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face="궁서"> 출처 : 친구</font> <div><font face="궁서"> 가볍게 글 남기고 가려 했으나, 이야기의 시대가 진지한 때 인지라 궁서체로 쓰겠습니다.</font></div> <div> </div> <div> <font face="궁서">오늘 남길 이야기는 친구의 아버님께서 겪으신 이야기입니다. </font></div> <div><font face="궁서"> </font></div> <div><font face="궁서"> 실화, 소설을 떠나서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합니다.</font></div> <div><font face="궁서"><br></font></div> <div><font face="궁서"> 때는 유월 민주항쟁 넉달전인 1987년 2월, 당시 밖에 내놓은 물사발이 얼어티질 정도로</font></div> <div><font face="궁서">추운 날씨에 겪은 일이라고 합니다.(지난 글도 겨울날에 일어난 일이었는데,, 겨울에 태어나서 그런지 겨울 이야기에 인연이 많은가 봅니다.)</font></div> <div><font face="궁서"> </font></div> <div><font face="궁서"> 당시 친구 아버님은 광산에서 일하시다 건강이 나빠지셔서 강원도 횡성에 있는 부모님댁에 내려와</font></div> <div><font face="궁서">요양도 할 겸양친을 모시고 농사를 지으며 살고 계셨다고 합니다.</font></div> <div><font face="궁서"> </font></div> <div><font face="궁서"> 이 동네가 정말 조용한 동네였다는데 그도 그럴것이 이웃집이라고 해봐야 앞집 어른 내외, 뒷집 어른 내외,</font></div> <div><font face="궁서"> </font></div> <div><font face="궁서"> 총각하나, 그 옆집 춘천댁 부부뿐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꽤나 깊은 기슭에 있는 곳이라 읍내라도 나가려면</font></div> <div><font face="궁서">고개 하나 넘고 산허리를 둘러 바쁜걸음으로 한 시간 반~ 두 시간 가량 걸렸다고 합니다.</font></div> <div><font face="궁서"> </font></div> <div><font face="궁서"> 추운 날이 계속 되다가 조금 훈훈한 기운이 도는 그런날이 있었는데, 당시에 한 두해정도 작물이 잘 자라지 않아</font></div> <div><font face="궁서">사람 먹을거리는 있는데 가축 먹일것이 부족해 친구 아버님이 나무 껍질이라도 벗겨 뜨끈한 쇠죽이라도 끓여주자</font></div> <div><span style="font-family:'궁서';font-size:9pt;line-height:1.5;">싶어 쌓인 눈을 걷어내고 정오가 조금 넘어서 뒷산에 올랐답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궁서';font-size:9pt;line-height:1.5;"> </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궁서';font-size:9pt;line-height:1.5;"> 나무 껍질을 벗기다 커다란 칡 뿌리를 발견하시고는 이게 왠 횡재냐 싶어 칡 뿌리를 캐시는데 이 놈이 얼마나 굵고</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궁서';font-size:9pt;line-height:1.5;">실한지 캐도 캐도 계속 나오더랍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궁서';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궁서';font-size:9pt;line-height:1.5;"> 쌓여있는 눈을 치우고 칡을 캐셔야했기에 많이 피곤하셨는지 산 중턱에 허름하게 지어놓은 오두막에서 한 숨 주무셨답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궁서';font-size:9pt;line-height:1.5;"> 그러다 꿈을 꿨는데 아내가 다리를 심하게 다쳐 지게에 지고 급히 산을 내려가는데 뒤에서 시커먼 저승사자가 스스스스스</span></div> <div><font face="궁서">하면서 쫓아오더랍니다. 이놈이 필시 아내를 노린다 싶어 "안된다 이놈!!! 저리 꺼져라! 내 마누라는 안된다 이놈!" 하면서</font></div> <div><font face="궁서">산길을 마구 뛰어내려가던 도중에 길이 험하여 평소에는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오솔길이 보이길래 그리로 냅다 뛰어 내려갔답니다.</font></div> <div><font face="궁서">마구 뛰어 내려가는데 문득 뒤를보니 저승사자가 온데간데 없어 안심하던 찰나 다리가 시큰하더니 고꾸라졌답니다.</font></div> <div><br></div> <div><font face="궁서"> 무슨일인고 하니 저승사자가 쇠스랑으로 다리를 후려쳐 다리가 90도로 꺾여서 펄떡 펄떡 뛰고 있었답니다.</font></div> <div><font face="궁서"> 그 와중에 아내가 무사한가 싶어 보니 저승사자놈이 아내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질질 끌고가는걸 보고 </font></div> <div><font face="궁서">화들짝 놀라 잠에서 깼고 기분이 심히 나빠져 내려갈 채비를 하셨답니다.</font></div> <div><span style="font-family:'궁서';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궁서';font-size:9pt;line-height:1.5;"> 겨울이고 산중이었기에 안그래도 짧은 해가 더 빨리 저물어 어둑어둑해지고 눈발이 날리기 시작해 지게를 짋어 지고</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궁서';font-size:9pt;line-height:1.5;">바쁜걸음으로 내려오셨답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궁서';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궁서';font-size:9pt;line-height:1.5;"> 그런데 이게 왠일 싸리문을 열고 마당에 들어서니 어머님이 아이고 아이고 이를 어쩌냐 하시는 소리가 들리는게 아니겠어요?</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궁서';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font face="궁서"> 아뿔싸, 필시 무슨 일이 있구나싶어 방으로 뛰어 들어가니 친구 어머님이 다리에 제법 큰 상처를 입고 누워 있었</font></div> <div><font face="궁서">다고 합니다. 당시에 친구 어머님은 친구의 누나를 잉태중이었는데 소일을 하느라 잠깐 소우리를 열어놓았고 배곯은</font></div> <div><font face="궁서">송아지가 친구 어머님 방향으로 뛰어나와 부딪히니 행여나 아이가 다칠까 배를 감싸다 그만 마당에 세워두었던 쇠스랑에 상처를 입으셨던</font></div> <div><font face="궁서">겁니다. 상태를 보니 열이 펄펄나고 끙끙 앓으시는데 잘못될까 겁이 덜컥 났더랍니다.<br><br></font></div> <div><font face="궁서"> 공교롭게도 집이며 이웃집에도 전화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다 아내를 데리고 둘이 읍내로 가자니 눈 때문에 잘못하면 둘 다</font></div> <div><font face="궁서">불귀의 객이 될 수도 있겠다 싶어 뒷집 총각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흔쾌히 동행을 허락했다고 합니다.</font></div> <div><font face="궁서"> 셋이서 산을 내려가는데 어째 가면 갈수록 눈발이 거세지더랍니다.</font></div> <div><font face="궁서"> 내려가는 도중에 멧돼지 한마리가 튀어 나왔는데 이놈이 굶주렸는지 뒷발을 슥슥 그으며 노려 보더랍니다.</font></div> <div><font face="궁서"> 두 분이서 놈의 눈을 쳐다보면서 서서히 뒤로 가는데 옆쪽에 길이 험해 잘 다니지 않는 오솔길이 보였고,</font></div> <div><font face="궁서"> 뒷집 총각이 </font></div> <div><font face="궁서"> "형님, 형수님은 살려야지요. 거 무사히 내려가서 만납시다."</font></div> <div><font face="궁서"> 하고 이놈!! 하고 소리치더니 오솔길로 냅다 뛰어가더랍니다.</font></div> <div><font face="궁서"> 멧돼지라는놈이 일단 위협을 하거나 등을 보이면 달려드는 습성이 있드랬죠. 지게를 지고 있어 덩치가 커보였던 친구 아버님을</font></div> <div><font face="궁서"> 놔두고 등 보이며 달아난 총각을 쫓아가더랍니다.</font></div> <div><font face="궁서"> </font></div> <div><font face="궁서"> 한 30초쯤 지났나 저 밑에서 쾅! 하는 소리가들리더니 번쩍 하더랍니다.</font></div> <div><font face="궁서"> 뒷집 총각이 너무 걱정되서 오솔길로 뛰쳐 내려가니 역한 누린내가 확 나더랍니다.</font></div> <div><font face="궁서"> </font></div> <div><font face="궁서"> 멧돼지는 온데간데 없고 저 밑에 총각이 나무에 처박혀 아이고 대가리야 하면서 </font></div> <div><font face="궁서">신음하고 있길래 상태를 보니 피칠갑을 하고 있어 빨리 내려가서 총각을 챙겨 산을 내려오셨답니다.</font></div> <div><font face="궁서"><br></font></div> <div><font face="궁서"> 그렇게 무사히 의원에 도착해 치료를 하는데 뒷집 총각은 피칠갑은 했어도 몇군데 까진걸 제외하면</font></div> <div><font face="궁서">멀쩡했다고 합니다. </font></div> <div><font face="궁서"> 멧돼지 피겠다 싶어 내려왔던 오솔길로 가보니 구덩이가 움푹 파여있고 가죽 조각 고깃조각 핏자국이 </font></div> <div><font face="궁서">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답니다.</font></div> <div><font face="궁서"> </font></div> <div><font face="궁서"> 이게 어찌된 영문인가싶어 어른들께 물어보니 이곳이 예전 6.25 전쟁당시 중공군을 상대로 항전했던 지역이었다고 합니다.</font></div> <div><font face="궁서"> 아마 멧돼지는 지뢰를 밟고 폭사했을 거라고요.</font></div> <div><font face="궁서"><br></font></div> <div><font face="궁서">여담으로 친구 어머님을 쳤던 송아지는 잘 키워서</font></div> <div><font face="궁서">잡아먹었답니다.</font></div> <div><font face="궁서"><br></font></div> <div><font face="궁서">못되처먹은 놈이 맛은 좋구먼! 하시던 할아버지의 말씀이 잊혀지지 않으신다고...</font></div> <div><font face="궁서"> </font></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