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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88919
    작성자 : 어떤것
    추천 : 14
    조회수 : 946
    IP : 221.159.***.5
    댓글 : 9개
    등록시간 : 2016/07/01 19:45:33
    http://todayhumor.com/?panic_88919 모바일
    (중편, 선택지형)그와 좀비와 당신.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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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차라리 아까 그 가게로 돌아가자! 혹시 모를 상황때문에 차를 놓고 왔었지만, 대피소 근처가 이 모양이라면 더는 볼 것도 없다!(5표)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끝도 없이 몰아드는, 족히 사백여마리 정도는 되보이는 좀비들의 무리에게 쫒긴 덕분일까. 아파트까지 도달한 시간의 절반도 되지 않아 가게에 도착하는데는 성공했다. 꽤 무리해서 달린 덕분인지 거리도 꽤 벌려놓을 수 있었다. A는 표정이 유래없이 굳은채로 호흡을 관리 해가며 달렸지만 어쨌든 평범한 남자 체력보다 대단한 것은 사실이다. 다행으로 생각한다.

    턱끝까지 차오른 숨을 억지로 눌러가며 몸을 가로질러 맨 가방을 뒤진다. 채 오십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좀비들이 달려오고 있다. 사십, 삼십, 이십, 십... 찾았다!! 오토락 버튼을 본능처럼 찾아누르자 삐빅 하는 잠금 풀리는 소리가 들렸다. 타라는 소리도 할 시간이 없었지만 A도 용케 그 소릴 듣곤 곧장 보조석 문을 열고 탔다. 나도 빠르게 몸을 집어넣었으나 순간 바로 옆까지 당도한 좀비들이 해머백 끈을 잡아챘다...!

    "꺄아아악!"

    아까 그 좀비 따위와는 전혀 다른 새빨간 눈에, 각질이 일어난 듯이 흰자에서 허연 껍데기 같은 것이 나 있다. 침인지 피같은 걸 턱까지 찢겨져 떨어진 입술 사이로 질질 흘리는 그 좀비는 내 가방 끈을 잡고 당기는 것이다! 물론 거의 본능 같은 일이었겠지만 얼핏 지성이 있는 것처럼 느껴져 공포가 머리 끝까지 차올랐다. 척추 한가운데에 고드름 한줄기가 푹 찍힌 것 같은 기분이었다. 팔뚝에 찰흙으로 찍으면 찍혀나올듯한 소름이 주루룩 솟아나오고 나는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소리를 지르며 마구 발길질을 갈겼다.

    통증이야 전혀 없는 듯 표정엔 전혀 변화가 없었지만 고관절이니 명치 따위를 갈겨대는데 몸이 흔들리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 좀비를 밀어내고 있는데 집중 하는 사이 좀비의 팔 아래에서 다른 좀비의 손가락이 세개뿐인 손이 뻗어나왔다.

    "....!!!!!"

    소리를 지를수도 없어서 마치 롤러코스터를 탈때처럼 이를 악 물고 고개만 숙인 그때.

    "허리 젖히세요!"

    옆에 앉아있던 A가 아까 들고있던 목공용 칼을 꺼내 재빨리 내 어깨에 메여있던 가방끈을 잘라내고 몸에 아슬아슬하게 닿을 듯 했던 좀비의 손가락을 허공에서 쳐냈다. 해머백을 내내 당기고 있던 탓에다 가방의 무게도 만만치 않았기에 좀비들은 잠깐이지만 주르륵 밀려났고 그때를 노려 문을 확 닫는데 성공했다. 콤마 몇초 차이로 좀비들이 다시 달려들었지만 창문을 닫아둔 덕에 곧장 얻어맞는 참사는 피했다.

    바로 시동을 걸고 기어를 잡아 돌리며 전력을 다해 엑셀을 밟자, 뭔가가 바퀴밑에 있었던 듯 한쪽 바퀴가 약간 허공에 떠서 끼리리릭하는 공회전 소리가 났다! 마치 액션영화 속 한장면 마냥 그 바퀴를 축으로 차가 거세게 한바퀴 돌았고 젖은 함박눈이 쏟아지는 듯한 우드드드드득 소리와 함께 창문으로 수십 마리의 좀비들이 얼굴과 몸을 차례로 부딪혔다. 과속방지턱에서 내려온것 처럼 덜컹 하는 낙하감이 들자 그제사 차가 앞으로 가는 감각이 들었다. 계기판에 안전벨트 선이 뜨는게 보였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눈 앞에 좀비 수백마리가 모여드는게 보였다.

    "밟습니다!"

    소리를 지르자 A가 재빨리 등을 시트에 붙이는게 느껴졌다. 산지는 꽤 되었던 준중형 suv는 굉음을 내며 돌진했다. 그동안 도로만 달리고, 잘해봐야 먼 곳으로 등반갈때나 오프로드를 달려봤었는데 이제사 suv의 참맛이 느껴지는 듯 하다. 차는 사람 수십명분의 무게를 정면으로 감당하고는 바퀴밑으로 깔리는 좀비들도 밟아 넘기며 속도를 순식간에 사십키로 대까지 솟구쳐 올렸다.

    됬다! 탈출이다! 등줄기로 짜릿한 번개가 튀어올랐다. 좀비 몇이 주차장 끄트머리까지 쫒아오다가 빠르게 멀어져가는게 느껴지고, 얼마 안가 차는 대로에 접어들었다. 약간 불안한 파쇄음 같은게 들렸고 차소리에 끌린듯  골목 사이에 있던 좀비들이 천천히 몰려들었지만 차를 따라올만한 속력은 내지 못했다. 풍경처럼 좀비들이 멀어진다. 옆에서 A가 푸하하하 하고 웃으며 환호성을 질렀다.

    "나이스 팀워크!"

    "예!"

    한손을 떼어 A와 하이파이브를 한다. 새삼스럽게 살았다는 쾌감이 다시 배꼽 언저리에서 쏟아져나와 저릿저릿한 느낌이 온몸에 퍼진다. 살았다!

    잠시 후 한적한 공사터 근처에 도착하고 차를 멈췄다. A도 나도 아직 쫒기는 듯한 느낌에 숨을 죽이고 눈만 굴리고 있다가 한참이 지난 후에야 몸을 세웠다. 차 문은 굳게 잠가뒀다.

    "와, 겨우 살았네요."

    A가 또 한번 거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도 같은 심정이다. 목까지 닿아있던 칼날이 스윽 멀어진 듯이 체온이, 눈이며 이마가 달아오르는 게 느껴진다.

    "아까 도와줘서 고마워요."

    "뭘요. 안그랬으면 나도 같이 죽었을 거 같아서!"

    농담인지 진담인지 웃음기가 그득한 얼굴로 말하는 A. 한동안 서로 웃기만 하면서 살아있음에 감사한다. 해머백은 뺏겼지만 그건 강습 시연용으로 보여주려고 따로 들고간 새 장비였다. 내가 평소 쓰는 하네스며 이런저런 등반 장비는 트렁크에 한세트 그대로 실려있다.

    잠시 후 땀을 좀 식히고 나자 시동을 따라켜진 네비게이션이 우리 위치를 알려준다. 이곳은 한창 신도시 공사 관계로 도로가 여기저기 뻗어있는 인터체인지 근처였다. 고속도로도 꽤 가깝고 마음먹으면 지방으로 갈수도 있다. 어디로 가지...?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소지품 : 차키, 하네스 및 로프 한세트, 하강기와 확보기 등 등산장비 일체 한세트. 얇은 저지 한벌.

    1. 일단 서울 중심지로 이동한다. 내부 도로도 꽤 많으니 좀비들을 피해서 어찌어찌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 이 사태에 서울에서 멀어지는 건 별로 내키지 않는다.

    2. 지방으로 이동한다. 사람이 많을 수록 좀비도 많겠지. 일단 조용한 곳에 숨어라도 있자. 가능한한 사람이 없는 먼 산속 같은 곳에서.

    3. 도시 내부를 한번 둘러본 후라도 늦지 않지 않을까..? 같은 도시지만 멀리 떨어진 곳에 살고 계신 부모님의 안부도 걱정되고. 수색을 한번 마친 후라도 늦지 않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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