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퇴근길에 슈퍼에 들러 우유를 사오기로 했는데 실패했다고 치자.</div> <div>여기에는 세가지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div> <div><br></div> <div><b>첫째는</b> 우유 사오기로 한 사실 자체를 망각하는 것이다.</div> <div>즉, 퇴근하면서 우유 사오기로 했었다는 정보 자체가 머리속에서 사라진 상태다.</div> <div>이 정도면 정보를 저장하는 능력에 문제가 있는 치매를 의심해야 하는 상태이며, 우유는 안사온 것이 아니라 못사온 것이다.</div> <div>그리고 우유를 사오는 것 정도가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회사업무를 어떻게 수행해야 할지를 걱정해야 하는 암담한 상태이다.</div> <div><br></div> <div><b>둘째는 </b>사오기로 한 대상을 망각한 경우이다.</div> <div>즉, 슈퍼에서 뭔가 사오기로 한 것은 기억했지만 막상 그것이 무엇인지는 기억하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이다.</div> <div>종종 일어나기도 하는 이것은 정보의 저장이 아닌 저장된 정보의 인출에서 실패한 상황인데, </div> <div>답답해 하다가 나중에 기억해 내고는 아쉬워 할 것이다.</div> <div>이것도 사실 충분히 흥미로운 현상이기는 하지만 </div> <div>이 문제는 메모하는 습관만 잘 가지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 정도로 하고 <span style="font-size:9pt;">여기서는 그냥</span><span style="font-size:9pt;"> 넘어가자.</span></div> <div><br></div> <div><b>셋째가</b> 바로 뭔가를 사와야 한다는 것을 깜빡하는 경우이다.</div> <div>즉, 어디에서 사야하는지 뭘 사야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머리속에 다 있는데 그 정보를 적합한 시점에서 꺼낼 생각을 못한 것이다.</div> <div>그러니 뭔가를 깜빡했다고 해서 그것을 기억력 자체의 문제로 간주할 필요는 없다.</div> <div>깜빡했다면 그것은 단지 해당 정보를 꺼낼 생각을 못했을 뿐이지 정보를 저장하고 인출하는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div> <div><br></div> <div>가지고 있는 인출가능한 기억을 적합한 때에 인출하여 실행할 생각을 못한 상태 즉, 깜빡하는 것을 주의력의 문제로 결부시킬수도 있다.</div> <div>즉, 기억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해당 기억을 의도적으로 의식하고 주의를 두는 능력이 부족해서</div> <div>해당 기억을 해당 시점에 인출하는데 실패하는 바람에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는 해석이다.</div> <div>일면 말이 되는것도 같지만 이것도 사실 충분한 답은 아니다.</div> <div><br></div> <div>물론 주의력이 출중해서 만사의 일에 다 주의를 두고 그 주의상태를 유지할수 있다면 깜빡하지는 않을 것이다.</div> <div>그러나 단언컨데 그럴수 있는 사람은 없다. </div> <div>한번에 주의할수 있는 대상의 양은 지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div> <div>사실 한가지 대상 만이라도 그에 대한 주의상태를 의식적으로 장시간 유지하는 것도 대단한 집중력을 요하는 엄청나게 피곤한 것이다.</div> <div>만약 우유를 이런 방식으로 안 까먹고 사오려고 한다면 그것은 대단히 소모적이면서도 비효율적이다.</div> <div>퇴근길에 우유하나 사자고 자신의 얼마 되지도 않는 소중한 주의력 자원중 일부를 일하는 내내 계속 할당해야 하니 말이다.</div> <div>그나마도 퇴근길의 일이기 망정이지, 내일이나 다음주의 일이라면 어떻게 되겠는가?</div> <div>또한 이것은 불안정한 방식이기도 하다.</div> <div>이런 방식대로라면 단 한순간이라도 방심해서 우유에 대한 주의력 끈을 놓치기라도 한다면 우유사기는 실패하기 때문이다.</div> <div><br></div> <div>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 상당부분은 대개 성공적으로 어렵지 않게 퇴근길에 우유를 사올수 있다.</div> <div>이것은 우리가 순전히 주의력에만 의존해서, 그러니까 우유에 대한 주의력 끈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퇴근길에 우유에 대한 기억을 인출할 생각을 하게 되지는 않음을 방증한다.</div> <div>깜빡하지 않게 하는데에는 (물론 주의력이 주요하겠지만) 분명 주의력 말고 또다른 무언가가 작용한다는 것이다.</div> <div>그리고 그것을 "<b>감시력"</b>이라고 부르겠다.</div> <div>우선 우리 뇌에 있는 두마리의 개를 가정해 본다.</div> <div>하나는 현재의 자기 상태에 집중하는데 힘을 쏟는<b> working dog</b>이고,</div> <div>또 다른 하나는 과거나 미래의 자기 상태를 수시로 살피는데 힘을 쏟는 <b>watch dog</b>이 되겠다.</div> <div>working dog의 수행능력을 주의력으로, watch dog의 수행능력을 감시력으로, 나아가 두마리 개 전체의 활동 능력을 "신경력"이라고 불러본다.</div> <div>현재의 자기 상태에 집중하는 working dog이 비교적 한정적이고 분명하고 한시적인 눈앞의 대상를 지속적으로 바라보며 일한다면</div> <div>과거와 미래의 자기 상태에 집중하는 watch dog은 비교적 광범위 하면고 막연하며 상태적인 대상들 중 하나씩을 간헐적으로 바라보며 일한다.</div> <div>watch dog이 하는 일은 지난주나 10분후 내일, 때로는 1년후의 자기 상태에 대해 이곳저곳 훑터보고 둘러보고 살펴보고 점검하며 탐색함으로써</div> <div>자신의 상태를 합목적적으로 이끄는데 뭔가 빼 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챙겨야 하는 것은 무었인지, 제대로 가고 있는지, 지나친 것은 아닌지등을 자연스럽게 인식시키고 각성시키는 식이다.</div> <div><br></div> <div><br></div> <div>----------</div> <div>이 감시력을 도입하면 어떻게 우리가 어렵지 않게 퇴근길에 우유에 대한 기억을 인출한 생각을 잊지 않고 해서 안전하게 우유를 사올수 있는지가 어느정도 설명이 된다.</div> <div>즉, 우리의 뇌는 깊은 상태든 얕은 상태든, 또는 넓은 상태든 좁은 상태든 항시 지금 당장의 자기의 상태에 신경을 쓰는 반면, </div> <div>일과중 상당부분 또는 대부분을 오늘 퇴근길에 슈퍼가서 우유를 사와야 한다는 계획을 잊고 있으며 그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div> <div>그런데 어떻게 퇴근할때 대부분은 우유를 사올수 있는가?</div> <div>물론 퇴근길에 우연히 슈퍼를 보게되어, 그것이 실마리가 되어 문득 다행히도 우유 생각이 나서 사올수도 있다.</div> <div>또는 누군가가 퇴근길에 해야 하는 일정은 없는지 물어볼 수 도 있다.</div> <div>그러나 그런 요행은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div> <div>퇴근길에 우유를 별탈없이 사오려면 우유라는 정보에 대한 주의력 점화가 외부에만 의존하지 않고 내부에서도 스스로 일어나야 할텐데</div> <div>그 일을 watch dog이 하는 것이다.</div> <div>그러니까 우리가 우유를 별탈없이 사올수 있는 것은 우리의 신경에서 watch dog이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이따금씩 우유에 대한 기억을 점화시켜 </div> <div>퇴근길에 우유를 사가야하는 자신의 상태를 각성시켜주기 때문이다.</div> <div><br></div> <div>결론적으로 깜빡깜빡 한다면 전체적인 신경력이 떨어져서일수도 있지만, 머리속에서 watch dog이 왠지 열심히 돌아다니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도 설명할수 있다.</div> <div>watch dog의 근무태만 또는 배고픔으로 현실에서의 필요치보다 덜 활동하면서, 자신의 미래상태에 대한 점검이 덜 자주 덜 깊게 일어나면서,</div> <div>미래상태를 위해 필요한 기억에 대한 주의접근에 구멍이 나면서, 결국 깜빡깜빡하는 일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div> <div>이럴 경우, watch dog만 조금더 열심히 돌아다니게 해서 미래의 자기 상태에 수시로 신경쓰게 한다면 깜빡깜빡하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div> <div>즉, 확보된 신경력 자원을 working dog에만 쓰지 말고, watching dog에 조금이라도 더 할당하면 깜빡깜빡하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div> <div>물론 이렇게 하면 그만큼 working dog이 먹을 밥이 줄어들면서 그만큼 현재의 자기상태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져 비효율적인 상태가 될수 있다.</div> <div>사실 현재의 자신의 상태에 집중하는데 쓰기에도 모자랄 만큼 항상 부족하고 귀한 것이 신경자원 아닌가?</div> <div>그러나 깜빡깜빡함으로 인한 피해가 비효율에 따른 손실에 비할바가 아닌 상태라고 한다면 충분히 watch dog을 훈련시킬 필요가 있다.</div> <div>어떻게? 이것은 의도적으로 의식적으로 되기는 쉽지 않겠지만</div> <div>자신의 상태를 조금이라도 불안정 상태로 받아들이이며 경각심 수치를 높이고, 그것을 마음속으로부터 받아들인다면 그렇게 유도될 것이다. </div> <div><br></div> <div>그러니까 자신의 상태를 마음속으로 불안정 상태로 받아들이며 긴장할수록 <span style="font-size:9pt;">watach dog은 조금이라도</span><span style="font-size:9pt;"> 열심히 돌아다니는 듯 하다.</span></div> <div>만약 내가 주말에 집에서 뒹굴고 있어서 내가 안정상태라고 생각하면,</div> <div>그런 자신의 미래상태에 대한 불안요인에 대한 탐색은 덜 자주 일어날 것이고 덜 깊게 일어날 것이다.</div> <div>그냥 방심하며 안심하며 평소의 루틴대로 행동하게 되고 지금의 현실에 자신의 주의력을 안심하고 충분히 집중하게 된다.</div> <div>그러나 내가 다음날 아침 비행기로 해외 출장을 나가 있는 상태라면 내가 불확실한 변수상태라고 생각하면</div> <div>그런 탐색은 더 자주 일어날 것이고 더 깊게 일어날 것이다.</div> <div>이런 경각심 수치가 높은 상태에서라면 그래서 한정된 신경력 자원에서 평소때 보다</div> <div>현재상태에 덜 집중하며 소비하고 대신에 더 많은 신경력 자원을 계획이나 변수에 대비하기 위한 미래상태에 쓰게 된다.</div> <div>자연스럽게 말이다. </div> <div><br></div> <div><br></div> <div>-----------</div> <div>사실 여기서 말하는 감시력이니 watch dog이니 하는 것은 흔히 말하는 "미래기억"과 상당히 비슷한 말이다.</div> <div>다만, 미래기억이라는 용어는 관념을 약간 혼동시키는 것은 아닌가 한다.</div> <div>왜냐하면 미래기억이라는 말은 그것이 일종의 기억인것처럼 받아들이게 하지만</div> <div>미래기억을 "미래의 자신의 상태나 계획을 떠올리거나 점검하는 능력"으로 간주한다면 </div> <div>그것은 기억과는 거의 관련이 없고 주의력과도 특별한 관련이 없다.</div> <div>미래기억은 자신의 미래상태에 대한 주의력 또는, 경계수치로 봐야 할것 같다.</div> <div>주의력이 좋더라도 경계수치가 낮아서 거의 주의력을 할당하지 않으면 미래기억능력은 낮고,</div> <div>주의력이 나쁘더라도 경계수치가 좋아서 많은 주의력을 할당하면 미래기억능력도 높을수 있다.</div> <div>다만, 주의력이 별로 안좋은 데 그에 비해 미래상태에 너무나 많은 주의력 자원을 할당한다면</div> <div>미래기억력을 좋을 지언정 현재상태에 대한 주의력이 떨어질 것이다.</div> <div>미래에 일어날 일에 너무 많이 걱정하고 신경쓰느라 현재 수행해야 하는일에 집중하지 못해 일을 망치는 것이다.</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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