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class="viewContent" style="padding:50px 10px;margin-bottom:10px;border:1px dotted rgb(204,204,204);"><span>근혜군 2년 <br><br>폭정을 일삼던 왕의 횡포가 하늘을 찌르고 <br>알수없는 역병마저 온 조선천하를 맴도니 <br>민심이 흉흉하고 조정의 분위기마저 어수선하였다 <br><br>옛 아비의 피묻은 손가락을 기억하던 근혜군은 <br>이또한 그냥 지나가리라 생각하였으나 <br>이러한 일이 한두번 있던게 아니였던지라 <br>성난 백성들의 마음을 달래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였다 <br><br>연일 지방 영주들의 상소문이 올라오고 <br>뜻있는 유생들의 진심어린 호소가 들려왔다<br><br>"전하. 역병이 창궐한 지역부터 돌보심이 옳은줄 아뢰옵니다. 백성들이 나날이 죽어가고 있고, 역병에 대한 두려움때문에 기본적인 생산활동도 하지 않는다고 하오니 나라의 근간이 무너지고 있사옵나이다. 통촉하여주시옵소서." <br><br>충신이라 불릴만한 사람들이 근혜군 주변에 많았으나 <br>근혜군은 복잡한 국정따위는 관심에 두지 아니하였다<br><br>"전하, 역병은 생각보다 크지 않사옵니다 <br>그보다 오늘 연회의 규모를 조금 더 키워서 우리 조정의 위세를 천하에 알리는게 어떠신지요." <br><br>"그대의 말이 옳다. 백성들의 아픔이야 그저 시간이 치료해줄 것이 아닌가. 우리가 건재함을 보여주고 아무렇지도 않게 생활한다면 그것이 곧 국가의 복이 아니겠는가."<br><br>"역시 영명하신 전하십니다<br>단 하루에 천년의 쾌락을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하겠나이다."<br><br>충신의 수는 많지 않았고<br>그 알량한 혀만 믿고 사는 간신의 수가 훨씬 많았기에<br>조정은 연일 연회와 춤사위로 흥이 가실 날이 없었다<br><br>근혜군은 쓰디쓴 상소문과 충신들의 말 보다는<br>달콤하게 귀에 달라붙는 간신들의 말이 좋았다<br>그러한 근혜군의 성품을 일찍이 파악한 대신들은<br>더 한 보물과 칭찬으로 근혜군의 눈과 귀를 홀리고는<br>조정을 자기들 마음대로 주무르는 지경까지 이르렀다<br><br>"왕은 이미 내손안에 있다. 내가 곧 왕이란 말이다!"<br><br>이미 왕의 권위는 하락하고<br>이빨을 날카로이한 승냥이떼들만 득실거리는 조정이기에<br>조선의 앞날은 매우 어두워 보였다<br><br>"조정이 못한다면 우리가 나서야 하오<br>조정에 충신은 없소, 충견만 있을뿐이오."<br> <br>영웅은 난세에 나타난다고 했던가. <br>왕의 무능함 덕에 각지의 인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br>애초에 빛을 발하던 그들이었으나<br>나라의 혼란 속에 능력을 발휘하는 그 모습이란<br>실로 성군이라 불리던 세종에 견줄만 하였다<br><br>그러나 간신들의 눈에는<br>그러한 충신들의 모습이 좋게 보일리 없었다<br><br>"왕이 명하기도 전에 허위사실을 퍼트리고<br>백성들의 불안을 가중케 하였으니 저들이야 말로 간신이다."<br><br>역병으로 백성이 죽어가고<br>아픔에 시름 겨워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뒷전이고<br>그저 충신이 눈꼴시려웠던 간신들은<br>충신들 허물잡기에만 급급하였다<br><br>그러하기를 며칠째,<br>역병이 생각보다 심해지고 죽어가는 백성이 점점 더 늘어남에 따라 상황의 심각함을 깨달은 근혜군이 일렀다<br><br>"조정은 무얼하였기에 이렇게 무능하단 말이오<br>최고 책임자를 벌하겠소."<br><br>조정 탓을 하는 근혜군은<br>자기 자신이 조정 그 자체임을 깨닫지 못하였다<br> <br>"전하, 이것은 역병이오나 역병이 아니옵니다"<br><br>그때 최고위 간신이 근혜군에게 이르는데,<br>그 내용이 가히 놀랍지 아니할 수 없다.<br><br>"역병은 맞사오나, 이러한 상황 그대로를 백성들에게 알린다면 그것은 우리 조정의 무능함을 인정하는 것이옵고, 전하를 못마땅히 여기는 무리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될것이옵니다."<br><br>"역시 내게는 그대밖에 없군 무성대감.<br>그렇다면 어찌하면 좋겠는가?"<br><br>"역병의 위중함 보다는 그 역병을 퍼트린 환자에게 죄를 묻사옵고, 역병이 퍼진 지역 영주의 무능함을 탓하시옵소서. 전하는 조선 최고의 성군이자 명군이신데 간절히 바라오면 온 우주가 도와주지 않겠사옵니까.<br>그러한 사실을 백성들에게 알리기위해 전하가 직접 어의와 함께 의료원을 방문하시는것도 좋은 방법이지요."<br><br>"...그러다 짐이 역병에 걸리는게 아니겠는가?"<br><br>"무에 문제가 있겠습니까<br>전하가 들르실 곳은 역병이 생긴 의료원이 아닌<br>그저 명분으로 쓰일 의료원이옵니다<br>무지몽매한 백성들은 그것만으로도 전하를 떠받들겠지요."<br><br>무성대감의 흡족한 답변을 들은 근혜군은<br>다음날 의료원을 찾아가 노고를 치하하였고<br>밤에는 성대한 연회를 열어 역병에 대한 걱정을 잊었다<br><br>조선의 국운이<br>뿌리부터 흔들리고 있었다<br><br>근혜군 2년, 심상치 아니하다. </span></div> <div><br></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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