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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88899
    작성자 : 어떤것
    추천 : 15
    조회수 : 1102
    IP : 221.159.***.5
    댓글 : 7개
    등록시간 : 2016/06/30 20:56:31
    http://todayhumor.com/?panic_88899 모바일
    (중편, 선택지형)그와 좀비와 당신.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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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일단 아파트 단지쪽으로는 데려가 볼까? 이 근처 지리를 아예 모를리는 없을테니 너무 어긋나게 가면 의심할테지. 그 근처에서 우리의 허니문 로드를 찾아보자고.(1번 4표 2번 1표)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내 인생에 사람을 때려본 경험은 한 두세번 될까 말까... 가장 처음은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 시절이다. 부모님께 들은 바로는 옆집 남자애와 싸울때 였나. 그 외에도 자질구레 한 이유로 별거아닌 한두대를 때려봤을 뿐인데.

    야구배트라는건 의외로 무겁고, 손으로 직접 때리지 않는다고 손이 아프지 않은건 아니었다. 전력을 다해 야구배트를 휘두르고 좀비의 머리에 닿자 마자 누군가가 나와 똑같은 힘으로 내 손을 후려친 느낌이었다. 심지어 흔히 나오듯이 야구배트를 맞았다고 머리가 박살나는 전개도 없었다. 그저 퍼적, 하는 소리가 났고 목이 기이할 정도로 깨끗하게 꺾인 좀비가 내쪽을 봤을 뿐. 관자놀이가 쇄골에 닿을 정도로 크게 휜 목을 하고도 꺼어어 하는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좀비는 무섭지도 않았다. 몇번 더 수직으로 휘둘러 목이 으깨지고 오른쪽 턱이 함몰되었다. 

    사람을 때리고 죽인게 아니라고 속으로 되새기는 과정도 필요 없었다. 사람과 다른 것이라는 확신이 서고나니 망설임도 죄책감도 없다. 만약 내가 좀비가 된 후에 그 좀비와 같은 일을 저질렀고, 또 누군가가 지금의 나처럼 나 였던 것을 후려쳐준다면 나또한 오히려 감사하고 싶을 것이다. 남자는 어쩐지 기분이 좀 달뜬 듯 했다. 길을 이동하는 도중엔 달리 소란한 일은 없었다. 저 먼곳에서 여자 비명소리 같은게 언뜻 들린 듯 하다. 한산하다는 표현이 무색하게 길거리는 아무도 없다.

    "다들 대피한 걸까요..."

    혼잣말을 할 의도는 없었는데 목소리가 쉬어 나가는 바람에 남자의 귀에는 들리지 않은 모양이다. 남자는 거리 이곳저곳을 휘휘 둘러보며 좀비를 찾는 듯 하다. 괜히 말을 걸어 주의를 끌지는 말자. 나도 괜히 조바심이 들어 주변을 둘러봤지만 특별한 동태는 눈에 띄지 않는다.

    "저기, 생각해보니까 성함도 모르네요."

    목소리를 가다듬고 힘을 주어 말했는데, 생각했던 것 보다 목소리가 크게 나와 깜짝 놀랐다. 남자는 슬몃 웃더니 여전히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A입니다. 조각하는 사람이에요."

    "아 저는 J. 클라이밍 강사 하고있어요. 아까도 감사인사를 하려고는 했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가게에서 계엄방송이 나온 후엔 모든 상황이 여의치 않긴 했죠. 그러고보니 벌써 저녁때가 다되가는군요."

    "네... 이렇게 사람들이 안보이다니, 차라리 사람들이 대피한거면 좋을텐데."

    "뉴스엔 아직 업데이트가 없어요. 안전한 곳에 가서 좀 더 기다려봅시다."

    어쩐지 내쪽을 전적으로 배려하는 듯한 달콤한 말투다. 이런 종류의 사람에겐 내성이 없는데. 속으로 찜찜한 기분에 괜히 허리를 세우고 머리를 다시 묶는다. 머리끈을 풀어내리고 입에 물자 남자가 새삼스럽게 이쪽을 주시한다. 슬쩍 웃어만 보이고 잔머리가 없도록 바짝 묶은 다음 끈으로 서너번 졸라 마무리 하자 어쩐지 기분도 같이 조여지는 기분이다.

    몸을 점검하듯이 전신의 근육에 힘도 줘본다. 아무리 스트레칭을 했더라도 사지 근육을 모조리 쥐어짜내는 클라이밍은 위험한 운동이다. 하네스에 픽에 로프까지 장비했더라도 마찬가지다. 저주파 마사지기로 튕기듯이 근육을 하나하나 분리해 조용히 힘을 줘보는 것은 선배 클라이머가 가르쳐준 방법이다. 스트레칭보다 부담은 적고, 비박을 하는중이나 등반 중 작은 턱에 앉아있는 중이라도 문제 없다. 그때 문득, 주변에 기이한 소리가 흐르는 것을 느낀다.

    "무슨 소리 같은거 안들려요?"

    "네? 어떤소리요?"

    "축축한 소리인데... 뭐라고 설명할 방법이 없군요. 이상하네요. 근처에 하수시설 같은게 있지는 않을 텐ㄷ...."

    말을 끝마치기도 전이었다. 우리가 목표로 하고 있던 Q아파트 정문에서 좀비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뛰어요!"

    미처 대답할 새도 없이 지금껏 오던길을 반대로 뛴다. 지금까지 좀비들이 뛰는 걸 본적이 없는데 지금에서야 그 진면모를 확인하게 됬다.

    그것은 뛴다기보다 몸을 앞으로 던지는 행위예술 같았다. 팔다리나 머리의 안전을 도외시하고 가슴을 필두로 전신을 앞으로 내던지는 듯한 뜀새, 걷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 모양을 무시하고 최대한 빨리 달리려는 듯한 형태. 평소의 느직한 행동에선 알수 없었던 끔찍한 디포르메. 마치 파도같다. 앞선 좀비가 무릎을 굽히면 그것조차 밟고 일어서서 넘어지고 구르고 밟히는 와중에도 속도가 떨어지지 않는 것은 군체로써 도덕성과 자의식도 없기 때문이다. 분명 그리 빠르지 않은데도 도무지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어떡하지...?!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소지품 : 속옷/옷 한벌, 샤워타올 및 목욕용품, 자일리톨 리필형 반봉지, 포장을 뜯지 않은 초크 1킬로, 하네스와 로프 한세트, 차키, 쇠로 된 야구배트 하나.

    1. 과연 저 좀비란 것들이 지치긴 할까... 실수로 손톱에 긁히기만 해도 감염될 것 같다. 저들은 계단을 못오르지 않을까? 일단 가까운 고층 아파트로 들어가 높이 올라가봐야겠어.

    2. 아까 그 가게로 돌아가자! 혹시 모를 상황때문에 차를 놓고 왔었지만, 대피소 근처가 이 모양이라면 더는 볼 것도 없다! 차라리 차에 타서 이동하자. 방해되는 건 모조리 밀어버리면 그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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