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 공무원 시험 보고 나온 27살 오징어예요. <div><br></div> <div>요 며칠 모르는 번호로 계속 전화가 왔었는데, 오늘 시험을 준비하느라 전화를 받지 못했습니다.</div> <div><br></div> <div>오늘 시험도 끝났고(성적 나름 잘 나왔는데, 조정점수 고려하면 작년 컷이랑 비슷하게 나올 거 같아요...헝...제발...)</div> <div><br></div> <div>점심도 먹고(버거가 사라지는 마술을 보여주지.) 기분 좋게 헌혈이나 하려고 헌혈의 집에서 대기하다가 전화를 받았쥬.</div> <div><br></div> <div>'안녕하세요. 대한적십자입니다. 김X님 맞으신가요?' 친절 돋는 여성분이더라고요.</div> <div><br></div> <div>속으로 '지금 헌혈의 집인데 뭐하러 전화하지? 그냥 부르면 되는 거 아닌감.' 이렇게 ???하고 있었어요.</div> <div><br></div> <div>'13년 4월달에 조혈모세포 기증에 동의하셨는데, 기억하시나요?' 그러시더라고요.</div> <div><br></div> <div>X 같은 이등병 생활 지나고 감사도 끝나고 신병위로외박 나왔다가 헌혈이나 하러 가야지하고 가서 </div> <div><br></div> <div>뭔가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후다닥 기증 서약을 했었드랬습니다.</div> <div><br></div> <div>당시 기억을 떠올리면서 속으로 '혹시, 혹시, 혹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div> <div><br></div> <div>조혈모세포 DB에 등록된 제 DNA랑 유사한 백혈병 환자가 있는데 제가 기증을 하겠다고 하면</div> <div><br></div> <div>약 2개월간(?전화로 들어서 정확한지는 모름) 이식 받을 준비를 하고 </div> <div><br></div> <div>제가 중간에 포기하지 않는다면 제가 몇 번 병원으로 가서 준비를 하고, 최종적으로 입원을 해서 기증을 하게 된대요.</div> <div><br></div> <div>환자는 제 조혈모 세포를 이식 받는다면 대단히 높은 확률로 완치하게 된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그러면서, 제가 중간에 포기를 하면 환자분은 몸도 망치고, 이식을 받지 못한다는 절망에 더 힘들어 한다고 하시면서</div> <div><br></div> <div>중간에 포기를 하려면 아예 지금 기증 못하겠다고 말하라고 힘을 줘서 말씀을 하시더라고요.</div> <div><br></div> <div>일단 기증을 하겠다고 말하니까, 미혼인 분들은 성인이라도 부모님 동의를 받아야 하니까 부모님 동의를 받고 나서 통화하자고 하시더라고요.</div> <div><br></div> <div>집에 와서 어머니께 시험 보고 왔다고 말씀드리고, 이러이러해서 오늘 기증 할 수 있냐고 묻길래 나는 기증하겠다고 했는데</div> <div><br></div> <div>부모님 동의가 필요하다고 하더라, 어머니는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물어봤죠.</div> <div><br></div> <div>모친께서 너무 쿨하게 '기증 서약도 네 마음대로 했으니 기증을 하든 말든 네 마음대로 하거라.'라고 하시대요. 헝...</div> <div><br></div> <div>즉석에서 전화해서 그 직원? 큐레이터? 분이랑 모친께서 통화를 하셨어요. </div> <div><br></div> <div>일단 오늘은 주말이라 자세한 거는 다음주 월요일부터 자세히 설명을 해주겠다고 하시더라고요.</div> <div><br></div> <div>지금 뭔가 기분이 묘합니다. 이게 두려움인지, 아니면 환자 하나를 살릴 수 있다는 알량한 정의감인지는 모르겠습니다.</div> <div><br></div> <div>일단 기증을 하겠다고 말을 뱉었으니, 남아일언 중천금이라고 끝까지 갈 생각입니다. </div> <div><br></div> <div>부디 끝까지 지금의 마음을 버리지 않게 되었으면 합니다.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