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에는 5학년때의 내가 되는 꿈을 꿨다.<br>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초등학교 교실이었다. 수업을 듣다가 잠깐 졸았나보다.<br>그런데 나한테 기억이 모두 남아있었다. 원래의 나는 25살, 대학교 4학년. <br>미래가 갑갑한 나이에서 아무 걱정 없는, 숫자로는 몇살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초등학교 5학년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깨닫자 너무 기뻤다.<br>물론 그 기쁨은 교실 밖으로 채 발을 내딛지도 못하고 깨는 바람에 바로 끝나버렸지만.<br><br>오늘은 내가 아닌, 나와는 어떠한 관계도 없는 고등학교 여학생이 되는 꿈을 꿨다. (참고로 나는 남자다)<br>정신이 드니 언덕을 올라가는 버스 안이었는데, 꼭대기의 정거장에 도착했는데도 멍하니 있자 내 친구(로 추측되는) 아이들이 <br>나를 툭 치면서 내리자고 했다. 내려서 다른 아이들은 모두 집에 가는데 나는 갈 수가 없었다. 집이 어딘지 몰라서.<br>가방과 지갑을 열심히 찾아보았지만 나오는 건 비가 내리는 영어시험지 뿐. 지지리도 영어를 못했구나. 나는 잘하는데. 앞으로 살아가게 되면<br>영어 걱정은 없겠네. 이런 생각이 들어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br>뭐 그건 둘째치고, 집주소를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세상에 어느 누가 자기 집주소를 적은 종이를 들고다닌단 말인가? 그것도 학생이?<br>집에 전화해볼까? 어떤 번호가 집 번호인지 모르는 것은 둘째치고 전화해서 뭐라고 해야하나? 집 주소를 잊어먹었어요? 그게 말이나 되는가?<br><br>한참을 정류장에 멍하니 있으니 어떤 중년의 여성분이 와서 뭐라고 말하면서 나를 데려갔다. 내(이 학생의) 어머니같기는 한데 말투가 뭐랄까.. <br>별 걱정이 되진 않았나보다. 집이라는 곳에 들어가니 아주 넓었다. 뜬금없게도 문 옆에 40.5평이라고 써있던데, 그렇게 큰 곳을 본적도 없는 나로서는<br>아, 이렇게 큰 집정도는 되어야 40평이라고 하는구나, 이런 생각밖에 안 들었다. <br>집에 들어가니 남동생 두 명이 서로 싸우고 있었다. 나한테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내가 바뀐게 전혀 어색하지 않은지, 집안 자체가 애초에 서로에게<br>관심이 없는건지..<br>어떻게 내 방을 찾아 들어가서 누웠다. 밥먹으라고 나오는 소리도, 먼저 집에 돌아온 제일 큰 동생이 하는 말과 아버지가 하는 말도<br>모두 적당히 얼버무리고 그냥 그렇게 누워있었다. 이제부터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걸까?<br><br>기억에 남을만한 중요한 부분은 여기까지였다. 그 이후에는 평소의 뜬금없는 꿈으로 돌아가서, 며칠 못 견디고 집을 나와서 군대에 입대했다가<br>바다를 헤엄쳐서 집으로 가다가 물고기에 잡힌 새를 구해주고 팀을 결성해 해적질을 하는 그런 괴상한 이야기밖에 없다.<br><br>잠에서 깼을 때, 요 며칠간 꾼 꿈에 대해 몇번 곱씹어보았다.<br>아무래도 현실이 힘들고, 답답하고, 미래가 무서워서 다른 어딘가로 도망치고 싶은가 보다.<br>지금의 기억을 가지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그런 곳으로.<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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