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r></div> <div>이건. 어느 역에서 있었던 이야기다.</div> <div> </div> <div>눈앞에서 사람이 전철에 치었다...</div> <div> </div> <div> </div> <div> 내 옆에 한 커플이 서 있었는데</div> <div>안전선 밖으로 조금 나가 있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둘이서 장난을 치다가 여자가</div> <div>「싫어~」라면서 남자를 툭 밀어냈다.</div> <div>남자가 「앗」하면서 몸이 기우뚱 한 그 순간..</div> <div>전철이 들어오는게 보였다.</div> <div> </div> <div>[이건.. 위험하다.....]</div> <div> </div> <div> </div> <div>라고 생각하는 찰나.. 남자 다리가 미끄러지면서</div> <div>그대로 선로에 허리부터 떨어지려 했다.</div> <div>여자가 당황해서 남자 옷을 잡았지만..</div> <div> </div> <div>남자의 몸은 여전히 기울어진 상태로</div> <div>머리가 선로 쪽으로 많이 나가있었다.</div> <div>옆에있던 나도 깜짝놀라 얼른 남자를 잡으려 했지만, 그만 헛손질을 하고말았다.</div> <div> </div> <div> </div> <div><br></div> <div>타이밍이 나빴다.</div> <div>그 순간 전철이 돌진했고</div> <div>남자의 머리를 그대로 들이받았다.</div> <div> </div> <div> </div> <div> 뭐 두말할 것도 없이</div> <div>목 윗부분만 부딪혔으니까</div> <div>머리가 통째로 날아갔다...</div> <div> </div> <div> </div> <div> 날아간 머리는 선로에 떨어져 수십 미터를 굴렀다.</div> <div>여자 앞에 머리가 없는 남자의 시체가</div> <div>쓰러졌다. .. "털썩...!"</div> <div> </div> <div> </div> <div><br></div> <div>피가 철철 흘러넘쳤다.</div> <div>그 주변이 아비규환이 되었고</div> <div>나도 피를 흠뻑 뒤집어 쓴 채 할말을 잊었다.</div> <div>여자도 멍하니 보고있었다.</div> <div> </div> <div> </div> <div>그래도 어떻게든 정신을 차리고</div> <div>이성적으로 대처하려고 여자한테 말을 건네 봤다.</div> <div>「저기…… 저……」하고.</div> <div> </div> <div> </div> <div><br></div> <div>그랬더니 그 여자가 내 쪽으로 얼굴만 돌렸다.</div> <div>몸은 똑바로 서 있는데 정말로 목만 스르륵 돌아가는 느낌..</div> <div>그리고 나한테 물었다.</div> <div>「머리는요? 우리 자기 머리는 어디있어요?」라고.</div> <div> </div> <div> </div> <div><br></div> <div>우와! 이 사람 이 상황에 그래도 이성을 잃지는 않았구나.</div> <div>순간 나도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div> <div> </div> <div> </div> <div><br></div> <div>머리가 굴러간 쪽을 알려줬다.</div> <div>여자는 내가 가리킨 방향을 보더니</div> <div>「괜찮아, 괜찮아」라고 중얼 거리며 그 쪽으로 걸어갔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br></div> <div>다른 사람들이 막 소리를 질러대며</div> <div>멀찍이서 보고 있던 그 머리를</div> <div>여자는 아무 거리낌 없이 집어 들고 이쪽으로 돌아왔다.</div> <div>잘린 머리를 품에 안고 걸어오는 모습이 좀 오싹했다.</div> <div> </div> <div> </div> <div><br></div> <div>나는 시선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div> <div>하지만 고개를 돌렸더니</div> <div>내 눈앞에 보이는 건 머리 없는 시체.</div> <div>이걸 어쩌면 좋겠는가.</div> <div>마음을 단단히 먹고 이성적으로 대처하긴, 개뿔..</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정신줄을 놓아서 그런가 괜히 헛웃음 마저 나왔다.</div> <div>필사적으로 참고 있는데..</div> <div>여자가 시체 옆에 앉아서 잘린 머리를 붙이려고 애썼다.</div> <div> </div> <div> </div> <div><br></div> <div>질퍽거리는 소리가 났다.</div> <div>「이러면 괜찮아. 빨리 가자, 영화 시간 늦겠다..」</div> <div>여자가 시체한테 말을 걸었다. !!!</div> <div> </div> <div> </div> <div>나는 그제야 겨우 눈치 챘다. </div> <div>이 사람 맛이 갔구나.!!</div> <div> </div> <div> </div> <div>왜냐하면 그 여자...</div> <div>활짝 웃고 있었다.</div> <div>눈은 완전 풀려가지곤.</div> <div> </div> <div> </div> <div>남자의 머리는 이미 반쯤 뭉개져 엉망진창인데</div> <div>여자는 이제 잘 붙였으니까 괜찮다며</div> <div>일어나라고 일어나라고 계속 속삭이고 있었다.</div> <div> </div> <div> </div> <div>역무원이 올 때까지 계속 그랬다.</div> <div>몇 분 후에 역무원이 왔는데 여자를 보더니 아무 말 없이 한참을 서 있었다.</div> <div>그도 속으로 엄청 고민 했겠지.?</div> <div> </div> <div> </div> <div>역무원은 그렇게 한참을 망설이다가</div> <div>결국 「이미 사망하셨는데요.」</div> <div>였나? 암튼 뭐 그 비슷한 말을 한 것 같다.</div> <div>그런데 그 옆에서 피투성이로 멍 때리던 나한테는</div> <div>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도 좀 그렇네.</div> <div>나도 걱정 좀 해주지..</div> <div> </div> <div> </div> <div><br></div> <div>아무튼 역무원의 말을 듣고도 여자는</div> <div>[쟤 뭐라는 거야?] 하는 표정을 지을 뿐.</div> <div>그렇게까지 얘기했는데도 받아들이지 못한 걸까?</div> <div>「괜찮아요. 목을 붙였으니까 괜찮다고요.」</div> <div>라며 역무원에게 대들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역무원이 「아니, 이제 호흡도 없고...」라고 까지 했는데.</div> <div><br></div> <div>그 다음 상황을 본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div> <div>역무원의 그 한마디가</div> <div>여자를 광기어린 행동으로 이끈 것이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여자는「아아~ 그렇죠. 숨이 멈췄으면 인공호흡을 해야죠!」</div> <div>라고 외쳤다.</div> <div> </div> <div> </div> <div>나는 정말로 놀랐다.</div> <div> </div> <div> </div> <div>정신이 완전히 나간 여자는</div> <div>남자의 머리를 들어 올려 그 엉망이 된 얼굴에 입을 가져다 댔다.</div> <div> </div> <div> </div> <div>역무원이 뜯어말려도</div> <div>여자는 계속 소리를 질렀다.</div> <div>「숨을 불어넣어줘야 해요! 도와주세요! 당신도 빨리 해!」</div> <div> </div> <div> </div> <div>할 수 있겠냐, 이 바보야! 라고 지금이라면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div> <div>하지만 그 때의 나는 ..</div> <div>아, 심장마사지도 해야 될 텐데.</div> <div>근데 나 심장마사지 해본 적 없는데 어떡하지...</div> <div>하는 그저 어이없는 생각만 했을 뿐이었다.</div> <div> </div> <div><br></div> <div>여자가 숨을 불어넣을 때마다</div> <div>잘린 목에서 피가 막 튀어나왔다.</div> <div>뭔가 부북? 푸부웃? 하면서 공기가 빠지는 소리와 함께..</div> <div> </div> <div> </div> <div>결국 역무원들이 떼로 달려들어 여자를 시체에서 떼어냈다.</div> <div>그리고 나는 역무원의 부축을 받고 그 자리를 벗어나</div> <div>옷을 빌려 갈아입고 왔다.</div> <div> </div> <div><br></div> <div>여자는 끌려가면서도 계속 소리를 질러댔는데</div> <div>그 후엔 어떻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div> <div>그날 전철역 여기저기에 토사물들이 한가득 있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div> <div>사람이 미치면 그렇게까지 되는 걸까?</div> <div> </div> <div>아직도.. 전철역을 지나칠때면 가끔씩 생각나곤 한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