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안녕하세요? 며칠 전 애기낳으러 왔다고 글썼는데</div> <div>너무 많은 분들께서 순산파워를 몰아주셔서ㅠㅠ</div> <div>말도 안되는 순산에 성공한 새내기엄마입니다.^^</div> <div> </div> <div>축복해주신 분들께 감사 드릴 겸,</div> <div>잊기 전에 기록할 겸,</div> <div>출산 앞둔 분들께 순산 파워 나눠드릴 겸</div> <div>출산 후기 빠르게 남겨볼게요!</div> <div>(아가 깰 시간이라 두근두근)</div> <div> </div> <div>먼저 저는 초산인데도 양수가 먼저 새서</div> <div>예정일보다 일주일 빨리 아가를 만났어요</div> <div>하지만 다행히 약 2주전부터 아가는 이미 다컸다며</div> <div>언제든지 낳아도 된다는 말을 듣고 있었지요ㅋ</div> <div> </div> <div>그리고 저는 촉진제빨, 무통빨이</div> <div>어마어마하게 잘받은 케이스입니다ㄷㄷ</div> <div>보통 진통없이 유도분만으로 가게 되면</div> <div>고생만 하다가 제왕절개하는 케이스가 많다고 해서 걱정했는데</div> <div>저는 1센치에서 촉진제 투여받고 6시간 안에 자궁이 다열려 무사히 자연분만...ㄷㄷㄷ</div> <div>그리고 그와중에 무통을 3번이나 맞았는데 3번 다 천국행...ㄷㄷㄷ</div> <div>심지어 무통이 다 풀리기 전에 힘줘서 낳은</div> <div>그야말로 최고의 케이스인 거 같아요ㅠㅠ</div> <div>(심지어 애 나올 때도 맨정신이었음...)</div> <div> </div> <div>시간별로 정리해 보자면</div> <div> </div> <div>오전 11시 분홍색 피를 보고 병원행</div> <div>양수+이슬이 섞여 나온거라고 진단 받고 바로 입원 및</div> <div>각종 시술이 정신없이 훅훅 이루어짐</div> <div> </div> <div>오후 12시 전후로</div> <div>1.내진(엄청 아팠음ㅠ 내장 뚫리는 느낌)</div> <div>이때 1센치 열렸다고 함 근데 이정도는 대부분 다 열려있다고..</div> <div>2.제모+관장(엄청 빨리 지나가서 굴욕 느낄 새도 없음)</div> <div>3.촉진제투여(주사바늘 짱큼 매우 아프지만 참을만)</div> <div>4.항생제투여(항생제맞고 바로토함; 그럴수도 있다고..)</div> <div>5.무통관삽입(따끔뻐근하지만 역시 참을만)</div> <div>여기까지 배는 그냥 살살 아린 정도?</div> <div> </div> <div>오후 1시 신랑 도착</div> <div>수다떨고 하하호호 하는 사이 문득...어라?</div> <div>배아픈 게 점점 심해짐</div> <div> </div> <div>오후 2시 본격 진통헬</div> <div>원래 생리통 심한 편이었는데 그 몇배로 아픔</div> <div>비명과 괴성과 짐승소리가 내입에서 새어나오고</div> <div>식은땀이 나고 온몸이 비틀리고</div> <div>난 분명 하얀 천장이 노랗게 보였다고 확신함</div> <div>하지만 그와중에도 후후하하 호흡할 정신은 있었음</div> <div>이정도는 아닐꺼야 더아파질거야...! 생각할 정신도 있었음</div> <div>정말 죽을만큼 아팠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도 했음</div> <div>그 와중에 신랑이 날 안보고 돌아앉아 있어서 짜증을 냈는데</div> <div>돌려보니 눈물을 훔치고 있었던 신랑을 귀엽다고 생각할 정신도 있었음</div> <div>간호사선생님이 비명소리를 들었는지 달려오셔서</div> <div>내진할까요? 물어보시는데</div> <div>그와중에 내진이 더 무서워서 아니요 조금 더 참아볼게요...</div> <div>라고 말할 정신도 있었음</div> <div>하지만 약 30분 정도 진통 후 간호사 선생님은 그냥 내진하심</div> <div>근데 진통 때문에 내진이 덜아픔;</div> <div>그리고 2센치 열렸지만 내가 너무 아파하니 무통을 놔주심</div> <div>그리고... 거짓말처럼 통증이 서서히 사라짐</div> <div>정신차려보니 넘나 멀쩡해짐. 응??ㅋㅋㅋ 으응??</div> <div>막 아랫도리에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시원~~함까지 밀려옴. 으으응??ㅋㅋㅋ</div> <div>내 머릿속에 마지막으로 갔던 산모교실에서</div> <div>내 담당주치의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떠오름</div> <div>본인은 자연분만 성공률을 높이는 요인 중 최고가 무통분만이라 생각한다고 하셨음</div> <div>요새 뭐 자연주의 출산이다 뭐다 해서 무통 안맞고 하시는 분들 많은데</div> <div>그냥 맞으세요. 무통 좋아요. 라고 뭔가 특유의 쓸쓸한 화법으로 툭 말씀하셔서</div> <div>사람들이 웃었던 기억이 남.</div> <div> </div> <div>근데 그게 막 생각나면서 막... 담당쌤을 찬양하고 싶어짐ㅠㅠㅋㅋ</div> <div>님들 무통 진짜 좋음요 무통하세염 두번하세염</div> <div>근데 안받으시는 분들은 또 안받으신다고...또르르</div> <div>저는 약이 잘 받는 체질 덕도 좀 본 거 같아요..</div> <div> </div> <div>암튼</div> <div>무통천국으로 완전히 멀쩡해진 나는</div> <div>오유에 글을 쓰고, 아기낳은 친구들에게 미친듯이 전화를 해서</div> <div>나 2센치 열렸는데 헬을 봤어 뭥미?? 원래 이럼? 원래 이렇게 아픔?</div> <div>하고 물어댔음 하지만 돌아온 대답들은</div> <div>응?; 2센치 정도는 참을만 했는데? 4~5센치부터 헬이야;</div> <div>억...............</div> <div>그렇게 저는 두려움에 떨었고</div> <div>그리고</div> <div>저의 진진통은 그것이 다였습니다.</div> <div> </div> <div>...응? 으으응??ㅠㅠㅠㅠㅋㅋㅋㅋ</div> <div> </div> <div>세상에</div> <div>오후 2시~2시 반 겨우 30분 가량의 생진통</div> <div>2시 반~4시 무통 천국</div> <div>슬슬 다시 아파오며 비명이 나오려는 순간</div> <div>또다시 간호사 선생님이 나타나 내진(2.5센치 열렸어요~)</div> <div>그리고 곧바로 두번째 무통천국 하사(그냥 알아서 놔주심...)</div> <div>4시~5시 무통 천국...그러나 골반 통증 동반</div> <div>이때는 배는 하나도 안아픈데 이상하게 골반이 빠질 것 같은 통증이</div> <div>약 1분 주기로 나타났음</div> <div>그런데 무통 덕인지 참을만해서 참고 있었는데</div> <div>점점 심해지며 막판에는 몸이 좀 부들부들 떨릴 정도의 통증이 되었음</div> <div>그리고 막...그...똥마려운 느낌이 드는 거임</div> <div>어라...? 내가 본 출산 후기들에선 간호사 선생님이</div> <div>똥마려운 느낌 들면 말씀하세요~ 라고 하고 그런 느낌이 온다고 하면</div> <div>분만실로 데려가서 끙차 애기를 낳는다고 봤었는데</div> <div>하지만 이제 겨우 5시인데? 그럴리 없어 그냥 골반이 벌어지는 건가부다</div> <div>하면서 끙끙 참고 있었음</div> <div>그런데 간호사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다시 내진하시더니</div> <div>갑자기 분주해지심</div> <div>가족분만실 안으로 뭔가 장비가 막 들어오고 </div> <div>내 하반신과 신랑 사이에 커텐이 쳐지고</div> <div>왔다갔다 하시더니 힘주는 연습 하자고 하심</div> <div>? 멋모르고 하라는 대로 따라함</div> <div>다리를 두손으로 끌어당기며, 크게 심호흡을 하고, 숨을 참고,</div> <div>아래로 끄응~차! 끄응~차! 잘했어요~</div> <div>그리고 또 나가시려 하길래 "저기 저 몇센치 열렸..."</div> <div>"네 거의 다 열렸어요~"</div> <div>...네?</div> <div>저...별로 안아픈데요????</div> <div> </div> <div>세상에 2.5센치에서 심지어 무통맞고 천국간 사이</div> <div>한시간만에 10센치가 다 열렸다는 거임</div> <div>그렇게 멘붕중인 나를 아랑곳하지 않고</div> <div>장비가 다 갖춰지고 가족분만실의 불이 꺼지고</div> <div>담당주치의 선생님께서 등장하시더니</div> <div>이내 힘주기와 함께 마지막 지옥의 몇분이 시작됨</div> <div>끄응~차에 맞춰서 얼떨떨한 기분으로 힘을 주는데</div> <div>간호사 선생님이...뱃속을 휘젓는 내진을 함</div> <div>그리고 그에 맞춰 배가 순간적으로 어마어마하게 아파옴</div> <div>그리고 그 몇분을 막 정신없이 몰아치심;</div> <div>엄마 안돼요 숨참으세요 숨참고 힘주세요 엄마 소리내지 마세요</div> <div>엄마 힘 더주세요 그래야 애기 나와요 더더더더더더더</div> <div>엄마 힘 밑으로 주세요 엄마 배꼽보세요 엄마 안돼요 엄마 한번더더더더더더</div> <div>아 잘했어요 한번 더 엄마 힘빼면 애기 더 힘들어요 더더더더</div> <div>그리고 그와중에 엄마 무통 한번 더 들어가요 (네????)</div> <div>사실... 더 자세히 쓰고 싶은데 그 순간은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기억이 얼떨떨함</div> <div>하지만 분명한 건 난 그때 지극히 제정신이었음</div> <div>배도 많이 아프지 않았고 힘주기가 힘들긴 하지만 힘 잘준다고 칭찬도 받고 있었고</div> <div>나름 또렷한 정신으로 이게 뭐지 정말 이렇게 힘을 주면 진짜로 애가 나온다고?? 하는</div> <div>믿을 수 없는 기분으로 젖먹던 힘을 다해 끄으으으으응차 힘주기를 대여섯번</div> <div>내 밑에서 수박같은게 뽁 튀어나옴</div> <div>정말 놀랍게도 그순간엔 아픈지도 모르겠고 그냥 수박이 튀어나오는 느낌이 남</div> <div>그리고 이내 뭐가 쑤우우욱 빠져나가더니 담당선생님 손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아기 다리가 보임</div> <div>쿨럭 크훽 하는 이상한 소리 뒤</div> <div>웅애애애애 하는 울음소리가 남</div> <div>헐...나 지금 애낳은 거임?</div> <div>하고 생각함...;;;;</div> <div> </div> <div>그때 신랑은 내가 힘주기 할 때 옆에서 흐어어엉 잘하고 있어 흐어어엉</div> <div>하고 뭔가 알 수 없는 소리로 흐느끼고 있었고</div> <div>아기가 튀어나온(?) 후에는 잘했어 잘했어 하며 내 머리를 감싸안고 있었음</div> <div>그리고 난 그때까지 지극히 맨정신으로</div> <div>내 가슴위에 올라오는 아기를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고 안아보고</div> <div>신랑이 아기를 욕조에 넣었다 뺏다 하는 걸 바라보고(르봐이예 분만했어용)</div> <div>그리고 후처치를 받는 동안 신랑이랑 아주 일상적이고 단란한 대화를 나누었음</div> <div>간호사 선생님들과 웃으며 얘기도 주고 받고</div> <div>내 밑을 꼬매고 계신 담당선생님께 '선생님선생님! 무통이 정말 짱이에요!'라고 깐죽대기도 함;</div> <div> </div> <div>그리고 처치가 끝나고 휠체어를 타고 분만실을 나오며</div> <div>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엄마를 향해 엄마 나 애낳았어~! 라며 해맑게 손을 흔듬</div> <div>나중에 들으니 엄마도 내가 너무 멀쩡해서 어리둥절했다고 함;</div> <div> </div> <div>이렇게... 많은 분들의 순산 기운을 받아ㅠㅠ</div> <div>5월 4일 오후 5시 57분에 3.44키로의 건강한 딸을 순산하였어용</div> <div>그때 응원해주신 많은 분들 넘나 감사합니다ㅠㅠ</div> <div> </div> <div>하도 주변이나 출산 후기에서 죽을만큼 아프고 정신줄을 놓아봐야 애기가 나온다고 들어서</div> <div>이렇게 나름 쉽게?? 아기를 낳은 게 너무 얼떨떨하기도 하고</div> <div>너무 감사하기도 하고 그래요...ㅠㅠ 정말...무통분만 짱입니다요!^^;;</div> <div>앞으로 아기 낳으실 분들도 순산파워 많이 많이 받아가셔서</div> <div>꼭! 저처럼 순산하시길 바랍니다!^^ </div> <div> </div> <div>어 근데 마무리를 어떻게 하지......</div> <div>아 저는 친정엄마가 가까이 계셔서 그거 믿고 조리원을 안가고 산후도우미만 4주 신청했는데요</div> <div>고민하시는 분들...그냥... 조리원 가세요... 또르르</div> <div>아무리 엄마랑 신랑이 도와줘도 집에 있게 되면 결국 본인도 뭔가를 하게 되네요...</div> <div>순산해서 몸도 보기에는 멀쩡하고 부기도 없고 하지만</div> <div>그래도 회음부 절개 부위가 너무 아프고 응가할 때 지옥 갔다오고 잘 앉지도 못하고 하는데</div> <div>집에 있으니 가족들도 우르르 다녀가고ㅠㅠ 하는 거 없이 피곤하고...</div> <div>걍 아무도 없는데서 조용히 쉬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드네요...ㅠ</div> <div> </div> <div>그럼...</div> <div>모두들 행복하시고 순산하세용!!^^</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