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r></div> <div>조선왕조실록의 대단함은 역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들은 다들 아실겁니다.</div> <div>실록은 모든 왕에 대한 내용이 현재까지 잘 갖추어져 있는데,</div> <div>기존과는 조금 다른 이름이 존재하는 왕의 기록이 몇 개 있습니다.</div> <div><br></div> <div>선조수정실록</div> <div>현종개수실록</div> <div>숙종실록보궐정오</div> <div>경종수정실록</div> <div><br></div> <div><br></div> <div>일반 ㅇㅇ 실록, 혹은 ㅇㅇ군 일기라고 기록되어진 실록과 다르게,</div> <div>누가봐도 다시 수정되어져 쓰여진 실록이란 것이 짐작되는 실록들입니다.</div> <div><br></div> <div>이런 수정실록이 만들어진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합니다.</div> <div>실록은 왕이 살아있을 때 사관이 왕 옆에서 적은 기록(사초)을 토대로 왕이 죽은 후 편찬되어집니다.</div> <div><br></div> <div>이때 실록을 편찬하는데 가장 영향력을 많이 발휘되는 건 당대의 집권 세력인데,</div> <div>사건의 기록 자체는 사초를 기반하기에 왜곡되어질 여지가 별로 없더라도</div> <div>그것을 해석하는 것에 있어서는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당연히</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 집권세력의 입김이 가장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span></div> <div><br></div> <div><br></div> <div>선조실록의 경우 북인이,</div> <div>현종실록의 경우 남인이, </div> <div>숙종실록의 경우 노론이, </div> <div>경종실록의 경우 소론이 실록 편찬의 주체가 됩니다.</div> <div><br></div> <div>그런데 그 후 실권이 북인에서 서인으로, 남인에서 서인으로, 노론에서 소론으로, 다시 소론에서 노론으로 옮겨감에 따라</div> <div>새로운 집권 세력 입장에선 기존에 편찬된 실록 내용 중 상당수가 도저히 동의가 안 되는 눈엣가시처럼 느껴졌겠지요.</div> <div><br></div> <div>대표적인 예로 광해군 시대에 편찬된 선조실록의 경우 </div> <div>율곡 이이를 뇌물을 사양치 않을 정도로 염치가 없고 언사를 잘 꾸미며 자기 의견만 옳다고 하는 허명이 있는 인물이라 말하고, </div> <div>권율의 경우 겁도 많고 성품도 별로고 위엄도 없는데도 우연히 행주대첩에서 공을 올려 능력도 없이 원수라는 중임을 얻게 되었다는 식의</div> <div>지금 들어도 도무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 식의 내용이 많이 있습니다.</div> <div><br></div> <div>인조반정 후 서인이 집권하면서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이런 내용을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보게되고, 대북파 이외의 인물에겐 가차없는 평가를 내리는 선조실록을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당연히 실록을 없애버리고 싶었겠지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하지만 반정이후 대북을 모조리 쓸어버렸던 서인도 대북이 편찬한 선조 실록은 손도 대지 못했습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대신 새로운 실록을 하나 더 만들었고,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게 바로 조선왕조실록 최초의 수정실록입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수정실록이 가지는 의미는 이것입니다.</div> <div>비록 내 기준으로 도저히 마음에 안 드는 기록이 있더라도, 그것은 그것대로 인정하겠다.</div> <div>다만 우리는 또 다른 시각으로 본 내용이 있으니 우리 기록도 참고하고 비교하여 후대는 판단하라. 는 것입니다.</div> <div><br></div> <div>같은 인물, 같은 사건이라도 그것을 판단하는 기준을 어떤 방향에서 보았느냐에 따라 해석은 천차만별이 됩니다.</div> <div>아마 이번 국정교과서가 논란이 되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가 이 때문일 것입니다.</div> <div><br></div> <div>물론 국사 교과서와 왕조실록이 같은 위치일 수는 없습니다.</div> <div>하지만 과거의 일을 배우고 그것을 반면교사 삼아 현재에 더 옳바른 판단을 할 수 있게끔 하자는 그 목적 의식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div> <div><br></div> <div>수백년 전 우리의 선조는 본인이 보기 싫어하는 기록을 없애기보다는, </div> <div>서로 비교/판단할 수 있게 기존의 실록은 그대로 둔 채 새로운 시각의 실록을 만들어 후대의 우리가 두 가지 기록을 모두 볼 수 있게 하였습니다.</div> <div>당연히 현재의 우리는 더 넓은 시각으로 당시의 역사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요.</div> <div><br></div> <div>현대의 우리도 마음에 들지 않는 서술이라하여 모든 내용을 일률화하는 것 보다는, </div> <div>서로의 서술을 인정하고 무엇이 더 맞는 기록인지 개개인이 판단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옳바른 방법이 아닐까.. 감히 생각해 봅니다.</div> <div><br></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