눈을 뜨며 고개를 살짝 내밀어 상황을 살펴보기로 했다. 주변이 워낙 어두워서 자세한 인상착의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당장 눈에 들어오는 것으로는 평범한 인간 여인인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방심할 수는 없었다. </div> <div>인간의 모습을 한 요괴 또한 수도 없이 많았기에 저 여인을 겉보기로만 인간으로 판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div> <div> </div> <div>"괜찮은 거니..? 잠시만 기다려.." </div> <div> </div> <div>여인은 아웅이 요괴인 것도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그런 것에 개의치 않는 것인지 아웅의 머리 쪽으로 다가가 어떤 조취를 취해주었다. 그러자 아웅은 금새 낫기라도 한 듯 자리를 털고 일어났고 아웅의 옆에 기대고 있던 링은 갑작스럽게 일어난 아웅 때문에 가벼운 비명을 지르며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div> <div> </div> <div>"거기 누구 또 있나요?" </div> <div> </div> <div>지척에서 난 소리였으므로 여인이 그 소리를 못 들었을 리가 없었다. 여인은 링이 소리를 낸 쪽으로 차츰차츰 다가가기 시작했고 링은 다시 한번 눈을 질끈 감은 채 자신의 운명이 어떻게 될 지를 시험했다. </div> <div> </div> <div>"...어? 너 괜찮니?" </div> <div> </div> <div>여인의 상냥한 목소리에 링은 조금씩 천천히 눈을 떴다. 눈 앞에 펼쳐진 것은 목소리 만큼이나 아리따워 보이는 여인이 내민 손이었다. </div> <div> </div> <div>"...ㄴ, 네" </div> <div> </div> <div>링은 여인이 내민 손을 붙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까진 긴장의 손을 놓을 수는 없었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바라본 여인의 모습에선 딱히 요괴의 느낌이 나지 않았다. 또한 제정신으로 돌아온 것 같아 보이는 아웅도 이 여인에 대한 경계를<br>하고 있지 않았기에 조금은 안심이 되는 구석도 있었다. </div> <div> </div> <div>"아..! 좀 심하게 다쳤구나. 내가 좀 봐도 괜찮을까?" </div> <div> </div> <div>여인의 말에 링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링의 허락을 받은 여인은 금새 링의 몸 이곳 저곳을 확인하며 상처가 난 곳이 어디에 있는지를 자세히 확인했다. 여인이 링의 왼쪽 발목을 건들자 링은 따끔한 듯한 소리를 내며 발을 뒤로 뺐다. </div> <div> </div> <div>"여기저기 까졌네.. 그리고 발도 크게 삔 것 같고... 저... 미안한데 옷을 좀 찢어도 괜찮을까? 이대로 있다간 낫기 힘들 것 같아" </div> <div> </div> <div>이 말을 들은 링은 크게 망설였다. 지금으로선 믿음이 흔들리고는 있다지만 이 옷은 바로 그에게서 받은 옷감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준 선물을 찢는다는 </div> <div>건 링에게 있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생각을 마친 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div> <div> </div> <div>"음.. 그래 소중한 옷인가 보구나. 그럼 잠시만 기다려줘" </div> <div>여인은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의 소매를 붙잡은 다음 최대한 힘을 주어 찢으려 했다. 아무래도 링의 옷을 찢으려 한데에는 옷이 해지느라 찢기 쉬웠기 때문인 것 같아 보였다. 잠시 후 여인은 자신의 옷 소매를 찢은 것으로 링의 왼쪽 발에 압박 붕대 식으로 감아 주었다. </div> <div> </div> <div>"한번 움직여볼래?" </div> <div> </div> <div>여인은 기본적인 응급처치를 끝냈고 링은 여인의 말에 따라 왼쪽 발을 천천히 움직여 보았다. 크게 삐었기에 여전히 아프긴 했지만 전 보다는 한참 나아졌기에 링은 고개를 끄덕이며 스스로의 힘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div> <div> </div> <div>"고맙습니다" </div> <div> </div> <div>일단 도움을 받았기에 링은 꾸벅 인사를 한 뒤 아웅에 올라타려 했다. 하지만 한쪽 발을 못 쓰는 이상 스스로의 힘으로 아웅에 올라타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div> <div> </div> <div>"날도 어두운데 오늘 밤은 내가 사는 곳에서 하룻밤 묵고 가는 게 어떨까?" </div> <div> </div> <div>여인은 아웅에 무리를 해서라도 올라타려는 링을 제지한 다음 이러한 제안을 해왔다. 사실 어찌보면 당연한 말이기도 했지만 이런 밤중에 숲속에서 만난 사람을 무조건 신뢰하지 않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링은 여전히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않았고 여인은 이를 인지하고 있는 듯 링을 안은 다음 들어올려 아웅에 태워줬다. </div> <div> </div> <div>"이러면 믿어줄 수 있을까?" </div> <div> </div> <div>"어...." </div> <div> </div> <div>"이렇게 어두운 밤에 돌아 다니느 건 위험해. 하늘을 날아 다니는 요괴도 많으니 말이야. 나를 믿지 않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이긴 하겠지만... 그래도 믿어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나도 개인적으론 하룻밤 정도는 같이 이야기 할 말동무가 있어줬으면 좋겠거든.." </div> <div> </div> <div>여인은 이렇게 말하며 링을 올려다 보았다. 링이 느끼기엔 여인의 실질적인 형체가 인간이던 요괴이던 간에 마음 만큼은 인간적인 것 같았다. 링은 끝끝내 풀지 않을 것 같았던 긴장을 푼 다음 여인의 말에 대한 대답 대신 살며시 웃음을 지어보였다. </div> <div> </div> <div><br>6</div> <div> </div> <div><br>여인은 자신의 이름을 무겐(夢幻)이라 소개했고 동굴 안에서 조각을 만드는 일을 주로 한다 했다. 링 또한 대략적인 자기소개를 마쳤고 이후 둘은 여인이 사는 곳으로 가기 까지 링과 여인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div> <div> </div> <div>"무겐님은 어쩌다 이런 곳에서 조각을 하게 됐나요?" </div> <div> </div> <div>"예전엔 이 숲 근방이 요괴가 자주 출몰하는 곳이어서 사람들이 지나가기를 꺼려했어. 그래서 요괴들을 어떻게 쫓아낼까 생각하다가 기괴한 모양의 조</div> <div>각상을 여기저기 만들고 아주 무서운 대요괴가 산다고 하면 다른 요괴들이 얼씬거리지 않을 것 같아서 해봤는데, 이게 효과가 제법 있더라구. 지금은 반은 취미로 하는 거긴 하지만 말이야" </div> <div> </div> <div>"그런가요? 그런데 사람 모양의 조각상만 있으면 그렇게 효과가 없을 것 같은데.. 괜찮으신가요?" </div> <div> </div> <div>"아... 몇몇개는 요괴 형상을 한 조각상들도 있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어" </div> <div> </div> <div>링은 제법 날카로운 지적을 했고 무겐은 그런 링의 말에 잠시 당황하나 했지만 괜찮다는 식으로 말했다. 링은 무겐의 조각상을 전부 본 것이 아니니 그러려니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div> <div> </div> <div>"그나저나 제법 요괴에 대해 잘 알고 있구나. 이... 아웅을 타고 온 것도 그렇고 너도 꽤나 대단한 아이 같은데, 그렇지 않니?" </div> <div> </div> <div>"....."</div> <div> </div> <div>평소 같았으면 자연스럽게 그의 자랑을 늘어놓았을 테지만 링은 입을 다문 채 조용히 생각을 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div> <div> </div> <div>"...곤란하면 굳이 대답해 주지 않아도 괜찮아" </div> <div> </div> <div>"...고맙습니다" </div> <div> </div> <div> </div> <div>그러는 사이 둘은 무겐이 사는 곳에 도착했다. </div> <div> </div> <div>"와..." </div> <div> </div> <div>큰 동굴이었다. 링은 입을 벌리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div> <div> </div> <div>"후훗, 이렇게 큰 동굴은 처음이니?" </div> <div> </div> <div>"...옛날 생각이 나서요" </div> <div> </div> <div>"....?"</div> <div> </div> <div>"아, 아무 것도 아니에요" </div> <div> </div> <div>링은 자신도 모르게 생각하고 있던 것을 그대로 말해버렸다가 급하게 얼버무렸다. 무겐은 링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얼버무리자 이내 고개를 돌린 다음 동굴 안으로 링과 아웅을 안내했다. 동굴 안에는 일정 간격 마다 촛불 무더기에 전부 불이 붙혀져 있어서 그다지 어둡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다.</div> <div> </div> <div>"조금 있으면 조각장이니까 코를 막는 게 좋을 거야. 돌 가루가 너무 많이 날리고 있거든" </div> <div> </div> <div>무겐의 말마따나 조금 더 앞으로 걸어가니 조각장이 나타났다. 조각장엔 이미 완성된 것 같은 조각상 몇개가 있었다. </div> <div> </div> <div>"저건 이 안에서 만든 건가요?" </div> <div> </div> <div>링은 코를 부여잡은 채로 질문했다. </div> <div> </div> <div>"응, 잘 안 보여서 그런지 좀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div> <div> </div> <div>무겐도 코를 부여잡은 채로 대답했다. </div> <div> </div> <div>그렇게 한참을 더 들어가고 나서야 침실이 나타났다. 침실은 동굴에 있는 것 치곤 제법 그럴싸한 모양을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또 신기한 것은 두번째 침대의 존재였는데 거의 혼자 산다고 말한 무겐이 두번째 침대를 가지고 있는 것은 링의 입장에선 당연히 물어볼 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div> <div> </div> <div>"아, 그건... 침대를 조각해본 거야. 내가 아까 말했잖아. 같이 하룻밤 정도는 이야기 할 상대가 있었으면 했다고 그런 의미에서 조각해 봤던 거야" </div> <div> </div> <div>그렇게 말하며 무겐은 침대를 덮고 있던 모포를 들추었다. 그 안엔 돌로 조각된 것 같은 침대의 몸체가 있었다. </div> <div> </div> <div>"아하, 그렇군요" </div> <div> </div> <div>링은 딱히 의심할 거리는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왼쪽 발을 조심스럽게 빼내 아웅에서 내렸다. 무겐은 링의 손을 잡아서 걸음에 도움을 주며 자신이 조각한 침대로 이끌었다. </div> <div> </div> <div>"...잠깐만! 여기서 잠시 기다리고 있어 줄래? 이럴 때를 위해서 벚꽃을 꿀에 절여놓은 게 있었는데... 차 좋아하니?"</div> <div> </div> <div>"네" </div> <div> </div> <div>"그럼 잠시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줄래? 차를 달여올게.." </div> <div> </div> <div>무겐은 그렇게 말하며 침대 근처 선반에서 찻잔을 두개 꺼내 급하게 차를 달이러 갔다. </div> <div> </div> <div>"....좋은 분 같지?" </div> <div> </div> <div>링은 잠시 동안 아무런 생각도 않고 멍하니 있다가 돌연 심심함을 느껴 아웅에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아웅은 어제완 다르게 링의 말에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있었다. </div> <div> </div> <div>"....미안해. 너도 피곤하겠구나"</div> <div> </div> <div>링은 침대에 드러누운 다음 동굴의 천장을 올려다 보며 생각에 잠겼다. 다양한 생각을 하긴 했지만 가장 많이 한 생각은 당연히 그에 관한 생각이었다. 내일 그를 만나서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이야기들을 꺼내면 그는 과연 어떠한 반응을 보일 것인가, 혹시 그런 생각을 품은 자신에게 실망하지는 않을까 다시금 여러 불안한 생각들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div> <div> </div> <div>링은 자신의 옷 소매를 확인해 보았다. 아까 전 땅바닥을 구르면서 적잖게 해졌기 때문에 빈말로도 좋다고 할 수 없었다. 링은 황급히 흙이 묻은 부분을 </div> <div>털며 옷매무새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동굴 저 편에서 부터 향긋한 냄새가 퍼져오기 시작했다. </div> <div> </div> <div>"차 가져왔어" </div> <div> </div> <div>무겐은 나무 쟁반에 찻잔 두개를 올린 채 가져왔다. 두개의 찻잔에선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향기의 근원이었다. </div> <div> </div> <div>"자"</div> <div> </div> <div>"고맙습니다" </div> <div> </div> <div>링은 무겐이 나눠준 찻잔을 받았다. 찻잔의 안을 들여다 보니 은은한 색깔의 찻물에 벚꽃잎이 떠 있었다. 코를 가까이 가져가 향기를 한번 맡으니 </div> <div>찻물의 색깔 만큼이나 은은한 향기가 코를 간질이는 게 여간 간지러운 것이 아니었다. 봄을 함축해 놓은 같은 모습과 향기에 링은 자연스레 입가에 미소를 띄었다. </div> <div> </div> <div>"맛도 꽤 좋아" </div> <div> </div> <div>그렇게 말하며 무겐은 차를 홀짝였다. 링도 그녀를 따라 우아하게 홀짝여 보려 했지만 적잖게 뜨거웠는지라 얼마가지 않아 그냥 있는 대로 편하게 마시</div> <div>기 시작했다. 무겐의 말 대로 벚꽃차는 제법 맛이 좋았다. 은은할 것 같은 기대와는 달리 꿀을 타서 런지 달작지근함에 벚꽃 향이 어우러져 단아한 맛을 내었다. </div> <div> </div> <div>따뜻한 차를 마셔서 그런지 몰라도 링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던 불안감에 관한 긴장 마저도 스르륵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링은 이 느낌이 나쁘지 않게 느껴져 계속 차를 홀짝였다. 그러면서 무겐은 여러가지 말들을 건넸고 링은 한껏 기분이 좋아진 상태에서 무겐과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div> <div> </div> <div>"혹시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 </div> <div> </div> <div>"네..? 맞아요. 어떻게 아셨어요?" </div> <div> </div> <div>기분이 좋아진 링은 쉽게 스스로의 마음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본인이 앞장서서 까발리는 것이 아닌, 질문의 대한 응답 형태의 수동적 방식이긴 했지만 점점 그 범위는 넓어지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에 대한 이야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div> <div> </div> <div>"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 너를 진심으로 여기고 있는 지가 궁금한 거구나" </div> <div> </div> <div>"네... 그런 거에요. 내일 아침에 그 사람에게 가서 한번 물어볼려구요.."</div> <div> </div> <div>"대단한데 꼬마 아가씨.." </div> <div> </div> <div>무겐은 찻잔에 남은 마지막 찻물을 마신 다음 찻잔을 내려놓았다. </div> <div> </div> <div>"그럼 일찍 자는 게 좋겠네. 한시라도 빨리 그 사람한테 가고 싶지?" </div> <div> </div> <div>"..맞아요. 그래야 겠어요" </div> <div> </div> <div>링은 이미 다 마시고 빈 찻잔을 무겐에게 건네주었다. 무겐은 빈 찻잔을 가져다 놓으러 침실을 떠났고 그 사이 링은 쏟아지는 잠에 몸을 맡긴 채 침대에 누웠다. 이내 링은 쥐 죽은 듯이 자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무겐이 찻잔을 가져다 놓고 침실로 돌아왔다. </div> <div> </div> <div>"......"</div> <div> </div> <div>침실로 돌아온 무겐은 전과는 사뭇 다른 눈빛으로 링을 바라보았다. 좀 더 사랑스러워 하는 눈빛으로, 하지만 그것은 마치 제일 맛있는 요리를 목전에 두고 있는 미식가와 같은 표정이었다. </div> <div> </div> <div>"....잘 자는구나" </div> <div> </div> <div>무겐은 그렇게 말하며 침실을 밝히고 있는 촛불의 불을 가벼운 숨결을 불어 꺼버렸다. </div> <div> </div> <div><br>7 </div> <div> </div> <div><br>링은 꿈을 꾸었다. 그의 앞에 서 있는 꿈을. 그는 언제나 그렇듯 고고한 눈빛으로 링을 내려다 보았고 링은 그를 선망의 뜻이 담긴 눈빛으로 올려다 보았다. 둘의 눈빛이 마주친지 얼마나 지났을까, 그는 돌연 등을 돌린 채 걸어가기 시작했고 그의 걸음걸이 마다 새겨진 발자국에는 벚꽃잎이 떨어져 있었다. 링은 그를 따라가기 위해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몸은 좀처럼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를 붙잡기 위해 소리를 쳐보려고도 했지만 성대 마저 굳어 닫힌 입술 사이로 쇳소리가 새어 나왔다.<br></div> <div>그렇게 링은 항상 보아왔던 그의 뒷모습이 점점 멀어져 가는 모습을 눈에 담았다. </div> <div> </div> <div>".....!!"</div> <div> </div> <div>드르르륵.. 드르르륵... </div> <div> </div> <div>링이 눈을 떠보니 천장이 움직이고 있었고 좀 더 자세히 상황을 파악하니 침대가 움직이고 있었다. 링은 침대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을 움직여 보려 했지</div> <div>만 꿈에서 처럼 몸이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 </div> <div> </div> <div>"어머, 깨어났구나" </div> <div> </div> <div>오른쪽 귀에서 무겐의 목소리가 가까이 들려왔다. 링은 고개를 돌리려 했지만 고개 마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div> <div> </div> <div>"힘들게 움직일 필요 없어" </div> <div> </div> <div>무겐은 부드러운 손길로 링의 고개를 자신이 있는 쪽으로 돌렸다. 이 때 링의 시야에 들어온 무겐은 어제와 똑같은 차림을 하고 있었지만 딱 한가지 </div> <div>차이점이 있다면 바로 크나큰 낫을 들고 있다는 것이었다. </div> <div> </div> <div>"아, 이건 그냥 의례용 도구라 생각해줘. 후후.. 무섭지만 비명도 못 지르고... 불쌍한 신세구나" </div> <div> </div> <div>무겐은 낫을 장난치듯 한 손으로 작게 휘둘렀다. 여성이 낫을 한 손으로 휘두르는 게 아예 불가능한 일이 아니긴 했지만 저 호리호리한 체구를 가진 여성이 휘두르는 것을 봤을 땐 당연히 요괴란 의심이 들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의심은 사실이었다. </div> <div> </div> <div>"인간들 틈에서 많이 살다 보니 인간들이 어떤 말들에 마음을 움직이는지 좀 알 것 같더라구. 넌 몸에서 요괴 냄새가 조금 나길래 다를 거라 생각했는</div> <div>데.. 뭐 너도 결국 인간이란 거겠지" </div> <div>무</div> <div>겐은 동굴을 나가는 동안 모든 사실들을 말했다. 자신은 귀녀라 불리는 요괴의 부류이고 약간의 환각 주술을 사용할 수 있다 했고 현재는 귀녀의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는 중이라 했다. 귀녀의 기술은 죽은 이의 혼을 진흙 인형에 담아 현세에 부활시켜 자신의 수족으로 부리는 것이라 했다. 하지만 무겐 본인은 그것에 만족하지 않고 살아있는 생명체를 인형에 담고자 했다. 링이 어제 숲에서 그리고 동굴에서 봐왔던 조각상들은 전부 실험의 실패작이었다고 했다. </div> <div> </div> <div>그리고 어제 황혼을 날던 링을 발견한 무겐은 환각 주술로 아웅을 홀려 떨어 뜨린 뒤 지금까지의 상황을 설계했다고 했다. 지금까지의 실험 소재는 성인이었기 때문에 조정에 무리가 있었지만 링 같은 아이를 소재로 사용한다면 분명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무겐은 자신만만하게 자신의 실험 소재인 링에게 기쁜 듯 설명했다. </div> <div> </div> <div>"네 덕분에 많은 걸 얻을 것 같아. 일단 저기 있는 저 말 같은 요괴는 앞으로 내가 타고 다니면 될 테고.. 그리고 무엇 보다 중요한 건 내 실험이 성공한다는 거겠지? 정말 고마워" </div> <div> </div> <div>라고 말하며 무겐은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켰다. 아무래도 지금 이 돌침대를 끌고 있는 것은 아웅인 것 같았다. </div> <div> </div> <div>링은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눈물이 흘러 내렸다. 예전에는 그가 자신을 구하러 올 것이란 걸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지만 이젠 그가 자신을 구하러 와줄 것이란 기대를 할 수가 없었다. 그가 자신이 이런 상황에 처해 있다는 걸 알 턱이 없었고 무엇 보다 그에 대한 믿음이 불완전 했다. </div> <div> </div> <div>죽음의 공포가 링을 덮쳤다.</div> <div> </div> <div>"인간은 말이지.. 흔히들 죽음을 앞에 두고 있을 때 자신의 마지막을 회상하기 마련이래. 마지막으로 봤던 풍경.. 마지막으로 했던 행동... 마지막으로 먹었던 음식... 마지막으로 봤던 사람.... 그래도 넌 운이 좋은 것 같아. 마지막으로 먹은 게 벚꽃차였으니 말야. 마비약을 좀 많이 탔을 뿐이지 내가 생각해도 그건 좀 잘 만든 청이었거든" </div> <div> </div> <div>그렇게 무겐이 혼자서 떠드는 사이 동굴 바깥에서 새어 나오는 빛이 링의 시야에 까지 닿기 시작했다. 링의 온 몸이 떨렸지만 그것은 말 뿐이었다. 요동치는 것이라곤 마음 뿐이었다. 겉으로 보이는 링의 모습은 눈물을 좀 흘렸다 뿐이지 그저 조용히 침대에 누워서 봄의 오침을 즐기는 어린아이와도 같았다. </div> <div> </div> <div>링의 머리 속에 여러가지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 중 가장 많이 생각이 난 것은 다름 아닌 그 였다. 링의 행복했던 기억은 그 로부터 시작했고 마지막 기억까지도 그로 장식 되어 있었다. </div> <div> </div> <div>돌침대가 바닥에 끌리는 소리가 멈췄다. 무겐은 웃음소리를 흘리며 링을 조심스럽게 안아 땅바닥에 내려놓은 뒤 돌침대를 덮고 있던 모포를 벗겼다. 드러난 돌침대의 진상은 바로 의식의 제단 같은 것으로 무겐은 한 손으로 제단의 뚜껑을 밀어서 치운 다음 그 안에 링을 안치시켰다. </div> <div> </div> <div>"마지막 순간이 다가오고 있어. 눈이라도 떠서 마지막 풍경을 조금이라도 감상하는 게 좋을 거야" </div> <div> </div> <div>무겐은 미리 준비해 놓은 의식의 소재들을 제단 안에 넣기 시작했다. </div> <div> </div> <div>링은 눈을 떠서 자신의 한정된 시야로 비치는, 마지막이 될 풍경을 보았다. 정말이지 봄이란 계절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진풍경이 링의 눈가를 더욱 촉촉하게 젖게 했다. 주변은 전부 만개해 있는 벚꽃나무들 뿐이었고 살랑살랑 부는 바람의 과녁을 따라 각자 다른 방향으로 나풀나풀 떨어지는 수많은 벚꽃잎들은 아름답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의 광경이었다.  </div> <div> </div> <div>링은 잠시나마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도 잊은 채 하염없이 떨어지는 벚꽃잎들을 보았다. 문득 이런 생각을 가져보기도 했다. 이런 장소에서 그와 함께 있는 다면... </div> <div> </div> <div>"자, 눈요기는 끝. 이젠 정말 마지막이야" </div> <div> </div> <div>의식의 제단에서 점점 물이 차올라 링은 목 언저리를 넘어서 까지 잠기고 말았다. 조그맣게 닫혀 있는 입의 사이로 물이 이따금씩 들어왔다. 링은 다시 한번 자신이 죽는다는 자각을 하게 됨과 동시에 살고 싶다는 소원을 간절히 빌었다. <br></div> <div>적어도, 그를 마지막으로 볼 수 있었으면 했다. 살기는 살되 그를 보기 위해서 살고 싶었다. </div> <div> </div> <div>스르릉 </div> <div> </div> <div>무겐이 낫을 들어올리는 소리가 들렸다. 링은 정말로 끝이 다가왔음을 느끼고 마음이 가는 대로 소원을 빌기 시작했다. </div> <div>이내 무겐의 낫이 링의 시야로 들어왔고 링은 질끈 눈을 감아버렸다. 그러는 와중에도 여전히 마음은 단 한가지의 소원을 하염없이 외쳤다. </div> <div> </div> <div><strong>그 순간, 벚꽃잎을 즈려밟는 듯한 가벼운 소리가 링의 귀를 감싸더니 이내 찢어 발기는 듯한 천둥 소리가 링의 귀를 깊숙히 파고들었다</strong>. </div> <div>링은 깜짝 놀라며 눈을 떴지만 당장 눈에 들어오는 것이라곤 아까와 같은 벚꽃이 흐드러진 봄의 정경이 전부였다.<br></div> <div>딱 한가지 다른 점이 있었다면 어디선가 강한 바람이라도 불었는지 벚꽃잎이 떨어지는 방향이 한 쪽으로 쏠려 있다는 것이었다. </div> <div> </div> <div>찰박 </div> <div> </div> <div>무언가가 물에 들어가는 소리가 들리더니 링의 몸이 붕 떠올랐다. 어깨 부근과 허벅지 부분에 감촉이 느껴지는 게 마치 누군가 떠받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링의 눈동자가 옆으로 굴러갔고 그 곳엔 링이 나타나 주기를 바래 마지않던 그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링이 상상했던 대로 자신에게 제대로 된 눈길 하나 주지 않은 채 고고한 표정을 간직하고 있었다. 대체 어떠한 일이 일어났길래 그가 자신의 앞에 나타났는지를 생각해 보았지만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던 링이 전후사정을 알 수는 없는 일이었다. 링은 결국 그 부분에 대해선 생각하기를 포기하고 그를 만났을 때 자신이 해야 할 말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br></div> <div>하지만 링의 입이 열리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div> <div> </div> <div>셋쇼마루는 적당히 그늘이 진 벚꽃나무 아래에 링을 조심스럽게 뉘였다. 그러고선 한쪽 무릎을 꿇은 뒤 링의 상태를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서 딱히 링을 어루만져 주는 일은 없었다. 눈길만으로 링의 상태를 파악한 셋쇼마루는 그제서야 손톱이 닿지 않게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링의 뺨을 쓸어주었다. </div> <div> </div> <div>"몸이 움직이지 않는구나. 걱정하지 말거라.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낫는 수준의 독이니 말이다"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링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가 지금 이렇게 눈 앞에서 자신의 뺨을 쓸어주고 있는데도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가 무척이나 안타까웠다. </div> <div> </div> <div>"구태여 움직이려고, 상황을 알려고 노력 할 필요 없다. 네가 움직일 수 있을 때 모든 것을 설명해 주도록 하마" </div> <div> </div> <div>그렇게 말하며 셋쇼마루는 링의 시야가 닿는 곳에 조용히 자리를 잡았다. </div> <div> </div> <div>"하고 싶은 말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다. 링, 나 또한 네게 많은 것을 물어보고 싶구나" </div> <div> </div> <div>"....."</div> <div> </div> <div>"지금 당장은 이것만 말해주고 싶구나"</div> <div> </div> <div>셋쇼마루는 자신의 손아귀에 떨어지는 벚꽃잎을 손바닥으로 받으려 했지만 자그마한 바람에 궤도가 틀어졌고 벚꽃잎은 손톱에 닿고 말았다. 셋쇼마루의 손톱에 닿은 벚꽃잎은 금새 보라색으로 물들었고 천천히 소멸해 버리고 말았다. 셋쇼마루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더니 이내 손을 천천히 주먹 쥐면서 자신의 품 속으로 감추었다.  </div> <div>"</div> <div>기나긴 계절의 순환 속에서 잠깐이나마 마주할 수 있는 아름다움... 쉽사리 손을 가져갈 수 없는 이 여린 꽃이파리들이 마치 너와 같다고 느껴지는구나....  너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거라. 너의 생명은 비단 너만의 것이 아니란 것을 알아두거라" </div> <div> </div> <div><br>8</div> <div> </div> <div> <br>봄이 지나고 여름이 다가왔다. 봄의 기운을 받았던 생명들은 더더욱 푸르름을 넓혀갔고 그에 따라 사람들의 텐션도 어느 정도 올라갔다. 그 중에서도 링은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아서인지 해가 직격으로 비추는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사방팔방 쏘다니면서 평소의 모습 보다도 더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었다. </div> <div> </div> <div>"링! 그렇게 뛰다간 넘어질 수도 있어!!"</div> <div> </div> <div>한창 밭일을 마치고 당장 저녁거리로 쓸 작물들을 지고 돌아가던 카고메는 먼저 뛰쳐나간 링을 보며 소리쳤다. </div> <div> </div> <div>"걱정 마세요!!" </div> <div> </div> <div>링은 오이를 비롯한 여러 채소들을 담은 광주리를 옆구리에 낀 채 오두막으로 달려갔다. 딱히 별다른 언질은 없었지만 순수한 느낌 만으로, 오늘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div> <div> </div> <div>"카에데님! 오늘은 안 왔나요?!" </div> <div> </div> <div>헐레벌떡 오두막 안으로 들어온 링은 광주리를 놓고선 바로 카에데 할멈의 옆으로 다가갔다. 저녁을 준비하고 있던 카에데 할멈은 끌끌 웃으며 한 손으로 방바닥 쪽을 가리켰다. 거기엔 잘 개어진 옷감들이 놓여 있었는데 그 선물을 준 사람이 누군지는 딱히 고민을 해볼 필요도 없었다. </div> <div>링은 한아름에 달려가 옷감들을 살펴보았다. </div> <div> </div> <div>"언제 다녀 가셨나요?"</div> <div> </div> <div>"너가 딱 밭일 하러 갔을 때 왔더구나" </div> <div> </div> <div>"특별한 말씀 같은 건 하신 적 없으신가요?" </div> <div> </div> <div>"이번에도 딱히 말 같은 건 하지 않았더구나. 아, 그 대신 네게 이런 걸 전해달라고 하긴 하더구나" </div> <div> </div> <div>카에데 할멈은 품 속에서 작은 나무 상자 같은 것을 꺼냈는데 나무 상자는 꽤나 고급스럽게 깎여 있었는데 대개 자신에게 쓸모있는 것을 선물해주는 셋쇼마루였기에 링은 대채 셋쇼마루님이 어떤 이유로 이런 것을 선물해 주었는지를 궁금히 여기며 뚜껑을 열어보았다.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링, 뭘 그렇게 웃고 있느냐" </div> <div> </div> <div>"아, 아무 것도 아니에요 헤헤" </div> <div> </div> <div>링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은 채 입꼬리만을 올리며 웃고 있었고 카에데 할멈은 링이 어째서 소리도 내지 않은 채 웃는 지가 궁금했는지 질문을 해왔지만 링은 그 이유를 감추고 싶어 했는지 그제서야 웃음소리를 내며 대강 얼버무렸다. </div> <div> </div> <div>"그건 그렇고 저녁 만드시는 거 도와드릴게요! 전 뭘 하면 되나요?" </div> <div> </div> <div>링은 작은 나무 상자의 뚜껑을 급하게 닫은 뒤 나무 상자를 바닥에 놓으며 카에데 할멈의 곁으로 다가갔다. 이상하게도 나무 상자의 옆에는 이미 지고 없어졌어야 할 벚꽃잎이 몇개 떨어져 있었다. </div> <div> </div> <div> </div> <div>----------------------------------</div> <div> </div> <div><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animation_391657" target="_blank">http://todayhumor.com/?animation_391657</a> </div> <div> </div> <div>이 글에서 말씀 드렸다시피 7월 4일 오후 10시 까지 이 팬픽 글을 못 올리면 제가 소장하고 있던 충사 10권을 전부 나눔한다고 했었죠. </div> <div>약속은 지켰으므로 충사는 여전히 제 집에서 머무를 수 있게 되었네요. </div> <div> </div> <div>어... 네가 뭔 그리 대단한 일을 했냐는 말을 들을 수도 있겠지만... 제가 좀 오유란 사이트에서 분란을 일으키고 난 뒤에는 한동안 거의 접속을 안 했습니다. 워낙 두부여서 그런 거 일일이 보면 글 쓰는데 방해가 될 것 같았거든요. </div> <div> </div> <div>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번에 쓴 팬픽은 많이 못 쓴 편입니다. 팬픽에 있어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인 캐릭터의 해석이 좀 엉망인 게 </div> <div>느껴졌고 개연성 부분도 어색하거든요. </div> <div> </div> <div>링은 원작 내에서도 충분히 셋쇼마루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셋쇼마루에 대한 믿음이 확고한 상태입니다. 이 부분은 </div> <div>제가 더 나은 묘사를 통해 납득을 시켜야 했지만 편의 상 생략해 버렸습니다. </div> <div> </div> <div>그리고 글 자체도 그다지 좋진 않을 것 같네요 (언제는 좋았냐마는) 지금 이 팬픽은 퇴고를 전혀 거치지 않은 채 방금  다 쓴 글을 바로 올린 것이기 </div> <div>때문에어느 정도의 문법적 오류나 이상한 전개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 점은 죄송하게도 양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div> <div> </div> <div>아, 참고로 저 강조한 부분은 셋쇼마루가 나타나서 폭쇄아를 발도하는 장면입니다. </div> <div> </div> <div>아무튼 전 항상 팬픽을 올릴 때 마다 이 말을 하곤 합니다. <strong>팬픽은 언제나 자기만족 이란 거,</strong> 물론 이번엔 자기만족 수준이나 될런지는 모르겠지만요. </div> <div> </div> <div>만에 하나 이 팬픽을 보신 분들에게는 미리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div> <div> </div> <div>그리고 이 글이 한동안은 제 오유 마지막글이 될 것 입니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저만의 이야기, 제 원래 꿈이었던 시나리오 작가 쪽을 향해서 </div> <div>나아가볼 생각입니다.  <br></div>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6/07/03 01:04:07  211.209.***.142  H한H.험버트  495363
    [2] 2016/07/03 02:19:45  119.70.***.81  몽매난망  67547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단,비공감수가 추천수의 1/3 초과시 해당없음)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

    번호 제 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557
    캐릭터 이름으로 끝말잇기 해보실 분? [83] 犬夜叉 17/01/24 23:57 86 2
    1556
    영상미 쩌는 오프닝 추천 좀 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5] 犬夜叉 17/01/23 23:49 51 4
    1555
    대강 써보는 각 애니메이션 제작사 느낌 [3] 犬夜叉 17/01/21 03:51 83 10
    1554
    이리스 후유미는 제대로 된 친구가 없을 것 같은 느낌 [1] 犬夜叉 17/01/20 21:22 57 4
    1553
    눈독 들이고 계신 피규어 있으신가요 犬夜叉 17/01/18 01:28 76 3
    1552
    단간론파3 어느 정도죠? [7] 犬夜叉 17/01/14 19:58 71 2
    1551
    초고교급 지름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feat. 약간의 여행 사진) [1] 犬夜叉 17/01/13 12:55 68 7
    1550
    최근에 주위에서 28사단 전역하신 분 계신가요 [9] 본인삭제금지 犬夜叉 16/12/12 18:30 74 1
    1549
    M.V.P 시상 및 후기 [4] 犬夜叉 16/09/12 21:15 91 11
    1548
    M.V.P 시작하겠습니다! [40] 犬夜叉 16/09/10 01:22 120 12
    1547
    메이플 코디 콘테스트 참가자 분들을 모십니다 [12] 본인삭제금지 犬夜叉 16/09/05 23:51 62 16
    1546
    메1게에서 코디 콘테스트 한다면 참여하실 분 계신가요 [9] 犬夜叉 16/09/03 00:30 44 11
    1544
    15만원 정도로 할 수 있는 바람직한 덕질이 뭐가 있을까요 [12] 본인삭제금지 犬夜叉 16/08/27 00:26 93 0
    1543
    컷 배분이나 연출이 인상적이었던 웹툰 추천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8] 본인삭제금지 犬夜叉 16/08/15 02:48 128 0
    1542
    허망하네요 [5] 犬夜叉 16/07/23 00:32 177 10
    [팬픽] 이누야샤 - 꽃 [1] 창작글 犬夜叉 16/07/03 00:22 32 2
    1540
    [뻘] 환멸감을 떨칠 수가 없네요 [9] 베오베금지본인삭제금지 犬夜叉 16/06/22 00:12 131 19
    1539
    선플을 위해 생긴 기능이 제 구실을 하고 있는 걸까요. [1] 犬夜叉 16/06/21 23:19 30 2
    1538
    이런 글을 안 쓰면 진도가 안 나가더라구요. [3] 베스트금지본인삭제금지 犬夜叉 16/06/20 21:47 67 2
    1537
    서울 가서 느꼈던 여러 감상들 [4] 犬夜叉 16/06/19 01:13 99 10
    1536
    각 애니메이션 시리즈와 연관이 깊은 가수 [10] 犬夜叉 16/06/16 23:53 91 4
    1535
    늑대와 향신료 오프닝은 정말 작품에 잘 맞는 노래인 것 같네요. [2] 犬夜叉 16/06/16 01:27 54 1
    1534
    나 : 라인하르트나 좀 해야지 [2] 犬夜叉 16/06/16 00:04 117 0
    1533
    장수 컨텐츠를 파시는 분이 부러워요 [7] 犬夜叉 16/06/13 01:54 116 1
    1532
    [스포 없음] 유희왕 극장판 후기 犬夜叉 16/06/12 14:07 72 2
    1531
    리퀘로 받았던 그림들을 전부 날려 먹었습니다 [5] 犬夜叉 16/06/10 02:18 89 5
    1530
    일본 애니메이션 중에서 개인적으로 신작이 나왔으면 하는 장르 [5] 犬夜叉 16/06/10 00:00 97 5
    1529
    트레이서로 한 판 승리할 때 마다 가끔씩 느끼는 겁니다만 犬夜叉 16/06/09 01:14 110 0
    1528
    잊혀진 이름 도나트란 퀘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2] 본인삭제금지 犬夜叉 16/06/09 00:29 31 0
    [1] [2] [3] [4] [5] [6] [7] [8] [9] [10] [다음10개▶]
    단축키 운영진에게 바란다(삭제요청/제안) 운영게 게시판신청 자료창고 보류 개인정보취급방침 청소년보호정책 모바일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