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모든 것은 끝났다.</div> <div>수술이 실패로 끝난 것이다.</div> <div>그러니까 우리 딸아이는 이제 몇시간을 넘기기 어렵게 되었다.</div> <div>도무지 믿기지가 않는다.</div> <div>우리아이의 몸에 축적되어 있던 독,</div> <div>그 독이 급속히 온 몸으로 퍼지게 될 것이라고 의사는 말한다.</div> <div>한 두시간 정도는 평소와 다를바 없을 것이다.</div> <div>그러나 그 이후부터 우리아이는 서서히 어지럼증을 느끼게 될 것이다.</div> <div>그러다가 어느순간 지독한 통증이 시작되고 그렇게 삶을 끝낼 운명이다.</div> <div> </div> <div>나는 나머지 설명을 하고 있는 의사를 뒤로 하고 그냥 나와 버렸다.</div> <div>그리고 곧장 입원실에 있는 아이에게로 갔다.</div> <div>상황은 이렇게 복잡한데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div> <div>다만,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해야한다는 생각뿐이다.</div> <div>그렇게 마음먹으니 이상하리만큼 침착하고 담담해 진다.</div> <div><br></div> <div>정확한 상황을 알수 없을텐데도 우리아이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가 않다.</div> <div>수술이 힘들었었나 보다. </div> <div>어쩌면 수술결과를 대략 직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div> <div>거의 남지 않은 아이와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생각하다가</div> <div>아이에게 뭐 필요한 것이 없냐고 물어본다.</div> <div>아이는 아이패드가 보고 싶다고 말했다.</div> <div>싫다는 수술을 하는 대신에 수술 끝나면 아이패드를 실컷 보여주기로 했던 약속이 기억났다.</div> <div>눈 나빠진다고, 시간 아깝다고 어떻게든 못보게 했었던 그 아이패드 말이다.</div> <div>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그놈의 아이패드라도 실컷 보여줄껄 하는 생각이 든다.</div> <div><br></div> <div>아이패드를 손에 잡은 아이의 눈에는 그제서야 살짝 웃음이 보인다.</div> <div>혹시나 내가 아이패드를 안 보여줄까봐 조마조마했엇던 눈치다.</div> <div>아이는 늘 하던데로 나보고 옆에서 자기랑 같이 보자고 한다.</div> <div>그리고 아이는 자기가 보고 싶은 영상을 찾아서 보기 시작한다.</div> <div>나는 그냥 옆에서 그것들을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을 뿐이다.</div> <div><br></div> <div>한참을 보던 아이는 이윽고 어지럽다며 옆으로 누워서 보겠다고 한다.</div> <div>마음이 철렁하지만 태연한 척 그러라고 한다.</div> <div>그렇게 나는 뒤에서 아이를 살짝 안은채로 같이 본다.</div> <div>이런 순간에도 아이는 너무나 포근하고 향긋하다.</div> <div>너무 편해서 어이 없게도 살짝 졸음이 올 지경이다.</div> <div><br></div> <div>아이가 힘들다며 이제 그만 보겠다고 한다.</div> <div>사실 아이패드를 보는 아이의 표정이 아까부터 조금씩 무거워지고 있었엇다. </div> <div>이제 아이와 나는 침대에 나란히 누워 같은 천장을 바라보고 있다.</div> <div>그렇게 있다가 나는 가까스로 아이에게 아빠 사랑하냐고 물어본다. </div> <div>그러자 아이는 나랑 이렇게 가만히 누워 있으니까 참 좋다고 대답한다. </div> <div>그리고 그제서야 아이는 머리와 가슴이 조금 아프다고 한다.</div> <div>나는 많이 아프면 의사가 진통제를 처방할테니 걱정 말라고 거짓말을 했다.</div> <div><br></div> <div>조금씩 끙끙거리던 아이는 이제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한다.</div> <div>아이는 아파서 몸부림을 치며 엉엉 울기 시작했고, 나는 그런 아이를 부여잡았다.</div> <div>그렇게 아이의 온 몸은 빰 범벅이 되었고, 통증은 점점더 심해져 가는듯 하다.</div> <div>나는 한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의사를 불렀다.</div> <div>그러자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의사는 아이에게 다가와서는 준비된 주사를 처방한다.</div> <div><br></div> <div>그렇게 통증을 호소하던 아이는 얼마안가<span style="font-size:9pt;"> </span><span style="font-size:9pt;">훌쩍이며 촛점없는 눈으로 나를 처다본다.</span></div> <div>통증이 줄어들면서 이제 마지막이 될 졸음이 시작되는 모양이다.</div> <div>나는 품어안은 아이를 바라보며, 아기 때나 들려주던 자장가를 천천히 불러준다.</div> <div>그러자 아이는 나에게 희미한 미소를 보이다가 그렇게 잠에든다.</div> <div><br></div> <div>그제서야 나는 참았던 눈물이 나왔다.</div> <div>눈물이 주체할수 없을 만큼 아예 펑펑 쏟아진다.</div> <div>그리고 나는 문득 눈에 눈물 범벅이 된 채로 잠에서 깻다.</div> <div>나는 그 끔찍하게 슬픔 꿈에 황망하여 마음이 잘 추스려지지도 않는데</div> <div>아이는 내 옆에서 침을 흘리며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다.</div> <div><br></div> <div><br></div> <div>----</div> <div>한번씩 이렇게 고약한 꿈을 꾸네요.</div> <div>여운이 가시지를 않아서 이렇게 글로 정리해봅니다.</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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