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이 많아서 평소에 공포영화도 잘 못 보고
새벽에 정적이 오면
귀신 볼까봐 내심 덜덜 떨기도 하는 소심한 청년입니다.
겁이 많아서 그런지 공포에 대해선 탁월한 감각이 있습니다.
공포스러운 순간이 오면
몸이 긴장상태에 돌입합니다.
근육이 제 마음대로 안 움직이고 뻣뻣해지고
오감이 곤두서서 작은소리도 다 들리고
먼지가 팔에 앉는것도 느끼게 됩니다.
우습게도 저는 자연계 학생으로
귀신과 영혼, 초능력은 믿지 않습니다.
머리로는 절대부정하지만
마음이 약해서 실제로는 덜덜 떠는 그런 사람인 거지요.
제가 겪은 단 하나의 공포 경험담을 쓸까합니다.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식은땀에 심장이 뛰고 눈을 감고 싶어집니다.
저는 산 밑 시골에서 자랐습니다.
판교가 지금은 부자동네 신도시가 됐지만
제가 어렸을때 분당은 논밭 이었습니다.
뱀은 기본이고 도마뱀, 매, 오소리, 두더지, 멧돼지 등
쉽게 보기는 힘든 동물들이 집 근처를 활보했을 정도로 청정구역이었습니다.
한번은 다람쥐가 실수로 새 둥지에 들어가서
새랑 다람쥐가 입체기동을 하면서 싸우는 진광경을 보기도 했습니다.
저는 어렸을때부터 고양이를 좋아해서
정말 많은 길괭이 산괭이 들이랑 친해졌습니다.
저희 집앞 빈 화분에는 언제나 일광욕중인 고양이들이 담겨있었죠.
제가 밖으로 나가면 대장 따르듯 졸졸졸 쫓아옵니다.
만져주면 갸르릉 거리고 놀이터에 모래목욕 시켜주러가서 소시지 소금기뺀거 던져주면 냉큼 줏어먹고 더 달라고 왱알댑니다.
그렇게 3년쯤 고양이들이랑 놀던때 였습니다.
하루는 밤 늦게 학원을 마치고
버스 정류장에서 집으로 가는길.
제 등뒤에서 오싹함이 느껴졌고
무엇인가 후다닥 제 앞으로 튀어 나옵니다.
단언컨데 근처에서 한번도 못보던
새하얀 고양이와
마찬가지로 전혀 본적없는
새까만 고양이가
서로 미친듯이 싸우고 있었습니다.
물고 뜯고 싸우는게 아니고
엄청나게 날렵하게 여기저기 쫓아다니면서
한쪽은 추격하고 한쪽은 반격하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횡단보도를 건너다말고 그 상황에 넋이 나갔습니다.
그런데 흰 고양이가 이겼는지
검은 고양이는 보이지 않고
흰 고양이가 저한테 터벅터벅 옵니다
저는 그때 돋았던 소름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저와 그 고양이는 눈이 마주쳤습니다
시간이 멈춘것 같이 한동안 서있었습니다.
갑자기 고양이는 고개를 돌려 산길로 올라갑니다.
뒤를 돌아서 절 보고 냐옹.
따라오라는 소린가?
제가 쫓아가다가 집방향이 아니라 머뭇거리자
다시 뒤를 돌아 냐옹.
저는 맹새컨데 과학을 신봉하는 이공계인으로서
어떠한 과장도 뻥도 섞지 않았습니다. 애초애 이런걸 안믿습니다.
사실은 믿고 싶으면서 안믿는다고 밑밥까는 정도가 아니라
저는 입증되지않는 근거없는 모든 현상을 전면 부정합니다.
고양이를 따라가자 철조망 같은게 나왔는데
사유지라서 저는 더 못따라갔습니다
고양이가 절 쳐다보다가 철조망을 넘습니다.
바로 그 순간
"꺄르르르르르륵!"
온 몸의 모공이 수축하고 털이 쭈뼛쭈뼛 섰습니다.
고양이 울음 소리가 애기.울음 소리랑 비슷한건 아시죠?
근데 그 목소리가 웃는다는 상상을 해보세요...
그런데 그렇게 얼어있는데
철장 넘어에서 아저씨 목소리가 들립니다.
어 고양이네. 아빠 손 잡아. 이리와 .
아 식겁했네 진짜 애기였잖아
저는 그리고 평소에 다니지 않던 길로 집으로 귀가했습니다.
그 다음날 평소에 제가 다니던 길에서
전날밤 흰고양이에게 쫓겨났던 검은 고양이가
차에 깔려 납닥하게 죽어있는걸 봤습니다.
산길에다 늦은시간이라 아무도 없어서
부자집 도련님들이 레이싱 같은걸 했나봅니다.
저희 동네 입구는 산에서 내려오는 차도입니다
차도가 산을 올라가서 고개넘어로 이어집니다.
주민들은 거의 대부분
인도가 없는 그 입구를 차도로 걸오 올라가다가 샛길로 빠져 계단을 탑니다
그날밤 저랑 같은 버스에서 내린 여자 아이가 거기서 차에 쳤습니다.
그래도 등이 있어서 큰 사고는 아니라 생명은 건졌는데
평소에 뛰어올라가던 제가 그날도 여자애보다 먼저 산길을 뛰어올라갔더라면?
아직도 저를.쳐다보던 고양이와 아이 웃음소리가 생각납니다.
다시 보지 못했고
그 후로도 차가 애완견을 치는 사고가있자 인도를 만들었는데
저는 그 길가에 검은 고양이 무덤을 하나 만들어 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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