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95군번으로 육군병장을 만기제대했습니다. <div>논산훈련소 수료후 후반기교육으로 육군항공학교 항공병과를 졸업하고</div> <div>경기도에 있는 모항공부대 교육병으로 자대배치를 받았습니다.</div> <div><br></div> <div>항공병과 성적이 나쁘지 않았던 저는 항공운항병이 될거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지만</div> <div>생각하지도 않았던 교육병이 되고 실망감이 매우 컸었습니다.</div> <div>제가 근무했던 곳은 여러 헬리콥터 부대가 있던 곳으로</div> <div>이름의 성씨 가나다순으로 자대배치를 하는 구조였고 저는 운이 나쁘게도 마지막선에서 짤려</div> <div>항공관제실에 가지 못하게 된 것이었습니다.</div> <div><br></div> <div>어찌됐든 교육병으로 작전과에 소속된 이후 그야말로 개같은 저의 군생활이 시작됩니다.</div> <div>제 사수는 작전과의 최고 고참이었는데 교육장교와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div> <div>아니면 말년이라 그런건지 교육장교의 말을 더럽게도 안 들었습니다.</div> <div><br></div> <div>자대배치받은지 한달도 안된 저는 제대로 된 인수인계도 받지 못한 상태라</div> <div>여러 교육자료(훈련관련 매트릭스 작성 등등)를 작성하는데 익숙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div> <div>사수는 인수인계조차 해주지도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개같은 사수였죠.</div> <div>불행인지 다행인지 때리지도 않았습니다. 애초에 빨리 제대할 생각만 했지 부사수에 대한 관심따위는 없었던 인간이란 생각이 듭니다.</div> <div>교육자료는 작성해야 하는데 사수는 어디 짱박혀서 나오지는 않고</div> <div>그러다보니 결국 작전과내 다른 병과병들(운항병, 작전병 등등 모두 저의 고참)이 대신 교육병 일을 하게 되었고</div> <div>이게 저의 개같은 군생활의 시초가 됩니다.</div> <div>제 사수가 제대한 후 저는 정말 지독하게도 작전과 고참들로부터 갖은 구타와 욕설을 달고 살았습니다.</div> <div>작전과에 저의 바로 윗고참이 둘이었는데 저와 11개월 차이나는 동기고참이었습니다.</div> <div>이게 뭘 의미하냐면 이 고참 두명은 11개월 동안 작전과 막내로 지냈다는 얘기지요.</div> <div>얼마나 한이 많았겠습니까.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은 아닙니다. 거기다 제 사수가 했던 짓거리까지 합쳐졌으니</div> <div>그 분노와 복수심? 같은게 오롯이 저에게 향하게 된 것이겠죠.</div> <div>평일에는 그렇게 고참들에게 갈굼당하면서 교육자료 만들고 </div> <div>휴일이면 장교들이 복사해달라고 맡기고간 교본을 몇시간이고</div> <div>기계처럼 복사기에서 복사를 하면서 휴일을 보냈습니다. 휴일이 휴일이 아닌거죠.</div> <div>저는 수요일에 있었던 전투체육시간이 가장 좋았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좋아하는 축구를 할 수 있었으니까요.</div> <div>전 사실 이 때는 이런 군문화가 정상인줄 알았습니다. 이제 갓 20살 넘은 청년이 사회생활을 알면 얼마나 알고</div> <div>군대의 생리를 뭘 알 수 있었겠나요. 그냥 그게 정상적인 사병의 군생활인줄 알았습니다.</div> <div>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저에게 복사를 시키던 장교새키들 정말 개새키들이었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젠 이름도 얼굴도 기억조차 안납니다.</div> <div><br></div> <div>다행인지 또 다른 불행의 시작인지</div> <div>두달 뒤에 운항병고참의 후임이 들어옵니다. 제 항공병과 후배이기도 했죠.</div> <div>고참들간의 짬밥은 서로 차이가 나지 않는 구조여서</div> <div>이제 줄줄이 작전과에 제 후임이 들어오게 되는 상황이었죠.</div> <div>건국대 법대를 다니다 군에 왔다는 후임은 생긴 것도 그렇고 말투도 그렇고 선한 사람의 전형적인 스타일이었습니다.</div> <div>의지가지 없던 저에게는 정말 소중한 전우라고 생각됐고 실제로 트러블없이 잘 지냈습니다.</div> <div>하지만 제가 아무리 잘해준들 제 위 고참들은 이 후임마저도 갈구기 시작했습니다.</div> <div>다소 행동이 굼뜨고 눈치가 빠르지 않던 후임은 결국 그런 환경을 버티지 못하고</div> <div>작전과 생활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군기교육대까지 다녀오게 됩니다.</div> <div>하지만 정신적으로 이미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른 후임이 군기교육대 다녀온다고 달라질 수는 없었습니다.</div> <div>중대장과 운항장교는 결국 이 후임을 5분 대기조로 보내게 됩니다.</div> <div>저는 다시 혼자가 되었고 갈굼 대상이 2에서 1로 줄어든 작전과 고참들은 뭐가 억울한지 더 악랄하게 저를 갈구기 시작했죠.</div> <div>저는 참 운이 없는 놈이란 생각이 참 많이도 들었습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운항병, 작전병 등등 고참들이 제대할 시기가 다가오면서</div> <div>작전과에는 후임들이 계속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div> <div>그리고 제가 상병 5호봉 정도가 되면서 실권자가 된 후에 사건이 터지게 됩니다.</div> <div>저는 제 상식선에서 작전과 후임들에게 공평하게 역할을 배분해 주었고</div> <div>제가 당한 것처럼 후임들을 상대하지 않았습니다.</div> <div>그런데 인원이 많아지다보면 뺀질거리는 인물이 꼭 한 명은 있기 마련입니다.</div> <div>아직 제가 완전한 실권자는 아니었고 제 윗 선임의 후임 하나가 선임의 빽을 믿고 저에게 간간히 반항을 했습니다.</div> <div>어느 날 아침 오전 일과 시작 전에 작전과 후임들을 모아놓고 한 소리를 했습니다.</div> <div>그 뺀질이를 염두해두고 한 말이었죠.</div> <div>그런데 그게 못마땅했던지 그 뺀질이후임의 사수가 저를 작전과 후문으로 부르더군요.</div> <div>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제가 반박을 하자 제 머리를 주먹으로 치더군요.</div> <div>저는 반사적으로 맞주먹을 날렸고 그렇게 몇 분간 투닥거렸습니다.</div> <div>손목시계가 날라오고 군복은 헝클어지고 둘 다 싸움에 소질은 없는터라 누구 하나 넉다운이 안되는 상태가 지속됐고</div> <div>그 고참이 먼저 야 그만하자 라고 하더군요.</div> <div>그래서 저도 잡았던 멱살을 놓고 떨어진 시계를 찾아 손목에 차고 있는데</div> <div>담배를 건네더니 피라고 하더군요.</div> <div>그래서 담배 피면서 얘기를 하던데 솔직히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기억도 나질 않습니다.</div> <div>어쨌든 그렇게 그 사건은 지나갔고</div> <div>그 고참은 제대할 때 까지 저와 말 한마디 나누지 않고 작전과 일에도 거의 관여하지 않고 그렇게 제대를 했습니다.</div> <div>계속 짬밥을 먹다보니 저에게도 후임이 들어왔고 재밌게도 제가 다니는 대학교의 후배였습니다.</div> <div>덕분에 후임의 과동기 여학생과 펜팔도 하게 되었는데 절대 강요에 의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절대.</div> <div>저만의 생각일지 모르지만 정말 평범한 학교의 선후배처럼 저는 후임에게 할 일을 가르쳐줬고</div> <div>주기적으로 시행하는 2박 3일 일정의 항공사격을 나가기 전 날엔 같이 표적지도 만들면서</div> <div>훈련 나가는 걸 두려워하지 말아라. 그냥 야영하고 온다는 생각을 가져라 라고 얘기해 주었고</div> <div>항공사격장에 나가면 몇 몇 주어진 일만 하고 나면 교육병은 딱히 할 일이 없는터라</div> <div>- 교육병은 여러 교육이 실시 되기 이전에 자료를 만드는게 엄청난 스트레스지 교육이 시작되면 실제로 할 일은</div> <div>정비병들에 비해 많지가 않습니다.</div> <div>이런 저런 얘기하고 사진도 같이 찍고 그렇게 보냈었죠.</div> <div><br></div> <div>그리고 저는 쭈욱 민주적인 방법으로 작전과 후임들을 이끌었고</div> <div>제대 전날 작전과장이 작전과병 전부를 부대 밖의 외부 식당으로 불러 송별회까지 해주었습니다.</div> <div>이 전 고참들이 제대할 때는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나름 의미있는 송별회였죠.</div> <div>그렇게 저는 제대를 했습니다.</div> <div><br></div> <div>요즘 군대는 어떤지 모르겠습니다.</div> <div>많이 좋아졌다고 하는데 그래도 군대는 다시 가고 싶은 곳은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div> <div>아직도 가끔 행정착오로 재입대하는 꿈을 꿀 정도니까요.</div> <div><br></div> <div>독감조심하시고 연말연시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