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style="text-align: center">맑고 청명하여 나들이하기에 퍽 좋은 날씨였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전날, 혹은 오늘 새벽까지 이어진 게임의 피로였을까, 12시가 넘어 간신히 일어난 사내는 냉동해두었던 꽈배기 몇개로 주린 배를 채우고 집 앞 하천가로 산책을 나섰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여느때보다 사뭇 밝아보이는 아해들의 얼굴에서 사내는 무엇인가 깨달은 바가 있어 스마-트 폰의 화면을 켜 보았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가로지은 빗금을 사이에 두고 숫자 5가 나란히 서 있었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숫자도 짝이 있을진데, 사내는 21년간 혼자였을 씁쓸한 기억에 마지못한 채념의 한숨을 내쉴 뿐 이었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지나치지 않을정도로 센 바람이 기분좋게 뛰노는 아해들의 땀을 시원하게 식혀주었지만 홀로 벤치에 앉아 낮맥주를 한 캔 까고 있는 이 사내에게 이 바람은 그저 무수한 먼지를 날리는 한낮의 광풍이었을 터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햇살의 밝음과 아해들의 청아한 웃음소리가 사내의 위를 간질였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소싯적 이 장소에서 함께 뛰놀던 동무들은 어느새 저마다 군대로, 대학으로 떠나고 이 마을에 남은 사람은 학교를 때려친 자신밖에 없으리라는 생각에 이 사내, 속이 쓰라리고 목이 매웠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맥주의 탄산이나 알콜때문일 터다, 그렇게 생각하며 짧은 산책을 마치고 돌아서는 사내의 뒷모습은 차마 아해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성인의 몸뚱이에 갇혀버린 아해의 뒷모습이었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방으로 돌아온 사내는 게임이나 해볼까 하였으나 이내 그마저도 싫증을 내고는 밀린 애니를 재생했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이국의 목소리가 하천가에서 울리는 아해들의 웃음소리마냥 5.1채널을 타고 방안에 청아하게 울렸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21인치 와이드화면에서 HD화질로 재생되는 무수한 빛의 입자가 따갑게 사내의 눈을 쏘아댔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방 안에 반향되어 몇번이고 돌아오는 여성들의 웃음소리가 피부에 달라붙은 불길처럼 사내의 몸을 핥아댔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순간의 소름과 스페이스바.</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화면에서 눈을 땐 사내의 눈에 비친것은 반쯤 빈 담배갑과 작은 라이터. 무엇하나  온전하게 들어찬것이 없는, 일회용 쓰레기들의 집합이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려보면 이미 빼곡한 책장 다섯줄과 엉덩이 붙힐 자리가 없어 우선순위 밖으로 밀려난 만화책의 열 몇권 남짓한 무더기.</div> <div style="text-align: cente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싫증과 싫증과 싫증으로 가득찬 그의 가슴에서조차 밀려난 활기가 방 안의 콤콤한 냄새가 되어 떠돌뿐이었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흐림처리된 창문 너머에서는 부옇게 흩어진 단풍나무의 실루엣이 바람에 요란하게도 흔들렸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그때마다 성긴 그 실루엣 사이로 언뜻언뜻 비치는 햇빛은 사내의 뺨과 가슴팍과 명치와 팔뚝을 사정없이 후려쳤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사내는 문득 두 번 다시 없을 허기를 느꼈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그래서 만들어보았습니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두 번 다시 없을 허기를 맞이한 사내에게 추천하는 오늘의 대충요리.</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 <div style="text-align: center"><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405/1399280690vSWQWe7NAileROp737gsjq85VIi9la.jpg" width="600" height="800" alt="01.jpeg" style="border: none"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1. 베이컨 4줄, 양송이 두개, 작은 양파 반쪽을 예쁘게 썰썰썰 썰어줍니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사실 이번이 처음으로 시도하는 본격적인 요리라 어깨에 힘이 바짝 들어갔습니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405/1399280691nmdHvrkQEQZSGNO8kLYVhovC.jpg" width="800" height="600" alt="02.jpeg" style="border: none" id="image_0.7295697312802076"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2. 마늘 3알을 빻빻빻.</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과거 모 한식레스토랑에서 2달간 일을 했는데요, 어쩌다 불려간 주방에서 마늘을 썰 때는 반드시 꼬다리를 자르라는 팁을 배운적이 있습니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그리고 보관의 실패인지 하얗게 곰팡이가 붙었기 때문에 환부를 적절히 도려내고 빻았습니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405/1399280691Llp64uKZZg.jpg" width="600" height="800" alt="03.jpeg" style="border: none"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3. 식용유를 [적당히]두르고 [적당한]약불로 은근하게 달군 팬에 위의 재료들을 전부 투척.</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수분과 기름이 달궈진 쇠의 표면에 닿아 기분좋은 소리를 냅니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요리의 즐거움이란 이런곳에도 있는거군요.</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405/1399280691cRv9loRuTKuAn.jpg" width="600" height="800" alt="04.jpeg" style="border: none"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4. 까먹을뻔 했습니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냉동실에 예쁘게 까여 해동만을 기다리고 있는 새우친구들이 있었네요.</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손으로[적당량] 움켜쥐어 덜어냅니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참고로 본인손은 대한민국 여성평균 사이즈에 조금 못미치는 조막만한 손이니 이 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405/1399280692RhRIJUjOOgOOUiTfCnlf.jpg" width="600" height="800" alt="05.jpeg" style="border: none"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5. 딱딱하게 얼어붙은 상태로 갑작스런 열기를 만나자 새우들이 뜨겁다며 김을 폴폴 냅니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하지만 나와 나의 나무주걱에는 자비가 없징!!!! 휙휙휙 후드리챱챱 쉐낏해가며 볶습니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405/13992806922Hdj28TTXSrsVsJVeFkU1svI5fuuhZ.jpg" width="600" height="800" alt="06.jpeg" style="border: none"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6. 대망의 밥 투하. 양파와 버섯을 가열하면 나오는 물기가 다 쫄아버리기 전에 넣어줘야 합니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습니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405/1399280692PWvWLStCEZ4vDLHE3o4LL4o1gMQ6PQ.jpg" width="600" height="800" alt="07.jpeg" style="border: none"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7-1. 고대, 숲의 마술을 다루던 드루이드들의 비법을 전수받아 만들었다는 비장의 마법향신료.</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짜니까 조금만 뿌립니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405/1399280692uASvq2byoYinJ9tvYBqeYD.jpg" width="600" height="800" alt="08.jpeg" style="border: none"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7-2. 후추! 후추! 하고 딱 두번만 뿌렸습니다. 벌써 마나의 기운이 넘치네요!</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허브솔트인데 왜 후추! 후추! 하고 뿌렸냐 묻지는 마세요. 나도 모르니까.</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405/13992806939eECCvoLMX6VTORYXMxWB.jpg" width="800" height="600" alt="09.jpeg" style="border: none"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8-1. 마법의 힘으로 완성했습니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아이폰의 제멋대로 밝음 필터효과가 본래의 색을 많이 왜곡했지만 실제로는 무척이나 맛있어보였습니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405/13992806937hCSnf5OtU6Bf9Qvr3o1V3Oms.jpg" width="600" height="800" alt="10.jpeg" style="border: none"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8-2. 검고 탐스럽게 빛나는 양송이의 그것....!</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결과와 자아비판</div><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1. 존맛</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2. 마늘의 맛이 너무 강할까 염려하여 3알을 넣었지만 4개정도 넣어도 괜찮을듯.</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3. 베이컨을 썰 때는 같은 단백질 합성물이라고는 해도 손가락을 썰지는 말도록 하자.</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4. 나는 혹시 사진이나 글보다도 요리에 소질이 있는게 아닐까.....!</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5. 돈사의 안락함과 바다의 자유로움, 텃밭의 생명력이 고대 드루이드의 지혜에 얽혀 만들어내는 환상의 하모니. 미뢰가 춤을 추고 융털이 환호한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이상입니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저 진짜 요리에 소질있는거 아닐까요, 첫 요리가 존맛이라니..... ㄷㄷ;;</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